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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7화 (17/206)

제17화

내 무기를 빼앗으려 한 인원이 여덟이긴 했지만, 화안금정으로 확인한 결과 임아린이 마법을 난사하기만 해도 쓸려 버릴 듯한 정도의 약함이었다.

나는 안심하고 김영광을 부축했다.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무사히 마무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하하….”

“다음부터 그렇게 무리하지 마세요. 성흔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역시…. 눈치채셨군요.”

김영광이 산군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성흔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김영광이 쓰러지면서 본 메시지가 김영광의 후원자가 되어준 것 같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동료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을 갸륵하게 생각한 성좌가 김영광의 후원자가 되어 성흔을 하사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성흔을 사용해 공격을 막아낸 것.

즉, 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김영광은 죽고 말았을 것이다.

더 강해져야해… 이런식으론 미션마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나는 화안금정을 사용해 김영광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LV34 – 김영광 / 29살

힘 - 529 / 99999

민첩 – 329 / 99999

마력 – 391 / 99999

체력 - 789 / 99999

LV 포인트 - 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자기희생(自己犧牲)

배후성 – 작은 섬의 대영웅

성흔 - 영웅(英雄)의 희생(犧牲)

시드 - 901090 seed

음…?

김영광의 능력치는 전체적으로 힘과 체력에 분배되어 큰 키와 근육에 어울리는 능력치를 자랑했다.

현재의 나보다는 낮은 능력치였지만, 이 정도면 그 누구와 싸운들 지지 않을 법한 강함이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시는지…. 얼굴 뚫리겠습니다.”

잠시간 김영광의 상태창에 집중해 생각하자, 김영광이 물었다.

“남성미가 철철 넘쳐서 쳐다봤습니다.”

[스킬 [매력 발산 LV.1]을 발동합니다.]

………

“저, 여자 좋아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여자 좋아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취향이 그쪽인지 의심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생과 사는 의미가 없듯 남녀…. 아니, 남남이어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얼굴을 붉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조용히들 하세요.”

갑작스레 발동한 매력 발산 덕분에 나와 김영광 사이에 묘한 어색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도은과 임아린이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곤 우리에게 왔다.

“두 사람 다 살아 있었네요. 다음에 또 둘이서 짝짜꿍 그러면 죽여 버릴 거예요.”

“다음에 또 이러면 이미 죽어 있지 않을까요.”

“아린아.”

“응. 언니!”

쿠르릉- 쿠릉-

“미안합니다. 지금 그거 맞으면 저희 죽습니다.”

“흥! 조심하세요. 또 그러면 화살이 머리에 박히든 아린이의 번개가 머리에 꽂히든 둘 중의 하나는 꼭 당할 거예요.”

김도은의 눈이 화안금정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았다.

“넵….”

나와 김영광이 동시에 대답하자, 그제야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회복약을 건넸다.

“이거라도 먹어요. 둘 다 죽어 가는 게 마음에 걸리네요….”

“고마워요.”

“잘 마시겠습니다.”

그때였다.

쿠콰쾅!!!

쿠구구구구.

아직 벗어나지 못한 백두산에서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산군을 처치하자, 산을 지키는 산신이 없어진 것.

이 말은 곧 백두산의 붕괴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다들 ‘전이의 깃털’을 사용하세요!!!”

“위치는요!?”

나는 다음 미션을 대비하기 위해 곧바로 다음 미션이 발생하는 지역을 말해 주었다.

“광화문이요!!!”

슈웃!

슉!

가장 먼저 김영광이 임아린을 데리고 전이의 깃털을 사용하자, 김도은이 이어 사용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동료들이 무사히 아이템을 사용한 걸 확인한 후에 전이의 깃털을 사용했다.

슈슉!

* * *

전이의 깃털을 사용하자, 눈앞이 환해지더니 이내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긴…?”

다음 미션이 시작될 광화문의 앞.

세 번째 미션은 거점 전. 지금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었다.

“흩어져 버렸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무언가 잊어 먹고 있는 것 같다며 잘 생각해 보라 합니다.]

“……?”

갑작스레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감이 오지는 않았다.

저 성좌는 나를 갈굴 때도 많지만 지금까지 나를 지켜보며 도움을 준 성좌.

“……어? 아?”

성좌의 말을 깊이 생각하자, 곧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젠장. 상태창!”

LV38 – 이안 / 26살

힘 - 979 / 99999

민첩 – 779 / 99999

마력 – 491 / 99999

체력 - 789 / 99999

LV 포인트 - 75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없음

배후성 – 없음

성흔 - 없음

시드 - 529090 seed

그렇다. 나는 아직 나를 후원해 줄 배후성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두 번째 미션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3시간 안에 나를 후원해 줄 성좌를 찾아야만 했던 것이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빨리 좀 말해 주지 그랬습니까.”

내가 멍청했다. 김도은과 김영광 그리고 임아린을 신경 쓰느라 나 자신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혹시 후원해 줄 성좌분…?”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성좌, ‘두주불사 호염공’이 원한다면 흔쾌히 배후성이 되어 주겠다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한심한 듯 바라봅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다섯째 제자가 될 생각이 있냐 물어봅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당신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립니다.]

.

.

.

[성운, <안락국>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성운, <대륙>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성운, <마비노기온>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성운, <아스가르드>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성운, <하라 베레자이티>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

“어…. 생각보다 많네요…??”

급한 마음에 내지른 말이었다. 그런데도 이 순간을 기다린 듯, 성좌들과 성운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정확하게 세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배후성이 되길 원하는 성좌는 대략 수백이었다.

