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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37화 (37/206)

제37화

두 번째 메인 미션의 남은 시간은 대략 4일 정도였다.

나는 이동 중에 확인할 부분이 있었기에, 배후성을 불렀다.

“배후성 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말 할 수 있는 건 답해 주겠다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인 ‘환생자의 재림’은…. 실제로 당신이 겪었던 이야기입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그 이야기 속의 각기 다른 종족들과 수많은 세계는 존재하는 겁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군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질문을 조금 더 빨리할 걸 그랬다.

사실을 직접 듣는 것과 예상만 하는 것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명’과는 다르게 ‘환생자의 재림’이 실제로 존재한 이야기라면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것이었다.

소설의 분량은 3649회 차.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은 3650회 차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이 소설의 이야기 속에 ‘히든 피스’와 여러 게이트의 클리어 방법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이었기에, 대부분의 내용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저 이외에 다른 후원자가 있습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자는 알아서 잘하고 있기에 딱히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하…. 전 잘 못 하고 있다는 듯 말씀하시네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왼팔을 보라 말합니다.]

“인정합니다. 지금부터는 다를 겁니다. 항상 도와줘서 고마워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립니다.]

부끄러워하기는.

배후성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 위기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나의 일행들을 찾아간 것도 있고 위험에 빠질 때마다 나를 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는 성좌들이라고는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다.

나에게 남은 성흔, [시간 괴리 LV MAX]는 2회.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됐다.

조금 더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는 팔이 아닌 목이 달아나고 말 것이었다.

“후,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인천에 진입한 나는 임해든에게 전음을 날렸다.

- 해든 씨, 어딥니까? 인천에 진입했습니다.

- 오셨군요!! 좋은 타이밍에 오셨습니다. 여긴…. 인천 제8부두…. 그러니까 월미도로 오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임해든에게 정확한 위치를 듣기 위해서 잠시 멈췄던 나는 곧바로 강원도, 경기도의 왕과 서울 지역의 대리인 임해든이 쟁탈전을 벌이는 장소로 이동했다.

* * *

임해든의 말대로 인천 제8부두에 도착하자, 한참을 전투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대략….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는 말 못 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기에 나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고원이라는 자는 어디 있지? 눈에 띌 텐데?

그때였다.

“안이 씨!!”

“어?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임해든이 하늘을 날아 나를 향해 오는 중이었다.

“무사히 오셨군요. 제 배후성 님이 알려 줬습니다. 당신이 도착했다는 것을.”

“그렇군요.”

“그런데…. 왼팔은 어쩌다….”

“일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해지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해든이 나의 왼팔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자, 나는 화제를 돌려 말을 이었다.

“고원이라는 자는 어디 있습니까?”

“아, 그 사람은 저 안쪽에 월미도 쪽으로 들어가면 있을 겁니다. 상당히 강하니 조심하시길….”

“네. 걱정해 줘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턴 빠르게 마무리할 생각이니 그렇게 알아 두시면 될 것 같네요.”

“……?”

나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 줄 모르는 임해든이었다.

그런 임해든이 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금방 끝낼 테니, 사람들을 물러 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임해든이 앞으로 나서 손짓하자, 나름대로 수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퇴각하라!!!”

“전열을 물려라!!!”

제법이었다.

내가 게이트에 들어간 후 고작 4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서울 지역의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임해든이었다.

가 볼까?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고원을 찾기 시작했다.

임해든에게 말한 것처럼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 4일 남짓.

빠르게 정리한 후 ‘명’을 갱신하고 한 곳의 게이트를 더 클리어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월미도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곧 전장을 좌지우지하며, 달려드는 서울 지역의 사람들을 베어 죽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야말로 전장의 귀신이었고, 무신이라 불릴 정도의 무력이었다.

나는 곧바로 고원의 앞으로 이동해 사람들을 물리며 말했다.

“다들 빠지세요.”

“왕…? 왕이다!!!”

“서울의 진짜 왕이 왔다!!”

“네놈들은 이제 죽었다. 이 새끼들…!!!”

꽤 고전한 모양인지, 나의 등장에 기세가 등등해지는 서울 지역의 사람들이었다.

“넌… 누구지?”

“못 들었나요? 제가 서울의 진짜 왕입니다.”

“뭐라고…?”

어느 틈에 전열을 재정비한 임해든이 나의 뒤로 서 고원에게 말했다.

“맞아. 진짜 왕. 나는 대리인이었고.”

“뭐…? 네놈 정도 되는 자가 고작, 대리인이라고?”

고원의 물음에 임해든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원의 얼굴 위로 당황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었다.

생각이 많을 것이다.

임해든 정도만 되어도 대한민국 전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함을 지녔을 텐데… 고작 대리인?

금빛으로 빛나는 왼쪽 눈의 화안금정을 사용해 고원을 훑어보았다.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배후성은 역시 그분이군….”

“뭐라고 하는 거냐!?”

나는 고원의 말을 무시한 채 임해든에게 말했다.

“전력을 다해서 붙는다면 해든 씨가 이겼을 겁니다.”

