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39화 (39/206)

제39화

나는 배후성에게 날아온 메시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내용은 고작 일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나의 ‘명’에서도, 내가 10년간 읽은 ‘환생자의 재림’에서도 게이트의 등급은 ‘SSS’급 이상이 나오질 않았다.

거기다…. ‘SSS’급 게이트는 클리어 방법이라던가, 어디에 있고 누구의 게이트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최종 등급에서 두 단계나 높은 ‘EX+’급이라니?

이 부분은 그렇다고 쳐도 나의 배후성의 게이트가 이런 게이트라니 할 말이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강해지기 위해서는 저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한다는 것인데….

‘SSS’등급의 게이트조차 베일에 싸인 상황에 ‘EX+’급을 클리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S’등급에서도 죽을 뻔했는데….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그 게이트는 지금도 열려 있는 상태입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봉인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결국 당신의 다른 후원자나 제가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하는 상황이 오겠군요. 내가 당장 찾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겠고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좋습니다. 일단은…. 저도 알고만 있을게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잘 생각했다 말합니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그곳에 있을 거라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명’이란 정해진 것.이라 말합니다.]

“……알 수 없는 소리는 다음에 하시죠. 급 머리가 아파 오네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일단 악을 쓰고 강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래야 ‘명’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일단은 한국의 왕부터 차지해야겠습니다. 이야기는 그때 하시죠.”

배후성의 말대로 당장 급할 것은 없었다.

급하다고 한들, 내가 그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은 0.0000001%의 확률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클리어하는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확률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나도 모르지는 않았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비우는 데 최고는 역시 몸을 굴리는 것뿐이었다.

나는 가장 우선순위인 한국의 ‘왕’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서 권민재에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이쯤인가?”

나의 말대로 전투는 피하고 있었던지 두 개의 진영은 서로 소강상태에 빠져 있었다.

권민재와 아이들에게 이동하기 전 나는 전북, 전남, 제주를 차지하고 있는 자에게 먼저 이동했다.

이곳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패밀리 랜드’라는 놀이공원이었다.

어째서, 이런 장소를 고른 것인지는 알 것 같았다.

중립 지역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지상으로 내려가 상대의 진영에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자신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눈치라도 챘는지, 권민재가 ‘장거리 전음’을 보내왔다.

- 형님!! 어디 가십니까? 반대 방향입니다!! 그쪽은….

-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 아…. 그렇다면 제가 가겠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가는 건….

- 걱정하지 말고 대기하세요.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흠…. 일단 알겠습니다.

권민재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상대의 진영에 발을 들이자, 곧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나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누구냐!?”

“이안이라고 하면 그쪽 왕도 알아들을 것 같은데. 전해 주실래요?”

“……이안…. 이라고…?”

“형님!!! 그놈입니다. 서울과 경기, 강원을 차지한….”

“뭐…. 뭐!? 당장 대장을 불러와라!!”

시스템으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은 나를 알고 있는 듯했다.

“전 대화가 하고 싶을 뿐입니다.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니 기다리겠습니다.”

“……알겠다.”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진영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후성이 쓸 만한 사람들은 더러 보였지만 그리 강하지 않았다.

물론, 나의 입장에서였지만.

“여기 있었구나. 도술의 대가와 한반도의 무신을 배후성으로 둔 사람이.”

궁금하기는 했었다.

한국에서의 역사적 성좌가 나타났을 때 항상 관심을 보이던, 도술의 대가 그리고 한반도의 무신을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10여 분을 기다리자,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남성이 보였다.

화륵.

나의 화안금정이 틀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이 충무공 이순신을 배후성으로 둔 사람이었다.

이름이….

이재신.

화안금정으로 보이는 그의 나이는 50대 초반이었지만, 그의 외형은 관리의 중요성이라도 알려 주는 듯 30대 중후반의 모습으로 보였다.

나이가 들면, 저렇게 늙어 가면 좋겠다. 싶은 멋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이순신.

현재까지도 한국 역사에서 이보다 대단한 업적을 지닌 장군은 없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조선의 장수였다. 조선 수군을 통솔했던 제독이자, 구국 영웅인 이순신의 업적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순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으로 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노량해전과 거북선이 있지만, 이것들은 대표적인 전투일 뿐 더 파고들면 무패의 장군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위인이었다.

이 밖에도 독보적인 정직함과 청렴함도 현대 한국인들에게 매우 존경받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이순신을 뜯어 보자면 ‘존경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순신은 완벽한 인물이었다.

패배가 있다는 말도 더러 있으나, 공식적인 이순신의 역대 전적은 45전 40승 5무.

해상전에서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다 위 무패의 장군, 해신 충무공 이순신.

지금부터 내가 만날 사람이 직계 후손인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순신을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이재신’이라는 중년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본 성운, <안락국> 소속의 성좌를 후원자로 둔 사람을 여럿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민재와 아이들이 고전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권민재의 배후성은 중국 역사에서 창술로 유명한 무장이었고, 안재훈은 성운, <타카마가하라>의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나, 아직은 성장이 미흡하고 어린애였기에 지역을 차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이재신이라는 중년은 <안락국>의 유명한 역사급 성좌들을 배후성으로 삼는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지금 모인 이 자리에 어째서인지 신화급의 성좌를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있어도 성좌 본인이 끼어들지 않는 이상 상관은 없었지만, 신화급의 성좌를 배후성으로 둔 사람들의 수가 많다면, 빠르게 끝내려는 내 생각과는 상황이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클 것이었다.