심지어 여러 곳의 성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성좌 한 명의 후원을 받는 것과 성운 전체의 후원을 받는다는 건 상상 이상의 차이가 났다.

성좌는 개인이고, 성운은 성좌들이 몸담고 있는 전체이자 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명’에서 그 성좌와 계약한 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어….

같은 놈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성좌들의 러브콜을 대충 훑어봤지만, 아무래도 ‘명’에서 나의 뒤통수를 친 성좌는 없었다.

왜지…? ‘명’이 변해서…?

고민을 해 봤자 의미는 없었다.

성좌들의 수식언을 전부 알지 못한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성운도 마찬가지였다. 아스가르드 같은 대성운의 경우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안락국이니 마비노기온이니 이런 곳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내 ‘명’에서도 보지 못한 곳.

“흐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처음부터 누구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하라 합니다.]

“……”

처음부터 나를 도와준 성좌. 그것은 환생을 밥 먹듯이 한 내가 읽은 소설인 ‘환생자의 재림’ 속 주인공.

하지만….

나는 이 성좌의 진명도 몰랐다.

누구인지 어느 성운에 속해 있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였다.

츠앗!

[관리자 ‘A’가 카르마를 소모해 세계의 시간을 잠시 멈춥니다.]

“!?”

세계의 시간을 멈춘 것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시스템의 관리자. 카르마나 시드를 제공 받아 자신들의 시스템을 제공해 주는 자들. 이 관리자들은 내 ‘명’에서도 그랬듯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자들이었다.

【처음 보는군. 자네가 요즘 그렇게 말이 많은 이안이라는 자인가?】

시스템의 관리자인 ‘A’는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아아, 걱정하지 말게. 자네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으니, 편하게 말해도 된다네.】

“당신은….”

【나는 시스템의 관리자. ‘A’라고 하지.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인가?】

“그렇군요. 어째서 저한테 접촉을….”

【행보들이 독특해서 말이야. 초기에 절대 깰 수 없는 A등급의 역사 게이트를 비틀어 클리어하고, 곤륜산에 들어가 신선들에게 수행을 받았지. 그리고…. 깨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닌, 산군을 처치하더군. 아주 흥미로워….】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것은 맞지만, 나를 이용해 먹지는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태 등장하지 않아놓고 선택의 순간에 등장한다?

이들이 원하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관리자들과 계약하지 않겠는가?】

역시.

관리자들과의 계약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나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명’을 바꾸어 처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파직-파지직!!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카르마를 소모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그들과 계약을 하면 명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것뿐이라고 말합니다.]

갑작스레 자신의 카르마를 소모해 대화에 난입하자, 엄청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호오…. 재미난 분이 붙어 계셨군요. 얼마 남지 않은 카르마까지 소모하다니….】

“그게 무슨….”

【방해꾼이 등장했으니, 저는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심이 좋을 겁니다.】

파앗!!

관리자가 사라지자, 곧 멈추었던 주변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어쩔 수 없으니, 자신이 배후성이 돼 주겠다 말합니다.]

“당신도 솔직히 못 미더운데요….”

나의 ‘명’에서의 죽음은 배신, 모략, 나를 이용한 성좌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누가 와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성좌를 택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미션대로 죽을 것이 뻔했다. 이번 미션은 실패 시 ‘사망’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어찌 됐건 성좌를 선택해야만 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신의 정체는 때가 되면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성좌도, 관리자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가만….

나는 곧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다면, 이용하면 되지?

생각을 바꾼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성운까지 나를 탐낸다는 건, 아쉬운 이들은 성좌들일 것이 분명했고, 선택한다면 관리자조차 자리를 내빼게 만든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적격일 것 같았다.

바로 선택하는 건, 자존심 상하니… 조금 미루자.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건 감사하네요. 갑자기 왜 이렇게 호의적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빌어먹을 관리자들에게 넘기긴 아까운 놈이라 말합니다.]

“하하…. 그런가요.”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

본래 성좌들과 관리자들은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카르마를 얻기 위해 성좌나 인간들을 이용하는 관리자들이 고깝게 보일 테지.

“잠시, 기다려주시죠.”

나는 곧 선인의 기운을 펼쳐 동료들의 기척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저쪽인가…. 다행히 세 사람은 모여 있네.

동료들의 위치는 광화문에서도 그 안쪽에 있는 경복궁 쪽인 것 같았다.

나는 곧 스킬 초속 비행을 사용해 동료들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 *

“다들 무사하셨네요.”

“왜 혼자만 엄한데 떨어진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하하….”

다행인 것은 세 번째 미션의 시작은 각 나라별로 달랐다.

한국은 지금 우리가 있는 경복궁에서 시작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일행들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다들 조금 쉬도록 하죠. 다음 미션 시작까지 2시간 정도 남은 것 같네요.”

“두 번째 미션이 끝나고 바로 시작하나요?”

“네. 그럴 겁니다.”

“쉴 시간도 없네요.”

김도은의 말에 끄덕거리곤 주변을 둘러보자, 몬스터를 비롯해 추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건 나뿐이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곧 하늘을 올려다보며,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를 향해 말했다.

“이봐요. 성좌 님.”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선택을 할 것이냐 물어봅니다.]

“나는 당신과 계약하겠습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잘 생각했다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당신의 후원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수락 / 거부]

수락.

[현 시각으로 당신의 배후성은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입니다.]

파앗!!!

[두 번째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300000 시드를 획득하였습니다.]

[특성 ‘자신의 운명을 바라본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특성 효과가 상시 발동합니다.]

[특성 효과로 인해 자신의 ‘명’을 3일에 한 번 갱신할 수 있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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