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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67화 (67/206)

제67화

이민영이 사용한 성흔은 자신의 주위로 배리어를 펼쳐 모든 공격에 무효화 시키는 것.

사기라면 충분히 사기적인 성흔이었지만, 전투에 활용 가능한 스킬이 없는 이민영에겐 그저, 숨기 좋은 스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숨기 좋은 스킬도 현재 상황에서 진선미와 이민영을 지켜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단 5분뿐이었지만 그 안에 이안이 자신들을 구해주러 와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아…. 살았다. 아줌마 괜찮아요?”

“나한테 물어본 거야? 너야말로 지린 건 아니지?”

“이 아줌마가…. 살려줬더니, 지렸다니요!”

“아하하하. 미안미안. 긴장이 풀렸더니, 내가 지릴 것 같아서….”

“저도 좀…. 무섭긴 했어요.”

나름대로 절망적인 상황을 함께 보내서인지, 물과 기름 같았던 두 사람이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았다.

화륵-!!

촤악!!

성흔의 발동과 동시에 불과 물의 대정령은 두 사람을 죽일 듯 공격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말 그대로 무효가 되어 사라지기 십상이었다.

[뭐지…?]

[이건, 우리의 힘으로는 뚫을 수 없는 힘이다. 아쿠아.]

[본디 이런 힘은 제약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주고받는 두 대정령.

이민영과 진선미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들을 죽이러 온 붉은 형상의 대정령과 푸른 형상의 대정령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괜찮을까…?”

“아줌마. 아저씨가 구하러 올 거예요…. 시간은 이제 벌써 2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하하…. 어떻게 유언이라도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안이 씨가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네.”

“마음 단단히 먹어요!!”

“네가 나보다 낫다 그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진선미와 이민영에게 남은 시간은 2분 남짓.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근데, 저 정령들 제법 머리가 좋은가 봐요. 공격이 안 먹힌다는 걸 알자마자, 공격을 멈췄어요.”

“듣기로는 대정령 어쩌고 한 것 같은데…. 그 정도 되면 지능이 뛰어나지지 않을까? 쓸데없는 힘 낭비는 하지 않으려는 거겠지.”

“하아…. 아줌마 그거 알아요?”

“뭐?”

“사실은 아줌마 아니에요. 되게 예쁜 배우 같아요.”

“……갑자기?”

이민영은 사실 진선미를 싫어했다.

부산 지역에서 사이비 교주가 자신을 교화시키려 할 적이 있었기 때문.

그 사이비 교주가 바로 진선미였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얼굴이 붉어진 진선미가 이민영을 바라보았다.

“……너도 아이돌 같아.”

“빈말이죠?”

“아니? 진짠데?”

“헤헤…. 죽기 전에 칭찬받으니, 좋네요.”

“죽는다니!! 마음 단단히 먹어 요것아!!”

이민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게…. 제 시스템이 성흔의 사용 시간을 알리고 있어요. 남은 시간은…. 10초를 넘어섰네요….”

“아….”

두 사람의 대화가 오고 갈 때마다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8초.

7초.

6초.

“아줌마. 이거 풀리면 양쪽으로 흩어지는 게 좋을까요?”

5초.

“아니, 이번엔 내가 지켜줄게. 내 뒤에서 버프 걸어줘.”

4초.

“헤헤…. 그래도 혼자는 아니라 다행이에요.”

3초.

“우리 안 죽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 아줌마 강한 거 너도 알잖아.”

2초.

“맞아요. 아줌마는 사이비 여왕이잖아요.”

“여왕이라니까, 이상하네…. 아무튼 정신 차렸으니까, 그런 소리 그만하고.”

1초.

“미안해요. 이제 하고 싶어도 못 하는걸요…. 아줌마. 지켜줘서 고마워요.”

0.5초.

“나야말로.”

스르르.

이민영의 성흔은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두 사람의 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배리어를 파훼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던 불과 물의 대정령이 눈치를 채고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힘이 풀렸군.]

[다시 한 번 심판을.]

화르륵.

촤악!!

이민영과 진선미를 죽이기 위해서 지옥에서나 볼 수 있는 업화와 자연재해와 같은 해일이 두 사람을 덮쳐왔다.

버프를 걸 시간도 없었다.

엄청난 상황에 두 사람은 저항할 생각도 못 한 채, 공포로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하하…. 아무래도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봐.”

