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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77화 (77/206)

제77화

화안 금정, 선인의 격, 정령화, 칠정안 이 모든 버프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지 알고 있었고, 선인의 기운으로 그들의 강함을 짐작하기에는 지금의 나에게 쉬운 일이었다.

“이놈이…! 사형!! 제가 나가겠습니다.”

아무래도 나의 눈앞에 또 다른 무림인들은 협과 의리 그리고 공평함을 우선시하는 듯했다.

따라서 이들은 당장의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닌, 일대일로 나를 상대를 하려는 듯 보였다.

나는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누가 할 건데?”

“나다!”

자신의 창을 꽉 쥐고 투지를 불태우는 한 사람이 나의 앞에 섰다.

나이는 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이 자는 제법 훌륭한 창술을 배웠는지, 그 자세에서부터 고수의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고수라는 단어는 시스템이 없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꼬맹아. 전력을 다 하는 게 좋을 걸?”

“닥쳐라! 나의 이름은 진항리. 나의 창에 목숨을 잃을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뭐? 항아리?”

“이놈이…!! 끝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오냐, 내 창으로 네놈의 목숨을 거둬주마!!”

무시한 게 아니었다.

정말 잘 못 들었다.

항…. 뭐라고 한 것 같은데.

“으랴아아압!!!!”

진항리는 우레와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신속의 창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휙!!!

휙휙!!!휙!!

“어이쿠.”

휙!!

대부분의 창이 나의 급소와 목을 노리고 날려져 왔으나,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이 정도의 창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사람 정도는 알고 있었다.

“민재 씨가 와있으려나.”

혼잣말을 하며 여유를 부리는 나의 모습에 화가 난 진항리는 자신이 배운 무공과 시스템을 합쳐낸 스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자신 있게 등장했으니, 정찰보고는 네놈이 해라. 죽이지는 않을게.”

엄청난 기세로 몰아치는 진항리의 창술을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파훼한 나는 순식간에 진항리의 앞에 섰다.

“그럼…. 이 정도로.”

스각!

검날이 아닌, 역날검으로 진항리의 창과 함께 베어냈다.

“컥….”

힘 조절을 꽤 해서 그런지, 상처는 남았지만 저 정도면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은 한 번에 덤비시는 게?”

“이놈이…. 감히 사제를!!”

저들이 남의 별에 쳐들어와, 먼저 공격을 한 주제에 화를 내는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네놈들은 눈깔이 빵댕이에 달렸냐? 저놈이 먼저 덤볐지, 내가 덤볐냐?”

“죽여주마!!!”

협이니, 의리니 하는 것들도 지나친 강함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진항리가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무너지는 것을 본 무림인들은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죽여라!!!]

[‘검마’님을 위하여!!!]

누군가의 추종자라도 되는 것인지, 일제히 달려들 무림인을 하나하나 베기 시작했다.

스킬의 사용은 없었다.

스악!

단 한 번의 휘두름은 한 번에 몰아치는 저들의 스킬을 파훼했고 두 번의 휘두름은 열 사람의 목숨을 거둬들였다.

나는 그렇게, 무아의 지경에 들어 무림인을 베고 또 베어나갔다.

남은 무림인은 진항리를 포함해 열 사람이 채 되지 않고 있었다.

“괴…. 괴물인가…?”

“나 잡병.”

“말도 안 된다…!! 네놈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어찌 잡병이라 하는가!!!”

“아, 그게, 여기 레벨이 좀 높아서 나 정도는 잡병이야.”

나의 거짓말에 무림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동공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대표를 믿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 자신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깎이는 순간이었다.

“뭐, 네놈들은 정찰병이니까 죽이지는 않을게. 다 같이 돌아가던가? 아니면, 죽어도 좋고.”

“사내대장부가…. 어찌 도망을 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모든 것은 ‘검마’님을 위한 것. 우리는 그분의 승리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크…. 거,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네. 그럼 나도 할 일이 있으니 끝내자고.”

