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천무대전(天武大戰).
지금 상황은 단순히 반복되는 게이트 속의 이야기였지만, 지구가 존재하고 문명이 존재했듯. 넓디넓은 우주의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름대로 규모가 컸던 무림계는 멸망했다.
그리고.
무림계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만 남게 되었다.
“스승님!!! 부탁드립니다.”
“오냐!!”
저 멀리, 천마 신교와 전투를 벌이는 윤민에게 소리치자, 곧 전장 전체가 다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답하는 윤민이었다.
윤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이유는, 시드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확성기’ 아이템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무공인 ‘천리전음’ 덕분이었다.
“어이, 비겁한 놈?”
“크르르…….”
“으…. 더러워. 침은 좀 닦고 인마.”
아주 잠깐 붙어 봤지만, 이 정도면 내가 이길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궁지에 몰릴수록 천마는 더 강해졌다.
빌어먹을 마공 덕분에.
나는 파천 신공을 사용해 천마에게 다시 덤벼들었다.
퍼억!!
천마에게 쏟아내는 나의 공격은 무자비했다.
천마와는 그 어떤 접전도 없었거니, 죽인다고 한들 죄책감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법 버티네?”
적절하게 몰아붙이고 용광검을 사용해 한 방에 죽인다면, 궁지에 몰릴수록 마공의 영향을 받아 강해지는 천마를 단숨에 처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게이트의 등급은 ‘S’급.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마는 마공을 자신의 힘으로 받아들여 강해지는 중이었다.
뭔…. 전투 민족도 아니고…. 곧 변신하는 거 아니야?
본격적인 전투는 지금부터였다.
처음과는 달리 천마는 나와 호각을 다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유리한 것은 나였다.
화안금정.
인간이 시스템의 보정을 받아도 절대 얻을 수 없는 투전승불 ‘손오공’이 얻은 눈.
이 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휘릭- 쿠쾅!!
호각으로 벌이던 전투 중, 화안금정으로 빈틈을 보인 천마를 땅바닥에 처박은 나는 파천 무열각을 사용해 천마의 몸통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파천 신공에 속한 기술 중 한 가지인 ‘파천 무열각’은 다리에 내공을 실어 강하게 내리찍는 무공이었다. 내공을 사용하는 무림인과는 다르게 나는 마력을 실어 공격하였기에 그 파괴력은 마력 수치가 높아질수록 더 강해지고 있었다.
“크……!!!”
쾅!!쾅!!쾅!!! 쾅!!!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입은 천마였지만, 이 정도로 죽을 천마가 아니었다.
쿵!!!
파천 무열각을 단 한 방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찍자, 천마가 누워 있던 장소가 원형으로 움푹 파이더니, 점점 땅속으로 파묻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광검을 빼 들어 파천 신공에 수록된 검의 초식인 ‘파천 일섬’을 천마의 목을 향해 질러 넣었다.
꽈드득. 꽈드드득.
“이런…. 젠장, 벌써…?”
천마를 향해 질러 넣은 검이 천마의 목을 뚫어내지 못한 채 막히고 말았다.
“크하아악…….”
광기에 휩싸여 정신이 없는 천마가 처음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천마를 처치하는 것에 있어 더욱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스각. 서걱. 퓨슈슛-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천마를 향해 검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법….
스승을 기리기 위해 처음부터 용광검을 꺼내 들지 않은 내 오만이었다.
멍청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자신에게 날려지는 검기를 맨몸으로 받으며, 움푹 팬 땅바닥에서 자욱한 흙먼지를 걷어낸 천마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몰아붙이는 공격에 천마의 상의는 이미 찢어져 맨몸이 된 지 오래였지만, 그의 몸은 그 어떤 자상도 없이 깨끗하기만 했다.
젠장, 끝판왕 등장이라 이거야?
무슨 일이 벌어질 줄 몰랐기에, 단숨에 거리를 벌려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넌….”
너무 많이 팬 것 같았다. 이렇게 빨리 각성하다니…….
[스킬 [냉정 LV MAX]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첫 번째 방법이 먹혀들지 않자, 동요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았다.
이마저도 스킬의 효과로 금방 상쇄되었지만, 지금부터 고생 시작인 것이 눈에 훤했다.
“이야, 너 말 못하는 거 아니었어?”
“넌……. 누구지…?”
