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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3화 (13/206)

제13화

“다들…. 살아 계십니까…?”

“지옥이었습니다….”

“아…. 결국 영감탱이 한 대 쳐 보지도 못했네요….”

200시간의 수행을 마친 우리는 그야말로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나와 김도은 그리고 김영광은 보법, 타법 등 여러 가지 전투에 적합한 것을 수행했다.

그리고 임아린은 마력 운용이나 선법을 다루는 데에 재능이 탁월해 기존에 사용하던 마법에 관련해서 더 강화를 시키는 수행을 받았다.

“으허허허허. 이 정도면 딱 현계에서 쓸 만하겠군.”

강자아가 내뱉은 말에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도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 곤륜산에서 우리 정도의 강함은 영수인 해태도 못 이길 정도의 강함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스승.”

“으허허허. 오랜만에 인간 제자들을 받아 나도 모르게 들떴다네. 이해하게나.”

“아닙니다. 덕분에 조금 강해진 기분이 듭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시험을 치러야 하지 않겠나?”

“시험…이라니요…?”

옆에서 나와 강자아의 이야기를 듣던 김영광과 김도은이 뭔가 더 남았다는 강자아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지옥을 겪게 해 놓고선 마지막 시험이라니.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네에게 설명했다시피, 이곳은 우리 신선들 외에도 요괴들이 존재한다네.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지.”

“균형이 무너진다면, 이곳은 존재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맞네. 자네들이 들어온 입구는 우리가 사는 장소인 곤륜산이지만, 균형을 위한 요괴들이 사는 지역으로 가는 길도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행에 들어가기 전, 강자아가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숨겨진 세계에는 곤륜산과 그와 상반되는 다른 장소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비록 들어가는 입구는 달랐지만 숨겨진 세계인 이 안에는 신선을 포함해 ‘요괴’들과 그보다 위에 ‘천인’이라는 이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화과산의 손오공이라던가, 옥황이나 여래같은.

“그래서 지금껏 다른 신선들을 마주치지 않은 것이라 말씀해 주셨죠.”

“맞네. 신선들은 각자의 거주지가 있다네. 이는 요괴들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시험이란…?”

“별거 아닐세. 따라오게나.”

별거 아니라고 대답하는 강자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신나 보였다.

하지만.

나와 두 사람은 강자아가 짓는 표정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지막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강자아를 따라나섰다.

“천존이여, 마지막 시험을 위해 이들을 요괴와 맞붙여 볼까 합니다.”

“허허, 괜찮겠는가?”

“네. 그들과도 이야기는 모두 끝내 두었습니다.”

“좋다. 허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천존.”

느낌이 불안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김도은과 김영광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저…. 저 아까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저도 들었어요. 요괴라고…….”

“아무래도 요괴 중 누군가와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으허허. 내 제자들이 귀가 밝은 걸 보니 수행을 아주 잘 받았나 보구나.”

“이제 그만, 설명을 해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나의 물음에 강자아가 고개를 끄덕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육이미후’라는 요괴와 싸울 것이네.”

“육이미후라 함은….”

“화과산의 손오공을 사칭해 수많은 죄를 지어 지금은 천궁에 갇혀 있는 자일세.”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설명을 해 주시죠.”

“그럴 수도 있지. 설명해 주겠네.”

언제나 그랬듯 호쾌하게 웃는 강자아가 설명을 해 주었다.

본래 육이미후는 사형에 처할 예정이었으나, 어떤 선자가 간곡히 부탁하여 사형만은 면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의 시험을 위해 강자아는 옥황과 내기를 한 것이었다.

육이미후가 이긴다면 그의 죄를 사면해 환생시켜 주고, 우리는 천궁의 병사로 들이겠다는 것.

반대로 우리가 이긴다면 선기를 지급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저희가 지옥 같은 수행을 버티는 동안, 그런 내기를 잘도 하고 오셨네요.”

“망할 영감탱이….”

“으허허허허허. 자네들이 확실하게 강해졌는지 확인해 봐야 마음 놓고 현계로 보낼 것이 아닌가?”

“……이유는 그럴싸하네요. 그래서, 옥황과 망할 영감 두 분이 얻는 것은 무엇이죠?”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못 하던 나와 김영광이었지만, 곧 김도은이 침착하게 강자아를 쏘아보며 물었다.

