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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86화 (86/206)

제86화

들려오는 음성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성좌.

수없이 많은 무수한 별들의 주인.

그중에서 일본의 신화를 잇는 자들.

이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

그런 건 애초에 개입하기 위한 구실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아는 이들은 인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내가 그들의 후원자를 죽이거나 핍박했기 때문.

그걸 빌미로 후에 방해가 될 나의 존재를 지우려 한 것이다.

신노스케의 성좌는 성운, <타카마가하라>의 바다와 폭풍의 신 ‘스사노오’였다.

바다의 신, 풍신, 뇌신이라는 이명이 붙어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숭배하고 창조주로서 따랐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다이스케의 성좌는 성운, <타카마가하라>의 ‘아마테라스’.

스사노오가 바다와 날씨 등 기후의 한 축을 맡았다면, 아마테라스는 태양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한 성좌였다.

이 둘의 공통점은….

둘 다 최상위급 즉, 주신 급의 성좌였다.

주신 급 성좌의 강함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곤륜산의 ‘손오공’에 버금가는 강함을 지녔다.

물론,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면 모르는 이야기겠지만.

“어린애 놀이터에 무슨 일이죠?”

짓눌리는 압력에 억지로 버텨내며 성좌를 향해 말했다.

[건 방 진 인 간 이 여, 어 찌 신 들 을 거 스 르 려 하 는 가.]

“거스른다…. 애초에 따른 적이 없는데, 거스르다가 맞는 겁니까? 제가 죽인 것은 저를 공격한 인간입니다. 그런데…. 고작 그런 이유로 미션을 방해하고 개입한다는 겁니까?”

나의 말에 더욱더 거센 압력이 나를 짓눌렀다.

“큭…!!”

그 압력이 어찌나 거센지 나조차도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괜찮…. 큭….”

일행들은 이미 바닥에 엎드린 개구리처럼 늘어져 있었고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성좌의 등장에 몇 만 명의 인원이 절이라도 하는 듯한 광경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직접적으로 진체가 강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마저도 주신급 성좌의 강함 앞에서는 버티는 게 전부였다.

[인 간 이 여, 한 가 지 제 안 을 하 지.]

대답할 정신은 없었다.

오히려 대답해야 할 정신은 그의 거센 압력을 버텨내는 것에 사용하는 중이었다.

젠장, 어쩌지? 이런 상황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여러 번 변한 ‘명’에서조차 성좌의 직접적인 개입은 없었다.

성운이 서로를 향해 이를 간 적은 있었지만….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거겠지.

아직….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나는 정신을 더욱더 강하게 차려 숙주인 다이스케를 바라보았다.

[성운, <타카마가하라>로 오너라. 그렇다면, 이 장소에 있는 모두를 살려 줄 것이니.]

끊겨서 들리던 성좌의 목소리는 어느새 압력을 거둬들이고 평온한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이죠?”

[인간 주제에, 본 좌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인가? 역시…. 이 세계의 이레귤러답구나.]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보이는 성좌의 말에 나는 조금 더 겸손하게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하찮은 인간입니다. 그런 제가 어찌 성운, <타카마가하라>에 가입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입에 발린 소리는 집어치우거라. 내 너의 생각을 모를 줄 아는가!?]

스사노오는 나의 의중을 아주 쉽게 파악이라도 한 것처럼, 조금씩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전, 아직 ‘카르마’를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

[‘카르마’란 네놈의 행보를 보면 자연스레 모일 것이다. 성좌가 되어 <타카마가하라>로 오너라.]

강압적인 스사노오의 말에 무언가 툭.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성좌가 될 생각도 어느 성운에 자리를 잡을 생각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

그리고 나의 일행들과 미션을 헤쳐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 끝에는 뭐가 있을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내가 바란 방식은 아니었다.

“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실 것 같으니 한 마디 드리죠.”

[뭐…. 라고…?]

“난 당신들 같은 성좌가 되어 바퀴벌레처럼 생을 연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거절하도록 하죠.”

[이놈이!!!]

“큭…!!”

건방진 인간의 말에 스사노오는 처음과는 달리 엄청난 출력으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이들이 이 전장에 개입할 ‘카르마’는 이곳에 그다지 없다.

그렇다는 건, 조금만 버티면 자연스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온다는 소리였다.

스사노오를 포함해 어느 성좌든 간에 ‘미션’은 진행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성운, <타카마가하라>가 전장에 개입합니다.]

[성운, <타카마가하라>가 전장에 ‘카르마’를 부여합니다.]

