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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65화 (65/206)

제65화

뜻밖의 메시지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라버니, 여기 저희 말고 사람이 있나 본데요…?”

“그러게요?? 이 정도의 난이도는 아저씨 정도나 돼야 쉽게 잡을 수 있는 곳 아니에요??”

두 사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나의 ‘명’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었다.

[당신의 ‘명’을 강하게 인식합니다.]

이전에도 한두 번 있었지만, 집중할수록 ‘명’에 대한 장면이 강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없다.

기억하고 또 다시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런 장면은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재확인하니 더욱 확실해진 기억.

이미 변하기 시작한 ‘명’이 더욱더 강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명’에서는 새로운 미션이 시작되고 느지막하게 들어온 게이트가 이곳이었다.

‘SS’ 등급의 몬스터 게이트였지만 나의 강함에 자신이 있어 시간이 남은 이 순간을 택한 것이지만….

이 순간을 택했다는 이유로 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강함을 믿고 들어왔다고 쳐도, 한순간 동시에 다발적으로 상위 정령 둘을 잡아낸 것이었다.

“아저씨. 저 기억났어요. 들어올 때….”

“응?”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이민영이 나를 향해 말했다.

“저흰 세 명인데…. 어째서인지 이곳에 들어올 때, 시스템이 다섯 명이라고 했었어요.”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다섯…. 다섯이라….”

세 명은 남쪽인 이 자리에서 상위 정령을 해치웠다.

이 말은…. 남은 두 명이 일행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상위 정령 둘을 잡은 것이라는 말이었다.

“긴장해야겠네요. 아무튼 두 명이 더 있다는 건 사실이니.”

“네…!!”

의문의 두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우리와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여차하면 기여도가 그 사람들에게 쏠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에겐 무조건 기여도 1위의 보상을 얻어가야지만 이곳에 들어온 의미가 있었다.

“저희 말고 두 사람은 남쪽의 상위 정령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이쪽으로 오지는 않을 테죠.”

“네?”

“전 동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여차하면 게이트가 클리어 될 테니 이곳에 가만히 계셔도 좋습니다.”

진선미와 이민영은 나를 바라보며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듣기 시작했다.

“이왕 들어온 게이트인데, 보상은 얻어가야죠. 제 이동 스킬이면 늦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아. 빠르게 가서 동쪽의 상위 정령을 잡고 게이트를 클리어할 생각이신 거예요?”

“맞아요. 그러니 이 자리에 있어요. 그게 좋겠네요.”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들어온 입구로 나가게 되니까요?”

“네. 어긋나거나, 이동하다 그 사람들을 만나는 건,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우군인지 적군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알겠어요! 오라버니의 강함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죠.”

나는 진선미와 이민영을 바라보며 내 생각을 말했다.

두 사람도 동의를 하는지, 자신들이 같이 움직여 보상을 놓칠까 나의 말을 배려해 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이건 혹시 모를 연락 수단이니 가지고 계세요.”

나는 두 사람에게 시드 스토어를 사용해 ‘장거리 전음’을 구매해 두 사람에게 건네줬다.

“조심해야 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음 날리고요. 중앙 쪽으로 이동해 있을게요!!”

“될 수 있으면 이 자리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려면 중앙이 좋겠네요. 그렇게 해주세요.”

“오라버니. 다치지 말아요!!”

“두 사람도 여차하면 바로 아이템을 사용해주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두고 스킬, [초속 비행 LV3]을 사용해 공중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 * *

이쯤인가?

동쪽으로 이동하자, 지형이 변했다.

남쪽이 메마른 대지와 같은 지형이었다면 동쪽은 달랐다.

담당하는 정령의 속성이 달라서인지, 모든 것이 불타고 있어 흡사 지옥 같은 풍경이었다.

동쪽의 정령은 화(火)의 속성.

“후, 덥네.”

나는 생각의 전환을 했다.

이런 날씨의 변화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른 방법이 있었다.

“바람은 불을 더욱 거세게 하고…. 물은 불을 끌 수 있지만, 뜨거운 불에 계속해 노출되면 내가 익어버릴 수도 있고…. 그럼 이렇게 해봐야겠다.”

