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네 사람을 상대하는 건 쉬웠다.
문제는….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얼마나 보여 주고 복종하게 할 것인가.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것인가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나에겐 어렵지 않았다.
사람이란 동물은 공포에 취약했다.
그리고….
그 공포를 이용하는 것은 간단했다.
나는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고 그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줄 생각이었다.
물론, 자존심이 강하거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경우 자신의 고집을 꺾지는 않을 테지만…
백 년이 흘러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안겨 주기엔 지금의 격차로도 충분했다.
“죽여!!!!”
네 사람이 각자의 병장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이 중에 그나마 쓸 만한 인물은 ‘고원’ 단 한 명뿐이었다.
촤륵!
후웅- 쾅!!!!
태극검을 사용했기에 공격을 피해내는 것은 간단했다.
지금부터였다.
나는 파천신공에 수록된 허공섭물을 사용해 네 사람을 공중에 띄웠다.
허공섭물은 내공을 사용해 주변의 모든 것을 공중에 띄우는 스킬이었다.
사물, 인간, 동물, 건물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나의 경우엔 내공이 아닌 마력이었지만.
“이런 미친…!!!”
“인간 맞아!?”
“외팔이 주제에 뭐가 이렇게 강한데!!!”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공중에 뜨자, 고원을 포함한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놀라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서….
죽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위력의 파천 만뢰공을 사용했다.
쿠릉!!! 쿠르릉-!!!
하늘이 어두워지고 금방이라도 벼락이 쏟아질 것같이 월미도의 날씨가 변했다.
“이…. 인간이 아니다…!!”
“인간 맞거든?”
“괴… 괴물……!!!”
이들이 괴물이라니 인간이 아니라니 외치는 건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공중에 뜬 고원과 일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을 아둥바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오른팔을 높이 들어 손을 지상으로 내리그었다.
쾅!!!! 쿠콰쾅!!!!
수천, 수만 발의 번개가 지상을…. 아니, 네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쿠콰콰쾅!!!!!!
“커…. 허억…!!”
“말도 안… 돼….”
“죽지는 않을 거야.”
적절한 위력을 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죽을 걱정은 없었다.
이 정도로 조절한 공격에 죽는다면….
이들은 살아남는다고 한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삶을 살 뿐이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크하아아아아!!!!”
하지만.
단 한 사람만큼은 쓰러지지 않은 채 자신의 검을 바닥에 꽂아 넣고 버티는 중이었다.
“오…. 제법인데?”
“내가…!!! 내가 쓰러지면, 나를 믿고 따라온 이들은 뭐가 되는 거냐!!!!!”
“용기는 가상하네.”
봐줄 생각은 없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
그 모든 사정을 들어 주다간 끝이 없었다.
때로는 냉정하고 독해져야 할 때가 있었다.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못한 기술을 보여 주도록 하지. 영광으로 알아라.”
“개소리는 달나라 가서 하시고.”
“흥!!”
고원의 전신에서 붉은색의 아우라가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건….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조심하라 말합니다.]
알고 있었다.
이 스킬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사용도 못 하는 스킬이었다.
해당 성좌와의 관계성이 짙어야만 가능한 스킬.
쉽게 말하자면…. 같은 피를 가진 존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크하아아아아아!!!!!!”
고원의 눈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원의 전신이 흑빛의 갑옷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동조화>
배후성 계약을 하더라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스킬.
아무리 강해진들, 해당 성좌와 피로 연결돼 있지 않다면 평생을 가도 사용하지 못하는 스킬이었다.
고원은 자신의 몸을 써 광개토 태왕. 담덕이 가진 힘을 일부 사용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부담이 가기는 했지만, 관계성이 짙을수록 그 페널티는 상쇄되었다.
그리고….
성좌, 본인이 카르마를 사용해 강림하는 것과는 다른 스킬이었기에 내가 질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고원은 담덕과 아주 멀지만 가까운 직계일 테지.
파직- 파지직-!!
