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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62화 (62/206)

제62화

색이 다른 손오공의 두 눈에 분노가 깃들고 있었다.

‘아직 나의 사명은 진행 중이다. 남은 건 사형뿐이지만….’

강자아는 환술의 해제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선들에게는 이 환술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강자아를 비롯한 신선들은 금방 환술을 깨고 나와 신공표에게 맞섰고, 남은 신선들은 요괴들의 환술을 풀어주었다.

본래, 이 환술은 환술이었지만 환술이라 할 것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환술은 신선이 되기 위한 과정을 찰나의 시간 속에서 환상으로 겪게 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7가지 감정인 희, 로, 애, 락, 오, 애, 욕. 이 감정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내려놓는 것.

그로 인해 신선이 되어 기록자의 역할을 하는 것. 이것이 환술의 정확한 쓰임새였다.

문제는, 손오공에겐 더욱 강력한 환술이 걸렸다는 것이지만.

덕분에 애(哀)와 애(愛)를 버려낸 손오공은 감정안에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사랑과 슬픔.

자신이 철부지였을 시절 겪었던 사랑.

스승과 사제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임으로써 슬픔을 이겨낸 손오공.

강자아도 사실 이렇게까지 잘 풀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덕분에….

손오공은 화안금정과 더불어 감정안을 가지고 한층 더 강해져 환술을 파훼한 것이었다.

모두에게 강력한 환술을 걸 수 없어, 손오공만은 가장 강력한 환술을 걸었던 신공표.

하지만, 그 환술도 강자아와 임아린의 노력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강력하게 걸었던 환술 때문에 손오공은 결과적으로 더욱 강해져 나온 것이다.

손오공은 겉으로는 장난기 많은 강한 원숭이일 뿐이었지만, 그에게 정과 애정이 많았고 그로 인해 그보다 강한 애정을 느낌으로써 환술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 존재가 현계에서 온 순수한 인간, 임아린이었다.

자하 선자의 방울 팔찌.

본래, 이 팔찌는 자하라는 선자의 팔찌였다.

대성들과 함께 천계를 침공 후 죄를 지은 손오공이 삼장을 따라 미션을 해결해야 할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삼장에게 귀의하지 않았을 적, 손오공이 겪은 사랑과 슬픔.

삼장과의 미션 진행 때문에 자하 선자를 내쳐야만 했고, 자하 선자가 죽을 때가 되어 그 사랑을 깨달은 손오공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것이 자하라는 선자와의 관계였다.

자신이 천방지축 날뛰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후회.

결국. 손오공 자신의 카르마를 소진해 현계의 인간으로 환생 시키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자하 선자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도 없었고 어떤 인간으로 환생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강자아는 임아린이 자하의 방울 팔찌를 항상 차고 다닌 것을 알고 있었고, 환술과 자하 선자 그리고 임아린의 관계성을 고려해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임아린을 보낸 것이었다.

강자아 자신도 나름의 도박이었다.

자칫 잘못한다면, 손오공은 그대로 환술속에서 생명력을 소진해 죽을 뻔했고 임아린 또한 기력을 소모해 환술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강자아는 자신의 사명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도 이용할 수 있는 자였다.

임아린과 손오공을 구할 생각은 진심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 두 사람도 강자아의 사명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강자아가 임아린을 보내지 못한 채, 손오공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나 다른 신선들을 보냈다면 손오공이 각성하여 환술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결국….

손오공은 환술 속에서 소멸하거나, 운 좋게 아주 희박한 확률로 감정을 통제하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통제하고 나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에 강자아는 도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한 강자아의 결심이었다.

천존에게 받은 사명.

사명은….

임아린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손오공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섯의 대성을 죽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신공표를 막아라.

이것이 천존에게 부여받은 강자아의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자아의 마음을 몰랐던 것이 손오공과 임아린이었다.

“할배!! 괜찮아요!?”

“허허허. 괜찮단다. 무사히 나와 다행이구나.”

“이봐. 영감. 지금은 보여. 나중에 얘기 좀 하자고.”

“……알겠네.”

손오공은 감정안을 얻음으로써 이 전과는 다르게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조금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야말로 전지전능에 가까운 신의 능력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성좌든 신선이든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은 세계의 법칙 때문에 불가했다.

그런 능력을 두 가지 감정을 통제한 후 손오공이 얻은 것이었다.

“자네의 그 눈…. 위험하군. 조심해서 쓰도록 하게.”

“흥. 나도 알거든? 안이 그놈에게 한쪽 눈을 준 것이 도움이 되었군.”

“결과론만 따지자면 그렇다만…. 자네는 방금 죽을 뻔했다네.”

“닥치게.”

“알겠네.”

강자아는 몇 마디만 더 하면 손오공의 화를 더욱 돋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신공표는 어디 있지?”

강자아는 손오공의 물음에 손짓으로 그의 위치를 알렸다.

