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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9화 (19/206)

제19화

아이들의 병장기는 다양했다.

후웅!!

콰지직-!

검, 활, 마법, 창, 방패를 활용해 전투에 임하는 아이들은 마치 RPG 게임에서처럼 한 개의 파티를 결성한 듯한 모습이었다.

잘 짜인 파티의 전위에는 방어와 검을 든 두 사람이 나섰고, 중위에는 거리 조절이 원활한 창으로 견제했다. 후위에는 활과 마법을 사용하는 두 사람이 나를 공격해 왔다.

“오…. 제법인데?”

태극검을 사용하는 난 아이들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냈다.

“뭐…. 뭐야, 저 아저씨 왜 저렇게 강한데?”

“나 아저씨 아니다. 이놈 새끼들아. 26살밖에 안 됐다고!!”

“10살 이상 차이 나면 아저씨 아니야?”

“…….”

아무래도 이 아이들에게는 아저씨가 맞는 듯했다.

“도와드려요?”

“아니요. 도은 씨는 주변을 경계해 주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멀찍이 떨어진 김도은이 주변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된다면, 왕의 자리를 빼앗을 궁리만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 수가 꽤 되는 듯했다.

“다 나와. 나 혼자 해 볼게.”

“어? 으응.”

그러던 중 다섯의 아이 중 여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아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오라는 한마디에 아이들은 길을 터 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아이가 이곳의 리더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단순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만 해도 저 아이가 남은 네 사람보다 월등히 강한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화안금정을 사용해 리더로 보이는 아이의 상태 창을 확인했다.

‘화안금정.’

LV34 – 안재훈 / 15살

힘 - 419 / 99999

민첩 – 439 / 99999

마력 – 291 / 99999

체력 - 389 / 99999

LV 포인트 - 10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재능(才能)

배후성 – <타카마가하라>

성흔 - <타카마가하라>의 성흔

시드 - 1,012,020 seed

안재훈의 능력치는 꽤 준수했다.

전용 특성도 ‘재능’이라는 아주 좋은 특성이 있었다.

저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훗날 각성 등급이 S급 이상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컸다.

성장의 폭이 일반 사람들보다 1.5배는 빠른 사기적인 특성이었다.

흔히 말하는 천재.

안재훈이라는 아이는 변한 이 세상에서 엄청난 적응력과 재능으로 소위 천재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안재훈은 성좌가 아닌 성운 <타카마가하라>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이 말은 즉, 성운 전체가 안재훈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재능이 출중한 아이들을 잡아 주는 어른이 없다는 이유로 집단 ‘흑아’로 성장하게 둘 수는 없었다.

“오…. 제법인데? 만일을 대비해 LV 포인트도 남겨 두었고….”

“뭐래?”

“싸가지는 여전하고.”

“혼나고 싶다고?”

“맞아야 할 이유도 충분하고.”

“하…. 죽자. 아저씨.”

“그렇게 말해도 무섭지는 않고.”

안재훈이라는 아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자신의 검을 들고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훙- 후웅-!!

자신의 검을 사용해 날리는 안재훈의 공격은 하나도 나를 맞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태극검은 공수가 뛰어난 검법.

공격보다 방어에 특화된 검법이었다.

“자~ 벽이 느껴지는가?”

“뭐라는 거야…!!!”

자신의 공격을 단 한 방도 맞지 않은 채 모두 피하고 흘려내자, 안재훈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 엄청 강하네…?”

“형이 인마. 챌린저면 너는 브론즈야.”

“이 아저씨…. 중2병인 게 틀림없는 듯….”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내 정신 연령이 낮아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중 2병 같은 대사를 마구 날리고 있었다.

“이건 사용 안 하려고 했는데…. 후회할 거야 아저씨.”

안재훈의 몸에서 눈에 보이는 아우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화안금정으로 보고 있었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야, 너 그러다 죽어.”

“무슨 상관?”

“싸가지 하고는….”

츠츠츳-

안재훈의 전신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의 아우라가 뒤섞여 마구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성운 전체의 후원을 받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두 가지의 성흔을 한 번에 사용한 것이다.

나는 곧 이어질 공격에 대비해 용천검을 빼 들어 용사의 패기라는 버프 스킬과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선인의 기운을 발동시켰다.

파직- 파지직-

나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오…. 아저씨도 제법인데? 신기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あまのむらくものつるぎ) 소환”

파앗!

“아마노…. 그러니까, 저 검은….”

안재훈이 소환한 신기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는 ‘천총운검’ 일본의 한 성좌가 야마타노 오로치를 쓰러트리고 오로치의 꼬리에서 나온 검.

이 검은 일본의 주신급 성좌의 무기였다.

“진짜 죽는다니까?”

“닥쳐…!!”

안재훈의 기운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성흔을 두 가지나 사용한 것을 넘어서 무려 주신급의 신기를 소환한 것이었다.

레플리카 무기라도 능력치의 총합이 5천이 넘어서지 않는다면 결코 그 힘의 절반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레플리카가 아닌, 오리지널을 소환한다?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나는 불안정한 안재훈을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쿠콰콰콰!!!

안재훈의 주변에서 검은 불꽃이 일어나더니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고, 곧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며 주변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크하아아아아!!!!!!”

안재훈의 폭주가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재훈이 버티지 못하고 육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컸다.

성운이야 다른 후원자를 구하면 되었지만, 안재훈은 그렇지 않았다.

나를 처치하는 것에 성공한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성운 <타카마가하라>에서 힘을 빌려준 이유는 단순히 실험의 목적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은 성좌들도 있었지만, 성좌들 대부분은 인간들을 이용하기 위해 배후성이 되어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성운 <타카마가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끄아아악!!!”

