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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87화 (87/206)

제87화

믿지 않았었다.

언제나 나를 지켜봐 왔음에도, 나를 도와줬음에도 이유와 목적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좌란…. 그런 존재들이었다.

인간들은 약자였고 엄청난 수의 미션들을 헤쳐 ‘카르마’와 시드를 모아온 성좌들은 강자였다.

그런 성좌들의 도움이 자주 있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믿지 않았다.

고집이었을까?

늘 고맙다는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들의 도움은 대가 없는 도움이었다.

오롯이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이라는 카르마를 아무런 대가 없이 지불 한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한국의 성좌였지만, 중간 중간 다른 신화의 성좌들과 나와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성좌들이었다.

심지어…. 관리자 ‘A’라는 관리자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자가 나를 돕고 있었다.

물론, 다른 성좌들과는 달리 ‘A’의 이런 행동은 철저한 계산 속에서 이루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게 무슨….”

[성좌들이여!! 미친것인가!?]

[스사노오! 합류하겠다. 당장, 저놈을 죽이거라!!]

다급해진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는 자신들의 기운을 최대한으로 방출시켰다.

하지만, 최대한이라 해보았자, 결국 인간의 몸을 빌린 현현(顯現).

두 성좌의 개입에 오묘하고도 알 수 없는 이 감정은 넣어두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이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런 식으로 현현한 성좌들은 인간의 몸을 다치거나, 카르마를 소모하면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령화는 끝났지만, 성좌들이 제공한 소량의 카르마는 나에게 깃들어 더욱 강력한 힘을 내고 있었다.

파 직. 파지직-!!

지나치게 많은 카르마의 소실.

성좌들의 카르마는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나에게 깃들었다.

[누이. 위험하오.]

위험성은 느낀 것은 스사노오 뿐만이 아니었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아마테라스의 움직임에서 급박함이 새어 나왔다.

“뭐, 아무튼. 내가 이렇게 인기가 좋아요. 둘 다 준비는 됐고?”

[건방진 인간 주제에!!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찮은 네놈을 나의 불로 태워주도록 하마!!]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는 자신들의 성흔을 발동시켜 나를 향해 공격했다.

쾅!!! 화륵-!

동시에 발동한 공격은 엄청난 수의 천둥 벼락과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이 나를 집어삼키려 다가오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나는 성좌들이 내려준 전신의 모든 기운을 갈무리했다.

나름대로 정리.

그리고

사용 가능한 성좌들의 성흔을 살펴본 나는 빠른 속도로 성좌들의 성흔을 사용했다.

단 일회성이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성흔, [사계절의 축복 LV1]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성흔, [반야바라밀다 LV1]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주변에 일시적으로 결계가 생성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사용한 성흔은 두 가지였다.

정령화가 끝나고 약해진 나의 육체를 강화하는 것.

그다음은 일행들과 사람들이 후폭풍에 말려들지 않게 나와 두 성좌의 주변에 결계를 사용했다.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와 당나라의 고승의 성흔이었다.

당장, 효율도 떨어지고 그 효과가 그리 강하지는 않았지만 쓸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흔, [분신술LV1]을 발동합니다.]

[현재 발동 가능 개체 수는 ‘1’입니다.]

퐁!

힘의 분산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는 분신을 한 개체 소환해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를 동시에 상대했다.

“넌 저놈 맡아.”

“알겠다.”

[성흔, [밤의 노래LV1]을 사용합니다.]

다음으로 사용한 성흔은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었다.

이 성흔은 단 1회만 발동할 수 있었지만, 두 성좌의 공격이 몰아치는 이 순간에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했다.

공격의 무효화.

밤과 어둠 그리고 죽음이라는 원시적인 힘이 천둥 벼락과 검은 불꽃을 집어삼켰다.

[누이, 위험하오. 누이라도 가시오!!]

[내 어찌…!!]

[이대로라면 진체에서 영향이있소!!]

자신들의 혼신의 공격이 밤의 여왕의 성흔에 소멸하자, 상황의 어려움을 깨달은 <타카마가하라>의 성좌들은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였다.

