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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30화 (30/206)

제30화

경공술을 사용해 다가온 아미파의 제자들은 어느새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망칠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오해입니다.”

전투가 벌어진들 질 걱정은 없었기에, 무당파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빠르게 제압하고 갈 생각을 하며 말을 내뱉었다.

“대사저, 행색을 보아하니, 사체의 금품을 갈취하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수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 사체의 주변을 어슬렁거린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스킬만 사용했을 뿐. 사체들에 그 어떤 짓도 하지 않은 나였다.

오해를 풀 방법을 생각하던 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세요. 길을 지나가는데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다면, 낭자들은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아…….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는 건 강호의 예가 아니긴 하죠….”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던 중 낭자들이 오해하며 저에게 다가온 겁니다.”

아미파의 여인 중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여인이 나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이만 가 보도록 하세요.”

“대사저, 이대로 보내도 괜찮을까요?”

“지금은 사매들의 사체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아…. 알겠습니다. 대사저.”

무당칠협처럼 오해를 하며, 달려들면 딱밤을 날려 줄 생각이었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마찰 없이 보내 주는 대사저라는 여인이 고마웠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네. 근데…. 소협의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그 정도야 뭐…. 이안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독특한 이름이군요. 알겠습니다.”

이름을 들은 대사저라는 여인이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어 주었다.

예뻤다.

아미파의 제자들에게 대사저로 불리는 여인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TV에서 보던 여배우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격렬한 전투에 사망한 자신들의 사매를 챙기는 아미파의 제자들을 뒤로한 채 초속 비행을 사용해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럼….”

단순한 느낌이었지만, 이 여인은 언젠가 한 번쯤은 더 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천마 레이드가 벌어지면 모든 무림인이 다 모일 텐데 그때 보려나?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아미파의 대사저를 한번 돌아본 후, 그대로 파천신군 윤민을 향해 날아갔다.

* * *

한참을 날아 도착한 장소는 높은 절벽에 단 한 채만 있는 허름한 민가였다.

이쯤인가…? 취향 참 독특하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나에게 낯설기만 했다. 절벽 위에 단 하나의 민가. 그리고 그 앞은 나무도 풀도 없는 광활한 평야였다.

지상으로 내려온 나는 천천히 민가를 향해 걸어갔다.

“계십니까?”

굳게 닫힌 민가의 문을 조용히 두들겼다.

다짜고짜 문을 열었다가 건방지다느니, 예의가 없다느니 공격을 해 오면 답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한 파천신군 윤민이라면 이 무림계에서 천마와 장삼풍을 포함해도 그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파천신군 윤민이야말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런 데도 천마를 막지 못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손대서는 안 되는 마공을 익혀 파천신군 윤민보다 강해진 것이었다.

주화입마(走火入魔)는 내공이라는 강력한 힘이 몸 안에서 날뛰는 것이라 일단 걸리면 몸이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간혹 주화입마에 빠진 사람이 폭주할 때도 있었는데 천마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폭주함으로써 파천신군 윤민보다 강해지게 된 것.

폭주한 천마보다 약한 파천신군에게 수련을 받은들 내가 이길 확률은 낮았지만, 생각해 둔 방법이 따로 있었다.

그저 이 방법이 먹히기를 바랬다.

없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선인의 기운과 화안금정을 사용해 윤민의 위치를 파악하려 할 때였다.

“뭐냐?”

갑자기 들려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위쪽을 쳐다봤다.

“당신이 파천신군 윤민입니까?”

“뭐냐고.”

“…….”

‘명’에서도 봐서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성격이 개차반 같은 놈이었다.

나는 품속에서 장삼풍이 건네 준 옥패를 윤민에게 던졌다.

“너…. 삼풍이 제자냐?”

“아닌데요.”

“그럼 삼풍이 친구냐?”

“그럴 리가요.”

“그럼……. 아!!! 하도 오랜만이라 내가 감을 잃었나 보다. 너 자객이지?”

“그것도 아닌데요….”

장삼풍과는 다르게, 자신의 내공을 이용해 청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파천신군 윤민이었다.

젊은 모습에 비례해 성격이 저 모양인지, 원래 싸가지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뭔데? 왜 이 옥패를 네가 가지고 있는 건데?”

말투가 거슬렸다.

하지만….

화안금정으로 확인한 윤민에게는 개길 수 없었다.

“어라? 너 왜 한쪽 눈이 번쩍거리냐?”

괜히 트집이라도 잡힐까 싶어 화안금정의 사용을 취소한 채 윤민에게 말했다.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 옥패는 장 진인께서 보여 주라더군요.”

“이 옥패는 내가 삼풍이에게 준 게 맞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윤민이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 이 옥패를 증표로 단 한 가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었지. 근데…. 이 옥패를 들고 와서 하는 말이, 내 제자가 되시겠다?”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요.”

“당돌하네?”

“그럼 안 됩니까?”

장삼풍과는 다른 성미에 좋게 말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싸가지 하고는.

“으하하하하. 재밌는 놈이네! 이거.”

“그래서. 받아들일 겁니까?”

이런 자일수록 약하게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나였다.

“마침 적적하지 않으셨습니까?”

“좋다. 그럼 제자가 되기 위한 시험은 봐야 하지 않겠어?”

