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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6화 (16/206)

제16화

매력 발산에 당한 산군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에게 조금…. 호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니, 별로…. 아무 짓도…”

기묘한 표정과 눈빛을 발산하는 산군이었다.

사람이 아닌, 호랑이여서 매력 발산이 더 잘 먹힌 것이었을까 싶었다.

수컷인데……?

“재미난 인간이로구나.”

“츄르라도 드려요?”

“……”

나는 문뜩 매력 발산이라는 스킬이 최종적으로 강화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하렘을…?

헛된 생각도 잠시, 고개를 절레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나는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투에 앞서, 곤륜산에서 받은 선기인 용천검을 빼 들었다.

아이템 명 : 용천검(선기)

아이템 설명 : ‘구야자’가 제작한 세 보검 중 하나. 누가 사용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그 성능만큼은 타 선기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 강함을 지녔다.

아이템 속성

스킬 공격력 : 30%

방어 무시 : 30%

당분간은 사용할 수 있겠어.

두 자루의 검을 들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1단계인 용광검보다 월등한 능력치. 물론 용광검이 마지막 봉인까지 해제한다면 그 강함은 용천검이 따라잡을 수 없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나에게 이보다 좋은 무기는 없었다.

쓸데없는 자신감이.

[스킬 [강렬한 눈빛 LV.1]을 강하게 발동합니다.]

“야옹아, 덤벼라!!!!”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또 폭주하는 것이냐며 한숨을 쉽니다.]

“안이 씨. 파이팅이 넘치는군요!!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진짜 바보들인가…?”

“아저씨!! 멋있어요!!!”

한심한 듯 바라보는 김도은과는 다르게 임아린의 응원은 언제나 힘이 났다.

그리고 나에게 호응해 힘을 내주는 김영광이 고마웠다.

촤락-

스킬 초속 이동을 사용해 엄청난 추진력과 함께 두 자루의 검을 산군에게 그어냈다.

“흥. 고작…. 응?”

그 뒤를 이어 김영광의 화첨창이 산군의 부채를 갈라 버렸다.

촤악!!!

“이놈들이…!!!”

공격은 매우 순조로웠다.

곤륜산에서의 수행이 없었다면, 나는 이곳에 올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명’을 보았기에 곤륜산을 찾아간 것이지만, 수행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수행을 받게 되었고, 선기 그리고 투전승불 손오공의 화안금정 한쪽을 얻은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소득이었다.

나는 곧 선인의 기운과 화안금정의 효과를 최대치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아아-

전신에서 붉은 아우라가 피어오름과 동시에 몸 안의 힘이 용솟음쳤다.

강자아와의 수행에서는 화안금정이 없었을뿐더러 최대치로 힘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 한계는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스킬 ‘스탯 흡수’를 활용해 능력치를 올려놨기 때문에 현재 모든 능력치의 총합은 1500을 넘어서고 있었다.

“인간이…. 네놈…. 인간이 아니군….”

“아니, 나 사람인데?”

“어찌 나와 비슷한 산신의 기운을…!!!”

산군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쉽게 알 것 같았다.

곤륜산의 신선에게 수행을 받았고, 선인의 기운과 함께 요괴이자 신선인 손오공의 한쪽 눈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손오공 본래의 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눈을 얻음으로써 선인의 기운이 한층 극대화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무슨 냥 소리야? 너랑 같으면 산신이 아니고, 고양이의 기운 아니야?”

“끝까지 열받게 하는구나. 좋다.”

계속되는 도발에 오히려 침착함을 찾은 산군이 기운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백두산의 정기들이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듯, 주변의 나무와 풀 모든 것들이 말라가고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갈궜나 본데요…?”

“적당히 하시지….”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항상 주둥이가 문제라 말합니다.]

산군이 빨아들이기 시작한 백두산의 정기는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며 산군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내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아우라와는 다르게 산군에서는 녹색과 푸른 빛이 감도는 아우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아아아-

“위험한데…. 영광 씨 아린이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두산의 모든 정기를 빨아들인 산군이 두 손을 하늘 위로 뻗어냈다.

