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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28화 (28/206)

제28화

100명이 넘는 무당파의 제자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타이밍에 맞춰 천마 신공의 스킬을 시전한 나는 단 한 방에 제자들을 저 멀리 날려 버리고 말았다.

“크하아!!!! 속 시원하다. 왜 사람 말을 안 듣고 난리야!!!”

“저…. 저….”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에!!!!”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후원자가 드디어 정신 줄을 놓았다고 말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폭주하는 자신의 다섯째 제자를 보며, 긴고아를 찾기 시작합니다.]

……? 그걸 왜 찾는데요……. 씌우게요…?

단 한 방에 날아간 무당파의 제자들과는 달리 무당칠협은 공격을 버티고 서 있었다.

“이 무공은 마교의 무공…!!”

“역시 네놈은 사부님을 해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구나!!”

“사형!! 함께 저놈을 죽입시다!!”

“그래. 사부님이 오기 전에 수고를 덜어 드려야겠다.”

“아주 지들끼리 염병들을 하네. 다 덤벼. 아주 그냥 바닥을 기게 만들어 줄 테니.”

애초에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작전이었다.

‘명’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 멸망 속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착각했던 것 같았다.

나는 주인공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사람이었다.

천마의 무공을 사용해 무당칠협을 혼내 줄 수도 있었으나, 계속된 무시와 화가 잔뜩 난 나는 용광검을 무당칠협에게 겨누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게…. 왜 짜증 나게….”

“이…. 이놈이…!!”

“더러운 마교 놈을 죽여라!!”

무당칠협이 나를 포위하며, 자신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칠협이라고는 했지만 눈앞의 무당칠협의 수는 여섯.

어째서인지, 한 명이 보이질 않았지만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죽여!!!”

무당칠협은 자신들이 배운 무당파의 검법을 사용해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화나게 한 이들에게 보여 줄 나의 스킬은 [태극검 LV.2]이었다.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굴욕을 주는 것이었고, 능욕이 될 것이었다.

자신들이 모시는 위대한 스승이 창안한 태극권과 태극검.

스승조차 완성하지 못한 무공을 한낮 무명소졸(無名小卒)이 그 무공을 사용해 자신들을 쓰러트린다? 이보다 화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태극검을 사용한 나는 일제히 덤벼드는 무당칠협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 이 검법은…!?”

“응, 내 입으로 말해 줄게. 태극검이야. 어디 너희 스승님의 검법에 뒤지게 맞아 봐.”

나는 용광검을 역날검으로 들었다.

자칫 이들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나의 목적은 파천신군 윤민을 찾아 그의 제자가 되는 것.

쓸데없이 살생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찌…. 스승님의 태극검을…!!”

“네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비겁한 마교의 무공을 사용하더니, 이번에는 스승님의 태극검까지…!!”

“뭐, 왜. 쓰면 안 돼?”

짜증이 난 것도 있었지만, 이들이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아는 한 이들이 부르는 마교인 천마 신교는 그리 악한 자들이 아니었다.

베일에 싸인 부분들이 많았기에, 강호의 수많은 자들의 쓸데없는 입소문으로 인한 피해자가 천마 신교였다.

그래서인지, 명문 정파라 자칭하는 무당파는 천마 신교를 더욱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었다.

좋은 마음으로 선의의 행동을 취해도 목적이 있다는 둥 믿을 수 없다는 듯, 행동하며 천마 신교를 압박해 온 문파들이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 무당파였다.

이들 사정이지만,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어찌, 스승님의 무공을 쓰는 것인지 당장 말하지 못할까!?”

“닥쳐. 네가 사람이지 참새야? 왜 그렇게 짹짹거려?”

“이…. 이…!!!”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낄낄거리며 즐거워합니다.]

“안 덤벼? 내가 가리?”

“필시, 이 마교 놈이 사부님의 무공을 훔쳐 배운 것이 틀림없다!! 죽여라!!”

“참새라서 그런가? 뇌가 조막만 해서 생각하는 게 그 모양이냐?”

나의 지나친 도발에 화가 잔뜩 난 무당칠협의 얼굴을 보니, 제법 속이 풀리기 시작했다.

무당칠협의 얼굴들이 새빨개져 나를 죽일 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스킬 용사의 패기와 선인의 기운을 최대치로 사용했다.

스아아아.

푸른색의 아우라가 내 전신을 휘감자, 무당칠협이 놀라기 시작했다.

“어찌…. 이럴 수가…!!”

“인간의 기운이 아니다…!!”

“역시 마교 놈이군.”

제멋대로 오해하는 무당칠협의 똑같은 레퍼토리에 지친 나는 태극검과 무쌍 난무를 적절히 사용해 무당칠협들을 바닥에 때려눕혔다.

“커… 커 헉….”

“이럴… 수가…….”

“사부님이 위험하시다…!!!”

자기네들이 멋대로 오해해 놓고, 자신들의 사부를 해하려 한다고 생각했는지 쓰러져서도 장삼풍을 걱정하는 무당칠협이었다.

참……. 의협심이 쩐다… 이 새끼들……

“역날이라 죽지는 않겠지만, 너희가 좋아하는 운기조식하면서 정신들 차리라고 꼰대들.”

무당칠협이라 불리는 자들이 모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자,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장원규에게 이동했다.

“이봐.”

“난 모른다!!!!”

“뭘…?”

어떤 걸 묻는지 알고 있다는 듯, 장원규를 부르자 몸을 부들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네 스승을 해하러 온 사람이 아니야. 한 가지만 묻고 바로 갈 테니 장삼풍 진인이 어디 있는지 알려 줘.”

“모른다. 이 더러운 마교 놈…!!!”