공중에서 신선 그리고 요괴들과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그럼 부탁함세. 법력은 내가 회수하겠네.”

“귀찮은 건 나한테 넘기는구먼. 그래.”

“허허허. 전투는 내 관할이 아니라서 말일세.”

“됐다. 전투하면 이 손오공 님이지. 아린아. 이곳에 있거라. 금방 끝내고 올 테니.”

“헤헤…. 아저씨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빨리 와요! 가족 놀이해야죠!”

“늦게 오마.”

손오공은 가족 놀이를 끄집어내는 임아린의 말에 온몸에 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슈우우.

일곱 가지 감정 모두를 통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가지 감정을 통제함으로써 손오공은 무언가 편안해짐을 느끼는 중이었다.

‘해탈이라는 건 이런 식인 건가…?’

더욱 강해진 손오공은 여유가 넘쳐났다.

“신공표!!!!!”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신공표를 부르자, 신공표를 비롯해 대치 중이던 신선과 요괴들이 손오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런…. 벌써 빠져나오다니…. 내 비장의 수가 이런 식으로….”

“대사형!! 너무 늦은 것 아니오?”

“닥치거라. 돼지야. 야!! 피해!!”

저팔계는 무심한 듯 자신을 걱정해주는 손오공을 향해 피식 웃어 보였다.

“대사형. 전 스승님을 보았습니다.”

“흥. 과거일 뿐이다. 스승님은 내가 꼭 만나게 해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예.”

미션을 완수함으로써 지능을 돌려받아, 이제는 멍청하지 않은 사오정.

“대사형! 내가 있으니, 걱정 마시오!! 이놈은 내가 잡겠소!!”

“하이고? 당근이나 처먹거라.”

이제는 ‘푸르릉, 푸릉’이 아닌, 말을 잘하는 백룡.

손오공에겐 동료들이 있었다.

비록 삼장은 이 자리에 없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사제들을 데리고 성좌가 된 삼장을 만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짜식들. 무리하지 말고 나오거라. 내가 왔으니.”

달라진 손오공의 기운에 신공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허…. 설마, 그 속에서 다른 힘을 깨우친 것이냐? 정말이지…. 괴물이 따로 없군.”

“괴물 아니고 원숭이거든? 원숭이한테 뒤지게 맞아보자.”

부웅!! 훙훙!!

색이 다른 두 눈과 전신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기운에 신공표가 움칫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원숭이가 왔구나!!! 이제 됐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제 싸움은 전투광 원숭이에게 맡기자!!!”

신선들과 요괴들이 손오공을 향해 한마디씩 건넸다.

“이놈들이?”

자신이 원숭이는 맞았지만, 뭔가…. 기분이 나쁜 손오공이었다.

“귀찮으니, 다들 꺼져라!”

손오공의 일갈에 기다렸다는 듯, 신선들과 요괴들이 자리를 벗어났다.

단순하게 싸움이 싫어서는 아니었다.

말로는 손오공을 놀리는 듯 말했지만, 이들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신선들과 요괴들은 손오공의 강함을 알고 있었기에 방해가 되지 않고자 피해준 것이었다.

“야, 백룡. 안가?”

“가야 하오? 도와….”

“가서 당근이나 처먹고 있어.”

“대사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소.”

저팔계와 사오정과는 달리, 신공표를 잡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백룡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손오공의 말 한마디에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삼장을 떨어트려 먼지가 나게 맞던 기억.

삼장을 안락하게 태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먼지가 나게 맞던 기억.

물을 마시느라 삼장을 잠시 내려놨다는 이유로 죽기 직전까지 맞던 기억.

백룡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괜히 맞았다.

그냥 맞았다.

옛 기억 덕분인지, 소름이 돋아났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자신 뿐 아니라 저팔계와 사오정도 같이 맞았다.

물론…. 셋 중에 가장 많이 맞은 건 저팔계였다.

“가야지…. 가야겠군. 그럼….”

“빨리 꺼져.”

이 정도면 츤데레가 아니고 깡패에 가까운 손오공의 인성이었다.

“자, 그럼 2차전 시작해야지? 괜찮겠어?”

“……허세를 부리고 싶다만…. 그리할 수는 없겠군.”

“순순히 뒤지는 건 어때? 아니면 태상노군한테 말해서 1만 년 간 사우나 한 번으로 끝내게 해줄 테니.”

“으하하하하. 사우나라니,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팔괘로는 네놈이 아니면 버텨낼 수 없는 것을 모르지 않는가!!”

“야.”

“뭐지?”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냐? 그냥 처맞을래?”

“……”

신공표는 한껏 여유가 생긴 손오공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의 계획을 물거품이 되게 할 수 없다.’

신공표는 점점 다가오는 손오공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차. 하면 눈앞에 다가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손오공.

찰나의 순간.

신공표는 수만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곧 신공표는 결정했다.