두 눈의 동공이 붉어진 채 흑빛의 갑주를 입은 고원의 주변으로 강력해 보이는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무림계 이세계 게이트에서 강해지지 않았다면, 동조화를 한 고원에게 꽤 큰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물론, 죽지는 않았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은… 유지 시간이 짧으니, 한 방에 끝내도록 하지….”
아무래도 자신의 강함을 신뢰하고 있는 고원이었는지, 당당하게 걸어 나와 말했다.
이 정도의 힘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쉽게 당할 만한 힘이었다.
처음 사용하는 동조화에 고원의 능력치가 그다지 높지 않기에 이 정도였지, 동조화라는 스킬이 결코 약한 수준은 아니었다.
일시적이지만 동조화를 사용한 고원의 강함은 전력을 낸 김영광과 비슷할 것이었다.
해당 성좌와 피가 짙으면 짙을수록 동조화의 힘은 강해졌다.
그리고 그만큼 희소성이 높은 스킬 중 하나였기에, 전 세계를 뒤져 봐도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걸 한국에서 보다니,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그게 전력이냐?”
“뭐… 뭣…!?”
나는 용광검을 공중에 휘휘 저으며, 고원에게 말했다.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전력에도 여유로워하는 나의 모습에 당황하는 고원이었다.
아무리 동조화를 사용한다고 한들, 지금은 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고원의 성장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능력치의 격차가 어느덧 10배 이상은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를 쓰고 능력치를 끌어 올린 이유는, 초반에도 앞으로도 능력치의 격차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상태로 보아하니, 강력한 일격을 단 한 방만 쏘아도 고원의 기력은 다할 것이 분명했다.
“날려 봐. 그 한 방이면 너도 인정하겠지.”
“받아라…!!!”
하늘 높이 든 고원의 검을 마력과 아우라가 휘감기 시작했다.
그 형상은 성인 남성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어 거대한 거검이 되었다.
“이야…. 엄청 크네.”
“받아라!!!!”
쿠오오오오.
고원이 자신의 마력과 동조화를 사용해 커진 거검을 나를 향해 내리그었다.
콰득…!!! 콰드드득-!!
“큽…. 제법이네…?”
고원의 거검을 오른손으로 잡아냈다.
쿠구구구구.
엄청난 압력과 함께 강한 힘이 나에게 밀려들어 왔다.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이 공격에 힘들어해서는 격의 차이를 보여 줄 수 없었다.
나는 선인의 격과 선인의 기운을 동시에 사용했다.
스아아-
“으랴라아아!!!”
곧 나의 전신에서 짙은 푸른색의 아우라가 강하게 일렁였다.
그리고….
파칭!!!!
나는 고원이 날린 거검을 강하게 비틀어 부러트렸다.
“이럴… 수가….”
“아…. 손이 좀 얼얼하긴 하네. 제법 강했어.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당신 정도면 꽤 강한 편이니까.”
“하…. 하하….”
고원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강함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왼팔도 없는 자가 오른손만을 사용해 동조화까지 한 자신의 거검을 부러트리다니.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될 것 같았다.
너무했나…?
넋이 나간 고원의 표정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사람도 악을 쓰고 지금까지 강해진 것일 텐데.
“약속은 지키겠다….”
“좋아. 잘 생각했어. 이후에 당신 부하들을 사지로 몰거나 죽이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건, 고맙군….”
고원이 시스템을 사용해 나에게 왕의 권한을 넘겼다.
[서울 지역의 왕 ‘이안’님에게 경기도, 강원도 지역의 왕의 자리를 이양합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지역의 왕은 ‘이안’입니다.]
“후…. 이제 한 걸음이네.”
“안이 씨.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요?”
나의 뒤편에 서 있던 임해든이 나에게 물었다.
“뭐…. 어려울 거 있습니까? 이대로 아래로 내려갈 겁니다.”
“혼자서 가신…. 아…. 안이 씨 정도면 가능하겠네요.”
잠시. 걱정해 주는 듯한 임해든이었지만 조금 전 전투를 보곤 마음이 금세 바뀐 것 같았다.
이해한다.
지금의 나는 나라 하나를 멸망에 빠트릴 정도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은 더 강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배후성과 관련이 있는 게이트를 클리어하세요. 그리고…. 해든 씨는 서울을, 원이 씨는 경기도, 강원도의 사람들을 그대로 이끌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원이 씨는요?”
