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6화 (6/206)

제6화

오크 로드는 임아린을 향한 거대한 몸뚱이를 나를 향해 돌렸다.

“그렇지…. 나부터 죽이라고….”

말을 알아들었는지, 거대한 몸뚱이의 오크 로드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오크 로드가 나를 향해 횡 베기를 사용했다.

챙-!!!!!

쿠콰쾅!!!!

룸 안에서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이내, 오크 로드의 공격을 그대로 맞부딪친 난 그 반동으로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커 헉…!!”

입 안에서 검붉은 핏물이 울컥 토해져 나왔다.

회복 약을 사용할 시드도 이젠 없었다.

“인간. 죽인다. 췩췩!!”

“그래 죽여라. 새끼야….”

[스킬 [냉정 LV.2]이 강하게 발동합니다.]

[당신의 ‘명’중 특정 장면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어라…?

시스템의 알림과 함께 놓칠 수 있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본래 오크의 약점은…. 아니, 약점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크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빛에 취약했다.

그것만으로 오크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잠시간 움직임을 크게 멈출 수 있다는 것.

나는 재빨리 시드 스토어를 열었다.

그리고….

남은 시드를 탈탈 털어 [초급 빛 마법서 LV.1]을 구매했다.

오크 로드가 눈앞까지 오기를 기다렸다.

기회는 단 한 번.

쿵. 쿵. 쿵.

내 앞에 다다른 오크 로드가 도검을 자신의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나는 이때를 노리고 있었다.

“눈 뽕이다. 새끼야…!!”

오크 로드의 눈에다 빛 마법을 사용했다.

초급 레벨이었던 빛 마법이기에 살상력을 가진다거나, 오크 로드에게 데미지를 줄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오크 로드의 눈앞에서 강력한 빛이 일어났다.

파아앗!!!!

근접거리에서 엄청난 빛이 오크 로드의 눈앞에서 터지자, 오크 로드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금이다.

나는 용광검을 사용해 오크 로드의 목을 베어 냈다.

스악-!!!

“이… 인간…!!!”

쿵!!!

[지도자 격 몬스터 ‘오크 로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게이트가 1분 뒤 사라집니다.]

개고생해서 잡은 ‘오크 로드’였다.

보상은 적었다.

40만 시드에 근접했지만, 어느새 33400 시드밖에 남질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싱글벙글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의 목적은 오크 로드를 잡고 난 뒤의 보상이 아닌, ‘히든 피스’를 얻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아린아 괜찮아?”

임아린이 뛰어와 나의 품에 안겼다.

“아저씨…!!!”

어린아이의 몸으로 무서웠을 것이다.

나도 무서웠는데….

“아저씨 괜찮아요!?”

“응. 아저씨는 괜찮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임아린이 내 입에서 괜찮다는 말이 나오자, 그제서야 방긋 웃기 시작했다.

엄청난 개고생을 했음에도 임아린의 웃음을 보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게이트의 모든 인원이 현계로 전이됩니다.]

파앗!!

“하이고, 죽는 줄 알았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운이 좋았다고 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다음부턴 말 잘 들으라 말합니다.]

“예예…. 좀 쉽시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건방진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카르마를 소모합니다.]

“컥?”

카르마가 어쩌고 하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온몸이 굳어 버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굳은 게 아니라 온몸이 저릿해져 오며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마비되었다.

몸이 안 움직이는 것을 떠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커… 컥… 이… 미치… 인….”

“응? 아저씨?”

“안… 푸… 냐…!?”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곧 풀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신 나간 성좌가 자신의 카르마까지 소모해 나를 마비 시킨 것에 놀랐지만, 저들에게 내 존재는 개미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말을 잘 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젠장….

* * *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카르마를 소모해 나에게 걸었던 마비가 풀렸다.

“안 그래도 힘든데에에에에에!!!!!!!”

괜히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분함을 가라앉히고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LV25 – 이안 / 26살

힘 - 319 / 99999

민첩 – 149 / 99999

마력 – 81 / 99999

체력 - 169 / 99999

LV 포인트 - 1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없음

배후성 – 없음

성흔 - 없음

시드 - 33400 seed

스탯 흡수와 레벨업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능력치가 쌓였다.

그리 강하지는 않았지만, 능력치만으로는 나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가난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벌면 되지.

