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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84화 (84/206)

제84화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와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아시아를 제외한 일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의 대표들이었다.

그 중 눈앞에 가장 먼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대표였다.

이름이….

키와타 히로시였던가.

물론,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명’에서의 만남만 있었을 뿐.

1억 2천만 명이 넘는 인구 중에 18살밖에 안 된 이 아이가 일본의 대표가 된 지에 대해서는 ‘명’에서도 보았듯, 간단한 이유가 있었다.

편법이나 부정한 방법이 아닌, 엄청난 재능과 특별한 특성 덕분.

어쩌면, 이 아이의 특성과 재능을 이용한다면 이계의 무림과의 침공전에서 우리들이 승리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리라 생각했다.

나는 누워서 움찔거리는 히로시의 몸을 발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야, 일어나. 안 일어나면 머리통 날아간다?”

“……”

히로시는 대답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행동에 궁금한 일행들이 모두 히로시를 둘러싸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누워있는 고등학생을 엄청난 수의 어른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히로시는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도은 씨. 궁술이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요? 일단…. 이놈 머리통에 한 발….”

“어머. 그래도 돼요? 어린애와 노인과 여자는 지킨다는 주의 아니셨나요?”

“이놈, 이거 덩치를 보세요. 어딜 봐서 어린애예요.”

“아…. 안이 씨보다 크네요.”

“요즘 애들은 발육이 좋네요. 부럽게도.”

김도은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눈을 뜬 히로시가 얼굴이 시뻘게져 나를 향해 버럭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은 안 했지. 너랑 비슷한 놈이 생각나서 좀 골려주고 싶었어.”

“으아아아!!!!”

안재훈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기는 했다.

강함의 격차를 겪고 패배를 인정한 안재훈과는 다르게 히로시는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끈기…? 객기…?

뭐, 나한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쿵!

“꺽…!!”

나를 향해 허공에 주먹질하는 히로시를 가볍게 태극검을 사용하듯 팔을 돌려 바닥에 내리쳤다.

“그만하고, 우리 할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니?”

“뭐…. 뭐!! 무슨 얘기를 할 건데!! 우리 일본을 네놈 지배하에 두려고!?”

아주 오래전 한국과 일본의 관계성을 생각한다면, 히로시의 말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제 와서 그런다고 나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앞으로의 미션은 모두가 합심해야 하는 것.

복종이 아닌 협력이 나에겐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뭐, 그건 관심 없는데 혹시 그런 거 바래? 원하면 해줄 수도 있는데.”

“아…. 안 그런다고?”

“어.”

“그럼 왜 자꾸 패는데!!”

“너보다 어린놈이 하나 생각나서. 나중에 그놈이랑 싸움이나 시켜볼까.”

“……??”

“아 뭐, 개소리야. 아무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제야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자, 히로시의 눈이 한껏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뭘…. 어쩌기는…. 내가 졌으니, 형씨 부하가 돼야 하는 거 아니야…?”

“어쩌다가 이런 놈이 대표가 된 거지…?”

“오라버니! 그냥 조지는 게 어때요!? 제 독을 사용할까요!?”

“아니요. 넣어두세요.”

진선미가 독을 사용하겠다며 걸어 나오자, 김도은이 어째서인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둘은 친해지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려 히로시를 바라보았다.

“너. 일본 전체의 대표가 맞긴 하냐?”

“당연하지!!! 라고…. 말 하고 싶지만, 나는 일본 전체의 대표가 아니야.”

“그럼?”

히로시는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나의 물음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존재했다.

그중 한 집단이 히로시가 이끄는 집단이었다.

자신은 강함 덕분에 시스템의 인정을 받아 일본의 대표라 불리었지만, 사실상 일본의 대표 자리에 어울리는 건 도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이었다.

세력도 크거니, 히로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그의 강함도 절대로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그를 지원해주는 배후성도 일본에서 꽤 이름 있는 자였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어떡할 건데? 나를 강제로 복속시킨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남아있다고. 그 사람은 나도 못 건드는 거물이야.”

