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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40화 (40/206)

제40화

신기 ‘천총운검’이 아닌, 평범한 검을 사용한 안재훈의 공격은 가벼웠다.

챙-!!!

오른팔로 가볍게 안재훈의 공격을 막은 나는 말했다.

“제법이긴 한데…. 아직 한참 부족한데?”

“아이!!! 그건 대왕마마 입장에서겠지!!!”

“아…. 그런가?”

안재훈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미, 전 세계를 뒤져도 나만 한 능력치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단순 능력치만으로는 성흔과 신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럴 일은 없었다.

그때는 그 상황에 맞게 나 또한 더 성장하면 되기에 걱정은 없었다.

“이야아!!!!!”

약이 바짝 오른 안재훈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대결의 조건으로 성흔과 신기의 사용을 금했기 때문에 전과 같이 안재훈이 폭주할 일은 없었다.

“헉….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안재훈과는 다르게 여유로웠던 나는 오른팔만을 이용해 공격을 막으며 권민재에게 물었다.

“민재 씨. 고생 많았네요. 말도 안 듣는 놈, 데리고 있느라.”

“하하하…. 아닙니다. 생각보다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괜한 기우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재훈의 강함을 시험해 본 이유는 간단했다.

나의 ‘명’에서 봤던, <흑아>라는 집단으로 클 가능성을 재고 싶었기 때문.

중,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흑아>라는 집단은 훗날 살인, 강간, 약탈 등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임에도 범죄를 서슴지 않고 세계에서 제일가는 범죄 집단이 되었다.

그런 가능성을 보았기에, 나는 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오!!!! 대왕!!!! 나랑 싸우면서 왜 민재 형이랑 대화를 하는데에!!!!”

“아, 아직 덤비고 있었구나.”

휘릭.

콰드드득!

나는 안재훈의 검을 빼앗아 땅속 깊숙이 박아 버렸다.

“내 검!!!!”

“그러게, 놀지 말고 수행 좀 하지 그랬어?”

“젠장, 수행할 시간이 어디 있어? 민재 형이랑 지역을 차지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안재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나야 ‘명’을 알기에 시간을 쪼개서 이리저리 쏘다닌다지만, 안재훈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어린 나이에 권민재를 따라다니며 하루하루를 전투를 함께했을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미안했다.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고 행동을 통제시킴과 동시에) 사람들과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하라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나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건 미안. 이번 미션 끝나면 바빠질 테니, 기대하고 있어.”

“그건 알겠는데…….”

안재훈이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왜? 뭔데.”

“……검 좀 뽑아 줘…. 안 뽑히잖아….”

“아….”

안재훈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한창 사춘기의 소년이어서인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것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아이였다.

“크크큭. 30분 안에 뽑아 봐. 그럼 형이 선물 줄 테니까.”

“오!! 좋은 거로 줘야 해, 대왕마마!!”

“알겠다. 이놈아.”

지금 당장은 이 아이가 <흑아>를 이끄는 수장으로 클 가능성은 아주 조금이라고 생각했다.

<흑아>가 된다고 한들…. <왕의 권능>을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훗날 미션이 진행되며 시간이 지났을 때는 <왕의 권능>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기에, <왕의 권능>만을 믿고 이 아이를 막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더욱 강한 통제를 해 <흑아>의 수장으로 성장하는 안재훈을 강하게 조일 생각이었다.

후, 일단은….

땅속 깊이 처박힌 자신의 검을 뽑기 위해 안재훈이 발버둥을 치는 동안 나는 권민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제가 한국의 왕의 자리를 차지하면, 미션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일 남짓 될 겁니다. 그 사이에 민재 씨도 성장해야 합니다.”

“제가 가능할까요?”

“네. 민재 씨의 배후성은 강합니다. 그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요?”

“그건 그렇죠. 하하하….”

“하지만…. 성장도 성장이지만, 재훈이와 아이들을 잘 부탁드려요.”

권민재가 여태 궁금한 것이라도 있었는지, 나에게 물었다.

“그 부분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많은데 왜 유독 이 아이들을 통제하고 지키려 하시는지….”

“아….”

권민재에게 미래를 보았습니다. 같은 말은 할 수 없었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생각한 나는 권민재에게 답했다.

“어린아이들이기에, 강하면 강해질수록 나쁜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클 거로 생각했거든요. 보호자가 있으면 그런 부분도 많이 억제될 거고요.”

“오히려 더 반발하지는 않을까요…? 사춘기 때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강하게 반발할 텐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민재 씨가 고생 좀 하셔야 할 겁니다. 마냥, 넋 놓고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재훈이한테는 금방 따라잡힐 겁니다.”

“하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안재훈의 이야기를 대충 마친 권민재가 나에게 물었다.

한국의 왕이 결정되기 전 마지막 전투에 대해서.

“저 혼자 상대할 생각이긴 하지만…. 일단, 상황을 종료시키고 말을 나누도록 하죠. 진짜는 그때부터일 테니.”

“음…. 알겠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곧 약속한 1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야, 꼬맹.”

“대왕마마!! 이거 봐라!! 검 뽑았다고!!”

“제법인데?”

“헤헤…!!”

안재훈이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해 갔다.

마치…….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왜? 딱밤 한 대 더 날려 줘?”

“아이!!! 그거 말고!! 선물 준다며!!”

“아…. 맞다.”

안재훈의 말에 나는 ‘시드 스토어’를 열었다.