슈우우-!!!

백두산 전체가 거대한 진동이 일어남과 동시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크흑…!! 앞이…. 다들 물러서요!!!”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이 공격은 맞으면 안 된다는 것을.

내 왼쪽 눈의 화안금정이 이 공격의 핵을 보고 있었기에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엄청난 마력이 응축되었다는 걸.

“이 공격을 받아들인다면, 나의 패배를 인정하도록 하지. 자, 받거라.”

수웅-

하늘 높이 뻗었던 두 손을 지상을 향해 뻗어내자, 곧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없었다.

아니, 내 뒤에는 동료들과 임아린이 있었기에, 도망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스킬 [냉정 LV.2]의 효과가 강하게 발동합니다.]

냉정의 효과 덕분에 차분하게 생각을 마친 나는 두 자루의 검을 들고서 지상으로 낙하하는 마력의 덩어리를 막아섰다.

태극검을 사용해 궤도를 바꾸기 위함이었지만, 산군이 쏘아낸 마력의 덩어리는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크하학…!!!”

“안이 씨!!!”

“제가…!!”

“오지 마세요!! 아린이를 지켜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김영광은 임아린을 지키고 서 있었고, 김도은은 화살이라도 날렸다 마력의 덩어리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걱정되어 공격도 못 하고 있었다.

“끄아아아아!!!!!”

있는 힘을 다해서 기합을 넣어 공격 궤도를 하늘로 향하게 하려는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막을 수 있는 마력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나는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앙다문 입 사이에서는 검붉은 핏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본 ‘명’에서의 죽음은 지금이 아니었다.

‘명’ 하나만을 믿고 산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 착각이었다.

쿵!

점점 밀려나다가, 기어이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크악…!”

이대로는 버틸 수 없었다.

이 상태라면 마력의 덩어리에 찌부러져 백두산 천지의 일대가 모두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그때였다.

퍽!!!

“미안합니다. 모두 죽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 낫지 않겠습니까?”

김영광이 온몸을 부딪쳐 나를 밀어내곤, 맨몸으로 마력의 덩어리를 막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랴라아아아아!!!!!”

엄청난 기합과 함께 김영광의 몸에서 황금빛 아우라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김영광의 몸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을 느끼는 순간, 나에게 말을 했다.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겠습니다. 후폭풍이 있을지 모르니까 도은 씨와 아린이를 데리고 멀리 이동해 주세요.”

“하지만….”

“어서요…!!!”

여태까지 김영광이 소리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였기에, ‘어서요’ 한마디에 김영광의 각오가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 각오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금방 오겠습니다.”

재빨리 몸을 돌려 스킬 [초속 비행 LV.1]을 사용해 임아린을 데리고 이동했다.

곧 김도은이 뒤를 따라오며, 나에게 물었다.

“영광 씨는요…!!”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 아린이를 부탁합니다. 전 다시 가 볼 테니.”

상황의 급박함을 느낀 것은 나뿐만 아니라 김도은과 임아린도 마찬가지였는지, 표정이 어둡게 변해 있었다.

“아저씨….”

“괜찮아. 금방 올게. 기다리고 있어.”

“네…. 빨리 와요…!!”

꽤 먼 거리에 임아린과 김도은을 두고 다시 김영광에게 향할 때였다.

쿠콰콰콰쾅!!!!!!!!

우리가 있던 자리에서 마력의 덩어리가 터지기라도 한 듯, 모든 게 날아가고 말았다.

곧 그 충격의 후폭풍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크흡….”

엄청난 흙먼지와 거센 후폭풍에 눈앞이 보이질 않았다.

멈출 수는 없었다. 날려져 오는 돌과 나무들을 그대로 들이받으며 앞으로 날아갔다.

“영광 씨…?”

공중에 떠 있는 산군은 내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냉정의 효과가 있었음에도 나는 김영광을 잃었다는 생각에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영광 씨…!!!”