“시끄럽게 짹짹 거리지 말고. 하나만 더 물어보자.”

“……?”

“그 사람을 내 지배하에 둔다면, 너도 날 따를 거냐?”

“그야…. 당연하지 않겠어?”

“좋아. 그전까지는 알아서들 행동해. 상황이 마무리되면 찾아갈 테니.”

“……??”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나의 모습에 히로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의 왕이 되었지만, 나의 권한이 먹히지 않는 ‘무법지대’라는 지역이 있다.

일본도 비슷한 이유로 두 가지 집단으로 나뉘어진 것.

간단한 이유였다.

“도은 씨, 영광 씨, 선미 씨, 민영아. 여행 갑시다.”

“여행이요…?”

“일본 여행.”

갑작스럽게 행선지를 결정하는 나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일행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해든 씨.”

“네. 기다렸습니다. 안이 씨.”

“준비는 되셨고요?”

“당연하죠. 이번 전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전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요.”

목숨이라도 걸겠다는 듯. 비장한 임해든의 표정에 의심할 바 없는 의지와 결심이 묻어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죽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 하나 당신을 도와주지 못 할 거예요.”

“괜찮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겁니다. 전….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권민재의 죽음으로 인한 자극 때문인지, 처음 봤을 때부터 천하태평에 느긋느긋한 임해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한 사람의 죽음으로 누군가 변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왕 강해질 거, 민재 씨 몫까지 부탁드릴게요. 가능하시겠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임해든이 강해질 방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당장 콧대 높은 임해든의 배후성을 설득할 수는 없었지만, 임해든이 강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후원자를 인정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럼…. 이 아이템들을 잘 사용하세요. 핵심은 전 세계 동, 서, 남, 북의 신수를 처리하고 중앙의 황룡의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겁니다. 다섯 개의 게이트를 해결한다면 해든 씨는 지금보다 몇 십 배는 강해질 거에요.”

“말로는 쉽지만, 역시 어렵겠군요.”

“네. 신수는 결코 약한 자들이 아니니까요. 중앙의 황룡의 게이트는 적어도…. SSS급 이상입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저 또한 강해져야 하고 나라 간의 대표를 만나 해결 지어야 할 부분이 남아있어서 힘들겠네요.”

“괜찮습니다. 충분히 생각한 부분이니, 제 걱정은 마십시오.”

임해든이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자리를 비우자, 나는 곧바로 영혼을 소환해냈다.

영혼 소환. 이재신, 윤문.

스스스

“두 사람 현재의 강함은요?”

“난, 70%는 회복했다. 주인.”

“아직도? 재신 아저씨는요?”

“음…. 이 정도면 거의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겠군.”

아무래도 강함의 차이가 나서인지, 70%만을 회복한 천마, 윤문과는 달리 이재신은 죽기 직전 강함을 되찾은 것 같았다.

“문이한테 많이 배웠습니까?”

“음! 이전에 비하자면, 더욱 강해진 기분이 드는군. 무공이란 참으로 대단해.”

“하하. 다행입니다. 그럼…. 혹시 아직도 배후성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이재신은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시선을 나에게 고정해 말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네.”

“……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물어본 것이었다.

배후성이 없어도 윤문만큼 강해진다면 나에게 아주 안 좋은 패가 아니었다.

그런데…. 배후성의 힘까지 사용 할 수 있다?

성흔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큰 힘이 생긴 것 같아 당황해하던 나에게 이재신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문제는, 전과 같은 동조화는 아직 불가능하다고 하네. 영혼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쌍룡검의 사용도 아직은 무리인 것 같네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충무공께서 최대한 도와주겠다 하시네.”

“알겠습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보며, 말없이 충무공의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나름대로의 인사였다. 물론, 그 인사를 받아주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성좌, ‘무패의 해신’이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받아주었군.