“야, 분신.”

“……?”

“한 방에 가자.”

“좋지.”

나는 분신을 바라보며, 마지막 성흔을 사용했다.

[성흔, [암해참(暗海斬)LV1]을 발동합니다.]

스각- 스걱-!

용광검에서 분신과 동시에 발동한 척준경의 암해참은 찰나의 순간 성좌들이 현현한 인간의 몸을 두 동강 내버렸다.

[이럴…. 수가…!!]

[어찌!!!! 성좌들이 저놈을 돕는 것인가!!! 가만두지 않겠다!!!]

“닥치고 꺼져.”

몸이 두 갈래로 찢어 발겨진 다이스케와 신노스케의 몸이었음에도 성좌들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이 사라지며, 다이스케와 신노스케의 몸이 허공에 먼지처럼 사라졌다.

“후…. 빡센데.”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야!!!]

[<안락국>의 성좌들이여, 후회할 것이다!!]

파앙-!!

거센 후폭풍과 함께 두 성좌는 사라졌고, 인간의 몸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신노스케와 다이스케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들 괜찮습니까?”

“네. 어찌 저찌 괜찮네요. 그나저나, 성좌 분들이….”

“네. 도와주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영광과 나의 대화에 김도은이 끼어들었다.

“전, 알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후훗. 그런 게 있어요. 성좌 분들은 저희를 아끼시잖아요.”

“……”

김도은의 말에 무언가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성좌가 우리를 아낀다…?

나는 아직도 도움을 준 성좌들에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다음 미션에서 내가 살아남기 전까지는 의심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A? 계십니까?”

하늘을 올려다본 나는 관리자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힘만 전해준 것인가…?”

“오라버니. 괜찮아요!?”

“네. 죽을 뻔했네요. 하하….”

울먹이는 진선미를 바라보며 나는 쓰게 웃었다.

<타카마가하라>의 두 주신급 성좌가 개입한 것은 나의 존재를 경계해서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생각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성좌들의 도움에 정신이 어질어질한 나였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었을까.

* * *

상황이 일단락되자, 다들 맨바닥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였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전에 느껴보았던 기운이 들기 시작했다.

“음?”

갑작스레 일어나는 나의 모습에 먼저 다가온 것은 김영광이었다.

“안이 씨. 주변에….”

“네. 꽤 많네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느낀 기운이 아니었다.

오사카…?

나는 한쪽 방향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히로시!!!”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나의 능력을 몰랐는지, 히로시는 답이 없었다.

“나오지 않으면 죽인다.”

“네!! 형님!!! 지금 나갑니다!! 나가는 중이었죠!!”

“……누가 생각나네요.”

“어린애는 어린애라는 거죠.”

동서고금 없이 중2병 걸린 어린아이들은 똑같은 것 같았다.

“아까부터 봤지?”

“딸꾹! 네. 봤죠. 분부하실 일이라도.”

“안 죽일 테니까 정신 차려.”

처음 본 모습과는 다르게 나의 강함을 직접적으로 느낀 히로시는 딸꾹질을 해대며 굉장히 공손해져 있었다.

“말 그대로 도쿄의 집단은 와해됐어. 남은 건 네가 알아서 해.”

“그 말씀은….”

“네가 일본의 대표다. 흩어진 집단을 모아 네놈 세력으로 편입시키는 거? 그것도 도와줘야 해?”

“아이! 형님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저 그 정도는 뚝딱입니다!!”

“……그래. 잘났다.”

나는 곧바로 나라 간 했던 계약을 히로시와 맺었다.

이후는 히로시가 일본을 장악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더 필요한 건?”

“어…. 없습니다!!”

“됐어. 그럼, 더 강해져라.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사람들을 모아.”

“알겠습니다!”

기합이 바짝 든 히로시의 모습을 보자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저희도 가도록 하죠.”

“후! 그래요.”

나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서둘러 행동했다.

이번 일본행에서의 사건은 나에게 크나큰 깨달음을 주었다.

