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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43화 (43/206)

제43화

내가 노린 상황은 바로 이것이었다.

안재훈의 난입.

본래 이재신과 나의 일대일 대결로 한국의 ‘왕’자리가 결정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일이 없는 안재훈의 난입으로 양측의 인원이 들고 일어날 게 분명했다.

“대왕마마!! 괜찮아!?”

“얌전히 구경이나 할 것이지, 왜 왔어? 이놈 새끼야?”

“아이!! 그래도 대왕마마가 나도 살려 주고 우리 대장인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말은 잘한다.”

안재훈의 등장으로, 당황한 것은 양측 진영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이재신.

갑작스러운 난입에 공격을 멈춘 이재신이 놀라고 있었다.

“일대일 대결이 아니었나?”

“맞죠.”

“저 아이는….”

“제가 부른 거 아닙니다. 자진해서 달려온 걸 어떡합니까?”

“……어쩔 수 없군…. 어린아이에겐 미안하게 됐군.”

“쏘게요?”

“이만, 끝내야겠네.”

슬슬 똥줄이 타나 보지?

이재신은 자신의 수명뿐 아니라, 성좌 이순신의 카르마까지 소모해 강해진 상태.

이 말은…. 곧 저 힘을 유지할 힘이 떨어질 거라는 것. 아마 억지로 유지하려 하면 죽게 될 것이었다.

안재훈의 개입은 예상한 바였다.

다음은….

“포격하라!!!”

이재신이 나와 안재훈 두 사람을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쿠콰쾅!!!!

콰쾅!!!!

“큭…!!”

“컥….”

현재 안재훈의 힘으로는 이재신의 강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안재훈이 용을 쓰고 나를 지키기 위해 날아오는 마력 포탄을 막아냈지만, 단 한 발 맞았을 뿐임에도 온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두 사람 다 숙이세요!!”

권민재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권민재가 순식간에 도약해 나와 안재훈에게 날아오고 마력 포탄을 막아서고 있었다.

“큽…!!! 얼마 못 버텨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금.

내가 본 ‘명’이 이 순간 현실이 되어 눈앞에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운, <타카마가하라>가 전장을 응시합니다.]

[<안락국> 성좌들에 악감정을 품은 성좌들이 전장을 응시합니다.]

[성운, <안락국>이 전장을 응시합니다.]

[<타카마가하라> 성좌들에 악감정을 품은 성좌들이 전장을 응시합니다.]

역시.

나의 ‘명’이 현실이 되자, 전장의 모든 사람이 메시지를 받았는지, 당황한 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성운에서 난린데…!!”

“민재 씨. 긴장하세요. 지금부터 단체전입니다.”

“네? 네…!!”

권민재가 자신의 창을 들고 나와 안재훈의 앞을 막아섰다.

메시지 덕분인지, 이재신을 비롯해 당장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후…. 재훈이 괜찮냐?”

“크크…. 뒤지게 아프네. 버틸 만해!”

“좋아. 그럼…….”

어떤 상황이 벌어질 줄 알았기에, 이재신에게 말했다.

이재신이라면 분명 거절하겠지만….

“이봐요. 아저씨?”

“……?”

“이쯤 하고 내일 다시 붙는 건 어때?”

“흥. 유리한 건 나인데 그런 말을 들어줄 것 같은가?”

“아무래도 그럴 거 같았어. 그럼 후회하지 말라고.”

“흥!!”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이재신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명’에서 봤듯 앞으로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성운의 개입이 있을 것이기에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었고 두 번째는 전투를 하루 미루게 되면 이재신은 힘을 사용한 대가로 전투력이 급감하게 될 것이었다.

전투력이 떨어지게 되면 동조화도 이순신의 카르마도 없는 이재신이기에,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쉽게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신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수명의 힘을 쓸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재신이 나를 상회하는 힘을 얻은 건 일시적인 것뿐.