죽음을 불사한 남은 무림인들은 단 한방이라도 먹이겠다는 결사의 의지를 펼쳐내고 있었다.

동귀어진.

함께 죽을 생각으로 상대에게 덤벼들거나 상대와 함께 죽는 일.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었다.

이들에게 느껴지는 기운들과 목숨을 버리려는 이들의 마음이 나에게 온전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네놈들도 살고 싶을 텐데.”

[죽어라!!!]

남은 무림인들이 나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방어를 무시한 채, 공격만을 하는 기술.

하지만.

그 기술도 나의 앞에서는 아니, 능력치의 엄청난 차이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이들의 의지에 보답하고자, 나의 스승인 파천신군의 무공을 사용했다.

파천칠뇌공.

검에 뇌 속성을 밀어 넣어 내가 창조해낸 무공이었다.

딱히 만들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으나, 존경하는 스승을 향한 나의 보답 같은 것이었다.

뇌 속성을 용광검에 불어넣자, 용광검의 주변에 노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그리고 그 스파크와 함께 가장 빠른 스피드로 움직였다.

초속 이동에 이은 초속 공격.

북두칠성을 본떠 만든 움직임.

움직일 때마다 전격 들이 자리에 아른아른 거리며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말이 무공이지 능력치를 등에 업은 기본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스각!

“컥!”

엄청난 스피드에 반응도 하지 못한 무림인들이 하나씩 쓸려나갔다.

그리고

대략 2초 정도가 지났을 땐 진항리를 제외하고 남은 무림인은 없었다.

99명의 정찰병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나의 강함의 희생양이 되었다.

“혼자 남았네?”

“이놈…!!! 사형들을!!!”

“먼저 쳐들어 온 건 당신들 아닌가?”

“이….”

“검만지 말인지 하는 놈한테 전해. 네놈이 보낸 정찰병은 일개 잡병 하나에 죽어 나갔다고.”

“크하하하하.”

거짓을 말하는 나의 말에 진항리가 웃기 시작했다.

“웃기는군. 네놈이 잡병이라? 그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서 말이냐! 증거를 보여 보거라!! 저 아래에 있는 그 누구도 네놈의 기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런데 잡병이라니!!!”

“아.”

아무래도 괜히 모아놓은 것 같았다.

물론, 나의 모든 강함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검마’라는 사람도 한 세계의 대표. 그런 자가 나의 강함을 짐작 못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뭐, 됐어. 내가 대표 맞으니까 가서 잘 전해라.”

“후회하거라. 내 반드시 강해져 네놈에게 복수하리라…!!!”

“마중은 안 나간다.”

* * *

진항리는 부리나케 게이트 너머로 들어가면서 이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무리 정찰병이라 한들, 자신들은 정예들.

자신들보다 강한 사람들은 분명 있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들이 무엇을 사용해도 티끌만한 상처도 내지 못한 것이었다.

진항리는 내심 불안했다.

‘이 정도면…. 검마님과…. 아니, 아니다! 이런 생각은 검마님께 죄를 짓는 것! 저 정도의 강함은 검마님이 제압하실 것이다!! 어서 가서 알려야 한다!!“

그렇게 첫 정찰대인 무림인 99명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진항리.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진항리를 보내줌으로써 이안의 ‘명’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명’은 언제나 그랬듯, 사소한 행동 하나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 * *

후웅!

나는 용광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지상을 향해 내려갔다.

“꺄아!!! 오라버니. 멋있어요!!!”

“……하지 마세요. 창피하니까.”

“헤헤헤헤.”

바보 같은 여자 같으니.

이 여자가 부산을 거머쥔 사이비 종교의 여왕이었다니. 이제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저씨! 고생했어요. 모두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한국의 왕이 된 나의 휘하가 된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왕의 권한이 닿지 않는 지역인 부산, 대전, 인천, 광주, 울산, 대구의 사람들은 없는 듯했다.

