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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27화 (27/206)

제27화

멸망 전에도 무협지나 각종 매체에서 다뤄진 이름인 천마와 파천.

그 명성답게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도 이들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시스템의 각성으로 인해 그 강함을 따라잡는 속도가 굉장히 단축되었다지만, 그런데도 천마나 파천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억울한 건 이들의 삶이겠지.

몇십 년에 걸친 수행의 결과가 고작, 시스템의 각성으로 인해 따라잡히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우리 각성자들 입장에서야 간편하고 좋은 이야기겠지만, 이들의 처지에서는 억울할 것이 뻔했다.

나는 가장 손쉽게 파천신군 윤민의 제자가 되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끌어 성장의 가능성을 보인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시드 스토어’를 열어 스킬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시드 스토어’였기 때문에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찾았다.

[스킬 [천마 신공 LV.1], [파천 신공 LV.1]을 구매합니다.]

[구매 비용으로 35만 시드를 소모하였습니다.]

이 스킬을 구매한 이유는 ‘천마 신교’를 만났을 때와 ‘파천신군’ 윤민을 만났을 때 호감을 얻기 위함이었다.

처음 보는 무명소졸(無名小卒)이 자신들이 숭배하는 천마의 천마 신공을 사용한다면?

나이도 어려 보이는 자가 자신이 창조한 파천 신공의 최종식을 사용한다면?

이것은 관심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무공들은 무림계의 최강자들의 무공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는 굉장히 쓸모가 많았다. 나중이야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지만, 그런 걸 따질 생각은 없었다. 효율성이 떨어진들 능력치의 상승으로 어지간한 사람들은 간단하게 처치가 가능한 무공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천마와 파천의 무공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강해져 무공이 쓸모가 없을 시점이 온다면, 그에 맞는 스킬을 구하면 될 뿐이었다.

[스킬 [천마 신공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파천 신공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비록 LV.1의 겉핥기식의 스킬일 뿐이었지만, 시스템의 보정으로 인해 어지간한 흉내는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능력치의 합이 7천을 넘어선 시점에서 무공의 파괴력은 어지간한 천마 신교의 교도들보다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면 관심을 가지기엔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 나는 가장 먼저 찾아야 할 파천신군 윤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저잣거리의 상점에서 무림의 지도를 구매한 나는 스킬 [초속 비행 LV.2]을 사용해 무당산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곳은 무엇을 하러 가냐 물어봅니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테니까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또 무슨 뻘짓을 해댈지 걱정이 앞선다 말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자신의 다섯째 제자를 믿고 있다고 말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임아린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하….”

성좌들의 간섭과 시선이 닿지 않는 곤륜산에 들어갔기에, 밤의 여왕은 임아린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계약이 맺어졌기에 생사만을 알 뿐.

나는 계속되는 성좌들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 곧 무당산에 도착하게 되었다.

무당산을 한참 올라가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한데 모여 수련 중인 무당파의 제자들이 보였다. 오와 열을 맞춰 땀을 흘려 대며 수련하는 제자들을 보자, 문뜩 시스템의 각성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말투에 신경을 쓰라 말합니다.]

아아, 그랬지.

무당파의 사람들은 말투며 행동까지 고집 센 양반 같은 기질이 있었다.

물론 이 무림계에서는 아니겠지만, 현계의 우리 시점에서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서며 무당파의 제자들을 수련시키는 한 사람을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깜짝 놀랐는지, 뒤를 돌아본 남성이 나를 보며 말했다.

“소협은…?”

말투에 신경을 쓰라니, 더욱 못 할 짓이었다.

평소에 이런 말투를 써 봤어야지…. 사극풍으로 말하면 되나…?

잠시 고민한 나는 사극풍의 말투를 사용하기로 생각하며 대답했다.

“본인은……. 아니, 본좌…. 아니, 저는 이곳의 장문인 장삼풍 진인을 뵈러 왔습니다. 혹시 자리에 계시는지요…?”

갑자기 사극풍의 대사를 하려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는다고 해 보았지만, 이 사람의 눈에는 그저 웃길 뿐이었을 것이다.

“하하하. 소협은 누구길래 저희 스승님을 찾는 것인지요.”

막상 내 소개를 하려니,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듯.

젠장, 멘트 좀 생각해 올걸…….

“저는……. 이안이라 합니다. 2년 전 장삼풍 장문인께서 위기에 빠진 저를 구해 주신 적이 있죠. 해서, 문안 인사를 드리고자 무당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러시군요. 저는 장원규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으나, 곧 웃으며 나를 반기기 시작했다.

아무 말이나 막 던진 나였지만 다행인지 먹혀든 것 같았다.

장원규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이상한데…?

보통 손님을 모시는 곳이 이런 곳은 아닐 것이었다.

내가 장원규를 따라 이동한 곳은 흙과 나무 그리고 풀이 가득한 거대한 뒤뜰이었다.

“이곳에 장삼풍 장문인이 계신 겁니까…?”