“허허. 말하면 자네들이 화를 낼 것인데…. 듣겠는가?”

“네.”

“500년에 단 한 병만 제조가 가능한 술을…….”

쿠콰쾅!!!!

강자아의 말을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김도은이 강자아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으허허허허. 이럴 줄 알았지.”

스와아아-

강자아는 자신의 주위에 마력으로 만들어진 방패막이를 만들어 김도은의 공격을 가볍게 막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거보게, 화를 낼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으허허허.”

“젠장 맞을 영감탱이……. 도은 씨. 힘 빼지 마시죠. 어쩔 수 없는 상황 같으니.”

“아오!!!! 열받아아!!!!!”

“하하하….”

수행이 끝나 갈 때까지도 우리는 강자아에게 한 방 먹이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달려들어 봤자, 힘만 낭비할 것 같았기에 김도은을 말렸다.

“그래서, 두 분이 지금 그 술 한 병을 위해 저희 셋과 육이미후를 내기에 거셨다는 거죠?”

“그렇다네. 미안하게 됐네.”

“후…. 이렇게 된 것 보상은 확실하게 주셔야겠습니다. 선기 말고도.”

“알겠네. 그것은 내 꼭 지키도록 하지.”

마지막 시험을 핑계 삼아 내기를 건 강자아가 미웠다.

하지만 우리들의 강함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인 것은 사실이었다.

덧붙여 내기에서 이긴다면, 선기 말고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강자아를 따라 광활한 평원으로 이동하자, 곧 하늘에서 여러 명의 신선과 요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모여든 신선, 천인, 요괴들이어서 그런지, 축제의 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하하하하!!! 이봐. 육이미후!! 인간에게 지지는 않겠지? 이기라고!!”

“인간들아 육이미후 따위에 지지 말라고!!”

“오랜만에 이벤트구나!!! 즐기자 이놈들아!!!”

개판이 따로 없었다.

개중에는 술판을 벌이는 집단도 있었고, 말없이 지켜보는 집단도 있었다.

신선들과 요괴들이 각자의 진영을 나누어 양측으로 갈라져 모이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외형만 봐도 알 법한 제법 이름 있는 요괴도 있었고, 제법 지위가 있어 보이는 신선들도 많이 보였다. 천인들은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인물들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동물원의 원숭이만도 못한 존재라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으하하하하!! 재밌게 해 보라고!!!”

신선들과 요괴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육이미후와 우리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김도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두 분…. 저희 가기 전에 영감탱이 꼭 한 대 치도록 하죠.”

김도은의 분노가 말에서 느껴졌다.

육이미후와 우리들 사이로 한 명의 신선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의 조건을 수용했으니, 규칙은 없네. 자 시작하게나.”

쾅 !쾅 !쾅! 쾅! 쾅!

쿵! 쿵! 쿵! 쿵 !쿵!

요괴들의 진영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지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신선들이 데리고 온 병사들이 북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니, 이보세요들. 체육 대회 하십니까?”

“하하…. 안이 씨. 빨리 이기고, 현계로 돌아가시죠.”

촤릉-!

수행으로 제법 강해진 나는 곧 2단계로 성장한 용광검을 빼 들었다.

내가 검을 빼 들자, 일행들도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 들었다.

“어이, 인간들. 내가 제천대성의 흉내나 내고 다녔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어머, 원숭이가 말을 하네요?”

“도은 씨 그런 말은 원숭이한테 실례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신기하네요. 말을 하는 원숭이라니.”

우리들의 도발이 먹혀들었는지, 육이미후의 눈이 시뻘게져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우리를 노려보았다.

전투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상대를 도발하는 것도 한 가지의 방법이라고 배웠기에, 우리 세 사람은 미리 짜 놓기라도 한 듯 육이미후를 도발했다.

“근데, 안이 씨…. 요괴는 원숭이 말고도 소, 상어, 거미 다양하네요.”

“큭큭….”

진지한 김영광의 질문에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신선들이 있기에 쉽사리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조금 전 김영광의 한마디에 요괴들이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살벌하네요. 동물원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은 저 원숭이부터!”

