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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23화 (23/206)

제23화

김민철이 성흔을 사용해, 화살을 나에게 날렸다.

쿠와아아아!!!

이성계는 무예도 출중했지만, 활 솜씨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지만….

“성흔…?”

“죽어라!!!!”

성흔, 여명의 화살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이성계의 성흔은 파괴력도 엄청났지만, 시전자 본인의 부담이 엄청난 성흔이었다.

사용하고 나면, 며칠은 앓아누울 정도의 동귀어진용 성흔.

성흔이 강력한 이유는 성좌들이 쌓아 온 카르마와 업적의 힘으로써 방출하는 힘.

이 말은, 카르마를 충분히 쌓지 않은 인간이 자신의 배후성을 믿고 능력치도 낮은 상태에서 성흔을 사용한다면 자멸에 빠져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과 같았다.

김민철은 능력치의 총합이 낮으므로 성좌가 사용하는 성흔의 힘을 100% 활용하지 못할 것이었고, 지금 상태의 김민철이 성흔을 사용한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나는 용광검을 번쩍 들어 타이밍에 맞춰 성흔, 여명의 화살을 막아냈다.

쿠콰콰콰!!!!

화안금정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날아오는 궤도를 쉽게 파악해 가능한 행동이었다.

꽝!!!!

“크하악!!”

“꺼억…!!”

용광검과 김민철의 성흔이 부딪히자, 곧 엄청난 폭음과 함께 나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김민철의 일행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성흔을 사용한 김민철이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 공격이면, 나도 무사하지 않을 거라는 듯이.

“크하아아아!!!”

성흔, 여명의 화살의 기세가 얼마나 거셌는지, 온 힘을 다해 막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기합이 절로 나왔다.

쿠구구구구.

기세가 점점 강해지더니, 나의 몸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능력치가 상승했다고 한들, 정통으로 맞으면 나조차도 무사하지 못할 위력이었다.

“크흐읍…!!!”

그때였다.

계속해서 밀려나는 나의 몸을 누군가가 지탱해 주기 시작했다.

어?

“안이 씨. 혼자 무리하는 건 안 좋은 버릇입니다.”

“맞아요. 가끔은 모두와 함께.”

김도은과 김영광이 나의 등을 받쳐 주고 있었다.

그리고.

딸랑딸랑.

딸랑딸랑. 딸랑.

내가 지켜 줘야 할 존재인, 임아린의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쿠구구….

여명의 화살의 위력이 미세하지만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안이 씨!!!”

“다들 고마워요.”

기세가 약해지자, 여유가 생긴 나는 뒤를 돌아 일행들을 향해 웃었다.

[스킬 [매력 발산 LV.2]을 강하게 발동합니다.]

이런, 젠장.

“그것 좀 안 하면 안 되나요…?”

“제 의지가 아니에요. 저도 하기 싫습니다.”

“하하…. 되도록 저한테는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전 여자가 좋습니다….”

“노력해 볼게요.”

갑작스러운 매력 발산에 당황한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금방이라도 나를 꿰뚫어 버릴 듯한 여명의 화살을 바라보았다.

여기다.

화안금정으로 기세가 줄어든 여명의 화살을 바라보자, 곧 빈틈이 보였다.

스르르- 후웅.

정면으로 받아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화안금정과 태극검을 사용한 나는 곧 여명의 화살의 궤도를 틀어냈다.

쐐애애애액!!

쿠콰콰쾅!!!!!

궤도가 틀린 여명의 화살이 저 멀리 날아가 경복궁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후…. 덕분에 살았네요. 저 혼자였으면 못 막았을 겁니다.”

“그러게 왜 객기를 부려요?”

“하하하….”

나는 상황을 마무리하고자, 김민철에게 다가갔다.

……

숨이 멎은 김민철은 나름대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공격이면 자신 혼자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듯.

동료들의 복수에 성공했을 거라는 듯.

“잘 가요.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감사하다고 해 둬야겠네요.”

한쪽만 있는 화안금정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진실과 거짓의 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김민철을 보며 단순히 내가 강해진다고 모든 것을 바꾸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민철에겐 자신을 위해 죽어간 동료들이 있듯이, 나에게도 김영광과 김도은 그리고 임아린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강해진다고 한들,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정신 차리자. 이안.

서울 지역의 왕의 쟁탈전까지 남은 시간 10시간.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말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흐뭇한 미소로 자신의 다섯째 제자를 바라봅니다.]

[성좌, <한반도의 무신>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도술의 대가>가 흥미로운 듯 자신의 턱을 긁습니다.]

[성좌, <조선의 시조>가 크게 분노합니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습니다.]

.

.

.

조선의 시조가 나에게 분노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나를 건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인의 카르마로는 현계에 있는 나에게 간섭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성운, <안락국>이 카르마를 제공해 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듯 조선의 시조를 보는 느낌으로 강하게 노려보았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2]를 발동합니다.]

……아무튼, 그랬다.

성좌들의 메시지를 보던 중 뜻밖의 한 성좌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성좌, <신들의 왕권>이 당신을 자신의 성운에 초대하고 싶어 합니다.]

신들의 왕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껄떡대지 말고 꺼지라 말합니다.]

[성좌, <신들의 왕권>이 곧 기회가 올 것이라 말합니다.]

뭐야 이건….

