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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49화 (49/206)

제49화

나의 전신에서 짙푸른 아우라가 거세게 일렁이자, 겁에 질린 부교주가 교도들의 뒤로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버프로 모든 능력치가 230% 상승했다는 건 전투력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을 뜻했다.

그것도 파괴력과 모든 스킬에도 적용이 되었기에 저들이 겁에 질리는 것도 당연했다.

수웅-!!

뒷걸음칠 치는 마성교를 향해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다.

검기를 실은 무쌍 난무와 파천 신군 윤민의 무공인 파천 신공의 최종식.

파천 만뢰공을.

파직-

파지지직.

쿠릉- 쿠르릉.

어두워진 하늘에서 수만 개의 벼락이 지상을 향해 으르렁대고 있었다.

쏟아지면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 나에겐 그들의 생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쿠콰콰콰쾅!!!

스각-

스걱.

무아지경으로 교도들의 품에 파고들어 검기를 사용한 무쌍 난무를 사용하자, 진열은 깨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파천 만뢰공이 마성교의 교도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후…….”

현재 한국의 왕의 자리는 나로 결정이 된 상태였고 미션의 종료 시간까지 ‘시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마성교의 교도들을 죽일수록 엄청난 수의 시드가 나에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씨익.

“너희들……. 잭 팟이네…?”

누가 보면 나보고 악당이라 할 수도 있었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므로.

수만에 이르는 마성교의 교도들을 정신없이 학살하자, 나를 지켜보는 성좌들과 그새 입소문이 퍼졌는지 ‘절대악(絕對惡)’ 계통의 성좌들에게 메시지가 폭주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성운>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며….

그리고….

동시에 그들과 대척점에 있는 절대선(絕對善) 계통의 성좌들이 인정사정없는 학살에 분노하고 있었다. 나의 학살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모르는 누군가 본다면 이런 상황도 당연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종이 한 장 차이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었다.

“둘 다 관심 없으니, 훔쳐보는 건 그만하시죠?”

나는 절대 선이건 절대 악이건 관심이 없었다.

그저, ‘명’에서 본 최악의 상황 즉…. 나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뿐.

내가 살 수 있다면 절대 선이든 절대 악이든 나는 상관없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말 한 번 잘했다고 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지나친 학살에 고개를 숙이고 괴로워합니다.]

나의 배후성과 당나라의 고승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멸망이 시작되고 이런 세력들을 가만히 둔다면 훗날 내가 죽을 확률만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악의 세력을 소탕할 생각은 없었지만, 가능성은 줄일 수 있을 때 줄이는 것이 나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대박……. X나 멋있어…!!”

뭐…?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싶어 뒤쪽을 쳐다봤지만, 진선미는 두 눈이 초롱초롱해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벙찐 표정으로 진선미를 바라보자, 자신을 봐 주는 게 좋기라도 하다는 듯 진선미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그러시든지….”

당황스러웠지만, 눈앞에 마성교가 우선이었다.

“문아. 저 새끼는 내가 조진다. 나머지는 네가 조져.”

“알겠다. 주인.”

남은 인원은 아직도 절반 이상이었지만, 소모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집단은 대장만 죽이면 금세 와해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슈웅!!

나는 곧바로 초속 비행을 사용해 빠른 스피드로 도망치는 부교주에 앞에 나섰다.

“야. 네 새끼 때문에 다들 죽어 가는데 넌 어디 가냐? 집에 가냐?”

“이…. 이 간악한 놈 마물 놈이…!!!”

“휴…. 애초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놈이었지….”

“네놈은 성좌 님들께 천벌을 받을 것이야!!!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줄 아는가!? 네놈의 살생은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하늘에 계신 천신에게 두 눈을 바쳐 사죄하거라!!!”

“……”

당장 공격하지 않자, 부교주는 이때다 싶었는지 자신의 말빨을 내세워 나에게 쏟아부었다.

그래 봤자….

나에겐 그저 그런 사이비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냈지만.

“그래서. 뭐라고?”

“이… 이!!!! 지금 사죄한다면 내 너를 친히 보살펴 마성교 천신의 보살핌을 받게 도와주마. 지금이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이놈…!!!”

“휴. 형 바쁘거든? 그만 닥….”

“경배하고 찬양하라 미개한 마물이여!! 그리고 고개를 숙여 사죄하라!!!”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부교주는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같은 말만을 되풀이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애초에 살려 줄 생각도 없었지만, 계속 듣고 있자니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아 난 용광검을 들어 빠르게 치고 나갔다.

스각-!!

“커…. 커허억…. 네놈은 벌을 받을 것…….”

사악!!!

“닥쳐. 네 사상은 뒤져서도 못 이룰 거야. 말 더럽게 많네.”

부교주가 죽자 엄청난 수의 마성교 교도들이 정신을 못 차리기 시작했다.

“교주가 떠나고 부교주가 죽었다…!!!”

“도…. 도망가…!!”

“살려 주세요…. 저흰 그저 시키는 대로….”

이들 전부를 몰살한다면, 훗날 마성교가 내 앞길을 방해할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 많은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교주인 진선미가 물러나고, 부교주가 죽은 지금 마성교를 누군가 이어 받는다고 해도 ‘명’에서 본 것처럼 거대한 세력으로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진선미와 마성교의 부교주는 그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었다.

[당신들!!!]

나는 도망치는 마성교의 교도들을 향해 ‘확성기’ 아이템을 사용해 말했다.

엄청난 소리에 겁을 먹은 교도들이 도망가던 다리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성교는 오늘로 해제됩니다. 이후로 이런 식으로 뭉쳐 다니면 다 뒤질 줄 알아요.]

“@$##%$#!!!!!!”