“아줌마….”

겁에 질린 두 사람에게 업화와 해일에 덮치기 직전.

샥!

두 사람의 눈에 엄청난 스피드로 무언가 지나쳐 가는 게 보였다.

그저 사람의 신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두 사람의 앞에서 멈춰 말을 걸어왔다.

“다행입니다. 저한테 맡기세요.”

[스킬, [선인의 격 LV1]을 발동합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230% 상승합니다.]

[스킬, [선인의 기운 LV3]을 발동합니다.]

[기척의 감지가 향상됩니다.]

[스킬, [선인의 기운 LV3]의 효과로 스킬, [선인의 격 LV1]의 효과 지속시간이 10분 늘어납니다.]

[스킬, [선인의 기운 LV3]의 효과로 스킬, [선인의 격 LV1]의 효과가 30% 증폭됩니다.]

[스킬, [화안금정 LV3]을 사용합니다.]

[스킬, [속성부여 LV MAX]을 사용합니다.]

[스킬, [속성부여 LV MAX]의 효과를 사용해, 수(水)와 풍(風)의 속성을 조합합니다.]

[스킬, [속성부여 LV MAX]의 효과로 ‘얼음’ 속성이 부여됩니다.]

모든 버프와 화안금정, 속성부여까지 사용한 이안은 업화와 해일을 향해 용광검을 그어냈다.

스악 - !!

“두 사람 괜찮죠?”

“아저씨!!!”

“하…. 역시…!!!”

“두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합니다. 이야기는 클리어 후에 하도록 하죠”

* * *

업화와 해일을 간단히 베어낸 나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얼레? 두 마리야?”

[네놈은 무엇인가?]

[인간이 하나 더 늘었군.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치, 자신들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불과 물의 대정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데, 그 사극 톤은?”

[나의 이름은 아쿠아.]

[나의 이름은 이그니.]

“……어쩌라고? 내 이름 알려달라고?”

아쿠아와 이그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그 사람과 분위기가 닮았군.]

[그렇군. 아니,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인간화’를 한 상태였지.]

“뭔 소리 하는 거야? 죽여 달라고 기도하는 거야?”

[건방지군. 그놈도 그랬지.]

[자기 주인을 믿고 건방을 떨었지.]

“그러니까, 말을 알아듣게 해야 하지 않겠니? 대정령 나부랭이님들?”

아쿠아와 이그니는 자신들만 알아들을 대화를 나눈 후, 자신들의 기운을 강하게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그니는 온몸이 고열에 불타오르는 화염 그 자체였고 아쿠아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폭포와 같은 모습이었다.

[자비는 없다.]

[죽어서 용서를 구하거라.]

자비를 바란 적은 없었다.

나 혼자서는 무리 일지라도 이들은 내가 강해질 수단이었다.

나는 용광검을 휘휘 저으며, 두 대정령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촤락!

화르륵-!

이그니와 아쿠아의 선제공격이 시작되었다.

고열의 화염과 금방이라도 익사 시켜 버릴 듯한 엄청난 양의 물이 나에게 쏟아져 왔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사사사삭-!!

모든 버프 스킬의 효과로 260% 강해진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나에게 날려져 오는 공격의 핵을 파악해 가볍게 갈라내 버렸다.

공격을 파훼하는 건 나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너희가 자랑하는 정령화…. 안 쓰면 죽을 걸?”

[네놈이 어찌….]

[강하군…. 그 놈도 강했지.]

단 한 순간에 이그니와 아쿠아의 공격을 파훼하자, 당황하기 시작한 대정령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사사사사각.

단순히 파천 신공의 검기를 실어 무쌍 난무를 무아지경으로 날린 공격이었다.

하지만.

대정령들은 그 데미지를 고스란히 받아, 갈기갈기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음’ 속성의 부여로 불과 물 두 속성에 데미지를 간단히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웅.

마무리를 짓기 위해 공중에 떠 오른 나는 스킬, ‘파천만뢰공’을 사용하려 할 때였다.

[봐주지 않겠다.]

[후회하거라.]

화륵!!

사아아.

이그니와 아쿠아는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했다.

자신들에겐….

비장의 수단, 정령화가 남아있었다.

