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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51화 (51/206)

제51화

성좌는 누구나 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힘이 들 뿐.

그나저나….

“본래, 다짜고짜 싸움부터 하는 겁니까?”

“뭐여?”

“손님일 수도 있지 않나요?”

“글제. 근디 우리 큰형님이 한 말씀이 뭔지 아냐?”

“알면 내가 큰형님이게요?”

“어린노무새끼. 싸가지 없는 것 보소?”

“그게 제 매력이라서요.”

황인재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며 겉옷을 벗어 던지며 말했다.

“세상이 이렇게 된 다음부터는 가족도 믿지 말라. 이게 우리 큰형님이 한 말씀이다. 알아 듣겄냐?”

“근데, 자기들끼리는 왜 서로 믿으면서 형님, 형님. 거리는데요?”

“……”

덩치가 곰만 한 황인재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생긴 것도 곰 같은 게 생각하는 것도 곰이네요.”

“저년이…!!!”

“뭐, 이 새끼야.”

“네년부터 죽여줄까!?”

“병신.”

황인재를 놀리며 깔깔거리는 진선미를 보고 있자니, 역시 한 성질 하는 여자였다.

그나마…. 한 성질 하는 이 여자는 내 편이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도은 씨랑 만나면 아주 볼 만하겠네…. 아니, 의외로 잘 통할 수도.

“이봐요. 곰돌…. 아니, 아저씨 상대는 전데요?”

“오냐. 두 년 놈들 둘 다 못 걷게 만들어 큰형님께 데려가야겄다!!”

황인재의 자신감은 당연했다. 역사급은 아니어도 맨손 전투에 있어 꽤 강한 성좌였다.

하지만……. 광주를 비롯해 한국의 왕을 선발하는 미션에 참가하지 않는 이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를.

황인재의 기본 베이스는 아무래도 복싱인 것 같았다.

스텝을 밟으며 섀도복싱을 하면서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겁주는 건가…?

“춤추는 건가요?”

“……이 새끼가!!!”

화안금정으로 살펴본 황인재는 무림계 게이트에서 만난 무당파의 장원규보다 약했다.

이 말은….

후욱!

“췩췩!!!”

“당연히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겠죠?”

“다…. 당연하지!!! 이것은 내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여!!”

“이야…. 무서워서 지리겠네요. 팬티 갈아입을 시간이라도 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낄낄낄.”

황인재를 놀리는 말장난에 진선미가 뒤에서 크게 웃고 있었다.

재미있다는 듯.

그리고, 내가 질 거라고는 단 1%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나이도 어린 두 남녀가 자신을 비웃고 깔보다니?

황인재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을 것이다.

광주 지역에서나 자신의 강함이 어느 정도 선이었겠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내 앞에서는 그저 어린애 장난일 뿐이었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황인재는 빠르게 치고 나에게 주먹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이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시네요?”

“야 이 X 벌 놈아!!!”

“뭐 이 X 벌 놈아.”

“으아아아아아!!!!!”

휙!!

후웅!!

무차별로 휘두르는 황인재를 때리자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시비를 걸어온 것은 황인재와 그 뒤에 서 있는 형님이라 불리는 자였다.

황인재의 무차별적인 주먹세례를 가볍게 피해내며 오른손을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딱!!!!!!!!!!!!

엄청난 소리와 함께 황인재의 이마에서 폭죽 터지듯 피가 터져 나왔다.

촤악!!!!

“아…. 아프겠다.”

“꺼…. 꺼억…….”

털썩.

죽지 않도록 힘 조절은 했지만, 얼굴이 크게 뒤로 젖혀진 황인재는 그대로 눈이 뒤집혀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미친…. 너 정체가 뭐냐?”

“뭐…. 글쎄요. 볼일은 그쪽 큰형님한테 있는데. 안내해 주는 게 어때요?”

“너같이 위험한 새끼를……!!!”

“전 얼마 전에 이곳에 온 여자아이를 찾는 것뿐입니다.”

“여자아이…?”

“네. 중학생 정도로 키는 음…. 대략 160이 안 되겠네요.”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수백에 달하는 무리를 이끄는 이 사람은 이재신과 이민영의 위치를 알 가능성이 컸다.

될 수 있으면 부딪히지 않는 게 좋겠지.