장원규가 입에서 대량의 피를 뱉어 내면서 나에게 바락바락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할 놈…. 역시,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 건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에겐 선인의 기운과 화안금정이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몰아세운 장원규의 얼굴을 계속 보자니, 괜히 골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장원규가 두 눈을 부릅떠 나를 계속해서 노려보자, 장원규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딱밤을 강하게 쳤다.

딱!!!!!

“끄아아아아악!!!!”

딱밤에 맞은 장원규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엄청난 고통을 못 참겠는지, 거품을 물고 기절한 장원규를 보며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이고, 꼬시다. 이 참새 새끼.”

나의 능력치 중 힘 스탯은 2047.

단순한 딱밤일지라도 능력치의 차이가 나는 장원규에게 큰 데미지와 함께 굴욕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당신의 속 시원한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다섯째 제자에게 꼭 ‘긴고아’를 씌울 것이라 다짐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통쾌한 딱밤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후!!”

심호흡을 깊게 쉰 나는 선인의 기운을 최대치로 발동하며, 동시에 화안금정을 사용했다.

장삼풍의 위치를 찾기 위함이었다.

다행인지, 이들과는 다른 강함을 풍기는 초고수가 이곳에 있었다.

“저긴가…?”

느껴지는 기척과 화안금정으로 본 장삼풍의 강함은 나와 동급이거나, 미세한 차이로 그 이하였다.

물론 능력치적인 면에서였지, 긴 세월 수련하고 싸워 온 장삼풍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전의 경험은 전투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마땅한 공격용 성흔도 없는 나였기에 일대일로 부딪힌다면, 내가 지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천천히 이동해 장삼풍에게 이동했다.

* * *

이 문을 열면….

끼이익.

장삼풍이 있는 장소로 보이는 곳의 문을 두 손으로 밀어 열었다.

“홀홀홀…. 거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게 자네의 기운이었나?”

장삼풍.

겉모습은 흰머리와 흰 수염을 기른 평범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강함은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화안금정으로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 자가 얼마나 강한지를.

내 시선에서의 장삼풍은 곤륜산의 신선들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싸우면 안 돼. 내가 진다.

이것은 확신이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장 진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안이라고 합니다.”

“홀홀홀…. 기운을 보아하니, 제자들을 모두 상대하고 이곳으로 온 것인가?”

“그 부분은…. 죄송합니다. 제 말을 믿지 않고 달려들기에 상대해 준 것뿐이니, 노여움을 거둬 주시죠.”

“홀홀…. 그래서, 그대의 목적이 무엇이길래 이 고생을 해 가며 나를 만나려 한 건가?”

장삼풍이 눈을 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거짓을 말 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발가벗은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파천신군 윤민의 위치를 알고 싶습니다. 장 진인께서는 그의 위치를 아시지 않습니까…?”

“홀홀…. 그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윤민, 그자의 위치를 알려 줄 수는 없다네.”

“어째서….”

“나와 윤민은 하나뿐인 친우라네. 속세와의 연을 끊고, 조용히 지내려는 친우의 부탁을 내 어찌 거절하겠는가? 홀홀홀.”

머리가 안 굴러갔다.

무슨 말을 해야 장삼풍이 나의 부탁을 들어 파천신군 윤민의 위치를 알려 줄지,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천마의 무공을 보여 주며 솔직하게 말해…?

아니면……. 파천신군의 무공을 보여 주며 제자라고 거짓을 말해…?

무슨 말을 한들, 장삼풍에게는 먹혀들지 않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한 나는 솔직히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스킬 [파천 신공 LV.1]의 최종식을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장삼풍의 눈앞에서 펼쳐 냈다.

“이건…!!”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파천신군 윤민의 제자가 아닙니다.”

“어찌, 제자 하나 두지 않은 친우의 무공을…!! 그것도 최종식을….”

당황하는 장삼풍에게 대략적인 걸 말해 주었다.

장삼풍이 믿을지 안 믿을지는 본인의 판단이었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으며, 우연한 계기로 파천신군 윤민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과 곧 천마가 수련 중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고, 무림계는 천마에 의해 전멸하게 된다는 것을. 또한, 장삼풍이나 파천신군 윤민조차 주화입마에 빠진 천마를 처치하지 못한다는 것과 내가 본래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파천신군 윤민의 가르침을 받아 천마를 처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나에게 믿으라는 것인가?”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천마 그 애송이를 주화입마에 빠지기 전에 처치하면 되지 않는가?”

“그건 안 됩니다. 제가 돌아갈 방법은 주화입마에 빠진 천마를 처치하는 거니까요,”

장삼풍은 말이 없었다. 무언가 고민이라도 하듯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홀홀…. 그래서, 자네가 천마 그 애송이를 막겠다는 것인가?”

“맞습니다.”

“천마 그놈에게 그 무공을 익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결국 그 일로 멸망하게 되는 것인가…. 홀홀홀….”

“…….”

아무래도 천마가 주화입마에 빠지기 전, 그런 징조를 보인 적 있는 듯이 장삼풍이 말했다.

나는 장삼풍에게 말할 수 있는 부분만을 솔직하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절반은 말하지 않았다.

내가 클리어를 하면, 천마의 죄와 벌로 이 게이트는 어딘가에서 다시 생겨날 것이고, 무한한 반복 속에서 멸망을 맞이할 것이라는걸.

이들은 역할극의 배우들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한한 시간을 반복하는 인형같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말한 나였지만, 누가 이런 말을 믿어 줄까 싶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신은 소설 속의 인물이야.’라고 한다면 믿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역할극의 배우였고 같은 내용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이들 또한 이 게이트 속에서는 자아가 있는 인간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까?”

장삼풍은 눈을 감아 자신의 수염을 한참 어루만지더니, 두 눈을 떠 나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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