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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4화 (4/206)

제4화

아무래도 이 게이트와 관련 있는 성좌들이 모인 것 같았다.

그들 나름의 여흥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의 성좌가 나를, 이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노옴!!! 비키지 못할까!?”

장비 못지않은 엄청난 소리로 적토마를 타고 달려오는 여포가 외쳤다.

하지만 나는 비키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킬 이유가 없었다.

나의 목적은 게이트를 비틀어 클리어하는 것.

이유는 그것 말고도 비키지 못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내가 얻은 검이 어느 정도의 강함을 지녔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남은 LV 포인트를 전부 힘에 투자했다.

전력을 다한들 지금 당장 여포를 일대일로 이길 수는 없었다.

역사 속에서 가장 빠른 말로 유명한 적토마.

그 유명세답게 크기가 엄청났다.

엄청난 크기의 말 위에 여포까지 타 있으니, 둘 앞에 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하지만.

스킬 ‘냉정’의 효과로 금세 침착함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죽어라!!!”

자신의 방천극을 휘두르며 엄청난 속도로 적토와 함께 여포가 달려왔다.

스악-!

휙-

목이 베일 뻔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피해냈다.

주륵.

나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조금 흘러내렸다.

아드레날린이라도 돌았는지, 죽을 뻔한 위기에도 무섭지 않았다.

촤악!!

나는 용광검을 들어 적토마의 다리를 베어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적토마는 그 상태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여포 또한 자신의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는지, 적토마와 함께 흙먼지가 가득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이… 이놈!!!”

조금만 더 버티면 승산은 있었다.

10초.

단 10초만 버티면 유비 삼 형제가 공격에 합류할 것이었다.

적토는 이미 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여포의 방천극이 나의 급소만을 노려 왔다.

후웅!!

단순하게 피하는 것임에도 한 방 한 방이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만큼 여포는 강했다.

촤악-!!

여포의 창이 나의 허벅지를 강하게 그어냈다.

푸슛!!!

허벅지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크학……!!”

레벨의 강함을 따라잡은 것도 아니었다.

나에게 이렇다 할 검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여포를 노려보았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1]을 발동합니다.]

……아니, 지금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나름대로 스킬이랍시고 강렬한 눈빛에 여포가 잠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다.

허벅지를 베여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나의 목을 향해 여포가 방천극을 들이밀었다.

“죽어라. 이놈!!!”

지금이었다.

챙-!!!

방천극과 관우의 언월도가 서로 부딪치며, 전장에 울려 퍼졌다.

유비 삼 형제 중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한 관우가 여포의 창을 막아낸 것이었다.

“그대의 기백에 감탄하였소. 벌어 준 시간.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관우의 개입에도 여포는 나를 향해 방천극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찍어내렸다.

깡!!!

“크학…!!”

공격에 당한 것이 아니었다.

검으로 막아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엄청난 압력에 짓눌렸다.

온몸이 찢어질 듯 저릿해져 왔다.

엄청난 압력 덕분인지,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역류해 나왔다.

“커 헉….”

핏물을 거하게 뱉어낸 나는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헉…. 허억….”

그 뒤를 이어 도착한 장비와 유비까지 합세했다.

“쫄리니까 자꾸 튀냐? 애비 셋 가진 종놈아?”

나는 곧 여포를 도발하기 위해 한마디를 던졌다.

여포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얼굴과 두 눈이 시뻘게진 여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서 후회하거라. 이놈!!!”

챙-!!!!

하지만 그 공격은 나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으하하하하. 용기가 대단한 놈이군. 마음에 드는구나. 네놈 이름은?”

“이안입니다.”

“그런가? 좋다. 우리 넷이 이 종놈을 죽이자고!!”

호쾌하게 웃던 장비가 나의 이름을 듣자, 마음에 들었다는 듯 셋이 아닌 넷이라는 말로 반겨 주었다.

역사 속… 그것도 남자라면 한 번은 읽어 봤을 법한 ‘삼국지’에서 만인지적(萬人之敵)이라 칭해지는 당세의 호신(虎臣) 장비가 나에게 칭찬을 한 것이었다.