“그 아이는 제 일행입니다. 부산에서 그쪽 세력이 데리고 간 걸 알고 있으니, 안내해 주시죠.”

“아…. 아아! 그 흐릿흐릿한 사람인지 뭔지 모를 놈과 있던 아이인가?”

“흐릿…. 아마 맞을 겁니다.”

“해코지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지?”

“방금 보셨잖아요. 전 강합니다. 충분히 대화로 해결하려는 것만 봐도 믿고 말고가 중요한가요? 내 뒤에 저 여성 만해도 이곳에 있는 당신들 전부가 덤벼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여자입니다. 잘 생각하세요.”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옳은 판단은 맞았다. 자신들의 큰형님에 대한 충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을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

황인재가 형님이라 불리던 자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시켜 황인재를 데리고 뒤편으로 이동했다.

“위치는 알고 있지만, 뭐. 서로 얼굴 붉혀봐야 좋아질 게 없으니 기다려보죠.”

“알겠어요! 근데…. 그 아이는 왜 찾는 거예요? 저도 얼굴은 봐서 알지만….”

“제가 아는 분의 딸입니다. 갚아야 할 게 있거든요.”

“갚아야 할 것…?”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으음…. 알겠어요! 저도 도울게요!”

간단하게 핵심만을 말한 나에게 진선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하는 행동은 뭐든 도와주겠다는 듯.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팔이 한 쪽 없는 검은 정장의 사내가 저 멀리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오네요.”

외팔 사내가 비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난 진선미와 나는 그에게 마중 나갔다.

“생각은 충분히 한 것 같은데.”

“같이 가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진선미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외팔 사내를 따라나섰다.

* * *

시스템의 힘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동 스킬이 있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크게 오래 걸리지 않은 채, 이들 세력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금세 이동했다.

“형님! 저 왔습니다.”

“여, 왔냐? 침입자는?”

“저…. 그게….”

외팔 사내는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빠른 속도로 달려가 자신의 우두머리에게 무릎을 조아리고 말했다.

“저 두 사람입니다. 형님.”

“……?? 칩입자를 잡으라고 보냈더니, 인재는 왜 저 모양이고?”

“그게…. 저 두 사람은 저희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전투력도 상상 이상이었고 무엇보다 최근에 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아이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학생? 아아…. 그 아이 말인가?”

“예. 형님.”

두 사람의 대화에 멍하니 기다리던 나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 대장에게 가볍게 목 인사를 한 뒤 물었다.

“그 아이는 제 일행입니다. 분명 부산에 있어야 할 그 아이는 이곳 세력이 데리고 갔다고 하더군요.”

“그랬지.”

“어디 있습니까?”

“그걸 내가 왜 말해야 하는 거지?”

“……”

광주의 세력 대장이라는 자가 인상을 쓰며 시비조로 말하자, 외팔 사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도 알 것이다.

자신의 대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딱밤 한방으로 자신들을 이기지는 못했을 테니.

“형님…. 그…. 그냥 보내주시죠. 저희에겐 아무런 득도 없는 계집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어린놈이 말하는 싸가지가 우주여행을 보냈나. 영…. 마음에 안 드는데?”

“형님…. 제발 제 얼굴을 봐서라도…!!”

“이 새끼가 오늘따라 왜 이래?”

외팔 사내가 하는 말과 그의 심정도 나름대로 이해가 갔다.

나의 강함을 본 그의 입장에서 나는 범접할 수 없는 강자일 게 분명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전투는 피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시비는 이미 자신들이 건 상태였고 이 상황에 수틀린다면 한 두 사람 죽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외팔 사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외팔 사내는 처음과는 다르게 말투가 많이 온화해져 있었다.

“싸움을 걸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만 보내주시면 당장 광주를 떠나도록 하죠.”

“어이, 꼬맹이 이름은?”

“이안입니다만.”

“그쪽 여자는?”

“남의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요? 약한 남자는 관심 없거든요?”

“크하하하. 좋다. 나와 싸워 이기면 네놈들 부탁들 들어주도록 하지.”

후…. 결국, 또 이런 식인가.

진절머리가 났다.

시스템을 사용해 조금 강해졌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더욱 당당해졌고 다짜고짜 싸움을 걸어왔다.