한 마디로 나를 이기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쓴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순신이 카르마를 소모해 힘을 빌려주는 건 본인에게도 부담이 가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두 번은 없었다.

강함을 쥐여 준다는 것은 달콤한 말이었지만, 대가 없는 강함은 없는 법이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나에겐 부담이 없는 방법이었다.

물론, 이 상황이 이어지면 조금 힘을 써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형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모으는 건 어떻습니까?”

이미 이재신의 진영에서 전투태세를 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권민재와 안재훈의 난입에 저들도 싸울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민재 씨는 사람들을 이끌어 주세요. 우왕좌왕하다간 금세 죽을 테니.”

“네.”

안재훈과 권민재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권민재에게 사람들을 부탁한 뒤 안재훈에게 말했다.

“너. 지금 성좌들한테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지?”

“어?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어!!”

“그중에 땡기는 성좌로 골라서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페널티는 없을 거야.”

“괜찮을까…. 저번에도 죽을 뻔했는데….”

“그때랑은 다르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겠어. 대왕!!!”

안재훈이 거리를 두고 성좌를 고르는 동안 나는 시간을 끌어야 했다.

처음 안재훈을 만났을 때는 신화급의 성좌의 힘을 빌렸지만, 말 그대로 상황이 달랐다.

현재 상황에 안재훈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빌려 줄 성좌는 역사급 성좌일 게 분명했다.

다행인 점은 권민재와 안재훈이 차지한 지역의 사람들이 같이 싸워 줄 것이기에 무리하게 혼자 버티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약속을 어긴 건 자네들이니, 후회하지 말게.”

“아저씨. 너무 힘쓰지 말지? 딸 아이도 있는데.”

“네놈이 신경 쓸 필요 없다!!”

어느덧 힘이 점점 달리는지 이재신의 거북선이 두 척으로 줄어 있었다.

“싸우자!!!!”

- 우와아아아!!!!!!!

이재신은 반대쪽 진영인 우리를 향해 검을 들었고 이내, 이재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기합을 넣으며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민재 씨. 부탁해요!”

“네!!”

이재신과 마찬가지로 권민재가 소리치자, 양측 진영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쾅쾅!!!! 쿠콰콰쾅!!!!

이재신이 자신의 진영 사람들에게 닿지 않을 정도로 조절한 마력 포탄이 날아왔다.

“크하악!!!”

“달려들어!!!”

대부분이 거북선의 포격에 한 방만 맞아도 나가떨어졌지만, 내가 노린 것은 이것이었다.

곧 서로의 진영이 뒤엉켜 전투를 벌이자, 이재신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이재신은 착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동료를 아낄 줄 알고 리더로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포격을 날리지는 못할 것이었다.

조금만.

포격이 멈추자, 나는 초속 비행을 사용해 전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죽지 않을 정도의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파천 만뢰공.

파직! 파지직-!

쿠르릉- 쾅!!!!

“끄아아악!!!”

“다들 저 벼락부터 막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 개의 벼락을 막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안재훈이 성좌의 힘을 받아들였는지, 빠른 속도로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기운은…?”

“…….”

안재훈은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타카마가하라>의 성좌 본인의 힘을 받아들였는지, 평소와는 다른 기운이 전신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누구의 힘을….

안재훈에게 힘을 빌려준 성좌가 누구인지 몰랐던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안재훈을 살펴보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배후성의 자리엔 <타카마가하라> 라는 글자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 정신 안 차릴래?”

나는 안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 말에 반응이라도 하는 듯 안재훈의 몸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츠츠츳-!!

“그대가 이 아이의 보호자인가?”

말투로 보아, 안재훈이 아니었다.

직접적인 강림은 아니었지만, 카르마를 사용해 안재훈에게 빙의한 듯 보였다.

“당신은…?”

“길게 얘기할 시간은 없겠군. 단 한 발이네.”

“그게 무슨….”