[성좌, <뱀을 처치한 바다와 폭풍의 영웅>이 전장에 개입합니다.]

[성좌, <꺼지지 않는 왼쪽눈의 태양>이 전장에 개입합니다.]

쓰러져 있는 다이스케가 일어났고 두 동강이 난 신노스케의 머리와 몸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실로 기괴한 현상.

“…뭐?”

어이가 없었다.

고작,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려 성운 전체가 카르마를 소모했다?

더욱더 말도 안 되는 것은 최상위급의 주신 두 성좌가 인간의 몸을 빌려 나의 눈앞에 현현(顯現)하고 있었다.

파지 직- 파직.

엄청난 스파크가 허공에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 두 성좌의 강함은 그저 그런 최상위급의 강함이 아니었다.

주신.

주신이란 성좌들 중에도 다른 성좌들의 우두머리 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성좌가 둘.

물론,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의 강함을 100% 온전하게 강림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강함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크하! 인간 세상은 오랜만이군. 그렇지 않소? 누이!]

[그렇구나. 시간이 얼마 없다. 빨리 해치우고 가도록 하자. 우리는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

[누이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소. 구경이나 하시오.]

다이스케와 신노스케의 몸을 빌린 두 성좌는 조금씩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온갖 방법을 전부 생각해보았지만, 이들에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일행들을 1초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주어야 했다.

“다들 정신 차리고 ‘전이의 깃털’을 사용하세요. 한국에서 봅시다. 시간은 내가 끌 테니.”

짝!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오른손을 이용해 나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스킬, ‘냉정’이 있다면 괜찮았지만, 스킬의 효과로 무마 시킬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최상위권에 속하는 주신은 그만큼 나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다.

“어서요!!”

나의 외침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김영광이었다.

“안이 씨. 저희가 무엇 때문에 강해지기 위해 발버둥 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그런 이야기 할 때가…!”

“저희는 안 갈 겁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영광 씨. 제가 하는 말 들어서 어긋난 적 있나요?”

“없습니다. 이번만큼은 듣고 싶지 않네요. 안이 씨를 위해 죽겠습니다. 같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모두 친구고 동료 아닙니까? 같이 싸웁시다.”

“하….”

김영광의 말은 고마웠다.

하지만, 이대로 싸운다면 나를 포함해 김도은, 김영광, 진선미 그리고 일본 도쿄의 집단들과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이민영까지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숨을 쉬는 나의 모습에 김영광의 근육이 더욱 단단해지며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도은이 자신의 활을 들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의 어깨를 툭툭 치는 김도은의 손에서 차가운 달의 기운이 느껴졌다.

“두 사람….”

“왜 또 혼자 맞으려고 하세요? 자기가 무슨 영웅인 줄 아나?”

“…….”

나는 이들을 믿어야 할까?

“오라버니. 이번엔 녹여도 되죠?”

“선미 씨….”

아니, 이 전부터 믿었어야 했을까?

“이번엔 다 같이 가시죠.”

“영광 씨….”

동료란 이런 것이었을까?

“발목 잡을 정도로 저희는 약하지 않다고요.”

“도은 씨….”

믿자. 믿어보자. 나 혼자서는 이후의 미션도 장담할 수 없다.

“좋습니다. 대신….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됩니다.”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성흔과 버프를 최대치로 사용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화안금정, 선인의 격을 사용했고 그 뒤를 이어 선인의 기운으로 버프 효과와 시간을 증대시켰다.

다음은….

시간은 짧지만,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킬, [정령화 LV1]을 사용합니다.]

[제한 시간 – 1분.]

[정령화로 인해 모든 능력치와 스킬의 데미지가 1,000% 상승합니다.]

시간은 단 1분.

최근에 얻어온 필살의 스킬이었다.

비장의 수단.

정령화를 사용하자, 없어졌던 나의 왼팔이 마력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시적인 능력치의 상승으로 용광검이 최종 성장합니다.]

[아이템 명 : 용광검(신기) - 9단계

아이템 설명 : 성좌, ‘해동의 천왕랑’이 사용하던 세 가지 신기중 하나로 사용자는 천왕랑의 힘을 일시적으로 끌어 낼 수 있다.

봉인이 풀려 신마저 죽일 수 있는 ‘신살’의 기운이 깃들었다.

아이템 속성

스킬 공격력 : 200%

방어 무시 : 200%]

파스스

용광검에서 더욱 찬란한 빛이 번쩍이더니, 나의 왼손에 쥐어졌다.

동시에 성좌, ‘해동의 천왕랑’의 힘이 깃들어 오른손에는 마력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검이 생성되었다.

