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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83화 (83/206)

제83화

진예화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본인들이 열세에 몰리지 않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예화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10일간의 시간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더욱더 강해진다면, 네 번째 미션을 클리어 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물론, 우리가 강해짐에 따라 저들도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성좌의 도움을 받고 안받고는 큰 차이였다.

“뭔가 노리고 있군요.”

“글쎄요?”

살살 웃는 진예화의 표정에서 위화감이 느껴진 것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가 강한 건 맞지만,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잠시 기다리시죠.”

진예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주축 멤버들을 모아 대화를 시작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근방 나라의 대표들과 각 지역의 대표들.

그리고 김도은과 김영광.

“다들 이야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강함을 인지하고 내 말을 그대로 따를 것이었다.

하지만, 근방 나라를 휘어잡고 있는 이들은 달랐다.

“이봐. 우리는 자네를 가장 강한 자라 인정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자네가 모든 이의 대표처럼 행동하는 거지?”

“그렇군. 나 또한 그 부분은 같은 생각이다.”

가장 먼저 나의 앞에 나선 사람은 일본과 북한의 대표였다.

상황을 어찌 알고 곧바로 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이곳에 온 것은, 단순한 나의 감일 뿐이었지만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말뿐만이 아닌, 무력으로 사람들을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훗날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반발심을 품은 대표들이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미션의 진행을 방해한다면, 그야말로 전멸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 번째 미션이 끝난 뒤, 나의 ‘명’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를 포함한 지구인은 다섯 번째 미션에서 몰살당하고 만다.

정해진 운명.

내가 살아야 했지만, 반대로 나 혼자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네 번째 미션까지는 모든 나라의 대표들을 내 사람으로 포섭해야 해. 뭉치지 않으면, 몰살은 정해진 이야기니까.

두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단순했다.

인정.

한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인정을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좋습니다. 원하는 걸 말씀해 보시죠.”

“내가 먼저 말하지.”

“그러시죠.”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북한의 대표였다.

“우리는 공화국으로 누군가를 따를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표라 불리는 자네가 적절한 지원과 함께 우리의 뒤를 봐준다면, 우리는 그대와 동맹으로서 공존하고 싶다.”

시스템의 덕분인지, 북한 특유의 말투가 아님에 감사했다.

자칫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이렇듯.

북한과 한국은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였다.

같은 한글을 쓰면서도, 같은 민족임에도 분단되어 각자의 길을 가는 북한과 한국.

나는 이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동맹이라. 좋습니다. 제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지구의 모든 이를 통제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나의 나라를 통제해 줄 사람이 있으면, 저야말로 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들이 말하는 지원과 뒤를 봐주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거죠?”

나는 알고 있었다.

현재, 대표라는 이 사람은 임해든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강함.

나의 입장에서는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이 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강함의 비결과 다른 나라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여달라는 것.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 부분이었을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본 이유는 간단했다.

간 보지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하게 말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흠…. 솔직하게 말하지. 자네 정도의 강함을 지닌 사람이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약하다. 하지만, 결속력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지. 끈기, 노력, 집요함은 우리들의 무기다.”

“간단하게 말씀하시죠. 이야기를 들어야 할 분들이 많으니.”

“……알겠다. 우리가 강해질 수 있는 비결과 다른 나라의 침략에서 우리를 도와줄 것. 이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다.”

“좋습니다. 그 정도는 쉽죠. 조건을 들어준다면 당신들은 무얼 해줄 것이죠?”

“그대들의 동맹국으로써 어떤 일이 있어도 그대들에 편에 서서 싸우도록 하지. 물론, 동맹국의 대우는 해주길 바란다.”

북한의 대표는 나라로써 자신들을 인정해주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화안금정에 비치는 북한의 대표와 그 뒤에 정예들은 한눈에 봐도 일본과 중국인들보다 약해 보였다.

세습이 이어져서인가…? 이 사람보다 강한 사람은 북한 내에 분명히 있겠지.

“좋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는 곧바로 ‘시드 스토어’를 열어 ‘영혼의 결속’을 구매했다.

영혼의 결속.

이 아이템은 간단히 말하자면, 계약서나 다름없었다.

단순한 계약서가 아닌, 앞 글자에 영혼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은 영혼의 결속이 이어진다는 것.

내 생각일 뿐이지만, 어기는 사람은 관리자들에게 영혼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영혼을 빼앗기거나, 영혼이 소멸하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앞에 영혼이라는 단어까지 붙여가며 결속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

나의 ‘명’에서도 ‘영혼의 결속’을 사용해 계약을 어긴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계약을 어긴 사람은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소멸했기에 그 뒷사정은 알지 못했지만….

“이건 뭐지?”

“뭐, 계약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로가 원하는 부분들을 적도록 하죠.”

잠시 후.

계약서에 내용을 적은 나와 북한의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김정희. 잘 부탁하네.”

“제 이름은 이안. 저도 잘 부탁합니다. 부디 당신의 나라를 잘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파앗!

계약서에 마력을 사용해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영혼의 결속이 이어졌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쇠사슬은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된…. 건가?”

“네. 행동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 다만, 말한 것을 어길 시 그 뒷감당은 북한의 모든 사람이 감당하게 될 겁니다. 당신도 포함이고요.”

“알겠네. 그럼.”