남은 시드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시드야 벌면 그만인 것.

훗날 이 아이가 성장해 나에게 도움을 줄 거로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았다.

뭐가 좋으려나…. 지금 이놈한테 부족한 게….

한참을 ‘시드 스토어’를 보던 나는 곧 검술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했다.

“넌 검을 쓰기는 하지만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뿐이야. 너도 알지?”

“응, 그래서 창으로 바꾸면 민재 형이 창술을 알려 준다고 했는데….”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민재 씨는 배후성이 창술과 관련이 있는 성좌라 그 시너지가 더 좋은 것뿐이야. 너는 그대로 검으로 가는 게 좋아. 저번처럼 신기인 ‘천총운검’을 제대로 사용할 날이 언젠가는 올 거고.”

그래서 무얼 줄 거냐는 듯. 초롱초롱해진 두 눈을 빛내며 안재훈이 두 손을 내밀었다.

나는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 가지고 있는 시드를 털어 살 수 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검술(초급) LV1]을 안재훈에게 넘겨주었다.

“오…!?”

“잘 갈고 닦아 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지금은 초급이지만 언젠가는 초급이 아닌, 말 그대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대에박!!!! 대왕마마. 땡큐!!”

신나 하는 안재훈을 보자, 이 아이가 <흑아>의 수장이 된다는 것에 대한 내 ‘명’이 진짜인가 아주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이 모습 이대로만 잘 커 주면 좋을 텐데….

아직까지 나의 ‘명’을 갱신하지 않았기에 안재훈이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나의 ‘명’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한국의 왕이 되면 곧바로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후, 이제 가 볼까요?”

“네, 형님!”

“애들아, 가자!!”

나는 권민재와 아이들이 차지한 지역인 경북, 경남, 충남, 충북. 이 네 곳에서 나름대로 파가 나누어진 것을 지금에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대부분 성인들의 경우 권민재를 따랐지만, 성인이 되지 못한 미성년자들의 경우 안재훈을 따르고 있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권민재의 생각이 따로 있을 거로 생각해 트집을 잡지는 않았다.

설마…. 이걸 계기로 <흑아>가 되지는 않겠지…?

괜한 걱정은 들었지만, 그럴 리 없다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민재 씨가 있으니까 뭐…. 괜찮겠지.

나는 양쪽 진영의 중간으로 이동해 충무공 이순신을 배후성으로 둔 이재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이 씨. 금방 끝내고 오세요!!”

“대왕마마, 파이팅임!!!”

저 멀리서 나를 응원해 주는 두 사람을 향해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대충 들어 응원에 대한 답을 해 주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라 말합니다.]

“무슨?”

이재신이 나와의 거리를 좁히며 걸어 나올 때쯤, 나의 배후성이 메시지를 보냈다.

뜬금없는 배후성에 말에 의아한 나였다.

갑자기 뭔 소리야?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 안재훈의 배후성을 생각해 보라 말합니다.]

“아…….”

나의 배후성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의 사소함으로 <안락국>과 한국의 역사급 성좌들이 반발하거나 ‘카르마’를 사용해 개입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의 배후성이 걱정하는 부분은 단 한 가지였다.

성운, <타카마가하라>의 후원을 받는 안재훈.

안재훈이 나의 진영에 있고, 자신들의 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배후성의 말대로 성좌들의 개입이 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성운, <타카마가하라>를 싫어하는 성좌들이 <안락국>에 많다고는 해도 성운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어린아이인 안재훈을 죽이려 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신이 된 인물들인데, 설마….

하지만…. 이때의 나는 몰랐다.

성운, <타카마가하라>를 증오하고 원수 보는 듯한, <안락국>의 성좌들이 엄청난 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오셨군요.”

“음!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맞습니다. 그럼, 긴말 없이 바로 시작하시죠.”

“좋네!”

이재신은 벌써, 이순신의 게이트를 클리어해 역사급 성좌의 신기라도 얻었는지, 느껴지는 기운이 남다른 검을 한 자루 뽑아냈다.

촤릉.

“미안하지만…. 자네는 강해 보이니 전력으로 가겠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할 겁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흐하하하하. 좋다!!”

이미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든 이재신이 생김새가 같은 검을 추가로 꺼내 들었다.

“허, 벌써 얻으셨습니까?”

“이 무기를 아는가?”

“대단하시네요.”

이순신이 사용했던 무기 ‘쌍룡검’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박종경이 1811년 가을에 병조판서 심상규로부터 이순신이 차고 다녔다는 칼 한 자루를 받았는데, 이 칼에는 (鑄得雙龍劒(주득쌍용검) 千秋氣尙雄(천추기상웅) 盟山誓海意(맹산서해의) 忠憤古今同(충분고금동)'라는 시, 검명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검명의 뜻은 쌍룡검을 만드니 오랜 세월이 지날지라도 그 기운은 오히려 웅혼할 것이구나. 산에 맹세하고 바다에 맹세한 그 뜻, 충성을 다하려는 분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구나. 라는 뜻이었다.

이 부분에서 박종경은 시구의 ‘쌍룡검’이라는 것을 착안해 다른 한 자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수소문 끝에 똑같은 칼 한 자루를 구했다. 그리고 이후 충무공 이순신의 칼이라 생각하며 보관했다는 말이 있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말과 이순신은 애초에 쌍룡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 후대에 와서 갈리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눈앞에 이순신이 사용한, 쌍룡검이 검광(劍光)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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