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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66화 (66/206)

제66화

그 후원자는 나와는 다르게, 천부적인 재능으로 멸망에서 살아남았고 별다른 지원과 성흔 없이 성장 중인 사람. 지구 안의 지구라는 이세계에서 선택을 받은 자.

물론, 이 사람과는 다르게 성흔을 부여받은 나였지만….

조금이지만 지원을 받은 나였음에도 능력치적인 부분만 놓고 보자면, 거의 비슷한 능력치였다.

괴물 같은 놈.

“내 이름은 이안. 넌 차정우가 맞지? 나이는 나와 동갑이네. 스물여섯.”

“……훔쳐보는 건, 그쯤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죽고 싶은가?”

“됐고. 우리가 우군인지 적군인지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군.”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지? 세계가 다르면 게이트는 연결돼있지 않을 텐데?”

“배후성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 뭐 그럴 거 같았어. 네놈 목적은?”

“말해야 하는가?”

“목적이 겹치면 적 아니겠어?”

“그렇군. 나의 목적은 히든미션의 클리어다.”

나는 잠시간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란 듯이.

이유는 간단했다.

배후성의 또 다른 후원자라 할지라도 눈앞의 이 사람을 믿을지 안 믿을지는 나의 선택이라는 의사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럼, 잠시간의 동맹을 맺자고. 내 목적은 기여도 1위의 보상이야.”

애초에 내가 이곳을 온 이유는 기여도 1위의 보상이었다.

차정우가 말하는 히든미션의 보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거니, 내가 모르는 것은 관심이 없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조금 더 사이좋게 지내도 될 것 같다며 시무룩 해합니다.]

됐거든요.

사이좋게 지내기엔 이미 공격을 받은 나였고 무엇보다 딱딱한 저 말투와 나를 향한 시선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같은 배후성을 지녔어도 자신이 더 강하다는 듯.

거만한 말투가.

“좋다. 하지만, 네놈이 말하는 기여도는 활약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니, 넘어가는 거로.”

“좋다. 그 전에….”

차정우의 눈빛에서 무언가 빛이 번뜩였다.

순간.

일순간이었다.

촤악!

챙 - !!!!

갑작스레 치고 나와 자신의 하얀 검을 휘두른 차정우였다.

“너 뭐하냐…?”

“동맹을 맺기 전 실력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외팔이라고 봐주지는 않겠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아. 그런 거라면 환영이지. 네 부하한테 수발들게 하기 싫으면 집중해라.”

나의 도발에 차정우가 피식 웃었다.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지만, 이 공격은 차정우의 전력이 아닐 것이다.

긴장감이 흘렀다.

대충만 봐도 나와 비슷한 능력치.

두근, 두근.

온몸의 근육들이 긴장하더니, 처음으로 만난 호적수에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기분…. 뭐지?

긴장되는 근육들과 세세하게 떨리는 감정.

피가 따듯해지고 무언가 터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놈한테 쫀 건 아니겠지?

나는 용광검을 바로 들어 차정우를 노려보았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 MAX]가 발동됩니다.]

“……그런 조잡한 스킬은 잡몹한테나 쓰거라.”

자동으로 발동된 스킬에 차정우가 비웃음을 짓는 듯했다.

“내가 쓴 거 아니거든…? 간다.”

나는 앞으로 치고 나가 차정우가 가볍게 인사를 건넨 것처럼 용광검을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챙 - !!!

“아주 허접스러운 놈은 아니었군.”

검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검을 맞댐으로써,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부딪힌 상대의 마음…. 감정…. 이라던가.

물론, 나는 차정우의 마음이나, 감정 같은 숨겨진 무언가를 느끼지는 못했다.

아직 일류 검사의 자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것이겠지.

능력치만 강한 그저 그런 자.

그것이 나와 차정우의 강함이었다.

나는, 아니 차정우를 포함한 우리 두 사람은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너 그 이세계라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의 강함이냐?”

“그게 왜 궁금하지?”

“글쎄? 궁금하면 안 되나?”

“그러는 네놈은 어느 정도지?”

검을 맞대고 차정우에게 질문했다.

생각하고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정보라도 더 얻으려는 본능적인 물음이었다.

“뭐, 다른 나라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내가 가장 강할 거다.”

“팔 한쪽이 없는데도 말인가?”

“팔 한쪽이 중요하니?”

“그렇군.”

차정우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아직, 나는 이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밖에 안 된다.”

“하…. 갈 길이 멀구만. 일단 클리어부터 하자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그게 좋겠군.”

팔이 한쪽 없는 나와는 다르게, 차정우는 두 팔이 온전했고 건장한 체격에 성능 좋은 갑옷까지 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차정우의 하얀 검은 대충만 훑어봐도 선기 이상의 무기라는 것이 간단하게 느껴졌다.

이 상태로 끝까지 붙는다면, 팔이 한쪽 없는 내가 지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나에게 ‘선인의 격’이라는 버프 스킬과 그 효과를 증대시켜주는 ‘선인의 기운’ 그리고 죽음에서 1회 벗어날 수 있는 ‘기사회생’스킬이 있다지만, 이것만으로 차정우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정우는.

나와는 다르게 세계의 선택을 받아, 이세계로 간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

이세계의 용사이자, 선택받은 자.

내게 ‘명’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준, 같은 배후성을 둔 자.

이세계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결코 가볍게 상대 할 차정우가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차정우와 부딪힌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더….더…. 강해져야해….

스르릉.

차정우는 맞댄 검을 회수해 자신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뭐야? 벌써 끝이냐?”