나는 온몸에 수(水) 속성과 풍(風)속성을 부여해 적절한 온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수(水)와 풍(風)의 속성은 절묘하게 섞여 마치, 냉기를 뿜는 얼음 속성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용한 방법이었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좋아. 이건 전투에도 도움이 되겠다.”

적당한 몸 온도를 맞춘 난 그 상태를 유지하며 거대한 문을 찾아 이동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뒤치기를 할 걸 그랬나? 아니, 그건 그래도 좀 비겁하지….

내가 한 생각을 저들이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거대한 문 앞에서 잠시간 생각하니, 오히려 뒤를 조심해야 하는 건 나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막타를 빼앗기는 건 내가 될 수도 있으니.

문을 열기로 마음먹은 나는 거대한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끼이익.

그때였다.

[동쪽의 화(火)의 상위 정령을 처치하였습니다.]

[남은 상위 정령은 없습니다.]

문이 닫혀있어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시스템의 알림과 함께 들리기 시작했다.

“곧, 히든미션이 나타날 거다. 남은 건 이 게이트뿐이니.”

“대장. 괜찮겠어? 우리가 강하긴 하지만, 아직 대정령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괜찮을 거다. 빨리 보상을 얻고 나가는 게 목적이니 정신 바짝 차려라.”

“흐응…. 알겠어! 대장. 그럼 이제 중앙으로…. 어?”

대화 중이던 두 사람이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누구냐!”

슈악!

엄청난 속도로 반응한 사내는 몸을 재빠르게 돌려 나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휙!

“응? 다짜고짜 화살을 머리통에 날리네? 방금 헤드샷 날 뻔한 거 알아? 몰라?”

어이가 없었다.

이들도 이곳에 본인들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화살은 정확하게 나의 미간을 향해 날려져 왔다.

높은 능력치 탓인지 화안금정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재빠르게 피해서 다행이지, 진선미나 이민영이었다면 이미 미간이 뚫린 채로 죽고 말았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을 하며 날린 공격이었다.

그리고 공격과 함께 시스템의 알림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빠른 진행으로 히든미션이 생성됩니다.]

[5분 뒤 히든미션이 진행됩니다.]

시스템의 알림은 5분 뒤라는 말과 함께 더는 없었다.

5분 뒤에 알려준다는 건가? 히든…? 도대체 뭐가 뭔지….

나의 ‘명’에서도 히든미션은 개방되지 않았었다.

‘명’이 바뀐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의 진행은 전혀 생각지 못한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저벅. 저벅.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가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넌, 누구지?”

“대장. 죽입니까?”

“아니, 아직이다.”

두 사람은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내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두 사람의 복장은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복장이었다.

대장이라 불리는 자는 흑빛의 플레이트 아머와 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무기는 대충만 봐도 화려함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하얀 검.

대장이라 부르는 자도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하얀 검과는 다르게 적빛의 활을 들고 있었다.

“이상하네. 너희 복장. 아니, 그건 됐고 누굴 죽인다 만다야? 미친 거야? 아니면 정신이 나간 거야?”

“입이 험하군.”

“먼저 공격한 건 그쪽들인데? 예쁘게 꽃 달고 뀨잉뀨잉 해야 하냐?”

“……”

“대장. 그냥 죽이시죠?”

“물어볼 것이 있다. 본래라면 지금 상황에 우린 만날 수 없다는 걸 네놈도 모르지는 않을 터.”

두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자신들만 아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내가 병풍도 아니고.

“아무래도, 대장 배후성이….”

“조용히 해라.”

하?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두 사람에게 슬슬 짜증이 몰려들었다.

다짜고짜 죽일 듯 공격하더니, 이제는 병풍 취급을 해?

화안금정.

스스스.

나는 곧바로 화안금정을 사용해 두 사람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정보창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 너였구나?”

“……?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날 아는가?”

“말투 진짜 로봇 같은 새끼네. 네가 날 모르는데 내가 널 어떻게 아니?”

“대장. 쏠게요.”

“야. 넌 빠져라. 죽기 싫으면.”

도발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활을 든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나를 향해 활을 들이댔다.