‘명’에서는 봤지만 실제로는 메시지를 처음 보낸 성좌인 ‘신들의 왕권’과 나의 배후성이 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론 성좌, ‘신들의 왕권’은 <올림포스>일 텐데 왜 나한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재수 없는 놈이라 말합니다.]

“사이가 안 좋은가 보네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콧방귀를 끼며 침묵을 지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곧 일행들을 한자리에 모아 말했다.

앞으로의 여정에 일행들은 더욱 강하게 성장해야 했다.

“세 분 지금부터 해 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직 10시간 정도는 남은 거 같은데 무슨…?”

나는 일행들을 한 명씩 보며 입을 열었다.

“조선의 시조를 배후성으로 둔 김민철은 강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신선의 수행을 받은 저희가 더 강하긴 하지만….”

“뭔가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시네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아저씨!! 뭐든 들어줄게요!!”

일행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 혼자 강해진다고 한들,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저희도 제법 강하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금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방법은 간단합니다. 게이트 클리어.”

나는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본래 게이트는 벌을 받기 위한 영혼들을 가두는 감옥 같은 것.

이전에 봤던 ‘흑화한 용사’ 카인은 자신의 세계를 멸망시킨 죄와 벌을 받기 위해 게이트에 영혼이 묶인 것이었다.

이 말은.

성좌들의 영혼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들의 힘이 분산 돼 있다는 것이었다.

벌을 받기 위해 게이트에 갇힌 용사 카인과 성좌들의 상황은 달랐지만, 현재 시점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딱 이 정도였다.

그 배후성들의 힘을 후원자들이 얻는다면?

분산된 성좌의 힘을 얻음으로써 ‘성흔’도 부담 없이 사용 가능해질 것이고, 배후성의 신기 또한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었다.

물론, 안재훈과 같이 특이한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다.

바보 같은 이유로 자신의 무력을 뽐내기 위한 여포의 게이트같이.

“그래서 저희 보고 본인의 배후성에 맞는 게이트를 클리어하라는 말인 거죠?”

“네. 도은 씨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지금보다 상당히 강해질 겁니다.”

“그럼…. 안이 씨는요?”

“전 따로 움직일 겁니다. 왕이 되면 병력의 운용이 가능해질 테고, 그 틈을 이용해야죠.”

“영… 내키지 않네요. 이 말을 지금 저희에게 한 이유는…. 앞으로의 여정에서 저희가 더 성장해야 한다는 거겠죠…?”

“네. 거기다 아린이는 혼자서 움직이기엔 너무 어리구요.”

김도은과 김영광이 그래도 혼자 두고 어떻게 가냐는 듯, 난감해하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강해져야 앞으로 저도 무리를 안 하지 않을까요?”

“여태, 저희가 약해서 무리한 거로 들리네요?”

“그건 아닙니다만…. 하하….”

“흥…!!”

“세 사람의 배후성이 게이트의 위치는 알려 줄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얼마 안 가 몬스터 게이트는 S급 이하로는 전부 소멸할 거예요.”

“뭔가…. 저희 사람들을 강제로 성장시키려는 듯 보이네요.”

“그게 맞을 겁니다.”

현재까지의 나의 ‘명’은 배후성이 말한 ‘모든 세계의 입구와 출구가 열릴 때.’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강해지는 것이 제1 목표가 되어야만 했다.

현재 상황으로 내가 아는 정보가 너무나도 적었기에 다른 방법은 생각나질 않았다.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해야만 합니다.”

잠시간 고민한 김영광과 김도은이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세 사람은 관련 게이트를 전부 클리어하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겠네요.”

“네. 될 수 있으면, 역사급부터 천천히 하길 바랍니다. 신화 급은 같은 등급이래도 난이도가 확 상승하니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시드 스토어’를 잘 활용하세요. 궁금한 게 있으면 ‘장거리 전음’을 사용해 저한테 물어보시고요.”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 걱정하듯 말씀하시네요?”

“하하…. 아무래도 걱정은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야 하나요?”

“네. 앞으로 서울 지역을 차지하려는 자들은 제 선에서 전부 처리가 가능할 겁니다.”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일단…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죠.”

곧 일행들이 자신들의 배후성에게 물어 게이트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린아, 잠시….”

“네!?”

나는 여태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임아린의 배후성을 향해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슬슬 정체를 밝혀 주셔야겠습니다.”

……

단순히 내 감일 뿐이었지만, 임아린과 우리를 지켜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아린의 배후성은 어째서인지 답하지 않았다.

“당신의 후원자가 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겁니까?”

……

“당신은 아린이를 아끼지 않는 겁니까?”

다수의 성좌가 후원자를 이용하기 위해 배후성이 되어 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임아린의 배후성은 임아린을 지켜 주기 위해 곁에 있다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느낀 적이 있었다.

성흔을 지급하지 않은 점, 마땅한 활약이 없음에도 어린아이인 임아린의 배후성이 되어 준 것.

이 두 가지만으로 임아린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정체를 어째서 감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 앞으로 아린이를 지켜 줄 수 없습니다. 이대로 아린이가 죽기를 바라는 겁니까?”

……

나는 조금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대로 아린이가 죽어도 전 신경 안 쓰겠습니다.”

나름대로 강한 수를 던졌다고 생각한 나는 몸을 돌려 일행들에게 출발하라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열 때였다.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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