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이 순간. 오삼이는 광기였다.
손오공에게 두들겨 맞아 온 세월 동안의 스트레스가 한 번에 터지고 말았다.
“으하하하하하하. 내가 오삼이야!!!”
오삼.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오공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뒤, 화과산에 돌아와 지어준 이름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본떠 오삼이라 지었다.
왜 오삼인가는 의미가 없었다.
오일, 오이는 마음에 안 들었을 뿐.
자신의 오른팔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일과 이를 제외하고 오삼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아린 선자를 내놓거라. 이놈들!!!”
갑작스러운 오삼이의 난동에 양측 진영의 모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 피아식별은 하는 중인가…?”
약간의 걱정은 되었지만, 손오공은 그러려니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조져야 할 놈들인 것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양측 진영의 전투에 손오공은 강자아를 지키며 상황을 바라보았다.
“역시. 상어 새끼는 뒤에 숨어있기 바쁘군.”
저 멀리 보이는 교마왕은 전투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 나선다고 해봤자, 오삼이에게 실컷 두들겨 맞을 뿐.
바다도 아닌 장소에서 교마왕은 생각이 많아졌다.
“그냥……. 튈까…?”
그때였다.
전장의 중심지에서 무쌍을 펼치던 오삼이가 하늘 높이 뛰어올라 교마왕을 포착했다.
“네놈이구나!!! 끝판왕 같이 생겨서는!!”
“너…. 넌…. 누구냐…!!”
“내가 바로 화과산의 오삼이다 이 말이야!!!”
“……누구지…?”
사실상 오삼이는 유명하지 않았다.
손오공의 뒷바라지를 할 때가 많았고 손오공이 돌아오면 두들겨 맞기 바빴다.
그리고……. 손오공이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아 화과산의 남은 원숭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느라 화과산 밖으로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던 오삼이었다.
“오늘부터 이름을 떨칠 오삼이라고!!”
교마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저 정도의 강함은 자신의 선에서 해결이 되겠다는 듯.
무시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였다.
손오공처럼 황금색의 멋진 갑주를 착용한 것도 아니었고 손오공의 무기인 여의봉처럼 강력한 무기를 쥔 것도 아니었다.
그를 바라보는 교마왕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저 새끼를 잡아, 전장의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와야겠다. 후훗….”
교마왕의 생각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되는 중이었다.
“간다!!!”
손오공은 오삼이와 교마왕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짜식…. 많이 강해졌군.”
자신이 나선다면 바다가 아닌, 교마왕은 일순간에 제압할 수 있었다.
온몸이 근질거려 이곳 모두를 한순간에 절명 시킬 수 있는 강함을 지녔지만 교마왕을 제외한 다른 대성들과 신공표가 남아 있었다.
힘을 아껴야만 했다.
‘아린이를 데리고 간 건가…? 저 멍청한 상어 놈만 두고 어딜 간 거지…?’
다른 대성들과 신공표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러려니 하는 손오공이었다.
강자아가 말한 선기 때문일 테니…. 하지만, 이상했다.
느껴져야 할 임아린의 기운이 아주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봐, 영감. 아직 못 찾았나?”
“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 분명 내가 본 나의 ‘명’은 이곳을 가리켰네만….”
“운 좋게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네놈의 사명 덕에 ‘명’을 보고…. 이곳을 알아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는 없다라……. 뭔가 느낌이 싸하군.”
“음…. 조금 더 시간을 끌어주게. 다행히 다른 대성들과 사형은 없는 듯하니.”
“알겠다. 그럼….”
손오공은 조금 더 빠르게 임아린을 찾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분신술.
강자아를 지켜 줄 사람은 필요했다.
혹시라도 다른 대성들과 신공표의 난입이 있다면, 임아린을 찾기 위해 집중하는 강자아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분신들. 영감 잘 지키라고.”
“알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네, 다섯의 분신을 소환한 손오공은 오롯이 자신만 들 수 있는 황금색의 여의봉을 들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잔챙이들은 비켜라.”
단 한 번 휘둘러도 절반 이상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강함을 지닌 손오공이었다.
