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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81화 (81/206)

제81화

뜻밖의 인물.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그레이트 홀을 넘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 미션은 장기전.

서로 간 전쟁을 벌여 카르마를 수거하고 그에 따라 성장하는 미션이다.

그런데도 나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나는 모른 척 그 사람을 맞이했다.

“다짜고짜 말을 까네? 그럼 나도 까지. 내가 또 그런 거 잘하거든.”

“뭐? 낄낄. 이놈 웃기는 놈이네?”

“아, 내가 그런 소리는 또 가끔 듣긴 하는데 어떻게 잘 캐치했네?”

“캐치?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런 게 있어. 그래서 넌 누군데? 부하들까지 잔뜩 데려와서…. 뭐 하자는 거지?”

단순한 물음이었다.

이들은 나의 ‘명’에서 본 인물들.

이계의 무림인 중 강한 축에 끼는 인물들이었다.

“뭐, 인사차 왔지. 내 소중한 친우를 잃었는데 누워만 있을 순 없잖아?”

“잃은 건 마찬가지인데?”

“그렇군. 그놈이야, 항상 생을 놓고 싶어 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결말이지.”

나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이 남자를 노려보았다.

“싸우러 온 거면 빨리 시작하지? 네 뒤에 있는 사람들도 꽤 강해 보이는데. 그 정도의 전력으로 관광하러 온 건 아닐 테고?”

“거참, 성격 급한 놈일세.”

“내가 좀 하지? 성격만큼 강하기도 한데, 볼래?”

“아아. 됐다. 너 정도의 강함을 지닌 사람과 붙는다면, 쉽게는 안 끝나겠지.”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눈앞에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핑!

“큭…!”

“아서라. 그런 건 나한테 안 통하니까.”

화안금정이 막힌 것은 처음이었다.

이 눈은…. 그 어떤 눈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최상급의 눈이었다.

그런 눈을 막아내는 이 사람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막았지?”

“글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 아니겠어? 네놈도 똑같은 거 같은데.”

“그렇긴 하지. 그럼….”

나는 남자의 뒤편에 서 있는 남장을 한 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구경만 할 겁니까? 그쪽이 여자란 것도, 그쪽 세계에서 ‘검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당황한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남성의 뒤편에 거만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이계의 무림인 중 최상위권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자들.

천하오절.

세외 사천왕.

정파와 사파의 최정예들.

그리고….

천마와 그의 제자들.

내가 데리고 있는 윤문과 같은 이명으로 불리는 자였다.

물론, 윤문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느 무림계든 ‘천마’가 존재하는 것이 신기한 나였다.

이런 병력을 끌고 왔다는 것은 나의 관점에서 단순하게 생각해도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소모전을 그만두고 한 번에 끝내자는 말.

앞으로 다가오는 남장을 한 여성이 앞으로 나왔다.

“한눈에 알아보시다니, 대단하군요. 제가 검마라 불리는 건 어떻게 아신 거죠?”

“글쎄요. 저놈 말대로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호호. 좋습니다. 저희들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이 전쟁은 한 쪽의 진영이 모두가 죽어야만 끝나는 것. 아시나요?”

“알죠.”

“그것은 일차원적인 방법.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해봐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남성을 무시한 채 검마라는 여성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한 번에 끝내자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방법이 있어 보였다.

“클리어 조건은 세계를 대표하는 자를 처치하는 것. 이 말은 그 세계를 대표하는 이가 없다면, 손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여성의 말에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그쪽 진영에서 바라는 것이 있군요. 첫째. 나를 죽이는 것. 둘째. 나의 자리를 양도하는 것. 맞습니까?”

“대화가 빠르군요. 맞습니다. 한쪽 진영의 대표가 자진해서 대표의 자리를 양도한다면, 그 세계는 자연스럽게 승자의 세계로 편입이 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죠?”

“저희 나름대로 예언을 조금 봤거든요. 제법 능력 있는 무녀가 있어서요.”

“……”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운 대답이었다.

사람들을 죽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괜한 자존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 강합니다만?”

“야. 허세 부리지 마. 이 정도의 최정예를 네놈 혼자 상대하겠다고?”

“혼자라고는 안 했는데?”

허세였다.

