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꺼지지 않는 왼쪽 눈의 태양?
본 적은 없었지만, 이 성좌가 누구인지는 단순하게 알 수 있었다.
나의 ‘명’ 때문에.
지구에서는 나라 간 최상위급의 신화가 존재했고, 그에 따라 신화 속의 최상위 성좌가 존재했다.
일본으로 치자면, ‘꺼지지 않는 왼쪽 눈의 태양’ 같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숨어, 저격을 하는 사람은 단순한 정찰조가 아니었다.
최상위급의 성좌를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사람.
물론, 상대가 어렵다거나 말도 안 되게 강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 덕분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정도였다.
퍽!!
상대의 위치를 재빠르게 감지한 나는 검은 불꽃을 사용하는 사내를 발로 차 저 멀리 날려버렸다.
“큭….”
“눈 안 깔아? 자꾸 쏘네?”
꽤 강하게 걷어냈다고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강한 배후성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한순간에 기절하지 않고 나를 향해 불꽃을 난사했다.
화륵!
“어이쿠.”
휙!
퍽-!!
재빠르게 불꽃을 피한 나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 주먹을 쥔 나는 일본인의 얼굴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고개가 돌아갈 정도의 강한 공격.
“헉…. 헉…. 괴…괴물…!!”
“응. 아니야.”
퍽!
퍽!!
퍽!!!
“끄…. 끅…”
엄청난 타격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이미 우리를 습격한 사람들은 일행들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한 곳에 모여든 상태였다.
“안이 씨. 이제 어떡합니까?”
“빨리 오셨네요. 영광 씨.”
일행들과 습격한 사람들을 한데 모으자, 검은 불꽃을 사용하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너 혼자 남았는데, 더 할 거니?”
“그…. 그만…!!! 제발 그만해!!”
팅팅 부어 얼굴 전체가 피로 물든 사내는 나를 향해 울부짖었다.
“지금부터 한 번만 물어볼 거야. 질문은 내가 하고 넌 대답만. 알겠지?”
“아…. 알겠다.”
* * *
한편 사내는 그야말로 혼이 나갈 것 같은 심정이었다.
자신을 이렇게 무력화시킨 사람이 있었던가?
일본의 그 어떤 상위급 성좌를 배후성으로 둔 사람도 자신을 이렇게 대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도쿄를 지배하는 그 사람조차.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안은 공포 그 자체였다.
“너희 대표 어디 있어?”
“……”
“한 번만 물어본다고 했지?”
빡!!!
곧바로 대답하지 않는 사내를 향해 주먹을 한 번 더 휘둘렀다.
“끄….”
“뭐라고?”
“말하겠다. 제발 그만….”
* * *
“잔인해지셨네요. 안이 씨.”
“도은 씨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네요. 쟤들 머리 뚫린 거 안보입니까?”
“아하하….”
나는 사내를 향해 주먹을 다시 들어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말한다!! 말하겠다!!!”
“옳지. 어디 있어?”
“세…. 센소지에 있다.”
“센소지?”
“그렇다. 진실이다. 제발 나를 좀….”
두려움에 가득 찬 사내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말투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안 변했군. 혹시 몰라서 물어본 거지만.”
사실, 나의 ‘명’으로 인해 이미 알고 있었다.
또다시 변하기 시작했기에 헛걸음하지 않기 위해 질문을 한 것일 뿐.
“오라버니. 얘들 다 녹여 버릴까요?”
“그냥 두세요. 반격은 못할 겁니다. 머리통을 뚫고 녹이네! 마네라고 하니, 저희가 악당 같네요.”
“안이 씨. 악당 맞습니다…. 이들의 지역을 침입한 건 저희니까요.”
“아….”
김영광에 말에 맞는 말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네? 네!!”
“이름이 뭐지?”
“다…. 다이스케입니다!!”
“그래. 난 한국의 이안이야. 혹시라도 일본에서 날 방해하면 그땐 죽일거야.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나는 몸을 돌려, 일행들을 향했다.
“다들 가시죠. 장소는 알고 있습니다. 빨리 해결하시죠. 갈 곳이 많으니.”
다이스케라는 일본인에게 들은 장소는 ‘센소지’.
이 장소는 일본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았을 장소였다.
물론….
역시 나는 가본 적이 없다. 일본도 센소지도.