후웅!!!

김도은이 곧바로 거리를 벌려 화살을 날렸다.

그것을 신호로 김영광이 앞으로 달려들어 탱킹을 하기 시작했다.

스왁-!

재빠르게 육이미후의 뒤로 근접한 나는 용광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어 냈다.

“흥!! 고작 이따위 공격으로 무슨…!!”

육이미후는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버프 스킬인 [용사의 패기 LV.1]와 이번에 터득한 [선인의 기운 LV.1]을 사용했다.

츠아아아-

공격력이 한층 강해진 상태로 [무쌍 난무 LV.1]를 날려 대기 시작했다.

쿠와아아-!!

스아악!!!

“크하압!!!”

한 번에 강렬한 공격이 쏟아지자, 육이미후가 위기를 느꼈는지 자신의 기운을 한껏 방출해 무기를 소환했다.

“죽여 주마. 이놈들!!”

“뭐라고? 우끼끼라고?”

“이…. 이 새끼가!!!”

깐죽거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던 나는, 공격을 하면서도 태극검을 사용해 육이미후의 공격을 흘려냈다.

틈이 보이면 곧바로 김도은의 화살이 육이미후의 급소들을 향해 빗발쳤고, 곧 김영광이 강력한 한 방을 쳐댔다.

쾅!!!!

“크하악…!!! 이놈드을!!!! 나도 공격 좀 하자 이 새끼들아!!!”

“응. 안 돼.”

3대 1이었기에 머릿수로는 우리가 우위에 섰지만, 곧 육이미후가 모든 걸 튕겨 내며, 선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펑펑펑!! 펑!

육이미후는 가짜 손오공답게 그의 특기인 분신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는지, 다섯의 분신 중 한 마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저기, 원숭아. 한 마리 상태가….”

“다…. 닥쳐라!!”

선법에 익숙지 않았는지, 아니면 벌을 받느라 육이미후가 많이 약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육이미후의 분신 한 마리는 나타나자마자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물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어이, 육이미후!! 제대로 하라고!!”

한 요괴의 외침에 육이미후가 얼굴이 새빨개졌다.

본인도 창피했는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흡…!! 공격에 당하지 마세요!! 제법 강합니다.”

가장 앞에 나서고 있던 것이 나여서인지, 분신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내게 공격해 왔다. 꽤 버겁다고 생각할 때쯤 김영광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쿠쿠구구구!!!!

전신의 근육이 점점 거대해지더니, 김영광이 말했다.

“방어는 제가 하겠습니다. 두 분은 공격을…!!!”

김영광의 강력한 한 방도 꽤 임팩트 있었지만, 방어력 또한 상당했다.

속도만 받쳐 준다면, 나와 김도은조차 쓰러트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가 엄청난 방어력으로 육이미후와 분신들을 막아 내자, 당황한 육이미후가 뒤로 빠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와 김도은이 동시에 분신들의 수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후웅!! 펑!

스아악!!

쿠콰콰쾅!!!

“너 혼자 남았…. 아니, 저기 거품 무는 애랑 둘 남았네?”

나는 곧바로 육이미후에게 달려들어 아래에서 위로 검을 그어 냈다.

스악-!!

“커…. 커 헉….”

육이미후에게 마지막 타격을 가해 승기를 잡으려던 때였다.

“이봐, 무… 무슨 일이야?”

“이거 설마…!!”

“전투태세를 취하라!!”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시간도 없었다.

우리의 전투를 구경 중이던, 신선들과 요괴들이 하늘을 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뭐지…?”

“글쎄요…?”

“위를 보세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한 나와 김영광에게 김도은이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여러 개로 퍼진 구름이 한곳에 모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황금색의 갑옷을 입은 누군가 구름을 타고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중이었다.

“네놈들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이냐!!!”

지상의 모든 것이 두려워할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아니, 이것을 목소리라 표현하는 게 옳았을까? 엄청난 소리에 지상의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너… 넌…!!”

단 한 방만 날려도 패배가 확정이었던 육이미후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후웅-!

“다들 피해!!!”

황금색의 갑옷을 입고 구름을 탄 자가 곧 자신의 무기를 지상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조용하게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커져라. 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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