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조선의 1대 왕.
태조 이성계.
고려 말 백전불패(百戰不敗)의 명장이자 조선 왕조의 초대 군주.
이성계는 변방의 무인에서 시작하여, 외적과 맞서 싸워서 두각을 나타낸 끝에 결국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의 반란으로 인해 권력의 자리에서 밀려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인생 자체가 사실상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전투력만 놓고 보자면, 한국의 역사급 성좌 중 꽤 강한 편에 속했다.
이 외에도 정복왕 광개토대왕, 해상전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존재하지 않았던 이순신, 그리고 후삼국 시대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을 할 수 있게 한 최고의 명장인 유금필, 고려제일검, 고려의 소드 마스터라는 이명이 있는 척준경 등 하나씩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서울 지역의 거점전에서 조선의 초대 군주 이성계를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성계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역사급 성좌를 배후성으로 둔 자들을 이끌고 오기 때문이었다.
‘명’에서 본 이성계 일행의 숫자는 열에 가까웠다.
10시간 정도가 남았을 때 이성계 일행들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 자들과의 전투만 해결하면 사실상 서울 지역 왕의 자리는 내가 유지하며, 상황을 끝낼 수 있었다.
“다들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서 쉬도록 하세요.”
“안이 씨는요?”
“저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혼자 어딜 가게요? 떡하니 나 왕이요. 표식이 있는데 그러다 기습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다 될 때까지는 전 이곳을 못 벗어납니다.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요.”
임시적이지만, 서울 지역의 왕이 된 나는 시간이 되어 서울 지역 왕의 자리가 확정되기 전에는 광화문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도망가서 숨어 버리면, 왕이 확정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정한 룰 같았다.
그래 봤자 관리자들이 정한 규칙이겠지만.
나는 이곳에 들어서 화안금정과 선인의 기운을 계속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명’에서 보지 못한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였다.
이쯤인 거 같은데….
이곳에는 단 한 가지의 히든 피스가 존재했다.
우연히 얻은 화안금정의 효과엔 ‘히든 피스’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물론 그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화안금정이 아니었다면, 찾지 못할 히든 피스였기에, 어쩐지 얻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두 번의 ‘명’을 본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히든 피스.
어떤 것을 얻을지 알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좋은 것이 나와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히든 피스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선인의 기운으로 감지했고, 화안금정을 사용해 위치를 파악해 두었기 때문이다.
찾았다!!
히든 피스의 장소는 광화문 안에 있는 경회루.
그 앞 호숫가의 중앙이었다.
스킬 [초속 비행 LV.1]이 없었다면, 상당히 난감할 뻔했지만 곤륜산에서의 수행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곳의 히든 피스를 얻는 것은 간단했다.
뭐가 있으려나….
고민도 잠시, 나는 초속 비행을 사용해 호숫가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촤아아아-
그리고 호숫가 중앙의 물이 사방으로 퍼지며, 하나의 상자가 보였다.
저건가…?
나는 지상으로 내려가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댔다.
[히든 피스를 발견했습니다.]
파앗!!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하얀빛이 주변으로 퍼지더니, 나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히든 피스. 스킬 [각성 LV.1(봉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명 : 각성 LV.1(봉인)
스킬 설명 : 신, 인, 마, 사, 선의 기운을 얻을수록 각성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 다섯 가지의 기운을 하나 씩 얻을 때마다 봉인이 한 단계씩 해제됩니다.
# 모든 봉인을 해제하면 비로소 이 힘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음…?
스킬을 얻은 후 곧바로 호숫가의 중앙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 경회루로 이동한 나는 곧 스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건…….
신, 인, 마, 사, 선의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은 감이 왔다.
내 ‘명’에서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는 스킬이었지만, 신은 성좌를, 인은 인간을, 마는 요마계의 손오공같은 요괴를, 사는 알지 못했으나, 선은 선인 즉, 강자아나 원시천존같은 신선의 기운을 말하는 걸까 싶었다.
사…? 죽은 자를 말하는 건가…? 죽은 자라….
지금 당장 생각을 깊게 한들 명확한 답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선인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마음에 선인의 기운을 최대치로 발휘해 보았다.
스킬 [각성]의 봉인이 기운으로 한 단계씩 해제가 가능하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스킬 [선인의 기운 LV.1] 사용.
츠아아아-
[스킬 [각성 LV.1]의 봉인이 1단계 해제됩니다.]
[스킬 [각성 LV.1]의 레벨이 1 상승 합니다.]
[육체의 재구성을 시작합니다.]
응?
“끄아아아아악!!!!!”
시스템의 알림이 끝나자, 엄청난 격통이 밀려들어 왔다.
화안금정을 얻을 때 느꼈던 고통보다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온몸이 찢어지고 다시 살이 붙는 고통.
누군가 장기들을 하나씩 떼어 다시 새 걸로 바꿔 다는 듯한….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육체의 재구성까지 남은 시간은 5분입니다.]
나는 시스템의 알림을 듣고선 절망하고 말았다.
이 고통을 5분이나 더 느껴야 한다니….
“끄…. 끄아아아악!!!!!”
나는 경회루의 한복판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러 가며,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까득- 까드드득-
“꺼억…….”
정말이지 정신을 잃어도 할 말이 없는 듯한 고통이 밀려 들었지만, 어째서인지 정신을 잃지 않았다.
[육체의 재구성까지 2분 남았습니다.]
“헉…. 허억…. 끄아아아악!!!!”
이 고통과 함께 알 수 있었던 것은 단 한가지였다.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
그저 각성의 단계에 따라 육체가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즉, 이 고통은 나의 육체를 재구성하기 위해 하나하나 재조립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커 헉…. 헉….”
