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손오공을 대사형이라 반기며 오는 세 명의 요괴.
이들은 아주 먼 과거에 이제는 성좌가 되어버린 삼장법사와 미션을 부여받고 기나긴 여정을 완수해낸 형제와 같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삼장법사에게 법명을 부여받았다.
삼장의 두 번째 제자. 돼지 요괴 저오능. 본명은 저강렵이었으나, 법명이나 본명보다는 저팔계라 불렸다. 본래 오능은 천계에 있는 강의 수군대장이었으나, 여자를 몹시 좋아했고 그로 인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하계로 떨어져 삼장법사의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이후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오능은 천계로의 복귀를 허가받아 다시 신선이 되었다.
삼장의 세 번째 제자. 물 요괴 오정. 본래는 권렴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옥황상제를 호위하던 무관이었지만, 연회 때 실수로 보물 잔을 깨트리는 바람에 하계로 추방당했다. 하계로 떨어지면서 오능이 돼지 요괴가 된 것처럼 유사하에 거처를 잡고 강을 건너려는 인간을 기습해 잡아먹으며 살다 삼장법사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훗날 삼장의 미션을 함께 끝마친 공을 인정받아 ‘금신나한’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다.
마지막으로 백룡. 본래 백용은 용왕의 셋째 아들인 옥룡삼태자였다. 조상의 사당에 불장난을 쳐 화가 난 용왕은 죽이려고 했으나, 관음보살이 이를 발견하여 용서해주는 대신 삼장을 도우라는 명을 내린다. 그렇게 삼장을 기다리며 배가 고픈 나머지 삼장 일행의 백마를 잡아먹어 버렸다. 그 이후 자신이 기다리던 삼장법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삼장에게 귀의하여 백마로 둔갑을 해 삼장을 태우고 다녔다. 이후 공을 인정받은 백룡은 ‘팔부천룡’이라는 직책을 하사받고 용으로 승격되었다.
“크흐흐. 못난이들이 모인다고 상황이 변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사형. 예전에도 그랬지만, 저 소 새끼는 왜 자꾸 방해하는 거요? 꿀!”
“네가 할 소리냐. 게을러터진 놈이.”
“흥! 예나 지금이나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시는구려!”
“됐고. 다시 신선이 된 놈이 말끝에 꿀은 왜 붙이는 건데?”
“하하하하. 습관이오. 꿀.”
“……그래. 넌 저놈 맡아라.”
손오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팔계가 자신의 선기인 ‘상보심금파’를 들고 이산대성 사타왕에게 달려들었다.
“대사형! 오랜만입니다!!”
“짜식들. 네놈은 천계나 잘 지키지 무엇 하러 온 것이야?”
“대사형의 위기를 어찌 못 본 척하겠습니까!”
“넌 너무 진지해.”
“그게 제 매력이죠. 그럼 전 저놈을 맡겠습니다!!”
남은 한 명의 대성인 혼천대성 붕마왕에겐 사오정이 자신의 선기. ‘항요보장’을 들고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봐, 소 새끼. 너 혼자 남았네?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죽을 날이 아닌가본데?”
“크흐흐흐. 저런 허접스러운 놈들 몇 늘어났다고 상황이 변하겠는가? 아우님.”
“아우님은 개뿔. 오늘부로 칠 대성은 끝이다. 끝장을 보자고.”
“그것참, 좋은 생각이군.”
우마왕과 간략한 대화를 끝마친 손오공이 자신의 여의봉을 들고 부딪히려 할 때였다.
“왜 나는 인사를 해주지 않는 것이야!!!!!룡!!!”
백룡이였다. 삼장의 자가용 노릇을 하더니, 이제는 백마의 모습이 더 편하다며 본래의 모습으로 지낸 지 한참이 지난 백룡이었다.
“아잇, 싯팔!! 깜짝아!!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잖아. 이 새끼야.”
“크하하. 천하의 대사형이 이리 놀라니 무척 기쁘군.”
“이 새끼는 스승님이랑 있을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왜 인제 와서 입이 터진 거야?”
“흑…. 강제로 묵언 수행을 하며 자가용 노릇을 한 제 마음을 아십니까!?”
“시끄럽고. 넌 오정이나 도와라. 이놈은 내가 맡을 테니.”
“푸르릉!! 알겠소. 대사형!! 맡겨두게!”
“……”
기나긴 시간을 백마로 둔갑해 삼장의 자가용 노릇을 하더니, 존재감이 희미해진 백룡이었다.
백룡은 자신에게 사오정을 도우라는 임무를 준 대사형이 고마웠다.
그동안의 병풍 생활을 청산하겠다는 듯 앞으로 달려 나가는 백룡이었다.
“내가 가오. 셋째 사형!!!”
“뭐. 됐고. 다시 붙어야지?”
“음…. 자네 사제들은 나사가 하나씩은 빠져 있군.”