“하하…. 그 부분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지휘관의 죽음은 곧 전쟁에 패배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잘 생각하셨네요.”

임해든의 배후성은 ‘누런 오방의 왕’ 즉, 이 이름 그대로 성좌의 진명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동, 서, 남, 북 사방 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중앙을 담당하는 오방의 왕.

‘황룡’ 이었다.

신수인 사방신의 왕이기에 그 강함을 말로 할 수도 없었고 역사를 뛰어넘는 강함을 지닌 ‘황룡’은 주신급은 아니었지만, 신화급에 다다른 성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원도와 경기도를 차지한 고 원의 배후성은 고원의 성이 고씨라는 점과 한반도의 북쪽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북한 쪽에서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던 이 성좌의 진명은….

고담덕.

고구려의 제19대 태왕.

고구려 전성기의 서막을 알린 한민족 최대, 최고의 정복 군주이다.

18세에 보위에 올라 39세의 젊은 나이에 죽기까지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할아버지 대에 멸망 직전까지 갔던 고구려를 동북아의 패권국으로 만든 군주로, 전쟁에 대해서는 한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먼치킨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인 ‘담덕’보다는 ‘광개토 대왕’으로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대왕이라 불리는 위인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었다. 대왕이라 불리는 역사의 왕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나마 유명한 것은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세종대왕’이 있었다.

역사급 성좌들의 전쟁이었다면, 전 세계를 통틀어도 광개토 대왕의 힘은 엄청날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성좌, <한반도 전쟁의 신>이 당신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성좌, <조선의 시조>가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라 말하며, 당신을 비웃습니다.]

[성좌, <한반도의 무신>이 해당 전투에 관심을 보입니다.]

[성좌, <도술의 대가>가 이기는 편 내 편이라며 응원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한반도의 모든 성좌들을 향해 기도합니다.]

.

.

.

아무래도 스케일이 커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말 그대로 생각뿐이었다.

스케일은 무슨….

용광검 한 방만 휘둘러도 끝낼 수 있는 격의 차이가 있었다.

“어이, 담덕 씨.”

“……!? 나의 배후성을 어떻게…!!!”

“하나만 약속하지?”

“무엇이지?”

“네놈이 진다면 깨끗하게 우리 밑으로 들어오는 것. 물론 경기도와 강원도의 사람들도. 약속을 안 해도 미션상 그렇게 되겠지만…. 뭐, 확실한 게 좋잖아?”

“좋다. 내가 질 것 같은가?”

“응. 질 거야.”

“자신감이 대단하군. 좋다. 약속은 지키도록 하지.”

나는 이후에도 배신할 수 없게끔, 강한 힘의 격차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감히 배신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전부 덤벼도 괜찮고, 당신 혼자 덤벼도 상관없어. 알아서들 하라고.”

“이…. 미친놈이…!! 그 오만함이 결국 네놈을 자멸하게 될 것이다!!!”

“그건, 네 희망 사항이고.”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두고두고 써먹는다면, 이후의 미션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나는 용광검을 빼 들었다.

성장은 아직, 4단계 그대로였지만, 이들이 제대로 된 신기를 소환해 사용하지 않는 한 용광검보다 좋은 무기는 없을 것이었다.

스릉.

용광검의 검날이 햇빛을 받아 강하게 빛이 났다.

용광검의 본래 주인은 북부여를 건국한 부여의 시조이나, 동시에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부여 왕 대소의 증조할아버지라고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고대사 관련 기록에서 천제(天帝) 혹은 천제의 아들로 묘사되며,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 설화에 모두 등장하는 등, 여러모로 신비에 싸인 신화적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사용한 검이 바로 용광검이었다.

어째서 초반의 게이트에 이런 무기가 있었는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 있었지만, 제대로 성장만 마치게 된다면, ‘천총운검’과 비슷한 위력을 낼 수 있는 신기나 다름없는 무기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이런 기록이 있었다.

머리에는 오우(烏羽)의 관(冠)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龍光劍)을 찼는데, 아침이면 일을 보고 저녁이면 하늘로 올라가니, 세상에서 이르기를 ‘천왕랑(天王郞)’이라 하였다.

그의 진명은.

성운, <안락국>의 주신급 성좌.

해모수.

일반적인 검의 형상과는 다르게, 용광검의 형상은 얇고 구불구불했고 검날부터 검의 손잡이까지 전신이 은빛의 검이었다.

이토록 좋은 검이 있었기에, 선기인 용천검이 부러졌을 때도 나는 아까워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고원과 그 뒤로 서 있는 경기도와 강원도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은 준 것 같은데. 다 덤빌 건가?”

“아니, 그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정예 다섯만 뽑아 네놈과 싸우도록 하지.”

“전부 덤비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다섯만 덤비는 건 괜찮다고…? 뭔 개소리야…?”

“닥쳐라!!!”

고원 본인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덤비라고.”

고원을 포함해 네 명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겐 다대일이 더 편하고 방어와 카운터에 특화된 스킬이 있었기에,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

[스킬 [태극검 LV MAX]을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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