센소지는 도쿄에 존재하는 곳으로 도쿄 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도쿄의 전통을 느끼기엔 가장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그럼, 가시죠. 가장 늦게 도착하는 사람 대표랑 싸우기입니다.”
“응? 그럼 안이 씨는 안 싸우겠다는 거잖아요!!”
“안이 씨. 전 이동 스킬이 그다지….”
“오라버니. 천천히 오세요!!!”
나의 장난 섞인 말에 가장 먼저 자리를 벗어난 것은 진선미였다.
나름대로 나의 속도에 맞춰 같이 행동을 해서인지, 스킬의 레벨이 꽤 올라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안갑니까?”
“아, 진짜!”
“도은 씨, 안이 씨. 미안하지만 제가 먼저…!!”
다음으로 출발한 것은 이동 스킬이 그다지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김영광. 그 뒤를 이어 곧바로 김도은이 출발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단순한 장난이었지만, 이들 정도의 실력이라면 한 나라의 대표와 견주어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 가볼까.”
* * *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
센소지의 입구.
가장 늦게 출발했음에도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나였다. 그 뒤를 이어 진선미가 도착했다.
“으하하하. 결과가 웃기네요. 아쉽지만, 도은 씨가 꼴등이에요.”
“에이! 내가 이 곰탱이보다 느리다고요!?”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크크큭.”
진선미가 그런 김도은을 바라보며, 비웃기 시작했다.
“나중에 언니한테 오렴. 빠르게 해줄 테니.”
“으으으!!!”
자존심이 강한 김도은이어서인지, 자신이 꼴등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김영광과 김도은은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에 힘을 쓰느라 이동 스킬의 레벨은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마저도 김영광이 더 빠르다는 것은 놀라울 뿐이었다.
“슬슬 나오겠네요.”
“네? 누가?”
나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등장한 것은 도쿄를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대장이었다.
“생각보다 바로 나오니, 반갑네요?”
“넌 누구지? 다이스케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 네놈인가?”
“다이스케? 아. 그 불쏘던 놈.”
“네놈이 맞군…. 감히, 내 동생을…!!!”
“어쩐지 멍청해 보이는 게 닮았더라.”
“안이 씨. 외모 비하는 나쁜 거예요!”
“……아까 영광 씨한테 곰탱이라고.”
“아….”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이 대화를 나누자, 금방이라도 공격해올 듯.
도쿄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놈 만신창이가 됐다고?”
“그렇다. 무슨 잘못을 했다고 어린애한테…!!”
“먼저 공격받은 건 난데? 아, 그리고 그 공격을 시킨 건 너잖아? 그럼 내가 아니고 네놈이 잘못 한 거네. 못된 형 같으니라고.”
“이 새끼가!!! 죽여!!!”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우리들을 향해 쏟아져 오는 도쿄의 집단을 유격하기 시작했다.
“도은 씨는 약속대로 저놈 맡아요!”
“쳇.”
대표를 담당한 것은 김도은.
나와 김영광 그리고 진선미는 그 외 다수의 집단을 상대했다.
“그나저나, 민영 씨는 어디로 보낸 겁니까?”
“아. 그녀와 관련된 배후성의 게이트가 이곳에 있거든요. 겸사겸사.”
우리는 강했다.
너무나도 강한 탓에 오히려 대화를 나누며 전투를 벌일 정도로 여유로웠다.
“혼자서 괜찮겠습니까?”
“네. 그 게이트는 전투형 게이트가 아니거든요.”
“스토리 진행 식이겠군요?”
“네. 그녀라면 손쉽게 클리어할 겁니다. 그다지 어려운 장소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빨리 끝내고 도우러 가시죠.”
김영광이 힘을 조금 쓰겠다며, 앞으로 나서 도쿄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말도 안 되는 강함을 가진 채, 자신들을 죽이려는 악마 같은 사람들은 우리였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조금 불쌍하네. 너무 팼나.”
전투력이나 강해진 것은 우리가 맞았지만, 수적 열세에 몰린 것은 우리였다.
이들 또한 일본에서 성장한 시스템의 각성자였으니.
“다들 힘들어 보이시는데?”
“놀지 말고 어떻게 좀 해봐요!! 너무 많아요!”
김도은이 자신의 무형시를 날려대며 사람들을 처치했지만, 엄청난 수 앞에서 그들의 대표 앞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성좌, <꺼지지 않는 왼쪽 눈의 태양>이 당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냅니다.]
“응?”