“직접 봐서 모르는데, 말하면 아냐?”
“건방진 놈이로구나.”
“내가 매력이 좀 넘치긴 하지.”
[스킬 [매력 발산 LV.3]의 효과가 강하게 발동됩니다.]
도대체 이놈의 스킬은 언제까지 지멋대로 발동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크흠흠…. 아무튼. 너 죽여 줄 사람인 건 알아 둬라.”
“크… 크하하하. 웃기는군. 윤민도 아닌, 네놈이 나를…?”
“스승님보다는 내가 더 강할 텐데? 기대하라고.”
“스승…. 스승이라…. 그렇군. 넌 형님의….”
“어…?”
수련 중에도 듣지 못한 말이었고, 나의 ‘명’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말이었다.
형님이라니? 두 사람이 친형제라고?
“스승님이 네놈 형님이라고?”
“그게 중요한가?”
“뭐,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넌 나한테 죽을 테니.”
“자신감이 과하구나.”
마공이 아니었으면 죽는 순간에도 파천 신군을 뛰어넘지도 못하는 천마가 마공을 손에 넣고 얻은 강함에 마치 자신의 진짜 힘이라도 되는 듯,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천마가 그저 웃겼다.
치트키 써서 강해진 주제에.
“2차전 시작해야지? 아, 참. 바로 앞에 두들겨 맞던 건 기억나니?”
“흥,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천마는 마공의 힘을 더욱 강하게 발휘하게 된다.
처음부터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윤민 혼자서도 처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천마는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마공의 강함을 모두 흡수해 이미 파천신군 윤민과 장삼풍의 강함을 뛰어넘은 지 오래일 것이었다.
“시작하자고. 우리가 이러는 사이에도 사람들은 죽어 나가는 중이니까.”
“첫수는 양보해 주도록 하지. 덤비거라.”
처음과 다르게 진지해진 나는 4단계로 성장한 용광검을 오른손에 강하게 쥐었다.
아이템 명 : 용광검 – 4단계
아이템 설명 : ‘누군가’가 애용했던 ‘신기’이다. 하지만 이 신기는 봉인된 상태로, 본래의 힘을 되찾아야 신기로써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성장함에 따라 봉인이 해제됩니다.
#’능력치‘는 용광검의 성장에 영향을 끼칩니다.
#봉인상태.
아이템 속성
스킬 공격력 : 40%
방어 무시 : 40%
“네놈이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던, 스승님의 검법이다. 죽고 나서 후회하든가?”
본래 파천신군이 창안한 무공은 권과 각이 대부분이었지만, 파천신군 정도 되는 강함을 가진 이가 무림에서 검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검술로도 파천신군 윤민의 강함은 초절정의 경지였다.
천마의 말대로 첫수의 양보를 마다하지 않았다.
빠르게 치고 나간 나는 추진력을 이용해 윤민의 검술을 사용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후웅- 스아악.
제법 강해진 나는 파천 신공과 무쌍 난무를 적절하게 섞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쌍 난무의 단순한 칼부림이 파천 신공과 더해지니, 그만큼 강해져 엄청난 수의 검기가 천마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윽…!! 제법이구나.”
무자비한 검기의 칼날들이 천마에게 쏟아지자, 당황한 천마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죽여 주마!!”
후웅!!!
“큽…!!”
천마의 공격은 단순한 휘두름이 아니었다.
저 공격에 맞으면, 머리통이 그대로 날아갈 만큼의 강한 권격이었다.
나와 천마의 전투는 약 십여 분간 판가름 나지 않았다.
아직은 강함의 정도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더 끌면 위험한데….
위기감을 느낀 나는 선인의 기운을 최대한 강하게 발동해 온몸의 감각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솜털 하나하나가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천마의 공격을 한 끗 차이로 피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스악!!
용광검을 사용해 공격하면, 지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천마의 무공이 날려져 왔다.
퍼억!!
“크학…!!”
천마의 주먹이 나의 명치에 강하게 꽂혀 들어왔다.
어찌나 강력한지,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 나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커…. 커 헉…. 콜록. 콜록.”
“제법이다만…. 고작 이 정도군.”
새삼, 마공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마공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해진다고…?
마공의 힘이 아닌 관리자들과 계약해 얻은 힘이었을까?
순식간에 시스템을 뛰어넘는 강함을 보여 준 천마의 힘에 의아함이 들었다.