“갑자기 말을 높이는군….”
“이젠 적이 아니니까요.”
“그렇군…. 좋다. 아니, 저도 알겠습니다.”
나는 임해든과 고원에게 강해질 방법을 일러뒀고, 앞으로는 그들 몫이었다.
무엇보다 김도은과 김영광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는 별개로 임해든과 고원의 일행들은 꽤 많았기에, 서로서로 도우며 클리어한다면 그만큼의 시간이 단축될 거라 생각했다.
이들이 강해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의 왕이 정해지면, 진짜는 그때부터였다.
“그럼, 두 분한테 맡기겠습니다. 남은 4일간 강해지는 것을 1순위로 하세요. 힘들겠지만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네! 맡겨 두세요.”
“음!!”
임해든과 고원에게 각자의 지역을 맡긴 나는 공중에 날아올라, 권민재에게 ‘장거리 전음’을 사용했다.
- 민재 씨, 상황은요?
- 벌써 경기도와 강원도를 차지한 겁니까? 대단하시네요….
아무래도 권민재도 시스템의 각성자다 보니, 시스템의 알림으로 내가 서울, 경기, 강원도의 왕이 된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 하하…. 별거 아니었습니다.
- 저는 지금 광주에 있습니다.
- 일단, 그쪽으로 가도록 할게요. 전투는 어지간하면 피하고 계세요. 사람들을 괜히 죽일 필요는 없으니.
- 알겠습니다. 아이들이 대왕마마 오신다고 꽤 신이 났네요. 하하하….
아무래도 안재훈과 그의 친구들은 나를 대왕마마라고 부를 생각인 것 같았다.
젠장, 대왕마마가 뭐야….
뭔가…. 어감이 별로였다.
나는 초속 비행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광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LV이 3인 초속 비행의 속도는 30분이면 광주에 도착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 * *
광주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나는 배후성에게 궁금한 게 생겨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정체는 아직도 안 알려 줄 생각입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조금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당신의 게이트는 없나요? 그걸 클리어하면 저도 강해질 텐데?”
나의 일행들과 임해든, 고원에게 일러둔 방법이었다.
나라고 이 방법을 못 쓰는 것은 아니었기에 배후성에게 물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게이트는 단 한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럼, 그 한 가지를 클리어하면 지금보다 배는 강해지는 것 아닙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건 맞지만, 등급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배후성은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게이트는 등급이 높다는 것 같았다.
높아봤자 신화급 아닌가?
내가 알기로는 게이트는 ‘SSS’급 게이트가 최고 등급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나의 ‘명’에서도 ‘SSS’급의 게이트는 클리어해 보지 못했지만…
“뭐, 등급이 SSS급 신화 게이트라도 됩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깟 게이트와 비교하지 말라고 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의 메시지가 한참을 오지 않는 걸 보니, 아직은 말해 주기 싫은 것 같아 애써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광주에 도착한 내가 권민재에게 이동하려 할 때였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지금 말을 해 주더라도, 자신의 말을 듣기를 바랍니다.]
“뭔데 그래요…?”
자꾸 뜸을 들이며 말하지 않자, 긴장감이 흘렀다.
진짜 뭔데 이래…?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이 동의하기 전에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좋습니다. 약속은 지킬게요. 저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
그동안 오크 로드와의 전투에서 고생한 전적도 있고, 왼팔을 날려 먹은) 나였기에 배후성의 걱정을 알 것 같았다.
나야 성좌들에 대한 믿음이 크게 없다지만, 나의 배후성은 아닐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지켜보며 도움을 많이 준 것은 배후성이었고 이자가 없었다면 나는 천마를 잡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 뻔했다.
그리고….
미래를 안다는 이유로 자만했고 뭐든 혼자서 가능할 거라는 듯 움직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의 배후성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시스템을 통한 메시지를 보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게이트는 한국 ‘경복궁’에 위치한 모든 세계에서 단 한 곳만 존재하는 ‘EX+’급 최고 등급의 게이트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