능력치를 확인하며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자, 곧 미션의 알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두 번째 미션 : 첫 번째 선택

- 자신의 성장을 도와줄 후원 성좌를 고르세요.

#제한 시간 – 72시간

#클리어 조건 – 성좌의 후원

성공 시 – 30만 시드, 특성 개화

실패 시 - 사망

본 적이 있는 미션이었다.

내가 본 ‘명’에서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나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성좌를 선택하지 않는 것.

두 번째. ‘명’에서 본 처참한 최후를 바꾸기 위해 다른 성좌를 선택하는 것.

둘 모두 방법은 있었지만,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명’에서 나를 배신한 성좌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나와 같은 호구를 하나 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나저나, 아린이는 어쩐다…?

나 자신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지만, 임아린은 그렇지 않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나는 이번 미션의 핵심으로 임아린의 성좌를 구하는 것을 제1목표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후원해 줄 성좌를 고르라는 이 말은, 성좌가 자신을 후원해 줄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즉. 후원해 줄 성좌가 없다면,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두 번째 미션을 보며 임아린의 성좌를 어떻게 구해 줄지 생각을 하던 중 곧 다른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 서브 미션

#선택지

1. 숨겨진 세계를 찾으세요.

2. 이세계 게이트를 클리어하세요. (‘C’급 이상)

3. 나라별 한정 – 다섯 산신 중 하나를 찾아 처치하세요. (한국)

#제한 시간 – 72시간

#클리어 조건 – 선택지 중 한 가지를 골라 클리어하세요. 클리어 횟수가 많을수록 보상도 커집니다.

성공 시 – ???

실패 시 - ???

두 번째 미션에 이어 뜬 알림은 서브 미션이었다.

서브 미션은 딱히 클리어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보상과 성좌의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연계해서 클리어하면 좋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서브 미션에서 활약해 성좌의 관심을 받으라는 것.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두 번째 미션도 클리어되는 것이었다.

잠시간 고민한 나는 임아린의 휴식을 위해 가장 먼저 서브 미션의 2번 미션을 클리어하기로 정했다.

“아린아, 이동해야 하는데 괜찮아?”

“네!! 많이 쉬었어요!!”

어린 나이와는 다르게 활기차게 대답하는 임아린을 보니 무언가 마음이 사르륵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귀여웠다.

* * *

한참을 이동해 도착한 곳은 내가 들어갈 이세계 게이트가 있는 곳.

등급은 C급이었지만, 같은 C급이래도 몬스터 게이트보다는 난이도의 차이가 꽤 큰 곳이었다.

이쯤에 있을 텐데….

슬슬 도착할 거로 생각하며 이세계 게이트를 찾는 중 저 멀리서 여성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아저씨 가 보면 안 돼요?”

“음…. 그럴까?”

무시한 채 이동하려 했지만, 임아린이 옷깃을 잡아끌며 말했다.

굳이 가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임아린의 행동에 마음에 약해진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내 활 내놓고 꺼지라고!!!”

“크하하하. 이년, 이거 말하는 것 좀 보게?”

“우리가 잡아먹냐? 따라오기만 하라니까?”

“싫다고. 내가 왜 너네를 따라가냐고!!!”

무기를 빼앗아 데리고 가려는 세 명의 남성과 자신의 무기를 빼앗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성이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 대고 있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본 나는 단순한 그룹원 내 싸움이 아닌, 억지로 데리고 가려는 남성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저런 놈들은 어디를 가나 있다고 말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개미로 환생했을 때도 저런 양아치 무리는 꼭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하…. 왜 자꾸 개미랑 비교하십니까.”

그나저나…. 개미 중에 양아치 개미가 있다고…?

나는 임아린을 몇 걸음 뒤에 떨어트려 놓았다.

“이봐들?”

“!?”

“뭐야?”

“지나갈 거면 그냥 지나가든가, 왜 말을 걸고 난리야?”

“난리를 친 적은 없는데…?”

세 명의 남성은 어디서 구했는지도 알기 힘든 가죽 갑옷 같은 걸 걸친 채 병장기까지 들고 있었다.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여성분이 싫어하는데 그냥 가시면 안 돼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정말 친절한 모습에 감탄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네놈 같으면 가겠냐고 물어봅니다.]

안 가겠죠.