“네 형제들보다 좋은 놈들이지.”
손오공은 생각했다.
이 또한 운명이라는 것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자신의 사제들을 이렇게 만난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 자기 스승인 삼장법사와도 조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죽어라!!!”
우마왕은 자신이 사용하는 철퇴 모양의 선기를 사용해 달려들었다.
챙-!!!!
우마왕의 철퇴와 손오공의 여의봉이 부딪히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모든 이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의 방향은 대성들이 밀리는 중이었다.
여의봉을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하는 손오공은 크기 또한 자유자재로 바꾸며 우마왕을 몰아붙였다.
장난기가 가득한 손오공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진지했다.
“아린이 내놔!!!!!”
“크흡…!!”
게속해서 몰아치는 손오공의 여의봉에 우마왕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 정도의 차이가 날 리가 없는데…!!!”
“있지. 아직도 모르겠어?”
“무엇을 말이냐!!”
“난 스승님의 미션을 함께 수행하며 ‘투전승불’이 되었다. 네놈은 그동안 무얼 했지? 수련? 수행? 그런 거로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우마왕은 강했다.
요괴들 중 최상위권의 강자.
하지만, 손오공의 강함은 본래 우마왕보다 강했다.
그런 손오공이 미션의 진행으로 더욱 강해졌기에 우마왕은 그런 손오공의 강함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거나 받아보라고.”
손오공은 자신의 거처에 있던 선기 하나를 우마왕을 향해 겨눴다.
“그…. 그건…!!”
“아아, 우리 아린이가 이 부채를 좋아하길래 가져와 봤지. 너도 마음에 들 거야.”
“이놈…!!! 그건 내 것이 아닌가!!!”
“에이, 형제라며. 네 것 내 것이 어딨어? 거기다, 이건 네 것이 아닌, 네놈의 부인인 나찰녀의 것이 아닌가?”
“닥쳐라!!!”
부채 모양의 선기. 파초선.
이것은 파초 모양으로 만들어진 부채 모양의 선기였다.
여의봉처럼 크기 조절이 가능해 휴대성이 좋기도 했지만, 이 부채의 위력은 상당히 좋았다.
한 번 부치면 강풍이 몰아쳤고 두 번 부치면 비가 내렸다. 그리고 세 번 부치면 태풍이 일어나는 자연재해 급의 부채였다.
“한 번만 부치겠다.”
휘익!
솨아아아아.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우마왕을 향해 파초선을 한 번 부치자 대력 우마왕이라 불리며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우마왕이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크, 크흐읍…!!”
“다음은….”
부채의 강풍에 점점 밀리는 우마왕이 간신히 버티고 서 있자, 손오공은 자신의 여의봉을 우마왕의 몸통을 향해 겨냥했다.
“아플 거야.”
“이놈!!!!!”
손오공은 여의봉을 우마왕을 향해 투창 식으로 집어 던졌다.
“길어지고, 커져라. 여의.”
쑤우우우. 쿠쾅!
눈 깜짝할 새에 길어진 여의봉은 우마왕의 몸통에 닿을 즈음 엄청난 크기로 변했다.
쾅!!!!
“크하악….”
우마왕의 한쪽 뿔이 갈려 나가며, 데미지를 받은 우마왕이 엄청난 양의 핏물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크하아아아아!!!! 이놈…. 이놈, 손오공!!!”
“안 끝났는데?”
손오공은 확실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미리 근두운을 모아두었다.
“여럿이 아닌, 한사람에게 쏟아지는 천뇌전이다. 아주…. 따끔할 거야.”
이미 한 번 사용한 근두운의 뇌전이었기에 이번이 마지막 사용이었다.
강한 만큼 재충전의 시간이 긴 근두운의 뇌전이었다.
손오공은 우마왕을 향해 손을 내리그으며 말했다.
“쳐라. 천뇌전.”
쾅!!!! 쿠콰콰콰쾅!!!!!!
“난 죽지 않는다!!!! 손오고옹!!!!”
손오공은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천뇌전을 멈추지 않았다.
“쳐라. 쳐라. 막 쳐라. 그리고 또 쳐라.”
쿠콰콰콰쾅!!! 콰콰콰쾅!!!!
끝날 기미가 안보인 채 계속해서 쏟아지는 천뇌전은 우마왕을 일점사했다.
“커…. 커 헉….”
“커억은 무슨. 아직 안 끝났거든?”
마지막 한 방.
손오공은 근두운의 모든 뇌전을 모아 우마왕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쾅!!!!!!
푸쉬이….
어찌나 강렬한 뇌전이었는지, 마지막 한 방을 맞은 우마왕의 몸이 검게 그을리며 전신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눈이 뒤집힌 채로.
“뭐야, 벌써 죽은 건 아니지? 타다키가 된 건가?”