“죽거라. 나는 윤민을 죽이겠다.”
마무리라도 하는 듯. 천마가 주먹이 아닌 손날을 나의 목을 향해 날렸다.
하지만.
명치를 너무나 강하게 맞았는지, 완벽하게 회복이 되지 않은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기사회생을 벌써 쓰면 위험한데….
그때였다.
파천신군 윤민이 경공술을 사용해 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 문아야!!!”
“……!?”
윤민 덕분에 기사회생이 발동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윤민이 천마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위험해. 이미 모든 힘을 받아들인 천마를 이길 순 없을 텐데…?
“스승님…!!”
“크크크큭…. 스승과 제자를 동시에 죽일 수 있다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야 이 개자식아! 안 멈춰…!? 네 형이라며!!!”
“아아, 그랬지. 한때는.”
윤민의 온 힘을 다한 공격을…. 어린애 장난이라는 듯, 가볍게 막는 천마였다.
“형님, 많이 약해졌군요.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야 어느 정도 회복한 나는 천마를 향해 움직였다.
게이트 속의 윤민이라도 죽게 둘 수 없었다.
[스킬 [파천 만뢰공 LV MAX]을 발동합니다.]
쿠콰콰콰쾅!!!!!!
나는 윤민과 함께 완성한 파천 신공의 최종식을 사용해 천마를 공격했다.
공중에 떠 스킬을 사용하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응축된 만 개의 번개가 천마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공격이었다.
“큭…!! 방해하지 말아라!!”
데미지는 있었다. 천마의 입가에서 조금이지만 끈적한 핏물이 흘러내려 왔다.
“아직, 제자에게 수발을 들게 할 정도는 아니다 이놈아!”
쿠콰콰콰쾅!!!!!!
자신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듯, 윤민도 나와 같이 파천신공의 최종식을 사용해 천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위력은 나보다 약했지만, 먹혀들지 않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
앞뒤로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자, 잠시간 당황한 천마였지만, 정말 잠시뿐이었다.
“크하아아!!!!! 죽어라!!!!”
천마의 강력한 공격에 충격파가 일어나자, 나와 윤민은 그 자리에서 날아가 몇 번씩이나 땅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쿠당탕!!! 쾅!!!
“커헉…!!”
직접 당한 게 아닌, 단순한 후폭풍이 이 정도라니.
말도 안 되는 강함이었다.
젠장, 어쩌지…? 생각보다 너무 강하다. 방법이….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날려 간 윤민이 거칠게 피를 토하고 있었다.
“스승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윤민을 두고 간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 뻔했다.
누군가 시간을 벌어 줘야만 사용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장 진인!!!!”
상황이 급박해지자, 앞으로 달려 나가며 장삼풍을 불렀다.
이곳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내공과는 다르게 마력을 사용한 외침이었기에 장삼풍이 못 들을 리 없었다.
나는 장삼풍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서 미리 일러뒀기 때문에, 내 외침에 반응한 장삼풍이 무림 8대 고수를 이끌고 우리 쪽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장 진인!! 8대 고수분들. 천마를 잠시 부탁드립니다.”
“홀홀, 맡겨 두게!”
장삼풍에게 언질이라도 받았는지, 8대 고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위해 시간을 벌어 주기 시작했다.
저 여인은…. 아미파의…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확실히 보았다.
무림 8대 고수 중에는 아미파의 대사저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곧바로 천마와의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를 벗어나 사람들의 사체가 많은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널브러진 사체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스킬 [영혼 흡수 LV.1]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킬의 이름은 ‘영혼 흡수’였지만, ‘스탯 흡수’에서 진화한 스킬인만큼 기존에 능력치를 흡수하는 효과는 유지되고 있었다.
[한 번에 많은 동족의 기운을 흡수하였습니다.]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100명의 동족의 기운을 흡수하여 영혼을 사역할 기회가 1회 주어집니다.]
즉, 내가 흡수한 것은 영혼이 아닌, 죽은 자들의 능력치였다.
“됐다.”
이곳의 사체가 꽤 많았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사체들의 능력치를 모두 흡수한 나는 대폭 상승한 능력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곤, 곧바로 몸을 돌려 윤민과 장삼풍 그리고 무림 8대 고수들이 접전을 벌이는 장소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며 말했다.
“다들 비켜요!! 3차전 시작이다. 핵쟁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