뿌듯함을 넘어서 무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벅지의 고통을 참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사람의 전투에 끼어든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빈틈 정도는 노릴 수 있겠다 싶었던 나는 네 사람의 전투를 1초도 허비하지 않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당대 최강의 장수들이 벌이는 전투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이 뚫어져라 지켜보자, 스킬 냉정의 효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빈틈이 조금씩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용광검을 사용해 여포의 등 뒤에서 온 힘을 다해 검을 밀어 넣었다.

푸욱-!!

“커헉….”

움직임이 둔해진 여포는 주먹을 휘둘러 나를 날려 버렸다.

쿠광쾅!!!

단순한 주먹질에도 이 정도 데미지라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괴력이었다.

여포가 위기에 몰리자 저 멀리서 여포 군의 부장들과 보병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지 않았다.

여포 군의 부장들과 보병들이 도달해 30초 이내에 여포를 죽이지 못하게 되면 더 이상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끄… 끄아아아아!!!!”

나는 기합이라도 넣듯 소리를 지르며, 억지로 일어나 여포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상황이 매우 급해진 여포는 나의 검에 꽂힌 채, 유비 삼 형제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들 세 사람과 네 사람은 다른 법이었다.

더군다나, 여포는 이미 나의 검에 꿰뚫린 상황이었기에 필사의 의지로 버티는 것뿐이었다.

나는 전력을 다해 달려 여포의 투구 위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단 한 방이었음에도 주먹이 터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뼈가 부러진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크…하악…. 지금…입니다!!!”

투구 위로 친 나의 주먹이 더 데미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일격은 빈틈을 만들기에 충분했고, 유비 삼 형제가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이… 이놈…!!!!”

내 혼신의 일격에 당황한 여포가 나를 쳐다보려는 순간이었다.

장비의 무기. 여덟 길이 되는 세 모가 난 창. 장팔사모의 일격이 여포의 목을 잘라냈다.

스걱-

툭.

“잘했다. 이안이여!”

“음!!”

“멋진 활약이었소.”

유관장. 유비 삼 형제가 나를 칭찬하자, 곧 시스템의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

.

[역사 게이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최초로 역사 게이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오릅니다.]

[본래 역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히든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무쌍난무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기여도를 발표합니다.]

[1. 이안 ]

[기여도 1위 보상으로 30만 시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기쁨과 함께 울컥한 나는 소리를 강하게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아!!!!”

기쁜 것을 떠나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열심히 했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다.

[게이트가 사라집니다.]

[현계로 전이됩니다.]

파앗!!

승리의 기쁨도 잠시, 눈앞이 환해지더니 본래 들어왔던 장소로 전이되었다.

“헉… 허억….”

현계로 나오자 곧 시스템을 이용한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좌, <후한 말기의 비장>이 매우 크게 분노합니다.]

[성좌, <두주불사 호염공>이 후원자가 필요하면 말하라고 합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이번만큼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합니다.]

.

.

.

[성운, 《안락국》이 관심을 보입니다.]

[성운, 《대륙》이 관심을 보입니다.]

[성운, 《타카마가하라》가 관심을 보입니다.]

.

.

.

[성운, 《아스가르드》가 관심을 보입니다.]

[성운, 《왕가》가 관심을 보입니다.]

슬슬 후원자를 뽑을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 나는 성좌들과 성운의 메시지를 무시했다.

뒤지겠는데 말 걸고 X랄이야….

이들이 왜 이렇게 미쳐 날뛰는지 알 것 같았다.

낮은 레벨에 ‘A’급 역사 게이트를… 그것도 역사를 비틀어서 클리어하는 것은 저 성좌들이 인간으로 환생한들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편법과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저들의 입장에선 대단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알림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10만 시드를 제공합니다.]

[현 시각으로 ‘시드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스템의 알림이 끝나자,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후….”

나는 정해진 ‘명’에서 드디어 한 걸음 떼어 낸 것이다.

내가 바꿀 ‘운’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무엇보다 나의 최후를 바꿔야만 했다.

