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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59화 (59/206)

제59화

손오공의 두 동공이 확장되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의 두 눈으로 우마왕의 죽음을 확인한 손오공이었다.

“너…. 뭐냐?”

“허허허. 분신술을 아우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

“분신술…?”

손오공의 전매특허이자, 자신의 힘을 쥐어 짜내면 수천, 수만의 분신까지도 소환할 수 있는 분신술이었다.

“아우님만큼 다루지는 못한다만, 분신 하나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지.”

“하….”

손오공은 어이가 없었다.

분신술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이는 신선들과 요괴들 전체를 뒤져도 그 수가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자신의 흉내를 내는 ‘육이미후’는 조금 비슷하게 사용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마왕이 분신술을 쓴다? 손오공은 그 가능성을 하나도 생각하지 못한 듯 암담한 표정이었다.

“오래 살더니, 잔머리만 늘었군. 힘으로만 밀어붙이던 놈이…!!”

“허허.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네. 꽤 정교한 분신이었기 때문에 나의 힘도 반감되었지만,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젠, 근두운도 사용하지 못할 테고.”

“하? 근두운이 없다고 이, 천하의 손오공이 약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손오공은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우마왕의 타격이 있었지만, 손오공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임아린에게 움직였다.

“그 아이는 잘 데리고 있게. 당장 손을 대지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도 필요한 아이이니.”

“……”

살아생전 이런 분노를 느껴 본 적이 없는 손오공이었다.

하나 있다면 자신의 스승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손오공은 화가 났다.

이 어리고 여린 인간 아이가 무엇이길래, 가만히 두지를 않는지.

“너희 전부 가만히 있어. 그 뿔부터 조사 줄 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게나.”

손오공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호리병을 들어 임아린에게 가져다 댔다.

“빨아들여라. 호리병.”

스스스스.

뽕!

손오공의 한마디에 임아린은 연기가 빨려 들어가듯 호리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삼아. 아린이를 부탁한다.”

“맡겨두셔. 대장!”

임아린이 들어간 호리병을 오삼이에게 넘긴 손오공은 자신의 여의봉을 들고서 천천히 우마왕에게 다가갔다.

스아아.

‘화안금정.’

제대로 된 전투를 하겠다는 듯 손오공의 오른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안에게 왼쪽 눈의 화안금정을 건넸기 때문에 오른 눈 한쪽밖에는 사용하질 못했지만, 손오공은 자신이 있었다.

“이봐, 영감. 잠깐만 붙들고 있으라고. 내 사제들이 도와줄 것이야.”

“알겠네.”

강자아는 신공표가 손오공의 싸움에 개입하지 못하게 견제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투를 끝마친 손오공의 사제들인 저팔계, 사오정, 백룡은 그런 강자아를 서포트하기 위해 빠르게 합류를 마쳤다.

“허허허. 아우님. 지나친 흥분은 전투에 있어 패배의 요인이 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

“그런 말은 뒤지고 나서 꿈나라 가서 하라고.”

화안금정과 자신의 기운을 폭발시킨 손오공의 강함은 이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근두운을 여러 번 사용해 이제는 뇌전을 사용하지 못할 뿐. 손오공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에 가득 찬 손오공의 강함은 뇌전을 사용하지 못함에도 그 격차를 손쉽게 메우고 있었다.

스아아아아.

우마왕은 그런 손오공의 모습을 바라보며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내 자신감 있는 모습을 잃지 않은 그였지만, 전력을 다한 손오공이라니.

요괴 중 최상위권이라는 자신조차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단하군…. 이 정도의 강함이라니…!!’

하지만.

손오공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자신도 이곳에서 신선과 요괴들을 모두 합쳐도 열 손가락 안에 낄 수 있는 강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럼, 간다고.”

손오공이 자신의 여의봉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우마왕을 향해 돌진했다.

“하아아압!!!!”

챙!!!

“길어져라. 여의.”

쉭- 푹!!!

“큭.”

서로 간의 양보는 없다는 듯 누구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손오공은 여의봉을 휘둘러 타격을 성공시켰고 거리가 벌어지면 여의를 늘려 우마왕을 몰아붙였다.

“이…!! 내가 질 것 같은가!!!”

잠시간의 틈이 생기자, 우마왕은 단숨에 손오공의 품에 파고들어 자신의 두 뿔을 이용해 손오공의 몸에 박아 넣었다.