“시간이 됐다. 곧, 히든미션이 진행될 것이다. 중앙으로 가지.”

“중앙…?”

히든미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차정우의 말에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맞다.

선미 씨, 민영아?

“야, 일행이 있어서 먼저 간다.”

“중앙으로 가라.”

급박해진 내가 차정우를 바라보며 말하자, 나의 표정에서 무언가 눈치를 챈 차정우가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스템의 알림이 시작되었다.

[숨겨진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히든미션이 진행됩니다.]

[히든미션 – 중앙에 소환되는 물의 대정령과 불의 대정령을 해치우십시오.]

[히든미션으로 인해 게이트의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정령의 둥지의 난이도는 ‘SSS’등급입니다.]

[기여도가 갱신됩니다.]

[시간제한 – X]

“이런…!! 야, 빨리 와라.”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초속 비행을 사용해 중앙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아직 대정령을 상대할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정령화’를 한 상위 정령 한 마리쯤이야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상위 정령보다 더욱 강한 게 대정령이라는 존재들이었다.

대정령이 한 마리뿐이었다면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되겠지만, 이겨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다 정령화를 사용한 대정령과 부딪힌다면 두 사람은 조그만 가능성 없이 죽을 확률이 높았다.

‘정령왕’이 아닌 건 다행이지만…. 두 사람이 위험해.

속도를 최대치로 올린 나는 중앙을 향해 단숨에 치고 나갔다.

* * *

“헉…. 허억….”

“아줌마. 이것들은 뭐예요. 갑자기!!”

“나도 모르거든? 그리고, 꼬맹아. 나 아줌마 아니거든?”

갑작스레 진선미와 이민영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불과 물의 대정령이었다.

이안이 곧 게이트를 클리어해 줄 것이라 굳게 믿은 두 사람의 앞에는 이안이 아닌, 처음 보았던 상위 정령보다 강한 몬스터가 둘이나 나타난 것이다.

공격이 가능한 진선미였기 때문에 처음엔 공격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공격은 그저 콧방귀를 끼듯 두 몬스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인간이여. 그대들이 상위 정령을 소멸시키고 우리를 강제 소환한 것인가?]

“하하…. 그건 맞는데. 아닌데요….”

[말장난을 하는군. 정령을 해하다니. 그대들은 죽어 마땅하다.]

[그렇다. 정령들은 어디에든 존재하며, 인간과 서로 우호적인 관계. 그것을 저버리겠단 것인가?]

불과 물의 대정령은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이어 대정령이 될 수 있는 존재인 상위 정령 네 마리를 모두 죽인 것이나 다름없으니.

‘어쩌지…? 아직 안이 씨가….’

이 순간에 자기 자신과 이민영을 지킬 수단은 진선미에겐 없었다.

“야, 꼬맹이.”

“왜요?”

가까스로 공격을 막던 두 사람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결정적인 한 방만 맞는다면 죽을 정도의 상태.

“너, 버프 있다 그랬지? 그거 나한테 걸고 넌 도망가.”

“……싫어요.”

“왜!!”

“내 맘이에요!!”

고집을 부리는 이민영과는 다르게 진선미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안과 이민영의 대화를 얼핏 들었을 때, 총 네 단계의 버프가 있다는 건 진선미도 알고 있었다.

그 버프를 이용해 자신이 시간을 끌어준다면 도망친 이민영이 이안을 데리고 와주기만 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넌 전투 스킬도 없잖아!! 오잖아!! 빨리…!!!”

“아 싫어요!!! 차라리 죽고 말지. 아줌마한테 도움받기는 싫어요!!”

“아 왜!!”

“아줌마, 사이비잖아요!!!”

“……??”

진선미는 어이가 없었다.

해코지를 하려 한 적은 있었지만….

사이비라는 이유로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니.

그건 무슨 헛소리인가 잠시 멍해진 진선미였다.

“아무튼 싫어요! 이리와요!! 이거면 괜찮을 거예요.”

황당함에 어이가 없던 진선미는 그저 말없이 이민영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나 이제 사이비 아닌데…. 정신 차렸는데….”

“됐어요. 그런다고 과거가 지워지나요?”

“진짜 아닌데…. 힝….”

목적성이 있었다지만, 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누군가 자신에게 사이비라 하니, 영….

듣기 싫은 진선미였다.

“아줌마. 절대로 제 옆에서 벗어나면 안 돼요. 알겠죠?”

“알겠는데…. 뭘 어쩌게? 이대로 죽자고!?”

“미쳤어요? 죽긴 왜 죽어요! 아저씨 올 때까지 버텨야죠!!”

“그러니까, 어떻게!!”

“조용히 좀 해봐요!!”

기껏 도망쳐 막다른 길에 몰린 진선미와 이민영의 선택지는 없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대정령이 코앞까지 다가와 두 사람을 향해 공격하려 할 때였다.

[나, 물의 대정령, ‘아쿠아’가 말한다. ‘신의’를 저버린 인간들이여, 죽음으로 사죄하거라.]

[나, 불의 대정령, ‘이니스’가 말한다. ‘신념’을 저버린 인간들이여, 죽음으로 사죄하거라.]

“꼬맹아. 빨리…!!!”

“다 됐어요!!! 아줌마. 절대로 움직이면 안 돼요.”

다급한 진선미의 말에 이민영은 침착하게 자신의 두 손바닥을 대정령들을 향해 뻗어냈다.

[후원자, ‘이민영’이 성흔, [세 번째 사계절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자신의 후원자를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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