자신들이 세상의 왕이라도 되는 것 마냥.

자신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마냥.

“이봐요. 달건이 아저씨.”

“왜. 무섭냐?”

“후회하지 말라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덤벼요.”

“크하하하. 웃기는 놈이네! 이거.”

“형님…!!”

“나와라! 간만에 몸 좀 풀어보자!!”

당당하게 나오는 세력의 대장을 향해 용광검을 꺼내 어디 한쪽을 잘라버릴까 생각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참는 나였다.

“내 이름은 우범혁. 이쪽 세계에선 유명하다만…. 꼬맹이 네놈은 알 리가 없지.”

“당신 무기는?”

“남자는 주먹 아니겠나!!”

부하나 대장이나….

우범혁은 190은 되보이는 거대한 덩치로 천천히 걸어 나와 겉옷을 벗어 자신이 입은 셔츠의 옷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대충만 봐도 전신에는 타투가 가득해 보였다.

멸망 이전의 세상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감히 얼굴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는 강해졌고 사이비니 건달이니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지거나 죽을 가능성은 제로였다.

“그럼, 저도 주먹으로만 상대해드리죠.”

“크하하하. 어이 꼬맹이. 허세는 그만 부리고 무기를 꺼내라. 왼팔도 없는 놈이?”

“핸디캡이라고 해두죠.”

“어린놈이 당돌하구먼!! 마음에 들었다. 네놈이 이기면 그 아이는 바로 넘기도록 하지. 대신에 내가 이기면 네놈은 내 밑으로 들어와라! 물론, 저 여자와 함께!!”

“좋습니다. 서로 얻어가는 게 있어야죠.”

나와 우범혁의 대화에 어이가 없었는지, 진선미가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봐요. 덩어리 아저씨!! 우리 오라버니가 질 일은 없겠지만, 지더라도 당신 밑으로는 안가!! 차라리 혀 깨물고 뒤지고 말지!! 에잇. 퉤!!”

“……”

“뭐…. 됐습니다. 못들은 걸로 하세요. 당신도 물러나 있어요.”

“알겠어요. 오라버니!!

진선미의 행동에 벙찐 우범혁의 표정에 어이없음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덤비세요.”

“좋다. 그럼…. 거절하지 않고 오른손 한방 먼저!!”

후웅!!!!

쾅!!!!

미친….

강해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아니, 평범한 사람들 선에서는 강한 편이었다.

이 사람은…….

엄청난 힘캐였다.

단순히 주먹을 휘둘러 닿은 것으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니.

어이가 없었다.

물론, 그 이상으로 강한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후웅!!!

훙!훙!!

말없이 우범혁이 날리는 살인 펀치를 가볍게 막아낸 나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파천 신공’의 권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초식과 여러 가지 스킬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실험해 볼 스킬은 두 가지였다.

몸의 내부에서 데미지를 주는 발경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권풍.

“헉…. 허억…. 이 새끼 뭐야?”

“형님. 이쯤 하시는 게…!!”

“닥쳐라!! 내가 지면 네놈들이 고개나 들고 다니겠냐!!”

“저희는 괜찮습니다. 형님….”

두 사람의 대화에 어깨를 으쓱한 나는 곧바로 우범혁에게 권풍을 날렸다.

후우웅!!!

쿠콰콰쾅!!!!

“커헉…!!”

“또 갑니다.”

겨우겨우 권풍은 막아낸 우범혁이었지만, 나와 우범혁의 능력치 차이는 10배 이상.

때문에, 막아도 막은 게 아니었다.

엄청난 데미지에 우범혁의 입가에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리고.

휘익!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간 나는 우범혁의 복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파천만장.

빠드득. 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악!!!!!!”

살이 뒤틀리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우범혁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죽지는 않을 겁니다. 꽤 오래 누워있어야겠지만.”

“헉……. 허억…. 이…. 내가…!!!”

죽지 않을 정도로 봐줬다고는 해도 꽤 강력한 공격이었다.

오…. 대단한데?

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강하게 물며 고통을 참는 우범혁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짙은 붉은 색의 아우리가 일렁이며 흘러나오더니, 두 눈을 번뜩이며 나를 향해 말했다.

“어이, 꼬맹이. 2라운드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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