이들이 강하다는 것은 화안금정에 안 비치는 남자와 검마라고 불리는 여성을 제외하고 모두 확인했다.

그들의 강함은 권민재처럼 목숨을 걸어야만 동귀어진이 가능한 정도.

말 그대로 이기기 위한 전투를 하려면, 권민재 정도의 강함을 지닌 이가 세 사람 정도는 붙어야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이것이 나 혼자만 강해져, 균형이 무너진 이유였다.

남자는 눈을 감고 주변을 이리저리 돌기 시작했다.

감지…?

“내가 느껴본 바로는 네놈이 이곳에서 가장 강하군. 그리고…. 네놈만큼은 아니지만, 천하오절에 버금가는 강자들이 넷 정도. 나머지는 볼 것도 없고…. 거리는 어느 정도 있지만, 꽤 강한 두 사람도 있고….”

“느꼈으면 알겠네. 내가 가장 강하다는 건 나 혼자서도 어느 정도 전투를 할 수 있다는 말 아니겠어? 지금 부딪히면 네놈들도 절반 이상은 죽어 나갈 텐데?”

“크하하. 그렇긴 하네. 허세가 아니란 것은 인정하마. 네놈 정도면 우리 쪽도 쉽게는 안 끝나겠군.

“그래서?”

나는 양보 할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로 강해지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라니?

“예화야. 이놈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놈인 것 같은데?”

“그러게…. 미션을 그대로 따르면 많은 인원이 희생될 텐데…. 어쩌지?”

“네놈들이 양보하는 건 싫고 내가 안 하니까 사람들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뭔 개소리야? 앞뒤 안 가리고 신나게 맞아볼래?”

“크크큭. 됐다. 우리는 제안을 하러 온 것일 뿐. 우리도 우리만의 사정이 있다. 어쩔 수 없군. 내 이름은 ‘백남광’. 네놈은?”

“남광…? 미친놈…. 이라는 건가?”

“……”

농담이었다.

이 상황에 칠 농담은 아니었지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이런 상황에 농담하는 자신의 후원자를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퉤.

나의 말에 피식 웃은 백남광이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떤가?”

“뭐, 설마 네가 이기면 그냥 가겠다. 대신 네놈이 지면 대표의 자리를 넘겨라. 이딴 말 하려는 건 아니겠지? 진부하게?”

“크하아!! 이놈 진짜 말 재미있게 하네. 맞아. 실력 좀 보자고!”

백남광이 꺼낸 무기는 ‘도’ 물론, 이름도 알고 있었다.

무림 5대 신기중 파괴력 만큼은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무기.

그의 능력과 그의 강함은 나의 ‘명’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

그의 강함은 진짜였다.

물론…. 비정상적인 균형을 만들어낸 나의 강함도 진짜였다.

지금 나의 강함은 버프를 모두 사용했을 때, 5대 신기의 주인 네 명 정도는 상대할 정도로 강했다.

버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두 명도 버겁긴 하지만….

“혼자 덤비게? 안 후달려? 감지했으면 알 텐데?”

“남자가 돼서 상대가 강하다고 도망치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야. 백남광. 너 강해지기 전에는 매번 도망만 쳤잖아.”

“예화야. 그건 비밀.”

“아무튼 죽지는 마. 알겠지?”

“응.”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야기를 마친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용광검을 꺼내 들었다.

“오…. 제법 강해 보이는 검이군.”

“네 무기도 제법 강해 보이네.”

“그렇지?”

백남광은 자신의 도를 강하게 휘둘러 말을 이어갔다.

“어이, 파트너!! 오랜만에 전력으로 가보자고!!!”

“누구한테….”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백남광을 향해 질문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쾅!!!!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나를 덮쳤다.

한순간.

엄청난 속도였다.

나는 재빠르게 태극검을 사용해 마력을 흩날린 뒤, 백남광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챙-!!!

단순한 휘두름에도 백남광이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제법…!!”

“약속은 지키라고.”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첫 번째. 대표를 양도하라는 권유는 애초에 내가 거절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그에 따라 대표인 나의 강함과 이곳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함.

그래서인지, 검마가 아닌 백남광이 나를 향해 덤벼든 것이었다.

검마.