윤민이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덤벼 보라는 행동을 취했다.

파천신군 윤민이 말하는 시험은 간단했다.

자신과 싸워 인정을 받으라는 것.

“좋습니다. 시작하시죠.”

“맨손으로 하게? 무기가 있으면 꺼내라. 괜히 객기부리다 죽는 수가 있어.”

윤민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스킬 [냉정 LV.3]의 효과가 강하게 발동합니다.]

“후….”

나도 모르게 겁에 질려 식은땀이 흘렀지만, 냉정의 효과로 상쇄되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안 오면 내가 간다?”

순식간에 나의 앞으로 다가온 윤민이 주먹을 내질렀다.

후웅.

“오, 피해?”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지만,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윤민이 나를 봐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용사의 패기, 선인의 기운 그리고 화안금정을 최대치로 발동했다.

“제법 그럴싸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아까 본 번쩍번쩍한 눈깔도 그대로고. 근데, 그거 무공이 아니구나? 뭐냐 너?”

‘S’급 이세계 게이트의 1인자여서일까?

무공이 아닌 것을 단숨에 파악한 윤민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 게 있습니다. 궁금하면 제자로 받아 주시든지요?”

“크하하하. 역시 재밌네! 이놈? 좋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날 한 방만 쳐 보거라. 그럼 제자로 받아 주도록 하지.”

나름대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기에, 꽤 반가운 제안이었다.

단 한 방.

단 한 방만 맞추면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이었다.

나는 용광검을 빼 들어 윤민을 바라보았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2]이 발동되었습니다.]

“눈깔 그렇게 나쁘게 뜨면, 혼난다?”

“…….”

망할 스킬.

괜히 윤민의 심기만 건드린 것 같았다.

스킬 질주를 사용해 앞으로 빠르게 치고 나간 나는 용광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칭!!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음에도, 윤민은 손가락 하나로 나의 용광검을 막아냈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윤민의 강함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는 것은 나인데,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윤민이 실망하는듯한 표정을 짓자, 나는 그저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현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가진 내가 윤민에게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무쌍 난무를 사용해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무쌍 난무를 사용할 때는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화안금정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급소들을 정확히 노려 공격하는 나였다.

하지만….

후웅.

한 방이라도 맞을 것 같던, 무쌍 난무의 칼부림은 단 한 방도 윤민을 맞추지 못했다.

“그 실력 가지고 제자가 어쩌고 한 거야? 좀 맞자.”

“!?”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윤민의 속도와 공격을 못 따라간 나는 윤민이 내지르는 주먹과 발차기에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커…. 헉….”

“집에 가라 꼬마야.”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왕의 자리를 떠나서 제한 시간이 없는 게이트의 특성상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주화입마에 빠진 천마에게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계의 사람들은 한참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기에, 이 시기에 게이트에 들어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은 ‘S’급 이세계 게이트.

적당한 강함을 지닌 그 누구도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는 그런 게이트였다.

젠장, 내가 너무 오버했나…?

후회도 잠시.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윤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단 한 방이면 된다.

윤민은 힘없는 나의 주먹을 간단히 피해 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헉…. 허억….”

“뭔데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너 그러다 진짜 죽는다?”

“약속… 지키세요.”

단 한 방 맞출 방법이 한 가지 있었다.

여태 그럴 만한 일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

그 스킬의 효과를 믿으며, 윤민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민의 방심을 끌어내기 위해 천마의 무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킬 [천마 뇌격권 LV.1]을 사용합니다.]

파직. 파지직.

“어? 이거….”

윤민은 가볍게 공격을 파훼한 후 발차기를 날려 나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쿠당탕!!

“크흡…!!”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계였다.

하지만 천마의 무공은 단순한 미끼였을 뿐.

“이건 그 애송이 무공인데…? 너 진짜 뭐냐?”

말을 할 힘조차 아껴야 했기에, 윤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서 윤민을 향해 움직이자, 조금 짜증이 났는지 윤민이 말했다.

“그딴 허접스러운 무공보다는 내 파천 신공이 진짜라고.”

윤민이 나를 향해 자신의 무공인 파천 신공을 사용했다.

이건…. 파천 무열각.

이미 파천의 무공을 시스템을 통해 배운 나였기에 알고 있었다.

맞으면 죽는다.

하지만….

“이걸 받고 살아 있으면 제자로 받아 주마!!”

윤민이 나의 정수리를 향해 파천 무열각을 날렸다.

꽝!!!!

파천 무열각이 나의 정수리에 내리 찍히는 순간, 내가 기다리던 기회가 드디어 왔다.

[스킬 [기사회생 LV MAX]가 발동합니다.]

[기사회생의 효과로 공격을 무효화 합니다.]

[기사회생의 효과로 체력의 절반을 회복합니다.]

츠츠츳.

분명히 죽을 거로 생각했는지 파천의 동공이 커지는 순간, 화안금정을 통해 빈틈을 찾았다.

퍽!!

나는 그 빈틈을 향해 평범한 주먹을 내질렀다.

“이…!?”

파천신군 윤민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내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작전이 먹혀들었다는 생각에, 온몸의 긴장이 풀려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는 윤민을 바라보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사부.”

[스킬 [매력 발산 LV.2]을 강하게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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