정령화를 사용한 이그니와 아쿠아의 형상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이그니의 화염은 나를 모두 태워버릴 듯, 엄청난 고열을 뿜어냈고 아쿠아는 짙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며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나를 집어삼켜 익사시키려 하고 있었다.

화안금정.

[이름 : 이그니(화,火) 나이 :4997

LV : 304 ( 정령화 )

HP : 350000

MP : 600000

힘 - 35000 / 99999

민첩 – 35000 / 99999

마력 – 60000 / 99999

체력 - 35000 / 99999

각성 등급: SS+

고유 스킬: 중위 화(火) 속성, 중위 마력 운용법, 중위 정령화, 인간화…….

종합평가 : 최상급 정령화를 사용한 대정령. 그의 강함은 상급 정령화를 사용한 상위 정령보다 다섯 배 강한 힘을 지졌다. 정령화를 사용하며 모든 체력과 마력을 회복했고 모든 스킬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하였다. 너무나도 강해진 탓에, 정령화의 제한 시간이 3분으로 고정되었다.]

눈에 보이는 대정령의 정령화는 말 그대로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상위 정령이 사용한 정령화에 비하면 엄청난 힘의 상승.

무엇보다, 대정령은 상위 정령보다 약 5배는 강해져 있었다.

버프를 사용한 나보다는 낮지만, 두 마리 모두 이런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건, 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봐온 몬스터의 스킬 등급을 보아하니, 하급, 중급, 고급, 최하급, 최중급, 최상급 순으로 진화되는 듯했고 그다음은 하위, 중위, 고위 순으로 최하위, 최중위, 최고위까지 등급이 매겨지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시스템이나 사람들을 보았을 때와 몬스터를 보았을 땐 달랐지만….

정령화를 사용한 대정령이 중위라니, 이보다 강한 놈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버프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아직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두 놈이 오기 전에 끝내면, 기여도 1위의 보상은 나의 것이고 운이 좋다면 차정우가 노리는 히든미션의 보상도 내 것이 될 수 있어. 빠르게 끝내자.

잠시간, 생각을 마친 나는 공격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아아.

아쿠아와 비슷하지만, 다른 짙푸른 색의 아우라가 나의 전신을 휘감으며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3분이면 충분해.”

공격받을 틈도 없이 무쌍 난무의 검기를 무작위로 날려 낸 나는 무아의 경지에 들어서 이그니와 아쿠아를 갈라내는 중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의 고열과 수백 미터에서 떨어지는 물의 타격.

소름이 끼치면서도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흐르고 있었다.

재미있었다.

두근거리는 이 감각이 나를 전투 중 무아의 경지에 오르게 하고 있었다.

파천만뢰공.

쿠르르릉.

“일단은…. 너부터.”

날려져 오는 수백 갈래의 물결을 이그니를 향해 유인한 나는 그 상태로 파천만뢰공의 벼락을 아쿠아의 물과 함께 꽂아 넣었다.

속성을 따진다면, 수(水) 속성의 물과 함께 꽂히는 뇌(雷) 속성의 벼락은 그 효과를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적어도 2배.

아니, 아쿠아의 강함과 버프를 모두 사용한 나의 강함을 따진다면 그 효과는 5배 이상일 것.

“따끔할 거야.”

한순간에 몰아친 아쿠아의 물과 내가 사용한 파천만뢰공의 만 개의 벼락이 이그니를 향해 내리쳤다.

쾅!!!!콰콰쾅!!!

[대정령, ‘이그니’가 처치되었습니다.]

[남은 대정령은 ‘물의 대정령, 아쿠아’입니다.]

“그러게, 방심은 하지 말아야지.”

강한 공격이었지만, 한 방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약한 대정령이 아니었다.

그저….

수(水) 속성의 물과 함께 꽂히는 뇌(雷) 속성의 공격이 이그니의 생각보다 강한 것이었다.

방심.

인간이 자신들보다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심이었다.

나의 공격을 방어에 집중했더라면, 이그니는 결코 한 방에 죽을 리가 없었다.

[이놈!!!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것인 줄 알고 있는 것이냐?]

자신의 파트너인 이그니가 소멸하자, 아쿠아가 버럭 화를 내며 주변에 더욱 강한 물의 형상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쿠아의 전신이 더욱더 강하게 일렁이자,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온몸에 느껴졌다.

“응. 알지. 붉은 슬라임 하나 조진 거? 다음은, 파란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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