수많은 교도가 웅성거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교도들은 나의 말에 자신들을 죽이지는 않겠구나 라는 걸 깨달았는지, 어느새 고개를 숙여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각자 살아남으세요. 이런 식으로 뭉쳐 있는다고 훗날 미션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들 스스로 강해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부 죽을 테니.]

“가…. 감사합니다…!!!”

저마다 살려 준 것에 고맙기라도 한 것인지 허리를 굽신거리며 나에게 인사를 해댔다.

내가 뭐라고….

* * *

상황이 종료되고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건 나와 진선미 그리고 윤문이었다.

“넌 고생했다. 들어가서 쉬어.”

“간만에 힘을 쓰니 피곤하군. 알겠다.”

‘소환 해제.’

스스슥.

수많은 사람을 학살해서인지, 윤문의 영혼 크기가 조금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에게 해로울 것은 없었기 때문에 문제 삼을 필요는 없었다.

곧바로 윤문의 소환을 해제한 나는 진선미를 쳐다봤다.

“후회 안 합니까?”

“네! 당연하죠! 평생 따라다닐 거예요!!!”

“아니……. 안 그래도 됩니다.”

“무슨 말을! 당신은 내 이상…. 아니, 당신 같은 남자를 찾기 위해 마성교에 몸담은 건데!!”

“……알아서 하세요. 휴….”

진선미의 말에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지만, 충분한 전력이 되어 줄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그녀의 독은 나에겐 통하지 않으니 이대로 넘어가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진선미의 배후성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독미 님?”

[성좌, <사라진 세계의 독미>가 자신을 불러 준 것에 기쁨을 표합니다.]

“후원자나 배후성이나……. 아무튼, 당신의 생전 고향이 천마에 의해 사라진 세계입니까?”

[성좌, <사라진 세계의 독미>가 그렇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사라진 세계의 독미’는 천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천마인 윤문은 나에게 사역되면서 그의 육체는 기껏해야 15살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았고 그의 영혼과 힘은 전성기에 전혀 못 미치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미파의 대사저나 무당파의 장삼풍 혹은 그 세계의 지존인 파천신군을 기억하십니까?”

[성좌, <사라진 세계의 독미>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저는 파천신군 윤민의 제자입니다.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나의 직접적인 질문에 몇 분간을 메시지가 없던 ‘사라진 세계의 독미’였다.

왜지…? 그냥 말해 주면 안 되나?

[성좌, <사라진 세계의 독미>가 너무 많은 것을 말해 주기엔 세계의 법칙에 어긋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때가 되면 세 사람 모두 만날 가능성이 있을 거라 말합니다.]

“정말입니까!?”

[성좌, <사라진 세계의 독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세계의 출구와 입구가 열릴 때까지 살아남으라 말합니다. 그럼, 자신도 만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뭐…. 그래요.”

‘사라진 세계의 독미’라는 성좌를 만날 생각은 없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의 스승과 장삼풍 그리고 스승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아미파 대사저의 생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거지? 성좌가 된 거구나…!!

“저…. 저의 배후성 님과 무슨 대화를….”

“개인적인 일입니다. 일단 움직일까요?”

“네…!!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아무래도 단단히 코가 꿰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진선미가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런담….

나는 곧바로 이재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이재신과 그의 딸 이민영을 만나는 것.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고 게이트를 클리어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다음 미션은…. 괜찮겠지.

- 아저씨!! 따님과 잘 피신하셨나요!?”

- ……!? 안 군인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도 대화할 수 있다니…. 놀랍군….

- 그래서. 지금 어딥니까?

- 나는…. 지금 전라남도 광주라네.

- ……??? 왜 갑자기 거기에….

현재 나의 장소는 부산이었지만, 시스템의 각성으로 한국 전역을 도는 데 큰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시간적인 부분은 상관없었지만, 근방에 피신해 있어야 할 이재신과 이민영이 어째서 광주까지 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 음…. 정장을 입은 무리가 딸을 데리고 가려 하길래 나도 따라왔네. 당장 혼자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 같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지.

-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았습니까?

- 그렇네. 아직까지 그렇다 할 문제는 없었네.

이상했다.

정장…? 광주…? 어째서 그들이…….

세력은 어디에나 있었기 때문에 정장을 입은 무리가 어떤 세력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어째서 그들이 이민영을 데리고 간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 그래서, 아저씨도 별문제 없는 거죠?

- 음. 나는 이미 죽은 몸인데 문제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

- 그렇죠. 그 무리 중에 아저씨가 데리고 있던 부하들은 없고요?

- 그렇네. 처음 보는 자들뿐이야.

- 알겠습니다. 곧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어쩔 수 없이 광주에 가 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재신과 이민영이 덤벼들지 않고 그들을 따라간 것이었다.

둘의 힘으로는 광주의 세력을 이기기엔 무리였을 테니 옳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검은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전라남도 광주의 세력.

나는 이들도 알고 있었다.

나의 ‘명’에서 견제하고 신경 써야 할 세력을 손꼽자면 안재훈의 ‘흑아’와 진선미의 ‘마성교’였지만 이들도 그들에 못지않게 성장하는 세력이었다.

물론, 흑아나 마성교처럼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이재신, 이민영과 관계성이 없다는 점에서 그들을 왜 데리고 갔는지 어째서 한참 떨어진 부산에 나타났는지, 한참 전에 바뀐 ‘명’때문에 이후의 상황은 예측이 가질 않았다.

“광주로 갑시다. 이동 스킬은 가지고 있죠?”

“네! 걱정하지 말아요!”

“가시죠.”

초속 비행을 사용해 공중에 뜨자, 곧바로 진선미가 자신의 스킬을 사용해서 공중에 날아올랐다. 초속 비행에 비하면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테지만, 이동하는 데 무리는 없는 스킬이었다.

그럼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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