몸이 경직되어 아무것도 못 한 채 죽어가는 우마왕을 본 손오공이 곧바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자아는 신공표를 결계 속에 가두는 것에 힘을 쓰는 중이었고, 나머지 대성들을 한 명씩 맡아 전투를 진행 중인 신선과 요괴들은 전투의 승기를 잡은 상태였다.
“좋아. 남은 건 신공표 저 새끼…!!”
손오공은 자신의 여의봉을 회수했다.
휙!
퍼서석.
“뭐, 잘 가라고. 소 형님.”
간단한 휘두름에 바짝 타버린 우마왕이 돌탑이 무너지듯, 흩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소 새끼들 키우면서 얌전히 살지. 쯧.”
손오공은 그런 우마왕의 죽음을 잠시간 바라보더니, 그보다 더 중요한 임아린을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임아린을 구하기 위해 강자아에게 이동했다.
“어이, 영감. 나왔네.”
“허허. 벌써 해치운 것인가? 더 강해졌군.”
“흥. 내가 너무 강해진 것 같군.”
“방심은 금물이네. 결계를 풀겠네. 작전대로 자네가 사형을 몰아붙이면 틈을 봐서 사형의 법력을 회수하겠네. 천존에게 받은 이 선기로.”
“아린이는…. 역시, 그 방법이 좋겠군.”
강자아와 임아린을 찾기 위한 여정에 더욱 수월하게 임아린을 구출하고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호리병.
손오공의 삼신기라 불리는 선기였다.
여의봉, 호리병, 근두운.
손오공의 삼신기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선기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은 13,500근. 아무리 힘이 센 우마왕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무기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저, 들고 한 번 휘두르는 것이 한계였다.
오롯이 손오공만이 자유자재로 사용 가능 한 무기였다.
근두운은 주인을 선택하는 구름.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이 구름은 주인을 선택하기 때문에 주인인 손오공이 아닌 자가 사용하려 하면, 구름에 탈 수도 없었거니, 근두운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 구름 속에서 뇌전을 맞아 죽게 되었다. 물론, 임아린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지면 타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자신이 허락하게 되면 이동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처럼 손오공이 사용하는 삼신기는 손오공만이 사용 가능한 선기들이었기 때문에 그 이름도 손오공의 삼신기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호리병. 잘 개조했겠지?”
“음. 날 뭐로 보고. 다만, 이것을 사용하려면 아린이의 몸에 닿아야 하네. 그것이 한계였네.”
“어쩔 수 없지. 본래 이 호리병은 요괴들만 봉인이 가능한 것이니.”
손오공의 호리병.
이것은 요괴들을 봉인 할 수 있는 선기였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던 손오공의 머릿속에서 나온 방법이기는 했지만, 요괴들만을 봉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하던 차에 강자아가 법력을 사용해 호리병을 개조한 것이다. 신선과 인간의 봉인도 가능하게끔.
하지만 어느정도의 강함이 있는 자들은 봉인이 불가했다.
“이 호리병은 천존이 와도 부술 수 없지.”
“좋은 방법을 생각했네. 그럼…. 시작해보게나.”
강자아는 신공표를 감싸고 있던 결계를 해지했다.
스스스스.
“크크크큭. 자아야. 여전히 멍청하구나. 차라리 시간을 끌지 그랬느냐.”
“사형. 이제 끝났습니다. 그만 포기하시지요.”
“쯧쯧…. 아직도 배움이 한참은 멀었구나.”
신공표의 말에 손오공과 강자아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봐, 영감. 저놈 혹시 뭘 감추고 있는 것 아니야?”
“아직은 모르겠네….”
신공표는 불안함에 떠는 둘을 바라보며 임아린을 지상으로 던졌다.
“……!?”
“자, 네놈들이 원하는 인간 아이다. 데려가 보시든지?”
손오공은 재빠르게 움직여 임아린을 받아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임아린은 조용히 숨 쉬고 있을 뿐이었다.
“살아있다. 살아있어. 하하하. 다행이구나.”
안심하는 손오공과는 다르게 강자아는 불안했다.
‘무엇을 놓친 것이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리가….’
그때였다.
불안한 강자아의 생각을 뒤엎기라도 하는 듯. 신공표가 천존의 선기 창고에서 훔쳐낸 무기를 꺼내 들었다.
뇌공편.
너무나도 강한 탓에 그 누구도 사용하지 못한 채 천존의 창고에 보관된 선기.
이 뇌공편은 천둥번개를 불러올 뿐 아니라 그림자와 영혼까지 녹여 버리는 어마어마한 무기였다.
그때였다.
쾅!!!!!!
“큭…. 아…. 아린이…!!!”
동시에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손오공이 저 멀리 날아가 처박히고 말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임아린을 놓쳐버린 손오공이었다.
“이보게, 아우님. 내가 그리 쉽게 죽을 줄 알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