“도…. 도망 가!!!”

“불이 안 꺼져…!! 뭐야 이 검은 불은!!!”

일대가 초토화 됨과 동시에 주변에 잠복해 있던 사람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저 검은 불꽃은 <타카마가하라>의 주신급 성좌의 힘.

주변을 초토화하는 폭풍도 마찬가지로 <타카마가하라>의 주신급 성좌의 힘이었다.

무려, 주신급 성좌의 성흔을 두 가지나 사용하고 있는 안재훈이었다.

안재훈이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이내 눈이 뒤집혀 흰 동공만을 보였다.

“그만하라고…!!!”

“크하아아….”

이 아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나를 이기려 했는지, 어째서 자신이 왕이 되기를 바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를 살려 갱생시킨다면 나와 동료들에게 훗날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힘을 거둔다면 나 또한 폭풍에 휘말려 안재훈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았다.

저벅.

저벅.

온몸에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섰다.

그리고.

갑작스레 벌어진 엄청난 상황에 당황한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안이 씨!! 제가 막겠습니다!!”

“아저씨…!!”

“제가 성흔을….”

김도은과 김영광이 자신들의 성흔을 사용하려 했다.

“사용하지 마세요!! 아직 15시간 이상은 남았어요. 지금 성흔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그때였다. 갑작스레 임아린이 김영광의 품에서 내려왔다.

“아린아?”

딸랑. 딸랑.

방울 소리였다.

“아저씨, 도와줄게요…!! 아린이도 많이 강해졌어요!!”

임아린이 곤륜산에서 얻어온 선기. 자하선자가 사용하던 방울 팔찌였다.

이 방울 팔찌는 사기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줄 수도 있었지만, 방울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환각에 빠지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면, 안재훈의 폭주를 조금은 가라앉힐 수도 있는 선기였다.

운이 좋았어. 아린이가 아니었으면, 안재훈은 육체가 붕괴돼 죽고 말았을 테니….

안재훈의 아우라와 거센 폭풍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크…. 크윽….”

임아린이 두 손을 계속해서 흔들어 댔다.

딸랑딸랑. 딸랑.

엄청난 기세로 안재훈의 기운이 작아지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네가 한 거야. 무리한 성흔 사용에 신기까지 소환해낸 부작용. 너 죽을 뻔했어.”

“……그렇구나. 그래도 난 질 수 없어. 아저씨, 후회 없이 한판 붙자고.”

정신을 차린 안재훈이 자신의 의지로 두 가지의 성흔을 중지했다.

임아린의 선기인 방울 팔찌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성흔 자체는 막지 못했으나, 임아린의 방울 팔찌는 안재훈의 폭주를 안정시키며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남자라면, 몸으로 붙어야지. 안 그래 아저씨?”

“정신 날아간 놈이 말은 그럴싸하게 잘하는구나?”

“으하하하. 본래 주인공은 각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중2병 말기답게 자신을 주인공이라 칭하는 안재훈이었다.

어린 나이에 힘을 얻으니, 본인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안재훈같이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한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너 주인공 아니야. 덤벼 봐.”

대부분의 사람은 도망간 지 오래였다.

안재훈의 친구들인 네 사람과 나의 일행들만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저씨가 이기면 사부로 모실게!!”

“됐거든.”

안재훈이 천총운검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공격을 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선기와 신기의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쩌적-

용천검에 미세한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용광검을 집어넣어 용천검만을 사용해 안재훈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용광검은 성장형 무기인 만큼 아직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신기인 천총운검과 부딪힌다면, 부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챙!!!

콰득.

천총운검과 용천검이 부딪힐 때마다 조금씩 날이 상하기 시작했다.

미세한 실금 같은 것이 꽤 늘어난 용천검이었다.

후웅-

쿠콰콰콰쾅!!!!

안재훈이 강하게 휘두르자,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는 게 아니었음에도 신기답게 주변 일대를 초토화하기에는 충분했다.

빨리 끝내야겠다.

공격을 회피한 나는 곧 초속 비행을 사용해 안재훈의 초근접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리고.

스킬 [속성 부여 LV.1]을 사용해 용천검에 네 가지 속성을 모두 담아내 [무쌍 난무 LV.1]을 사용했다.

쩌적. 쩌저적.

거센 공격이 이어지자, 용천검의 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크하아압!!!”

안재훈이 강하게 소리치며, 나의 공격을 저지했다.

“꼬맹이 제법이네?”

그리고 곧. 화안금정을 사용해 빈틈만을 찾고 있던 나에게 기회가 왔다.

나는 곧바로 용광검을 소환해 안재훈의 뒤로 이동해 두 자루의 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어냈다.

촤악-!!

“컥…. 커 헉….”

죽일 생각은 없었다.

역날검 상대로 그어냈지만, 데미지는 충분했다.

안재훈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신기인 천총운검을 나에게 휘둘렀다.

챙-!!!

콰드득- 퍼석.

“이런….”

마지막 힘을 다한 공격에 금방이라도 부러지기 직전이었던, 용천검이 부러지고 만 것이었다.

스스슥-

용천검이 부러짐과 동시에 신기인 천총운검은 안재훈의 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 하하…. 아저씨, 내가 졌다.”

“그러니까 왜 까불어 인마.”

안재훈이 그제야 속이 시원하다는 듯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하, 더는 못 싸운다.”

“재훈아!!!”

“괜찮아?”

“이…. 이!!!”

안재훈의 친구들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나에게 병장기를 뻗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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