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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5화 (15/206)

제15화

백두산으로 들어오자, 음산한 기운과 함께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군을 처치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상황을 보니, 아직 못 잡았나 보네요.”

“그렇게나 강한가요??”

“네. 강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게이트로 치면 B+급 신화 게이트랑 비슷할 겁니다.”

“저희랑 비교하면요?”

“쉬울 거예요. 저희만 공격하는 건 아니니까요. 대신에….”

“……?”

말을 끝마치지 않자, 김도은이 한쪽 눈을 찌푸린 채 나를 쳐다보았다.

“아, 빨리 말해요!!! 저번부터 자꾸 왜 그런담!?”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하.”

“그래서요?”

“귀신 무서워합니까?”

“네. 싫어요. 벌레만큼 싫어요. 너무너무 싫어요.”

김도은의 대답에서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놀려 줄까 생각도 했지만, 김도은의 성격상 내 머리통에 화살을 날릴 것 같아 참았다.

“‘창귀’라는 귀신이 나올 겁니다.”

“어? 저 들어 봤습니다. 창귀. 뭐랬더라. 전래 동화나 그런 것에서 본 것 같은데…. 사람을 홀려서 산군에게 바치는 귀신이랬던가?”

“영광 씨 말이 맞습니다. 지금 백두산이 음산한 기운으로 넘쳐나는 것도 창귀 때문입니다.”

“아…!!”

현재의 백두산은 본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시스템이 각성하고 멸망에 접어들면서 죽어 가는 산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는 건…. 백두산을 지키는 산군의 상태도 많이 안 좋다는 말.

“창귀를 처치하며, 백두산의 정상으로 가야 합니다. 산군은 거기에 있어요.”

“빨리빨리 가죠!!”

“가기 전에…. 영광 씨와 아린이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요?”

“다 알려 줄게요. 아저씨!!”

이번 메인 미션의 진행과 동시에 서브 미션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후원해 주는 성좌를 찾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미 계약을 맺은 김도은과는 다르게 김영광과 임아린의 상황을 몰랐기에 나는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 성좌와 계약은 아직이죠?”

“네. 전 아직입니다. 따라다니는 성좌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대화는 오가지 않았습니다.”

“아저씨, 전 있어요!!”

“어…?”

임아린의 뜻밖의 대답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어린아이에게 벌써 접근한 성좌가 있다?

아니, 접근은 그렇다고 쳐도 벌써 계약을 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아린아. 성좌의 수식언…. 그러니까, 성좌가 메시지를 보낼 때 보이는 이름이 뭐야?”

“음…. 잠시만여.”

수식언을 안다고 해 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성좌가 누군지 안다면 그 성좌의 성향이 선인지, 악인지와 함께 여러 가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성흔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그런데요. 아저씨.”

“응?”

“성좌 님이 알려 주지 말라는데….”

“……응?”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해 주자고 알려 주지 말래요!”

“허….”

어이가 없었다. 무슨 이런, 천진난만한 성좌가 있는 걸까 싶었다.

“대신에!! 그때까지 성좌 님이 성흔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건 다행이네….”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마지막 서브 미션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영광 씨랑 저만 잘하면 되겠네요.”

“하하하. 분발하시죠. 안이 씨.”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 검을 뽑아 들었다.

츠아아앗-!

곤륜산에서 얻어 온 스킬인 속성 부여를 사용했다.

“지금부터 창귀가 나오면 사냥하며 올라갈 겁니다.”

“속성 부여는 왜요?”

“창귀는 귀신입니다.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아요. 속성을 부여해 타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린이의 마법은 통하겠지만.”

“아하…!!”

내 대답에 일행들이 자신의 선기에 속성을 부여했다.

김도은의 선기는 활 ‘오호’

황제(黃帝)가 치우를 정복한 이후 용을 타고 다시 하늘로 올라갈 때 떨어졌다는 황제의 활.

김영광은 공수의 전환이 빠르고 거리를 활용해 전투할 수 있는 ‘화첨창’을 받았다.