이계의 대표인 검마라 칭해지는 인물은 여성임에도 그에 걸맞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5대 기보인 자신의 ‘검’을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이계의 무림인 중 최강자는 나의 눈앞에 있는 백남광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최강자.

백남광이 전력을 낸다면 검마, ‘진예화’보다 월등히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5대 기보인 자신의 검이 존재하는 한 진예화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시스템 또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

스아아아.

백남광과 그의 무기인 도에서 전신에서 붉은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주변에 있던 이계의 무림인들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다.

전력을 다하겠다는 소리였다.

“타죽지 말라고. 순식간에 재가 될 테니까.”

백남광의 붉은 오오라가 번지더니, 그 오오라는 엄청난 열기를 내는 화염으로 변했다.

“뭐야? 안 뜨거워?”

“난 괜찮은데? 네놈은 더워 보인다?”

“아, 내가 열이 많은 편이라.”

“크크큭. 말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엄청난 열기의 화염이 백남광의 전신과 그의 도를 휘감았다.

방심한다면, 그의 말대로 순식간에 재가 되기 쉬운 열기였다.

[스킬, [속성부여 LV MAX]을 사용합니다.]

나는 그의 화염에 대비하기 위해 속성부여를 사용해 얼음 속성을 나의 전신과 검에 불어넣었다.

당장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소모전이 계속된다면 불리한 것은 나였다.

“그리고….”

[스킬, [선인의 격 LV1]을 발동합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230% 상승합니다.]

파직- 파지직!

버프를 사용하자, 백남광의 두 동공이 커지고 있었다.

지구 전체를 감지할 정도의 실력자인 백남광이라면 알 것이다.

현 상황에서 자신은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선인의 격만을 사용했다.

버프 효과를 증대시켜주는 선인의 기운과 최근에 얻어온 칠정안, 정령화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백남광 혼자서는 나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검마, ‘진예화’가 끼어든다면 모르겠지만.

나 또한 비장의 수단은 남겨둔 것이다.

“죽지 말라고.”

“오우!”

이상한 기합 소리를 내며, 백남광이 나의 공격에 맞서기 시작했다.

챙!! 챙-!!

검과 도의 부딪힘에 강력한 마찰음이 저 멀리 퍼지기 시작했다.

스륵.

[스킬, [무쌍 난무 LV MAX]을 사용합니다.]

사사사삭!!!

백남광이 나를 향해 공격하면, 태극검을 사용해 흘려냈다.

그리고, 이어서 거리를 벌린 백남광을 상대로 나의 스승인 윤민의 무공과 무쌍 난무를 사용해 검기를 쏘아냈다.

“큭…!!”

백남광은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나의 공격을, 나의 스킬들을 두 시선에서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식인가?”

“어?”

백남광이 사용한 것은 나의 스킬이었다.

태극검.

무쌍난무.

파천신공.

“네가 그걸 어떻게…!!”

“아, 내가 좀 천재라서.”

“재수 없는 놈이 여기 또 있네.”

백남광은 나의 스킬을 그대로 사용해 검기를 사용한 무쌍 난무를 흘려냈다.

사사사사삭!!

이어서 백남광이 사용한 스킬은 무쌍 난무와 검기의 조합.

내가 전투에 사용하던 패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더 보여줄 건 없고?”

“있지. 왜 없어?”

백남광의 도발에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은 나는 말했다.

“이건 좀 어려울걸?”

[스킬, [파천일장 LV MAX]을 사용합니다.]

나는 파천 신공에 수록된 장법을 사용했다.

내력과 마력을 사용한 공격법.

내 생각보다 다루기가 어려워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내력과 마력을 융합해 사용하는 이 무공은 그만큼 파괴력이 엄청났다.

용광검을 집어넣은 나는 손바닥을 백남광을 향해 뻗었다.

“아플 거야.”

파앗!!

뻗어낸 팔과 손바닥에서 내력과 마력이 융합되어 얼음 속성의 마력이 쏟아져 나갔다.

공격 자체는 단순해 보이는 블래스트와 같았지만, 한번 봤다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남광은 당황하지 않은 채, 양팔의 두 손바닥을 내게 뻗어내며 말했다.

“그 정도쯤이야.”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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