하지만, 손오공은 휘두르지 못했다.
이미 전투는 난전 상황이었다.
잘못 휘둘렀다간 임아린을 구하는 것에 도움을 준 신선들과 요괴들을 죽일 수 있었다.
“그렇담…. 분신이 더 필요하겠군.”
손오공은 무리하지 않고 수천의 분신들을 소환해냈다.
펑! 펑! 펑! 펑!
“적당히들 조져라. 빨리 끝내고 아린이를 찾아야겠다.”
“알겠다. 본체!”
수천의 분신.
손오공에게 무리가 가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힘을 가볍게 사용해도 손오공이 힘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대성들과 싸움이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전투는 각개전투밖에 답이 없었다.
“후. 적당히, 적당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분신들에게 전투를 맡긴 손오공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교마왕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오삼이와 전투 중인 교마왕이었지만, 기세는 오삼이가 잡고 있었다.
“오, 대장!! 안 오셔도 되는데. 직접 오신 겁니까!?”
“야. 너무 오래 걸리잖아.”
“으하하하. 미안합니다. 대장. 간만에 샌드백이 생기니 신이 나서.”
“적당히 패고 보내버려.”
“알겠습니다. 우끼끼!!”
손오공의 등장에 교마왕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큰일인데…? 이 원숭이 새끼도 벅찬데 손오공까지 끼어들면 끝이다.’
오삼이와의 전투에 한참 힘을 쓰던 교마왕이었지만, 그는 걱정이 되었다.
손오공의 눈치를 살피며 혹시라도 이대일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젠장. 바다에서 싸웠다면…!!’
그때였다.
“크크큭. 이봐. 상어.”
“뭐냐. 원숭아.”
“대장이 보고 있으니, 힘 좀 써야겠다. 내 손에 죽는 것을 원망하지 말아라.”
“원숭이가 허세까지 부리니,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그래 뭐. 죽기 전 유언으로 나쁘진 않네. 가기 전에 할 말은 생각해두라고.”
“죽는 것은 네놈이 될 것인데, 할 말은 네놈이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아. 그럼 내가 대신 생각해줄게. ‘가기 전에 바닷물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정도면 되겠군.”
“미친놈이…!!”
오삼이의 도발에 모든 전력을 내기 시작 한 교마왕이었다.
교마왕의 전력은 바다가 아님에도 강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 단순히 강한 축에 낄 뿐. 손오공과 오삼이의 앞에서는 물 밖의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죽자.”
자신이 질 것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은 오삼이는 자신의 무기인 봉을 들고 교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름대로 화과산의 이인자인 오삼.
그는.
손오공에게 봉술을 배웠다.
죽도록 퍼 맞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에게는 맞는 시간뿐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손오공이었는지 정말 봉술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는. 오삼이는…….
죽도록 맞다 보니, 자연스레 봉술의 극에 달했다.
그리고, 맞으며 터득한 봉술에 분노와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내가 바로 ‘봉신’ 오삼이다!!!”
“……봉신이야 병신이야…?”
손오공은 자신의 부하 1호가 부끄러웠다.
‘조금 더 패둘 걸 그랬나.’
봉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오삼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단 한 번의 반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공격을 몰아붙이는 오삼이의 봉술이 멈추지 않았다.
퍽!!! 휙-!!
휘리릭. 따앙!!!!
“헉……. 헉……. 손오공도 아닌 원숭이 따위에게 내가 죽을 것 같으냐…!!!”
“야. 그거 아냐?”
“무…. 무엇을 말이냐.”
“우리 대장도 원숭이거든?”
“……”
“그것도 돌 원숭이.”
“닥쳐라!!!”
당연한 얘기였다.
괜히 원숭이들의 왕이 아니었다.
손오공은 돌에서 정기를 받아 태어난 원숭이었다.
“오삼아. 너무 오래 걸린다. 앞으로 3분 안에 끝내라. 초당 한 대.”
“아아아악!!!!!! 상어 잡자!!!!! 아기 상어 뚜르르뚜르!!!”
손오공의 말에 마음이 급해진 오삼이는 전력을 다해 봉을 휘둘렀다.