첫째. 다짜고짜 후원자를 죽인다면,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라도 죽이려 하는 성좌들이 존재한다는 것.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자신들 카르마의 양식을 위해 키운 후원자를 누군가가 죽인다?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둘째. 일본의 <타카마가하라>가 나를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다른 성운들도 마찬가지로 나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셋째. <안락국>의 성좌들을 비롯해 소수의 성좌는 어째서인지, 나와 일행들을 아끼고 도와준다는 것.

넷째. ‘명’은 지나치게 많이 변해 대략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

다섯째. 관리자 ‘A’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다른 관리자들과는 다르게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

이 모든 깨달음이 나의 ‘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방해가 되거나 피해를 주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일행들과 함께 한국으로 이동했다.

“다음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나라는 꽤 많은데…. 대표들은 자존심이 쌔서 나라마다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러니…. 한방에 해결해야죠.”

“한 방…?”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일행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은 나는 ‘시드 스토어’를 이용해 한 가지 아이템을 구매했다.

[퀘스트 의뢰서(SSS) - 임의로 퀘스트를 지정할 수 있다.]

일행들에게 보인 아이템은 ‘퀘스트 의뢰서’ 적당한 강함을 지닌 자가 아니면 SSS 등급인 만큼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이 아이템을 이용해 전 세계의 대표를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저희가 못 가면 불러야죠.”

“그거면 올까요? 어떻게….”

“간단합니다. 이들이 혹할만한 아이템이나 시드를 제공하는 거죠. 그것도 적당히 강한 자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조건을 달아서.”

“....?”

“지켜보세요. 그동안 다들 쉬어도 됩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해도 상관없으니.”

일행들이 하나둘씩 맨바닥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일행들을 보며 ‘조금 더 편히 쉴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퀘스트 의뢰서를 사용했다.

퀘스트 의뢰서(SSS)

- 적당한 강함을 지닌 당신들을 초대합니다.

강함의 척도는 나라의 ‘대표’격으로. 초대에 응한다면, 강력한 우군과 더욱 강한 힘 얻을 수 있고 응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맞이하리.

TIP.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한국의 수도 ‘서울’의 광화문 입구로 이동하세요.

제한 시간 – 1시간.

성공 시 – 강해질 수 있다.

실패 시 – 대표자 격 박탈 or 나라의 멸망

“……”

내가 작성한 것이지만, 영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걸로 나라의 대표들이 올까요?”

“네. 아마도…. 올 겁니다.”

“저 같으면 안 갈 텐데….”

“미션의 영향으로 이런 식으로 메시지 창에 뜬다면, 낚여서라도 올 겁니다.”

“아하….”

“이들에게 강해질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일 테니까요.”

“뭐…. 허술하긴 하지만, 안이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솔직히 오지 않는다고해서 나라의 멸망이 이루어지거나, 대표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으로 작성한 의뢰서. 즉, 미션창으로 보이면서도 미션이 아닌 것이었다.

이 말은…. 처음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특수한 미션이 발동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어이없는 표정의 일행들을 뒤로한 채, 퀘스트 의뢰서를 작성한 나는 시스템을 사용해 전 세계의 대표들을 향해 발송했다.

정말이지, 시드 스토어는 없는 게 없는 만능창고 같았다.

문뜩 누가 이 시드 스토어를 운영하고 어디서 이런 아이템들을 구해 올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메시지를 보낸 나는 일행들과 함께 바닥에 둘러앉아 나라의 대표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한 사람 두 사람씩 우리들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러시아의 어떤 여인.

그 뒤를 이어 유럽권의 대표들이 속속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 * *

남은 시간은 10초 남짓.

나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들과 각 나라의 대표들이 이게 무슨 미션이냐며 아웅다웅하고 있었지만, 다짜고짜 전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퀘스트 의뢰서의 시간제한이 종료되었습니다.]

파앗!

시스템의 메시지와 함께 공중에 떠오른 나는 모여들은 대표들을 바라보았다.

몇 사람은 모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자신의 나라가 멸망 할 수도 있다는 혹시 모를 걱정 때문인지, 전 세계의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확성기’ 아이템을 사용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원 투 원 투 췍 췍. 들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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