시드 스토어.

첫 번째 미션의 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스토어였다.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시드 스토어는 시드만 있다면 못 살 것이 없었다.

나는 이미 모든 기력을 소진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다행인지 내 주변에는 몬스터가 없었다.

시드 스토어를 사용해 가장 먼저 구매한 것은 회복 약이었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었기에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구매한 것은 조금 더 효율적인 전투를 하고자, 적절한 ‘무림계’의 검법과 ‘질주’스킬을 구매했다.

“하, 이제 좀 살겠네.”

몸을 회복한 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나는 벌어진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레벨이 낮다지만, 사람들의 사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몬스터 게이트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식으로 웨이브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 이세계, 신화 게이트는 웨이브가 되질 않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적어도 G~F급의 몬스터 웨이브에 죽게 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는 그렇지 않은 건 천지 차이구나….

마땅한 무기도 없이 들이닥친 멸망을 막아내기엔 이 사람들에게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나는… 짧은 시간 사이 변해 버린 거리를 보며 이동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다음 행선지를 궁금해합니다.]

“알려 줘야 합니까?”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후회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성좌의 도움은 꽤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나는 곧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몬스터 게이트에 갈 겁니다. 얻을 게 있어서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비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 개노무 자식. 나한테 불만 있는 거 아니야?

다음 행선지는 몬스터 게이트.

용광검과 비슷하게 말도 안 되는 성능을 자랑하는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는 초반 게이트였다.

이번 ‘히든 피스’만 얻게 되면 나는 남들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쭉쭉 치고 나갈 수 있었다.

* * *

스킬 [질주 LV.1]를 사용해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렸다.

이 스킬은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 외에는 다른 성능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보다 구하기 쉽고 이보다 빠른 이동 스킬은 없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당황한 나는 어린아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때의 나는 몰랐다.

동정심으로 구한 이 아이가 훗날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가 될 줄은.

“엄마…. 엄마아…. 흐아앙….”

어린아이가 바닥에 드러누운 자신의 엄마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스킬 [냉정 LV.1]이 발동합니다.]

“…….”

스킬이 발동해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본다고 한들 의미는 없었다.

스킬 냉정은 나의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곧 자신의 어머니를 잃은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엄마는 돌아가신 것 같은데….”

“알아요…. 아는데….”

이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꼬마는 이름이 뭐야?”

“전… 아린이에요. 임아린….”

“나이는?”

“일곱 살….”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못한 어린아이였다.

나는 이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아저씨랑 같이 갈래? 엄마는 이미….”

“…….”

“이곳에 있으면 아린이도 죽고 말 거야. 괴물들 봤지?”

“네….”

임아린은 무언가 결심한 듯.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이 아이의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7살짜리 어린아이도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에 살리고 싶어졌다.

“아저씨랑 엄마 묻어 드리고 같이 가자.”

임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를 모아 임아린의 엄마를 묻어 주었다.

현재 상황에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린아, 엄마한테 인사하고 와야지.”

“응, 네.”

이제는 울지 않는 임아린은….

급조해서 만든 엄마의 무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좋은 곳으로 가서 아린이 지켜봐 주세요…!!”

아이의 결심은 대단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서도 살아남기 급급한 상황에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어떻게 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 아이를 버리고 혼자 살아남는 것은 더욱 싫다고 생각했다.

동정심일지언정….

멸망 많은 것을 바꾸어냈고, 뜻밖의 인연이 생겨나기도 했다.

* * *

임아린과 이야기를 하며 곧 C급의 몬스터 게이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긴 어디예요?”

“못된 괴물 혼내 주러 왔어. 아린이는 아까 말한 대로 하면 돼. 알겠지?”

“알겠어요!”

[몬스터 게이트에 입장하였습니다.]

[이곳의 등급은 ‘C’급입니다.]

[클리어 조건 - 지도자 격 몬스터인 ‘오크 로드’을 처치하십시오.]

고블린에 이어 이번에는 오크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미션이 시작되기 전, 내가 얻어야 할 마지막 ‘히든 피스’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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