[성좌, <꺼지지 않는 왼쪽 눈의 태양>이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 말합니다.]
“알 게 뭐야.”
스릉.
일행들의 실력을 보고자, 방관만 하던 나는 용광검을 꺼내 들었다.
“그럼….”
죽는다면 어쩔 수 없었지만, 굳이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들도 중요한 전투원들이기 때문이었다.
훗날 다섯 번째 미션이 진행된다면, 전 세계인들은 한데 모여 단합을 해야만 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살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죽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 ‘파천 만뢰공’을 사용했다.
쾅!!!
쿠르릉-!
“다들 뒤로 빠져요.”
나의 말을 알아들은 일행들이 뒤로 빠지는 순간 용광검을 휘둘러 파천 만뢰공을 사정없이 전개했다.
“괴…. 괴물이다!! 도망가!!!”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검게 타 재가 되어 으스러지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챙-!!!!
“개자식!!!”
“왔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맞는 말을 하는 대표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물론, 이들의 입장에서였지만.
“잘못한 것은 없지.”
“그렇다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지!? 우리는 침입자가 있어 공격한 것뿐이다.”
“다짜고짜? 대화를 시도했으면 대화로 끝낼 수 있었는데?”
“그…. 그건…. 오사카 놈들인 줄 알고….”
“뭐, 됐고. 일단 맞자.”
“뭐…. 뭐?”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두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던 대표가 거리를 벌렸다.
“대…. 대화로 푸는 것은 어떤가?”
“아까 네 동생 어쩌고 하더니?”
“그.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단 한 번의 스킬로 엄청난 수의 인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는 모습에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점점 전의를 잃어가는 대표였다.
하지만, 나는 이 대표라는 사람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좋아. 단순하게 말할게. 우리와 동맹을 맺는 건 어때?”
“분명히…. 한국인이라 했는가?”
“응.”
“동맹을 맺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첫째. 일본은 지금 분열되어있어. 오사카와 도쿄로. 하나로 결합해야 할 필요가 있지.”
“그건 그렇다만….”
“둘째. 앞으로의 미션에서 살아남으려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단결해야 해. 믿든 말든.”
아주 잠시 고민 하던 도쿄의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좋다. 동맹을 맺도록 하지. 내 이름은 신노스케다.”
신노스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뭐였더라. 만화 주인공이었나…?
나는 동맹을 맺는다는 신노스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전에 나라들과 맺은 계약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신노스케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성흔을 사용해 나를 공격했다.
“죽어라!!! 이 새끼야!!!”
“그럴 줄 알았어.”
강렬한 천둥 벼락이 나의 머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쿠쾅!!!!
“안이 씨!!”
거센 성흔의 공격에 흙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어떠냐 이 새끼야!!! 이 성흔은 일본 내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일….”
스걱-!
“끄아아아악!!!!”
신노스케는 당연히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우렁찬 목소리로 나를 비웃었지만, 오히려 팔이 잘려 나간 것은 신노스케였다.
나는 알고 있었다.
신노스케라는 이 사람은 비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언제가 되었든 나의 뒤통수를 칠 것을.
이런 놈은 처음부터 솎아내는 것이 내가 살아남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내…. 내 팔!!!”
“뭘, 팔 한 짝 가지고.”
냉정하게 팔 한쪽을 베어내자, 두 눈의 초점이 풀리기 시작한 신노스케가 울부짖었다.
“사…. 살려주시오. 내가 잘못했소.”
신노스케가 살기 위해 나를 향해 도게자를 하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불쌍한 감정이 들었지만….
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용광검을 신노스케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스각-!
“너 같은 놈은 언제가 됐든, 날 귀찮게 할 거 같거든. 미안하다.”
용광검을 사용한 나의 일격은 신노스케와 그의 목을 가볍게 분리해놓았다.
도쿄의 대표는 다른 이로 만들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울부짖으며 한 사람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혀…. 형님!!!”
이놈은 조금 아쉬운데…. 이런 모습을 봤으니, 어쩔 수 없군.
나는 달려오는 다이스케를 죽이려 몸을 움직였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달려오는 다이스케가 갑작스레 자리에 우뚝 서더니,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며 나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중력…? 뭐지?
”큭…. 안이 씨, 이게….“
”오라버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압력이었다.
내가 느끼는 압력이 이 정도라면 일행들은 버티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때였다.
[하 찬 은 인 간 주 제 에.]
“하, 좀생이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