화첨창은 불을 뿜는 창.

나타의 선기로 알려져 있지만, 어째서인지 나타의 부재로 원시천존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가시죠.”

* * *

창귀 사냥은 순조로웠다. 우리들의 강함이 꽤 강해져서인 것도 있었지만, 속성을 활용해 전투에 임하다 보니 창귀들이 손도 못 써보고 죽어 나갔다.

애초에 창귀는 약한 자를 홀리는 귀신.

전투에는 맞지 않았다.

“저 사람들 봐…. 왜 저렇게 강한 거야?”

“후원 성좌들이 겁나 강한 거 아니야?”

“맞아. 그리스의 주신이라든가.”

“개소리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저런 어린애까지 저렇게 강하다고?”

“그런가…?”

무언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들이 창귀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우리들의 전투를 구경하기에 바빴다.

“아린아!”

“네!!”

화르륵-!!

광범위한 임아린의 화염 마법이 산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린아 잘못 쓴 거 같은데…?”

“응? 이거 아니에요!?”

“백두산이 활활 타는구나…….”

“넋 놓지 말고 빨리 불 꺼요!!”

“어떻게요…?”

“………”

불을 끄는 방법은 따로 없었다.

불을 끄라며 버럭 화를 내는 김도은이었지만 자신도 방법이 없던지, 임아린을 향해 말했다.

“저기, 아린아….”

“응? 언니 왜요!?”

“수(水)속성 마법 좀…. 더워 죽을 것 같아….”

“네!!”

촤하악-!!!

다행인지, 임아린은 네 개의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어 자신이 낸 불을 수 속성의 마법을 사용해 금방 꺼트렸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불장난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 말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임아린의 귀여운 모습에 반합니다.]

음? 뭔 일로 그 성좌가 없지? 잔소리를 할 때가 됐는데.

성좌들의 메시지를 보며 그동안 나에게 잔소리를 해 오던 성좌가 없자,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미운 정이라도 박힌 듯.

* * *

“곧 산 정상입니다.”

“살면서 백두산을 밟은 것도 신기한데…. 백두산 천지를 보다니….”

김영광의 말에 피식 웃은 나는, 어느새 이 멸망에도 꽤 적응한 듯 앞으로 향해 나갔다.

“크르르…!! 젠장 맞은 시스템. 나를 사냥하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정상이 코앞이어서인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섞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콰쾅!!!

“크하악…!!”

“사…. 살려 줘…!!! 두고 가지 마…!!”

“도망쳐!!!”

이미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꽤 있었다.

“죽어라. 인간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자, 산군의 거센 공격에 도망치기 바쁜 사람들이 보였다.

“준비하세요. 옵니다.”

“크와아앙!!!!”

챙!!!!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것도 잠시, 산군의 크기에 더 놀라고 말았다.

“무슨….”

“대박…. 진짜 크다….”

산군의 크기는 일반적인 호랑이와는 다르게 거대한 코끼리가 옆에 있어도 지지 않을 법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와!!! 아저씨 호랑이!!! 타 보고 싶어요!!”

“안 무섭니…?”

“네!!”

당돌한 7세라고 생각했다. 저만한 호랑이를 보고서도 무섭지 않다니.

실제로 스킬 [냉정 LV.2]이 없고, 시스템의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오줌을 지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여도 그랬을 것이다.

“영광 씨!!”

“하아아아압!!!!”

콰득!!!

김영광이 화첨창을 사용해 거대한 산군을 향해 찔러 넣었다.

“크하악…!!! 이 창은…!!!”

김영광의 창이 산군의 몸에 강하게 박혀 들어가자, 고통에 울부짖었다.

훙!!후웅!!!

그 뒤를 이어 ‘오호’를 사용한 김도은이 화살을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화살이 없어도 공격이 가능한 무형시와 한 번의 당김으로 수십 발을 쏟아붓는 산탄시였다.

“크르릉…!!! 봐줘선 안 되겠구나. 후회하거라 인간이여.”