수많은 인파 속을 헤집고 한참을 걸어 나온 이재신이 나의 앞에 도달하였다.

“음…. 자네는?”

“전 이안입니다.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을 차지한 자죠.”

“그런가? 젊은데도 대단하군. 그래서, 이곳에 혼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신은 침착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경북 ,경남, 충남, 충북의 왕 ‘권민재‘가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의 왕 ‘이안’에게 왕의 자리를 이양합니다.]

[서울, 경기, 강원, 경북, 경남, 충남, 충북 지역의 왕은 ‘이안’입니다.]

아무래도 권민재가 손을 쓴 것 같았다.

- 형님! 이러면 대화가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요?

-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괜한 짓일 겁니다. 일단은 대기하세요. 금방 그쪽으로 갈 테니.

- 네!!

권민재와 짧은 전음을 주고받은 난 이재신에게 말했다.

“……네…. 뭐 아무튼 그렇다네요.”

“이럴 수가……!!”

방금 전만 해도 침착했던 이재신의 눈이 황당함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재신을 향해 물었다.

“남은 곳은 전남, 전북, 제주 세 곳입니다. 서로 죽일 필요 없이 젊은이에게 양보하시는 게 어떤가요?”

“흐하하하. 당돌한 청년이군…. 그냥 자리를 내어 준다면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테고, 그간 나를 믿고 따라온 자들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맞는 말씀이네요. 그럼, 전멸전(全滅戰)을 할 생각입니까?”

이재신은 말이 없었다.

힘으로 보나, 세력으로 보나 자신이 질 것임을, 이 자가 모를 리 없었다.

“좋네. 자네에게 모든 지역을 양보하도록 하지. 단…. 나와 일대일 대결을 해 주게. 그렇다면 내 선택을 모두가 이해해 주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시간은 1시간 뒤 서로의 진영 중간에서 보는 거로 하죠.”

“음.”

“반대로 제가 지면 모든 지역은 당신에게 넘기도록 하죠.”

“알겠네!”

이재신의 선택이 옳다고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지면 부하들의 희생 없이 모든 지역은 통합되는 것이고, 혹여라도 본인이 이긴다면 큰 싸움 없이 한국의 왕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재신과 나의 격차는 지금 당장 무슨 수를 쓰더라도 메꿀 수 없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이재신이 혹시, 동조화를 사용하고 수상전에서 거북선을 이끌고 나타난다고 한들 내가 질 일은 없었다.

물론…. 단 한 가지 내가 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있었다.

이재신의 배후성 이순신과 여러 사람의 배후성들이 자신들의 ‘카르마’를 소모해 이 전장에 난입하는 것.

이것 말고는 다른 변수는 없었다.

이 변수조차도 성좌들이 자신들의 ‘카르마’를 소모해 참전하기에는 크나큰 손실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성좌들이기 때문에 이재신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카르마’를 소모할 일은 적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가 볼까나.”

나 또한 전투에 져 손해 볼 것이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권민재가 있는 장소를 향해 초속 비행을 사용했다.

* * *

권민재와 아이들의 진영에 도착한 나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다들 잘 계셨나요?”

“안이 씨!!!”

“대왕마마!!”

이 새끼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좋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왕마마는 듣기 싫었다.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고생해서 그런지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하하. 그러게요. 그나저나, 그 팔은….”

“아, 무리하다 실수로….”

“그렇군요…. 불편한 건 없습니까?”

“네. 더 강해져서 왼팔의 부재를 잊을 수 있었거든요.”

나와 권민재의 대화에 안재훈이 끼어들었다.

“오!!! 대왕마마, 팔 한 짝 어디 감? 이제 내가 이기는 거 아님??”

안재훈다운 인사였다.

딱!

나는 안재훈에게 이동해 가볍게 딱밤을 날려 주었다.

“악!!!”

“우리 재훈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할 시간이네?”

“뭐…. 왜…. 뭐 하게….”

나의 말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안재훈이 뒷걸음질 치며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였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경북, 경남, 충남, 충북 지역의 왕 ‘이안’이 ‘안재훈’과 일대일 대결을 원합니다.]

[<절대복종> 효과로 인해 거절할 수 없습니다.]

“으아아아아앆!!!!! 대왕마마 미쳤어!?!? <절대복종>을 이렇게 쓴다고!?”

“왜. 네가 이기면 한국의 왕에 거의 근접할 텐데?”

“아, 됐다고!!!”

이미 나의 강함을 느껴 본 안재훈이 울먹이고 있었다.

“검은 안 쓸 테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덤벼 봐.”

“쳇…. 지고 나서 울지나 마. 팔 한 짝이 없다고 안 봐줄 거니까.”

“이야, 무서워서 오줌 싸겠네. 친구들은 안 부르니?”

“됐거든? 간다!!!”

이전과 같이 성운의 힘을 이용해 신기를 소환하거나 성흔을 사용하지 않는 안재훈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권민재와 아이들이 끌어모은 지역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어, 나와 안재훈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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