“그러게, 말은 예쁘게 하고 살아야지. 후회는 죽어서 하라고.”

“그거 당기면 너 죽는다.”

협박이 아니었다.

나름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다.

“지랄.”

팅!

슈 욱-!!!

나의 말을 무시하며 화살을 든 사내는 처음 나의 미간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보다 배는 빠른 화살이 나의 머리통을 꿰뚫기 위해 날아 왔다.

스킬?

휙.

이미 화안금정을 사용하고 있던 나는 화살이 날려져 오는 궤적을 확인해 고개를 조금 까딱여 화살을 피해냈다.

그리고

“다음은 네 차례지? 사람 함부로 공격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슈 악.

재빠르게 용광검을 들어 초속 비행을 사용했다.

챙-!!!

나름대로 최대의 속도로 이동했음에도 나의 공격은 막히고 말았다.

예상해서인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네 대장 아니었으면, 너 목 날아갔다.”

“허…. 대장. 이놈 제법인데요? 누굽니까? 아십니까?”

“알 것 같군.”

나의 공격을 막은 건, 대장이라 불리는 사내.

“방금은 맛보기. 그래서 싸울래? 아니면, 대화로 풀어볼까?”

“대화가 좋겠군. 쓸데없는 힘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

“좋아. 그렇게 하자고. 핵심만 빠르게 가자고. 지구 말고 다른 세계가 있는 거냐? 아니, 네들은 분명 한국 사람인데? 너희들 뭐냐?”

“대장…!!”

대장이라 불리는 사내가 대화에 동의하자, 말을 이어간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나는 너와 같은 한국 사람이다. 그리고 네놈의 질문에 답하자면, 지구 안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을 본 나조차도 알지 못 하는 말이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의 퍼즐들이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나의 배후성.

‘환생자의 재림’ 속 수많은 세계.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

모든 세계의 입구와 출구가 열릴 때.

나의 각성 스킬을 성장시킬 수단 중 하나 인 ‘사’의 기운.

“하. 이제야 조금 알겠네. 내가 보지 못한 ‘명’ 이후의 세계….”

“다음은 내가 질문하겠다. 이곳은 어떻게 들어왔지?”

“한국에 있는 게이트를 이용해서. 기여도 1위의 보상을 얻기 위해. 대답이 됐나?”

“흠. 다른 목적은 없는 건가?”

“보상이 목적이라니까?”

“좋다. 다른 질문이 있는가?”

정말이지 딱딱한 남자였다. 마음에 안 들게.

나는 정리한 생각을 대장이라 불리는 자를 향해 묻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르게 네놈이 사는 세계가 지구 안에 존재한다는 것. 이게 맞나?”

“그렇다.”

“그 지구 안의 세계는 흔히 말하는…. 소설 속에서나 보던, 이세계라 부르는 곳이고.”

“맞다.”

대답을 들은 나는 곧바로 화안금정을 사용해 놓친 부분은 없는지 더욱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LV 107 – 차정우 / 26살

힘 - 17321 / 99999

민첩 – 17243 / 99999

마력 – 18974 / 99999

체력 - 19992 / 99999

LV 포인트 - 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이세계의 열일곱 번째 용사

배후성 – 재미로 삶을 반복 하는 자

성흔 - 없음

시드 - 21021000 seed]

한눈에 정체를 알 수 있는 특성, 나와 비슷한 능력치의 강자, 무엇보다 배후성이 같았고 레벨은 나보다 높은 상태였다.

“정리하자면, 배후성은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고…. 넌 지구 안의 다른 세계의 용사가 맞나?”

“맞다만…. 네놈. 어떻게 나의 배후성까지 알고 있는 것이지?”

“아. 훔쳐봐서 미안. 그런 스킬이 있어서.”

“기분 나쁜 스킬이군….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말해봐.”

“네놈의 배후성은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인가?”

“어. 맞아.”

“역시 그렇군. 배후성의 꾸민 짓인 건가?”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두 사람이 협력하길 바란다며 방긋 웃습니다.]

언젠가….

나의 배후성이 한 말이 있었다.

나와 같은 후원자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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