푸욱.

“흥. 이까짓 뿔이 어쨌다는 것이냐. 간지럽다!!”

뿔에 박혀 자신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손오공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자신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이었다.

“내가 죽으면, 아린이는 누가 구하고 다섯 째 사제를 어찌 보겠느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손오공의 눈을 본 우마왕은 조금씩 그의 모습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삼장법사와 미션을 수행하기 전만 해도 자신과 겨뤄 비등한 실력을 갖춘 손오공이었건만.

어느새 이 정도의 격차가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이…. 평천대성 대력왕 우마왕님께서 겁을 먹은 것인가…!?’

“이봐, 소 형님. 겁먹지 말라고. 죽는 건 한순간이니까.”

손오공은 그런 우마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흥! 나 또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마왕은 자신의 무기를 집어 던진 후 선법을 사용하는 듯 자신의 기운을 온몸에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슉!

순식간에 본래의 크기보다 한참은 작아진 크기로 우마왕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흥, 화안금정을 사용하고 있는 내가 그 정도도 못 잡을 것 같으냐!!!”

손오공은 우마왕의 선법을 알고 있었다.

자기 몸을 최소한으로 축소해 체내로 진입할 수 있는 선법.

말 그대로 내부에서 충격을 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딴 것은 안 당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손오공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자신의 체내로 들어와 내부에서 데미지를 줄 것이라 생각했던 우마왕이 향한 곳은 오삼이였다.

“어…? 야, 오삼!!! 피해!!!”

슈슈슛.

우마왕은 순식간에 오삼이에게 이동해 자신의 몸을 본래의 크기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호리병을 빼앗아 오삼이에게 강력한 한 방을 먹였다.

쾅!!!!

“컥…. 대장…!!!”

“오삼아!!! 젠장, 오늘 여러 번 당황스럽게 만드네.”

“으하하하하. 싸움으로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택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미친 소 같으니…!!”

우마왕은 빼앗은 호리병에 무언가 묻히기 시작했다.

“너…. 너…!!!”

“이 호리병을 열 수 있는 건 자네뿐이라고 생각했나? 저 신공표라는 놈은 많은 것을 알고 있더군. 크하하하하핫.”

“그만둬!!!!”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손오공은 우마왕에게 몸을 움직이려 할 때였다.

“뱉어내라. 호리병.”

스스스스.

뽕!

“이런 썅…!!”

호리병의 안에 봉인되었던 임아린이 우마왕의 명령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으음…. 어…? 아저씨…?”

의식을 잃었던 임아린은 호리병 속에서 어느 정도의 회복을 했는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다행인지, 의식은 손오공 본인이 알고 있는 임아린 그대로 인 것 같았다.

“하…. 무사했구나. 꼬맹아.”

“아저씨…!!”

우마왕이 호리병에 뭍인 것은 ‘만년 묵은 소나무’의 송진.

이 송진은 그 영험한 힘 덕분에 봉인을 해제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우…. 마와앙!!!!!”

퍽!!!

손오공은 그대로 달려들어 우마왕의 얼굴에 강력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큭…!!”

퍽!!!퍽퍽!!!퍽!!!!

“죽어!!! 죽어!!!!!”

뿌드득.

“끄아아아악!!!!!”

손오공은 날려져 간 우마왕을 그대로 따라가 여러 방의 주먹질을 했다.

그리고, 우마왕의 두 뿔 중 한쪽을 쥐어 강하게 부러트려 버렸다.

엄청난 피의 분수가 우마왕의 잘린 뿔에서 솟구쳤다.

“네놈을 죽이겠다.”

당장 남은 적은 신공표와 우마왕 뿐이었지만 이들의 싸움은 성좌급.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임아린의 육체는 버텨내질 못한다는 것을 손오공은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천계의 천인들이 끼어든다면, 상황은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생각해낸 방법이 호리병이었다.

호리병은 한 번 담은 것을 도로 빼낼 수는 있어도 두 번은 못 들어가는 선기였다.

한 개체 당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봉인법이었다.

“헉…. 헉…. 곧 죽을 몸이 무엇이 두렵겠는가? 크하하하하.”

우마왕은 한쪽 뿔이 잘려 힘의 크기가 줄어들어 더는 전투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방.

단 한방만 먹인다면 손오공의 승리였다.

하지만.