“이보게 손오공.”

“왜.”

“미안하지만, 자네와 놀아 줄 수는 없겠어.”

“뭔 헛소리야?”

여의봉을 쥐어 신공표를 향해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푹!!!!

신공표는 뇌공편의 끝에 만년 묵은 소나무의 송진을 묻혀 자기 복부를 향해 질러 넣었다.

날카롭지 않은 뇌공편은 그대로 신공표를 관통했다.

“하하하. 이런 방법이.”

“너 지금 무엇을…!?”

“그럼, 기다리게나. 다시 돌아올 것이니.”

“너…!!!”

그렇게, 신공표는 자신의 불리함을 깨달은 후 스스로 봉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만년 묵은 소나무의 송진을 이용해 뇌공편과 함께 봉인된 신공표는 연기가 되어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훗날을 위해서.

“이봐, 자아!!!”

급박해진 손오공이 강자아를 불렀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스르륵.

“젠장. 놓쳤군….”

강자아가 그런 손오공을 바라보자, 여태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운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뭔데? 또 뭔가 본 것이냐?”

“그렇네.”

자신의 화안금정과 감정안에도 신공표가 보이지 않자, 손오공은 강자아에게 이동했다.

“뭔데?”

“……아마도 확실하겠지만…. 이곳 선계에서 거대한 전쟁이 일어날 걸세. 천존조차 막지 못할 엄청난 전쟁이….”

“신공표 저 새끼 때문인가?”

“그렇네만…. 나와 자네. 그리고 아린이도 연관이 있네.”

강자아의 말에 손오공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깨달았다.

“이안…. 그놈이 오는 것이군.”

“그렇네. 일단. 이동하게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네.”

“음. 알겠다.”

스스로가 봉인되기를 바란 신공표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때가 되면 신공표는 다시 한 번 임아린을 노릴 것이고 그때는 강자아의 말처럼 이안이 선계로 들어왔을 때라는 것을 손오공과 강자아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 * *

임아린이 납치를 당하고 여섯 대성이 죽은 후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자아는 천존에게 보고를 올려 죽어간 신선들을 위로해주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손오공은

오삼이를 묻어준 후, 자신의 사제들과 회포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바쁜 강자아와 손오공에게 삐친 임아린이었다.

“아저씨이!!! 나 강해질 거라고요!! 빨리 법술 알려줘요!!!”

“꼬맹아. 나는 법술을….”

“알잖아요!!!”

“그러니까 그 법술은 강자….”

“아아아아아아!!!!!”

“말 좀 하자.”

임아린의 땡깡을 나날이 길어져만 갔다.

사건 이후, 제법 어른스러워진 임아린은 가족 놀이를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법술이니,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둥 귀찮게 하기 바빴다.

“안이 아저씨 오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요!!!”

“내가 있는데 굳이…?”

“우 씨….”

“크하하. 대사형. 그러지 말고 알려주오. 저 아이도 자기 몸 하나는 스스로 지켜야 하지 않겠소?”

“시끄럽다. 돼지야.”

손오공은 임아린에게 법술을 알려주기 싫었다.

그 누구든 강해지게 되면 전투를 피할 수 없는 법.

언젠가는 어떠한 이유로 싸우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사형. 이곳은 선계요. 언제까지 대사형이 저 아이를 지켜줄 수는 없지 않소?”

“……너 확실히 똑똑해지기는 했구나?”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소.”

사오정의 말에 손오공은 마음을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강자아는 이곳 선계를 벗어날 수 없는 몸.

그렇다는 건, 이안이 아니면 임아린을 누가 지킬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안이 그놈과 있던 놈들은 약해 보였고….”

“대사형!! 이젠 내가 막내 사제가 아니란 것이 사실이오?”

“어. 사실인데, 여차하면 그놈한테 따라잡힐걸?”

“……그럴 수는 없지!!!”

한참을 고민하는 손오공에게 백룡이 끼어들었다.

“쳇. 어쩔 수 없군. 좋다. 네놈들은 이만 가보거라.”

손오공이 마음을 굳게 잡자, 임아린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자신도 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는 것은 손오공이라는 걸 임아린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의 시간이 흘러 손오공의 사제들은 천계로 복귀를 했다.

그리고, 손오공은 임아린과 함께 수행을 시작했다.

“이 감정안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나 또한 수행이 필요하니, 겸사 겸사지 뭐.”

“헤헤. 아저씨 잘 부탁해요!”

“오냐. 늦장 부리면 안 알려줄 거다 꼬맹아.”

“걱정하지 말아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볼일을 마친 강자아가 두 사람에게 합류하게 되었고 강자아, 손오공, 임아린 세 사람은 후에 벌어질 대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수행에 들어갔다.

‘이안’을 기다리며.

강자아의 운명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본인을 포함해 손오공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강력한 우군이 되기 위해 임아린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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