북한과의 계약을 마친 나는 차례차례 근방의 여러 나라의 대표들과 조건을 맞추어 계약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조건들은 대부분 북한과 비슷했다.

자신들을 나라로써 인정해주고 강해질 계기를 알려주는 것.

이것으로 한 나라를 제외하고는 아시아권의 나라들과는 ‘영혼의 결속’을 사용해 계약했다.

나에겐 손해 보는 행동은 아니었다.

이들이 어느 정도로 강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섯 번째 미션이 시작되었을 때 모두가 단결해 싸우지 않는다면 승산은 없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나라는 일본.

일본의 대표는 자신의 차례라는 듯.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

일본의 청년.

화안금정에 비추는 이 사람의 나이는 고작 18살.

성인이 되지도 않은 나이였다.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형씨. 원하는 건 없고. 당신의 강함을 보이는 건 어때? 대표라는 듯 혼자 상황을 정리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거든?”

“아. 내가 감을 잃고 있었나 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긴 하네.”

일본의 대표는 얼핏 안재훈과 비슷한 것 같았다.

“방식은?”

“맞짱?”

“오?”

“무섭냐?”

“설마.”

일본의 대표가 도발이랍시고 나에게 던진 말에 그저 웃기기만 했다.

콧방귀를 뀐 나는 안재훈을 생각하며 그의 도발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무기는 쓰지 말자?”

“좋지? 내 특기가 무기 안 쓰는 거거든.”

“풍둔 주둥아리술. 그런 거 아니고?”

“……팔 한쪽도 없는 놈이!!! 간다!!!”

이런 놈은 매가 약이다.

나는 오른손에 화(火)속성을 부여했다.

“으랴아아압!!!!”

휙-! 퍽!!!

보고 말 것도 없었다.

어린아이의 객기에 맞서 한 방 맞아주었지만, 조금의 데미지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차례지?”

잠시 골려 줄 생각에 신난 나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만화의 장면과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의 기술을 흉내 내며 주먹을 뻗어냈다.

“자, 어서 와!! 불 주먹은 처음이지!?”

화륵!

후웅- 펑!!!!

응…? 퍽이 아니라, 펑 이라고? 쟤 죽은 건 아니겠지…?

“컥….”

일본의 대표는 엄청난 양의 핏물을 토해내며 저 멀리 날아갔다.

“……”

시간이 흘러도 일어 날 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 없어 진예화에게 이동했다.

“정신 차리면, 알아서 오겠지….”

“안이 씨. 어린애를….”

“너무한 것 같습니다. 안이 씨.”

김영광과 김도은이 한마디씩 하자, 머쓱해진 나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먼저 맞은 건 접니다. 일종의 정당방위라 해두죠.”

“……다 큰 어른이….”

“하하하. 안이 씨답습니다.”

“오라버니!! 잘하셨어요! 건방진 꼬맹이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죠!!”

진선미가 대화에 끼어들자,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다녀오겠습니다. 대화들 나누고 계세요.”

진예화를 향해 걸어가는 나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넌 또 누구야? 조막만 한 게?”

“보자마자 시비 거는 아줌마는 누군데? 머리통에 구멍 나고 싶어?”

“이년이!?”

아….

여자만 보면, 이를 부들부들 갈며 나이 불문하고 시비를 걸어대는 진선미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대화는 잘하셨나요?”

“당신 말대로 하죠. 10일. 대신….”

“원하는 게 있습니까?”

“그쪽이 바라는 대로 해주었으니, 그쪽도 제 말 하나쯤은 들어주셔야죠?”

“……말해 보세요.”

진예화의 뒤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괜히 바닥에 화풀이하는 백남광이 보였다.

“전, 저놈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알죠?”

“네. 압니다.”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10일 뒤. 당신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 두 세계에서 스무 명의 대표를 뽑아 일대일로 대결을 하는 겁니다. 물론, 이긴 사람은 다음 대결을 이어가고, 힘이 다한다면 다음 차례로 넘기는 걸로.”

“……”

나에겐 손해 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이들도 오히려 이 방법을 선호할 것이 분명했다.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그 사람들을 최대한 죽이지 않는 것이 진예화의 방침이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나 또한 진예화와 같은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강함은 남광이가 봤을 때, 저희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10명 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 혼자 10명분은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좋습니다. 결전의 장소는?”

진예화의 말에 나는 ‘시드 스토어’를 사용해 한 장의 이동권을 구매했다.

“당신이 당신의 세계를 아끼듯. 저 또한 제 세계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이걸 사용하면, ‘임시 필드’가 생성될 겁니다. 이곳에서 하도록 하죠.”

진예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백남광을 바라보았다.

“뭘 봐? 10일 뒤에 보자. 외팔이.”

“응. 그때 보자. 미친놈.”

“……”

말로는 나에게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백남광이 자신의 분함을 못 이기고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전투에 진 것도 열받는데 입으로도 못 이긴다니. 화가 나겠지.

“가자. 남광아. 가시죠. 여러분.”

“음.”

서로 간의 합의를 하자, 진예화는 자신이 데리고 온 이계의 무림인들을 이끌고 그레이트 홀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걸음을 옮겨, 뻗어있는 일본의 대표를 향해 움직였다.

“야, 일어나. 정신 차린 거 다 알거든? 쪽팔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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