우마왕은 형제들에겐 의리가 넘치는 남자였지만 신공표와 거래를 한 사이라면 굳이 의리를 따지며 지키지 않았다.

“내가 못 간다면…. 네놈도 못 나갈 것이다. 신공표!!”

우마왕이 자신의 주먹에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그 증거로 화안금정에 보이는 우마왕의 주먹엔 임아린을 죽일 정도의 강한 힘이 모여 있었다.

“아린아!!! 아저씨가 구해주마!!”

“아저씨!!”

임아린은 겁에 질려 손오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속도에 자신이 있던 손오공이었지만 꽤 멀리 날려버렸는지, 우마왕의 주먹이 임아린에게 닿는 것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젠장!!! 하지마!!”

“크하하하하. 미안하지만, 죽거라 현계의 인간이여.”

우마왕은 자신이 모은 힘을 손날로 만들어 임아린의 심장을 향해 질러 넣었다.

푸욱.

손오공은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손오공의 시야에 비친 것은 임아린의 죽음이 아니었다.

“컥…. 커 헉…. 콜록.콜록.”

“너…!!”

“이, 이런…. 네놈이 왜 여길…!!”

임아린이 살았다는 생각과 자신의 부하 1호가 공격을 받아 죽어가는 장면에 손오공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 채 멍한 표정으로 우마왕과 임아린에게 다가갔다.

터벅, 터벅.

“오, 오삼아….”

“크…. 크크큭. 대성 하나를 잡고 유명해지나 싶었는데…. 대장 아무래도 먼저 가야겠습니다.”

“마…. 말하지 말거라 오삼아….”

푸 슛!

우마왕은 임아린대신 공격에 당한 오삼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자기 손날을 거두었다.

“크학…!!”

털썩.

“쓸데없는 짓을…!!”

“개자식!!!!!”

손오공은 우마왕에게 남은 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자신의 여의봉을 힘으로 당겨와 우마왕을 향해 질러 넣었다.

“길어져라. 여의. 그리고, 커져라. 여의!!!”

푹. 펑-!!!!

순식간에 우마왕의 가슴팍을 향해 길어진 여의봉은 그대로 우마왕의 심장을 관통해 커졌다.

그리고.

우마왕은 일말의 말 한마디 없이 터져 죽고 말았다.

평천대성이라 불렸고, 요괴 중에서 손오공 다음가는 강자라는 말이 있었음에도 그의 죽음은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오삼아…!!”

“부하 아저씨!!!”

“크…. 크크…. 아린 선자. 괜찮습니까?”

“아저씨….”

손오공은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죽었지 부하를, 임아린을 희생시킬 생각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손오공.

그런 손오공의 눈앞에서 몇천 년을 보좌하고 그의 옆에 머물렀던 부하가 죽고 만 것이었다.

“오삼아…. 오심아…. 일어나거라 오삼아…!!”

“대장…. 전부…. 잘 풀렸습니다. 이제, 저 뱀 눈깔만 죽이면 아린 선자는 무사할 것입니다.”

“아니다, 오삼아. 내가 생명력을 불어넣겠다. 치료될 것이다.”

오삼이는 자신을 쥐어패기만 하는 손오공이 미웠다.

그런 손오공이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생명력을 사용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하…. 하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

오삼이는 손오공의 말에 만족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듯.

“하하…. 대장. 제 심장은 이미 박살이 났습니다. 생명력을 주더라도 회복되는 건 겉모습뿐이죠. 죽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오삼….아….”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때 자신은 어찌해야 하는가?

손오공 자신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머릿속이 터질 듯 아파져 왔다.

이미 ‘긴고아’를 벗어 그 고통을 느낄 일도 없는 손오공에게 긴고아가 머리를 옥죄는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아저씨…. 죽지 마요…. 부하 아저씨…!!”

“하…. 하하…. 마지막으로 아린 선자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 놀아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그건 대장이 있으니 괜찮겠죠.”

“아저씨…. 아저씨 제발….”

“아린 선자. 우리 대장을 잘 부탁합니다.”

툭.

야망도, 자신의 꿈도 없던 오삼이는 그저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다.

오삼이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오삼이에게 임아린은 친구이자, 누이였다.

오삼이는 죽어가면서도 자기 대장을 향해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고 자신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친구이자 누이인 임아린을 걱정했다.

그렇게…. 화과산의 이인자 오삼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손오공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이라 생각했던 임아린의 눈앞에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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