절박한 나의 외침에 보답이라도 하듯, 흙먼지 사이에서 사람 형상의 무언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살아 계셨….”

털썩.

김영광이었다.

걸어 나온 김영광은 온 힘을 다했는지, 나를 확인하자마자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재빨리 달려 나가 김영광을 끌어안았다.

사람의 몸으로 이렇게 버텨낸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온몸이 붉은 피로 뒤덮여 숨을 헐떡이는 김영광.

“헉…. 허억…. 다시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헉….”

“말하지 마세요. 그거 사망 플래그입니다.”

“하…. 하하…. 그럼, 잠시 눈 좀 붙이겠습니다. 마무리를 부탁합니다. 안이 씨.”

“맡겨 두세요.”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네 사람이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성좌, <달과 순결의 상징>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성좌, <작은 섬의 대영웅>이 당신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작은 섬의 대영웅? 영광 씨의 후원자인가…?

슈욱-!

김영광을 편안하게 눕힌 나는 곧 초속 비행을 사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화안금정에 보이는 산군은 상당량의 마력을 소진해 안색이 좋지 않았다.

“기다렸어? 아니, 공격할 힘이 없었나?”

“흐흐흐…. 강한 인간들이구나.”

“너도 강한 고양이야. 그만 끝내자.”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당신이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웁니다.]

나는 두 자루의 검을 다시 뽑아 들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걸어 산군을 향해 돌진했다.

“크하아압!!!”

“오너라!!!”

나는 양손에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자신의 부채가 없었던 산군은 맨주먹으로 내 검을 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역사 게이트에서 얻은 [무쌍 난무 LV.1]를 사용해 산군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촤악!!!

스악-

“컥…. 커 헉….”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는 듯 산군이 남은 마력을 쥐어짜 나를 향해 쏘아냈다.

쿠와아-!!!

휘릭-!!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와는 다르게 그 크기도 위력도 약했기에, 나는 태극검을 사용해 간단하게 공격을 흘려냈다.

촤악!

당황한 산군의 표정을 봄과 동시에 두 자루의 검을 교차로 베어냈다.

인간화한 산군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핏줄기가 쏟아졌다.

“제법….”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 산군은 그대로 먼지와 함께 소멸하고 말았다.

한 방에 우리를 쓸어버리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감행한 산군의 최후였다.

물론 김영광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을테지만….

[백두산(白頭山)의 산군(山君)을 처치하였습니다.]

[기여도가 발표됩니다.]

[1. 이안 / 2. 김영광/…….]

[기여도 1위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500000 시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서브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히든 보상을 수령합니다.]

[‘A’급의 [MAX] 패시브 스킬 중 한 가지를 택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기사회생.’

[스킬 [기사회생 LV MAX]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명 : 기사회생 LV MAX

스킬 설명 : 죽을 위기에 처해도 단 한 번 공격을 무효화 함과 동시에 절반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세 가지의 서브 미션을 클리어한 나는 곧바로 스킬을 선택한 뒤 김영광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영광 씨 살아 계시죠…?”

“……”

김영광의 대답은 없었다.

미약하게 남아 김영광의 숨소리가 들려왔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때를 노린 것인지 백두산에 있던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더니 나를 향해 병장기를 들이밀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지친 거 맞지?”

“지금이라면 저 무기를 뺏을 수 있겠는데?”

“무려, 산군을 잡은 무기야. 뺏자…!!”

그 수는 대략 여덟. 이기적이게도 산군을 처치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의 무기라도 빼앗으려 다가오는 중이었다.

“죽여!!!!”

“하아…….”

후웅-!!! 푹!!

콰르릉!!!! 쿠쾅!!!

“도은 씨? 아린이?”

“타이밍 죽이죠? 맛있는 거 사요.”

“아저씨!!!”

“하하……. 너희 뒤졌어.”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살생은 무의미하다며 계속해서 염불을 외웁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사이다를 보여 주라고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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