“두 사람은 해든 씨를 쫓아가세요. 최대한 안 걸리게 뒤를 봐주고 그를 도와주세요. 어렵겠지만 제가 살아 있는 한, 두 사람이 죽을 일은 없을 겁니다.”

“알겠네.”

“주인.”

“왜?”

“다음은 여성 영혼으로….”

“빨리 꺼져.”

“알겠다.”

윤문 이놈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

자신보다 강한 후임이 들어와도 이럴 건가?

나는 문뜩 윤문을 골려 줄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 그건 천천히 해야지. 크크큭. 재밌겠는데?

그렇게

임해든은 전 세계에 자신의 배후성과 관련된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 나에게 복속된 영혼, 이재신과 윤문이 임해든의 헬퍼로서 따라나섰고, 다음으로 나를 포함해 김도은과 김영광 그리고 이민영과 진선미는 나를 따라 일본의 도쿄로 움직였다.

남은 서울의 사람들과 아시아권의 사람들 또한 10일간 강해지기 위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가장 빠르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남은 세계의 나라들과 반 토막 나버린 도쿄의 집단이었다.

* * *

대략적인 정리를 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전이의 깃털’을 사용해 일본의 도쿄로 진입해 있었다.

“다들 일본은 처음이죠?”

“네? 아닌데요. 저 일본 와봤는데.”

“저도요!”

“저도 전 여자친구와 함께 와봤습니다. 물론, 도쿄는 아니었지만.”

“오라버니는 처음이신가 봐요?”

“……다들 처음이 아니군요. 전 처음입니다.”

처음엔 이들에게 새로운 나라를 보여주는 것이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는 일본을 와 본 적이 없었고….

나머지 네 사람은 일본을 와 본 적이 있었다.

“네. 아무튼 잘난 척 좀 하려고 했는데, 망했네요.”

“크크큭.”

“그럴 수 있습니다. 안이 씨. 여성들 앞에서는 어깨가 으쓱하고 좀 있어 보이고 싶은 그런 마음. 이해합니다.”

“아니, 그거 아닌데요….”

김영광의 뼈를 때리는 한방에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진심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명’에서의 기억을 토대로 일본을 가이드 할 생각이었다.

뭐, 그것마저도 실패한 것 같지만.

오랜만에 일행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

도쿄로 진입한 시점에서 우리는 도쿄 집단의 감시를 받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아서들 나타나겠지.

“그나저나, 두 분은 게이트를 모두 클리어하신 겁니까?”

“네. 꽤 고생했어요. 짧은 시간 전부를 클리어하는 것은 꽤 힘들었으니…. 하지만….”

“저희 둘 다 마지막 하나의 게이트는 클리어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의 난이도는 아무리 높게 보아도 SSS급 이상이었거든요.”

“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며 이들의 배후성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렵긴 하겠네요. 그 부분은 제가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도은과 김영광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서히 주변의 기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긴장하세요. 옵니다.”

화륵!

나의 말을 신호와 함께, 우리를 향해 공격해온 것은 ‘검은 불꽃’.

나와 일행들은 검은 불꽃을 피해내며 주변을 감지했다.

“저를 중심으로 1km 근방에 있습니다. 다들 저 불꽃에는 당하시면 안 됩니다.”

“네!”

샤삭!

나의 말에 각자, 자신의 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나는 검기를 사용해 우리를 급습한 집단을 하나하나 죽이기 시작했다.

김도은은 나보다 더 먼 곳으로 이동해 자신의 활로 저격을 했다.

그리고 김영광은 당연하다는 듯 제자리에서 이민영을 지켰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맞는 합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문뜩…. 이 자리에 없는 ‘임아린’이 크게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저놈은 제가 맡을게요!”

하늘에서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이 나를 향해 쏟아지자, 직접적으로 닿지 않으며 불꽃의 주인을 향해 이동했다.

“쥐새끼 같은 놈. 여기 있었네?”

“오…. 제법인데?”

[성좌, <꺼지지 않는 왼쪽 눈의 태양>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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