고통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육체의 재구성이 1분 남았습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후원자를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저 새끼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게 마음에 든 것인지, 힘을 얻은 것에 만족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분이 묘했지만, 지금 당장은 화를 낼 여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성운(星雲) <안락국>이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타카마가하라>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대륙>이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트라무르티>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아라비아>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하라 베레자이티>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수메르>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올림포스>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아스가르드>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마비노기온>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로부트>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성운(星雲) <왕가>가 당신의 힘의 각성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
.
.
.
.
.
뭐… 야… 이건…?
황당함을 넘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힘이 도대체 뭐길래?
성좌 개인이 아닌, 저 많은 성운에서 직접 경계를 한다는 것일까 싶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아직 한 번 더 남았다고 합니다.]
뭐…?
나의 배후성의 메시지와 함께 시스템의 알림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육체의 재구성까지 남은 시간은 30초입니다.]
“끄…. 끄아아아악!!!!”
잠시간 사그라들었던 고통이 몇 배는 더 강력해져서 다시 나의 전신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육체의 재구성까지 남은 시간은 20초입니다.]
콰드드득-
온몸의 뼈를 새로 갈아 끼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고통에도 왜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자고 나면 모든 게 끝나 있기를 바랄 정도의 고통.
[육체의 재구성까지 남은 시간은 10초입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절대로 정신을 잃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게…. 마음대로……. 끄아아아!!!!!”
남은 10초.
나는 참아내기 시작했다. 아니, 고통을 참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배후성의 말대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까득. 까드득.
[육체의 재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환골탈태>의 경지를 이루었습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1000씩 상승합니다.]
[당신의 모든 스킬의 LV이 1씩 상승합니다.]
“하아…. 하아….”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 사라지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 젠장…….
짧은 시간 몇백 년은 폭삭 늙어 버릴 듯한 고통이었기에 욕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냐 말합니다.]
선물…?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네놈이라면 찾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찾기는 개뿔. 화안금정이 아니었으면, 근처에도 못 왔을 텐데.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선물을 주기 위해 카르마를 꽤 소모했다 말합니다.]
“아니…. 그래서 이 힘은 뭔데 성운에서 저렇게 난리인데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때’가 올 때까지 남은 네 가지의 기운을 사용해 스킬의 봉인을 해제하라고 말합니다.]
…….
“그래서 그때가 언젠데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말합니다. 모든 세계의 입구와 출구가 열리는 순간.]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카르마의 소모로 당분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어째서 나의 배후성이 힘을 넘겨주기 위해 카르마를 사용했는지, 성운들이 이렇게까지 난리를 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한 것은 나를 후원해 주는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 덕분에 나는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지만, 3일이 지나 나의 ‘명’을 갱신하면 무언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몸을 일으켜 일행들에게 이동했다.
상태창.
LV38 – 이안 / 26살
힘 - 1979 / 99999
민첩 – 1779 / 99999
마력 – 1491 / 99999
체력 - 1789 / 99999
LV 포인트 - 75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자신의 운명을 바라본 자
배후성 – 재미로 삶을 반복 하는 자
성흔 - 없음
시드 - 829090 seed
이런 미친….
혹시 몰라 상태창을 열어 보니, 입에서 당장 튀어나온 말은 미쳤다는 말뿐이었다.
모든 능력치가 1000씩 상승한 것이었다.
능력치의 총합은 제법 쓸 만하게 성장한 안재훈의 능력치보다 5배가량은 더 높은 상태였다.
시스템의 알림으로 알 수 있었던, 스킬과 용광검의 모든 레벨이 1씩 상승한 것이었다.
이 경이로운 힘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증만 커져 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3단계까지 성장한 용광검의 효과를 들여다 보았다.
아이템 명 : 용광검 – 3단계
아이템 설명 : ‘누군가’가 애용했던 ‘신기’이다. 하지만 이 신기는 봉인된 상태로, 본래의 힘을 되찾아야 신기로써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성장함에 따라 봉인이 해제됩니다.
#’능력치‘는 용광검의 성장에 영향을 끼칩니다.
#봉인상태.
아이템 속성
스킬 공격력 : 30%
방어 무시 : 30%
스킬 공격력과 방어 무시가 20% 상승해 ‘용천검’과 똑같은 효과를 뽐내고 있었다.
안재훈이 사용한 신기로 인해 용천검을 부숴 먹은 나에게 더없이 좋은 검이었다.
한 순간에 강해진 나는 잠시 생각을 이어갔다.
이 힘은 나의 배후성이 나에게 전달한 것.
이 힘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카르마를 꽤 사용했다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 지레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 힘이 나의 배후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과 모든 봉인이 해제된다면, ‘성운’조차 두려워하는 힘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후성이 말한 모든 세계의 입구와 출구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 나의 ‘명’에서 본 기억보다 아득히 먼 이야기가 존재할 것 같았다.
그 이전에 첫 번째와 두 번째 나의 ‘명’에서 나는 그 상황까지 가지 못하고 죽은 것일 테지.
빨리도 뒤졌네….
쿠콰콰쾅!!!
어?
한참을 넋 놓으며 생각하는 사이, 저 멀리서 전투가 벌어지는 듯했다.
나는 선인의 기운과 화안금정을 사용해 상황을 파악했다.
“이런…? 벌써?”
일행들이 당하거나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이성계를 배후성으로 둔 사람과 그의 동료들이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슈웅-!!
나는 스킬 [초속 비행 LV.2]의 최대 속도로 일행들에게 날아갔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초속 비행의 레벨이 오른 만큼 순식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공중에서 전투의 중심지인 지상으로 내려가 대(大)자로 팔과 다리를 벌리며 말했다.
“쨔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한숨을 크게 내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