“하긴, 명령도 닿지 않았을 텐데 알아서 왔을 리가 없지.”

사람들을 보다 오래 살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굳이 왕이 없는 지역을 돌며 사람들을 구해 줄 의리는 나에게 없었다. 또한 권한이 닿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을 나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할 시간은 충분치 않았다.

무엇보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사람을 지키며 자신들의 지역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물론……. 악의 세력들은 이참에 쓸려나가는 것이 좋겠지만.

나는 나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한 명씩 살펴보았다.

“민재 씨, 해든 씨. 오랜만입니다.”

“하하. 오랜만이라뇨.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러게요. 그동안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아…. 그러네요. 하하.”

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오랜만이었다.

허상 속에서의 몇 십 년. 아니, 내가 경험한 지옥들을 포함하면 몇백 년이 시간이 흘렀을지 가늠조차 안 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시련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으니.

“그나저나, 그놈은 왜 안 보입니까?”

“아…. 재훈이 놈 말씀하시는 거죠?”

“네.”

모두가 흩어지기는 했지만, 권민재라면 안재훈을 찾아 합류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명’이 변했듯. ‘명’에서도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놈은…. 이상하게도 전 지역의 미성년자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미성년자…?”

기분이 이상했다.

안재훈의 갱생으로 흑아는 이미 세력으로써 크지 않을 텐데….

아직 갱생하지 못한 건가…?

“만나기는 했지만, 할 일이 있다며…. 그저 대왕마마한테 힘이 돼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권민재의 말을 들은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명’은 변했지만, 왕의 권한으로 이곳에 와야 할 안재훈이 없다는 것.

이 말은 왕의 권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과 왕의 권한이 먹히지 않게 무언가 조치를 한 것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권한이 먹히지 않는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눈 앞의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뭐, 때가 되면 알겠죠. 일단 알겠습니다.”

당장은 안재훈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안재훈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나를 도와주기 위함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침공.

정찰병을 보냈다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마땅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안재훈의 소식을 듣고 생각에 잠긴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임해든이었다.

나에게 도전을 할 수 있었음에도 도전을 하지 않고 나의 명령을 따라주는 사람.

그 강함은 서울 지역의 모두를 인정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저쪽에서 왔으니, 저희도 구경 한 번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역시. 안이 씨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임해든의 말에 다 생각이 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정찰은 누가 갑니까? 제가 가는 게 좋을까요?”

“이번에는 제가 가겠습니다.”

“민재 씨가요?”

“네. 남는 시간 중국에 가서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강해진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아.”

권민재는 나의 말을 따라 강해질 수단을 총동원해 자신의 성좌와 연관이 있는 게이트를 클리어한 것 같았다.

이 전보다 강해진 기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그럼 두 사람이 함께 움직여주세요.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마…. 두 사람의 성좌 분들은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은 문화권이니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겁니다.”

“좋습니다.”

임해든이 동의하자 권민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뭐…. 굳이 강해진 것을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럼. 마찬가지로 정예들을 뽑아서 다녀들 오세요.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권민재와 임해든은 잠시간 대화를 나누더니, 자신들의 수하중 강한 축의 사람들을 뽑아 그레이트 홀 앞에 섰다.

“모두 살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죽음으로써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마세요. 꼭 살아오셔야 합니다.”

나의 말에 임해든과 권민재는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본 정예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보답했다.

“그럼. 갑시다. 민재 씨.”

“좋습니다. 해든 씨.”

두 사람이 그레이트 홀을 넘어가는것에 큰 걱정은 없었다.

적어도 나의 ‘명’에서는 이계인들의 전력을 파악하고 돌아왔었으니.

나의 ‘명’이 바뀌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파앗!

[이계로 진입하셨습니다.]

[이곳은 제 20131001 무림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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