쿠콰콰콰쾅!!!!
그가 휘두르는 한 번의 봉술은 땅을 뒤집어엎었고.
촤차차차차악!!!
다시 한번 휘두르는 봉술에 마력의 형상이 쏟아져 내렸다.
“커 헉……. 이러…. 수가….”
교마왕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로 무너지고 있었다.
“헹! 네놈이 몇 천 년을 두들겨 맞아보았느냐! 나는 맞으며 강해졌다!!”
“바…. 바다가 아니어서 이렇게 당하는 것이 분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 바람은 형제들이 이뤄줄 것이다. 네놈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겠지. 후회하거라. 미련한 신선들이여. 후회하거라 미련한 요괴들이여.”
“흥. 우린 아린 선자만 찾으면 된다. 가라.”
교마왕은 쓰러지며 말했다.
털썩.
죽어가는 순간에도 교마왕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바다였다면….
자신의 형제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삼이라 불리는 놈 정도는 같이 데려갈 수 있을 것을.
“후후…. 지루한 삶이었다. 어이, 오공.”
“왜. 아직도 안 죽었느냐?”
“네놈과 우리는 한때 형제였지 않은가?”
“그래서? 살려주라고?”
“아니지. 아니야. 적어도 네놈 손으로 마무리를 해주지 않겠는가?”
“흥. 그런 것이야 쉽지. 대신. 데려간 아이가 어디 있는지 말해라.”
“……나도 모른다. 그 아이의 위치는 큰 형님과 신공표놈만 알고 있으니.”
“쳇. 그렇담 어쩔 수 없지. 옛정을 생각해 한 방에 보내주마.”
가만히 둬도 죽어가는 교마왕은 안심이 되었다.
이름도 없는 원숭이에게 죽느니, 손오공에게 죽는다면 죽어서도 후회스럽지 않을 테니.
“대장. 제가 할까요? 저 새끼 저한테 죽기 싫어서 용쓰는 것 같은데.”
“크크큭. 됐다. 내가 하마.”
“그럼 전 조무래기들을 조지겠습니다.”
“오냐.”
손오공과 대화를 나눈 오삼이는 자신의 봉을 움켜쥐곤 전장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다.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미안하군.”
“흥. 그놈들은 네놈 생각도 안 할 것이다. 알지 않은가?”
“그런가? 그래도…. 네놈 손에 죽는 것은 괜찮겠지.”
손오공은 말없이 자신의 여의봉을 교마왕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손오공의 입에서 작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단어가 뱉어져 나왔다.
“길어져라. 여의.”
수욱!!!
콰득.
말 한마디에 길어진 여의봉은 엄청난 속도와 함께 교마왕을 꿰뚫었다.
“잘 가라고. 한때 형님이었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때는 어울려 놀았고 형님이라 불렸던 교마왕이었다.
물론, 마음에 안 들면 두들겨 패기 바빴지만.
“찝찝하군.”
교마왕이 죽은 것을 확인한 손오공은 몸을 돌렸다.
강자아는 여전히 눈을 감고 집중 중이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이냐. 아린아.”
전장을 정리하기 위해 손오공은 공중에 떠 근두운을 한 대 모으고 있었다.
“빨리빨리 끝내고 아린이를 찾아야겠다.”
단순 이동 수단이었을 근두운이었지만, 근두운술이 극에 달하자, 이 구름은 자아가 생겼고 공격형으로 개량도 가능했다.
손오공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근두운만의 선법으로 공격이 가능한 형태.
근두운이 한 대 모여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공격은.
손오공이 주인이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쿠구구구구.
쿠릉. 쿠르릉!!!
하늘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근두운이 모아 낸 어두운 구름이 울부짖고 있었다.
“우리 편 빼고 다 조지자.”
쿠릉!!!쿠르릉!!!
“좋아. 간다.”
손오공은 여의봉을 작게 만들어 자신의 귀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황금색의 갑주를 입은 손오공은 높이 든 오른손을 지상으로 내리그으며 말했다.
“모두 재가 되어라. 천뇌전(天雷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