아무래도 일시적으로 끌어낸 힘은 에메랄드빛 검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양손에 쥔 두 가지의 검에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안이 씨. 그 정도면 인간을 벗어난 강함 아닙니까…?”

“저도 처음 사용해 보는 거라서.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기회를 만들도록 하죠.”

기회는 단 한 번.

힘을 소진해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를 강제로 올려보내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이들이 카르마를 소모해 나타난 만큼 강제로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었다.

나는 이 부분을 캐치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남은 시간은 50초.

[오…. 인간 주제에 제법이군.]

“닥쳐. 밥벌레 같을 놈아. 너희도 원래는 인간이었어. 너무 오래돼서 잊었나?”

[크크큭. 아이야, 건방진 그 입을 찢어주도록 하마.]

[누이! 이놈은 내가 맡겠소. 구경이나 하시오.]

[또 신이 났구나.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처리하도록 하거라.]

혼자 싸우겠다는 스사노오의 말에 조금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만심.

나의 처지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상황이었다.

둘이 아닌, 하나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양손의 검을 강하게 쥔 나는 신노스케의 몸을 회복시켜 강제로 강림한 스사노오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물론….

여기서 목이 잘려 나간다고 한들, 이들은 죽지 않겠지만.

타격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카르마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공격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스사노오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무쌍 난무를 활용해 검기를 날리고 막힌다 싶으면 그 뒤를 이어 파천신군, 윤민의 무공을 사정없이 날렸다.

[큭…! 제법이구나. 재밌구나, 재밌어! 으하하.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기세가 점점 나에게로 기울자, 먼 거리에서 기회를 보던 김도은이 달의 정기를 받아 화살을 날렸고 엄청난 크기로 변해 버린 김영광이 거대한 바위를 스사노오에게 집어던졌다.

“제 차례네요!”

이어지는 공격은 진선미의 독.

당장 먹히지는 않을지라도 아주 데미지가 없지도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령화까지 사용한 나의 강함을 짓밟기라도 하듯, 모든 공격들을 맨몸으로 받아들여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간의 형상이 눈에 보였다.

“이런 미친…. 다들 피해요!!!”

쿠릉. 쿠르릉.

쾅!!!!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에서 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의 벼락이 나를 향해 떨어졌다.

“커억….”

“안이 씨!!!”

다급한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단 한방으로 온몸이 검게 그을리고 입에서는 끊임없이 검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아직…. 아직 아니야….”

[크하하. 그걸 맞고도 살아있다니, 칭찬할만하군. 아버지와 어머니가 네놈을 끌어들이라는 이유를 알겠어.]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를 말하는 건가…?”

[동생아. 하찮은 인간의 입에서 부모님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구나. 지금 당장,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개입하겠다.]

[아아. 안 그래도 죽이려고. 어디서 건방지게.]

단 한방으로도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나를 향해 하늘의 먹구름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하…. 방법이 없는 건가….”

한 방이 아니었다.

하늘에는 나에게 쏟아진 벼락이 한 개가 아닌, 수십 발이 나를 꿰뚫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건방진 인간이여, 신에게 대항한 것을 죽어서 후회하거라.]

스사노오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천둥을 나에게 떨구려는 순간이었다.

번쩍!

스아아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이 정도 모아 온 것이 한계라고 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자신의 제자를 위해 목탁을 마구 치기 시작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언제나 당신을 응원한다고 말합니다.]

[성좌, ‘달과 순결의 상징’이 자신의 후원자를 항상 아껴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지금 죽으면 아린이는 어떻게 데려올 것이냐 화를 냅니다.]

[성좌, ‘조선의 시조’가 <타카마가하라>에게는 지지 말라고 말합니다.]

[성좌, ‘한반도의 무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성좌, ‘도술의 대가’가 당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성좌, ‘한반도 전쟁의 신’이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무패의 해신’이 당신을 향해 쌍룡검을 높이 치켜듭니다.]

.

.

.

[다수의 성좌가 극소량의 ‘카르마’를 제공합니다.]

[다수의 성좌의 힘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어?”

그동안 나를 지켜봐 온 모든 성좌가 나에게 극소량의 ‘카르마’를 제공했다.

일본을 미워하는 성좌, 한국의 평화를 바라는 성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인 것 같았다.

개중에는 나를 미워하면서도 죽지 말라는 듯 보이는 성좌도 보였다.

그리고….

뜻밖의 인물이 개입한 것에 놀란 나는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관리자 ‘A’가 극소량의 ‘카르마’를 제공합니다]

[관리자 ‘A’의 힘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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