성좌의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용광검을 꺼내 들어 나름대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 1]을 발동합니다.]

이번엔 나름대로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았다.

스킬의 효과로 움찔한 세 명의 남성이 두세 걸음 물러났다.

“그냥 안 가면, 봐주지 않을 겁니다.”

“더…. 덤벼 이 새끼야!!”

“수는 우리가 더 많아!!”

세 명의 남성은 겁을 먹은 듯 보였음에도 수가 더 많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병장기를 휘두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웅-

챙!!!

퍽!!!

같은 시스템의 각성자여서 그런지 맞는 건 아프지 않았지만 영, 상대하기 귀찮았다.

복부를 강하게 걷어차인 나는 앞으로 달려들어 [태극검 LV.1]을 사용했다.

최고의 절기답게 나를 향해 오는 공격을 물 흐르듯이 흘려내어 반격했다.

스악!

털썩.

그리 강하지 않은 공격이었음에도 쓰러지는 남성들을 보자, 내가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를 조금은 실감하게 되었다.

능력치의 합은, 내가 압도적으로 높았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아저씨 혼자 남았는데, 죽게요?”

“……시끄럽다!!!”

“조용히 말했는데….”

“이…!! 두고 보자…!!”

“꼭 빌런들이 그런 말 하면서 도망치더라.”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동의합니다.]

환생하며, 인간으로서의 삶도 여러 번 겪은 성좌가 동의했다.

아무래도 이 성좌는 인간으로 지내 온 시간이 있어서인지, 정의로운 인간들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여성에게 이동해 말을 걸었다.

“괜… 찮지는 않겠구나. 일어날 수 있겠어요?”

“네? 네….”

“그쪽 활을 여기 두고 갔네요. 받아요.”

활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한 걸 알았기에, 나는 남성들이 두고 간 활을 여성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남성의 무리와 싸울 때는 아락바락 소리 지르며 죽일 듯이 달려들던 여성이었기에 급 얌전해진 모습을 보이자, 당황스러움에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저희는 이만…. 아린아 가자.”

“네. 아저씨!!”

임아린과 본래 들어가려고 했던 이세계 게이트로 이동하려 발걸음을 돌릴 때였다.

“저… 저기요.”

갑작스러운 여성의 부름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네?”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아….”

일행이 생기는 것은 상관없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이냐가 중요했다.

변해 버린 세상에서는 정의로운 사람도 있지만, 강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자신의 강함을 이용해 살인이니, 강간 같은 범죄를 일삼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이 여성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저씨. 언니도 같이 가요!!”

“그럴까?”

임아린의 말에 잠시 고민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어린아이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확실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임아린의 눈을 믿어 보기로 했다.

“전 스물여섯 살 이안입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세요.”

“임아린입니다!!! 일곱 살이에요!!”

나와 임아린이 소개를 하자,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여성이었다.

“전 스무 살이고…. 김도은이라고 해요.”

“활을 주로 다루시나 봐요?”

“네. 활만 있어도 지지는 않았을 텐데 뺏겨 버려서….”

“그렇군요.”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쩌나 고민하던 찰나, 도망갔던 한 명의 남성이 여섯은 돼 보이는 무리를 이끌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도은 씨는 뒤로 빠져서 아린이 좀.”

“네!”

곧 도착한 무리가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대장, 이 새낍니다!!”

도망친 남성이 덩치가 큰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냐?”

“네?”

“너냐고.”

여섯 명의 남성은 모두 덩치가 우락부락했고 몸에는 상당히 많은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평소대로라면, 겁을 먹었을 모습이었다.

“뭔진 모르겠는데 맞는 거 같아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본래 직업이 찐따였냐고 물어봅니다.]

자신감 없는 내 행동을 비난하듯, 나를 따라다니는 성좌가 물었다.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나는 남성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뭐여, 눈깔 착하게 안 떠 이쉐끼야??”

“이게 착하게 뜬 겁니다.”

험악해 보이는 여섯 명의 무리를 보고는 잠시 도망갈까 생각했지만 정말 잠시였다.

나는 곧 용광검을 빼 들었다.

꽤 강해졌기에, 겉모습에 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저씨들 문 크리스탈 파워라고 알아?”

“그게 뭔데 이 새끼야!?”

“정의의 이름으로 아저씨들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 덤벼.”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자괴감에 괴로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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