“맞습니다. 스승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죠.”

무표정한 표정의 장원규는 스승인 장삼풍을 불러오겠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느낌이 싸한 것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곧 주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불안한 느낌이 든 나는 스킬 선인의 기운을 약하게 발동해 주변의 기척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잠복한 듯한 걸로 보이는 무당파 제자들의 수는 대략 100여 명.

어째서인지 나의 정체에 대해 의심한 장원규가 제자들과 함께 나를 몰아넣은 것 같았다.

눈치 한번 빠르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럴 줄 알았다며, 낄낄낄 웃습니다.]

“하….”

그리고…….

장원규가 검을 뽑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지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장원규와 함께 등장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소협이야말로 어째서 거짓을 고하며, 스승님을 뵈려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만.”

“거짓이라니요?”

거짓은 맞았다.

그렇기에 할 말이 없던 나는 배짱을 부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끝까지 거짓을 늘어놓는구나! 이곳이 어딘 줄 아느냐!!”

“무당파 아닙니까. 왜들 이러십니까!”

이들은 내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기회를 날려 먹을 수는 없었다.

나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우리 스승님은 근 3년간 무당산을 내려가지 않으셨다!!”

“그런데, 네놈은 스승님이 2년 전 네놈을 구해 주었다 거짓을 말했지.”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장원규와 그 옆의 사람들은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막 던진 나의 말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하필 3년간 무당산을 내려가지 않았다니.

나를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딱 일곱 명인 거로 보아 어떤 사람들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무당파의 ‘무당칠협’인가…?

무당칠협.

이곳 무림계의 강호에서 일류 고수의 수준의 드는 장삼풍의 직전제자들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이들의 강함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강함은 대략, 권민재와 안재훈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강하네.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서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다들 오해입니다. 저는 장삼풍 진인을 만나러 왔지, 이곳에 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칼은 넣어 두시는 게…….”

“닥치지 못할까!”

“네놈은 마교 놈인가!?”

“우리 스승님을 해하려 손님인 척 가장한 것이냐!?”

이미 나를 수상하다고 생각한 무당칠협들과는 말이 통하질 않았다.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자, 대답하지 않은 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소동을 벌인다면, 장삼풍에게 파천신군 윤민의 위치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솔직하게 말씀드릴 테니, 칼을 집어넣으시고 진정하시지요. 저는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위치를 장삼풍 진인밖에 모르기 때문에 만나 뵈러 온 것입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을 하지 그랬는가!!”

“사형! 저는 못 믿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마침,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 거짓을 고한 자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맞습니다, 사형. 마교에서 스승님을 해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쯤 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일이 안 풀리자, 나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진정하라 말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평소에 덕을 쌓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 말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성질부리지 말라고 합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는 듯 자신의 후원자가 없는 동안 지켜볼 게 생겼다 말합니다.]

아니, 다들 TV 보십니까…?

안 그래도 짜증이 나는 상황에 성좌들까지 보태니, 그야말로 터지기 직전이었다.

무당칠협은 칼을 들이밀며 나를 더 옥죄기 시작했다.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아니……. 말했잖….”

“이놈!!!!”

“그러니까…. 내…….”

“어디서 거짓부렁인가!!”

“내 말 좀…….”

“비겁한 마교 놈!! 닥치지 못할까!?”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하려는 족족 말꼬리를 자르며 아무 말도 믿어 주지 않는 무당칠협들이었다.

바른대로 말하래서 했더니, 안 믿어 줄 거면 왜 자꾸 묻는 거야…?

아무래도 나의 입에서 ‘네. 전 마교입니다. 당신들의 스승인 장삼풍의 목을 따러 왔습니다!!’ 라고 하기 전에는 내 말을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더러운 마교 놈!!! 어서 진실을 고하지 못할까!?”

툭.

더러운 마교 놈이라는 소리에 무언가 ‘툭’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못 참겠다. 젠장할 놈들.

“말을 계속 잘라 처먹으면서, 무슨 말을 자꾸 하라는 거야. 젠자아아앙!!!”

“이…. 이놈이…!!!”

“치졸하고 비겁한 마교 놈답게 입이 더럽구나!!!”

이들에게 질 것 같아서 좋게 말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파천신군 윤민의 위치만을 듣고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던 나였다.

“그래……. 나는 앞으로 더러운 마교 놈이다. 다 덤벼, 이 새끼들. 죄다 참교육해 줄게.”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무당파 전원 이놈을 죽여라!!”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 나는 용광검을 빼 들어 말했다.

“천마 신교 만만세다. 이 새끼들아.”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이마를 ‘탁’치며, 한숨을 깊이 내쉽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성질을 보아하니, 첫째 제자와 비슷하다 합니다. 아미타불…….]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진지한 건 역시 안 어울린다 말합니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까르르 웃습니다.]

성좌들의 메시지들 보며, 달려드는 무당파의 제자들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천마 파멸무 LV.1]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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