거센 공격에 자신이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산군이 인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스아아악-

“!?”

그 모습은 곤륜산에서 본 젊은 신선과 비슷한 외형이었다. 하얗고 기다란 머리칼에 검은색의 깔끔한 도포. 그리고 한 손에는 하얀색의 부채를 들고선 우리를 노려보았다.

“대박. 완전 잘생겼다.”

“도은 씨. 저한테는 질색하시더니, 저런 취향입니까?”

“하하하하. 안이 씨 그때 그 일을 아직도 담아 두신 겁니까?”

“……담아 둔 건 아닙니다.”

“비교할 걸 비교하세요…….”

괜히 말한 것 같았다.

본전도 찾지 못한 채 나는 산군에 달려들었다.

나름……. 분노의 칼부림… 이었다.

“성질이 급한 인간이로구나.”

챙-!!

인간으로 변한 산군은 외모도 외모지만 전투력이 꽤 상승했는지, 나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후회하거라. 인간들이여.”

곧 이어질 산군의 공격을 대비해 버프 스킬인 용사의 패기와 선인의 기운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는 손오공에게 받은 화안금정을 사용했다.

화륵-!

받을 때 느꼈던 고통은 없었다.

왼눈에 사용된 화안금정이 황금색의 눈동자로 변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산군의 약점과 함께 약한 속성이나, 능력치 같은 것들도 보였다.

좋은데?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목탁을 떨어트립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빠른 설명을 요구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그 눈은 이곳에 있을 수 없는 눈이라 말합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이 곤륜산에서 자신의 첫째 제자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합니다.]

.

.

.

“……죄송한데…. 전투가 끝나고 말씀드리면 안 될까요…? 진정하세요.”

이 눈은 그 유명한 제천대성 손오공의 눈.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눈이었다.

그런데 한낱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건, 성좌들이 놀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준비는 끝났느냐? 시작해 보자꾸나.”

산군의 몸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곤륜산에서 얻어 온 스킬 [초속 비행 LV.1]을 사용해 같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호오…. 제법이군.”

나뿐만이 아니었다.

김영광과 김도은도 적절하게 날아올라 나를 지원해 주기 위해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콰르릉!!!!! 콰지직!!

파괴력이 뛰어난 임아린의 번개 마법이 산군에게 쏟아지자, 나와 김영광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후웅!

챙-!!

가볍게 김영광의 공격을 피해 낸 산군은 부채로 나의 검마저 막아냈다.

산군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기에, 곤륜산에서의 수행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기지 못할 상대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강함인데 서브 미션이라고?

생각에 빠진 것도 잠시.

촤라락-

산군이 부채를 활짝 펼치더니, 나와 동료들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을 향해 부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우웅- 콰콰쾅!!!!

그야말로 살인적인 공격이었다.

엄청난 바람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들이 이곳의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크흡…!! 영광 씨 아린이를…!!”

“네!!”

나 혼자서는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벅찼기에 지상에 있던 임아린을 김영광에게 맡겼다.

산군이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약하구나…. 너무나도 약해….”

“애처롭게 말하는 건 그만둬 줄래? 고양이 같은 게 자꾸 말을 걸어.”

“이놈이…!?”

“야, 곤륜산의 신선들도 너처럼 자기도취에 빠져 있지 않더라. 정신 차리고 살아 인마.”

“이…. 이!!!”

“뭐, 새끼야. 이이이이이 가 아니고, 야옹야옹해야 하는 거 아니냐?”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낄낄거립니다.]

잠시간 안 보였던 성좌가 다시 나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이 성좌를 보자, 은근히 반갑기도 했다.

“죽여 주마!!!”

산군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시뻘게졌다.

“내가 동물 학대는 하지 않는데, 지금은 인간 모습이니까 죽여 줄게. 야옹아.”

찡긋-

나는 산군을 도발하며 한쪽 눈을 감아 윙크를 날렸다.

그리고…….

[스킬 [매력 발산 LV.1]을 발동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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