나의 말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 안재훈이 앞으로 나서 활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부우우웅-

“!?”

안재훈의 몸에 빙의한 성좌가 만든 화살의 촉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대 덕분에, 소원을 이루겠군. 뒷감당은 알아서 하게나.”

“뭐…?”

소원은 뭐고, 뒷감당은 무슨 개소리인가 싶은 찰나, 안재훈의 몸을 빌린 성좌가 활시위를 놓았다.

후웅!!!!!

피융!

거센 소닉 붐이 일어나며, 마력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이재신을 향해 날려져 갔다.

그리고.

푹!!!!

“커 헉…!!”

화살이 이재신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이런 미친…!?”

내가 바란 상황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내가 보았던 ‘명’대로라면 <안락국>과 <타카마가하라>의 성좌들이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카르마가 난무하게 되고 전장 속에 관리자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결국 난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리자들의 제지로 한국의 ‘왕’은 내가 되고 끝나야 했다.

하지만….

안재훈에게 성좌를 선택하라고 해서였을까?

정해진 ‘명’을 보고 그대로 행동하지 않고 다르게 행동해서였을까?

알 수 없었다.

나의 사소하고 작은 행동으로 인해 ‘명’은 또다시 바뀌고 말았다.

털썩.

개입할 수 있는 카르마가 단 한 방의 공격뿐이었는지, 안재훈이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이런 X발…!!! 민재 씨!!!!”

나의 급박한 외침에 권민재가 곁으로 와 안재훈을 챙겼다.

그리고.

이재신이 자리에서 쓰러지며, 남은 두 척의 거북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대한 거북선이 갑작스레 사라지자, 높은 곳에서 지휘하던 이재신의 신형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휙!!

나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어 초속 비행을 사용해 이재신을 낚아챘다.

“아저씨!!!!”

“컥……. 콜록…. 콜록. 자네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닌데….”

“허허…. 자네가 나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 연기를 한 것은 알고 있었네. 나는 그 연기에 맞춰 준 것뿐이지.”

“무슨….”

“충무공께서 그러더군…. 자네는 악한 자가 아니라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

이재신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행동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바보, 머저리였다.

“젠장…. 젠장…!!”

“너무 자책하지 말게. 나는 회복 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어.”

“풀포션을…….”

“자네도 알지 않는가? 풀포션은 재사용 시간이 있다는 것을….”

“……”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충무공에게 원한을 가진 <타카마가하라> 성좌의 행동에.

그리고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을 내 자만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들어주겠는가…?”

“네…!!! 제 목숨을 걸고…!!!”

“허허….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만…. 내 딸 아이와 부하들을 부탁하네. 그리고….”

“당연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날린 <타카마가하라>의 성좌는…. 그 성좌의 수식언은 ‘에도시대의 귀석만자’라네. 나와 충무공의 한을…….”

이재신이 한 마지막 말의 뜻을 쉽게 알 것 같았다.

공격에 당한 건 이재신이었지만….

성좌, ‘무패의 해신’ 이순신은 두 번이나 일본군의 손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툭.

이재신은 눈을 감기 직전 자신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성좌의 수식언을 나에게 일러 준 후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재신이 숨을 거둠과 동시에 시스템의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당신은 9개의 거점을 모두 통합하였습니다.]

[100만 시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왕이 없는 지역 부산, 대전, 인천, 광주, 울산,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한해서 <왕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왕은 ‘이안’입니다.]

[당신의 칭호는 ‘그림자 왕(王)’입니다.]

[해당 미션의 남은 시간은 48시간입니다.]

[한국 지역의 각성자들에게 48시간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집니다.]

[48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모든 게이트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시드를 제공합니다.]

시스템의 알림과 동시에 양측 진영의 사람들이 나와 이재신을 쳐다보았고 환희에 젖은 사람들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로 나누어졌다.

“X바알!!!!!!!!!!!!!”

나는 그저….

이재신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전장의 모든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부짖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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