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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3화 (3/206)

제3화

episode(2) A급 역사 게이트

홉 고블린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저벅. 저벅.

무섭지 않았다.

레벨의 상승도 있었고, 무엇보다 ‘용광검’이라는 히든 피스가 있었다.

“키케케에엑!!!!!”

스악!!

고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홉 고블린을 가볍게 피한 나는 용광검을 사용해 홉 고블린의 무기를 잘라내 버렸다.

“키?키켁??”

길이가 꽤 짧아진 몽둥이를 보더니, 홉 고블린이 자신의 몽둥이와 나를 번갈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 무기 그거 하나뿐이지?”

홉 고블린의 무기가 절반이 잘려 나가 없어졌기에, 이번 전투는 쉬울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뛰어들어가 홉 고블린을 향해 횡 베기를 사용했다.

후웅!!!

검술에 재능이 없었기 때문인지 나의 검은 홉 고블린을 스치기는커녕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젠장…?

그 모습을 보던 홉 고블린은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키케케켁!!!!”

홉 고블린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한심하게 바라봅니다.]

성좌에 행동에 반박하고 싶었다.

솔직히… 처음 검을 다루는데 이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흥분한 홉 고블린이 짧아진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지속된 전투로 인해 겁이 달아난 것인지, [냉정 LV.1] 효과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죽자.”

휘익!

스컹-

홉 고블린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지만, 목은커녕 다시 한번 몽둥이를 자르고 말았다.

“하하하….”

그나마 다행인 건…….

홉 고블린의 몽둥이가 지나치게 짧아져 더 이상 공격할 수단이 없는 것이었다.

홉 고블린을 향해 회심의 스킬을 날려주었다.

[스킬, [강렬한 눈빛 LV.1]을 발동합니다.]

내 눈빛을 본 홉 고블린이 겁에 질렸는지, 뒷걸음질을 치며 저 멀리 달아나는 중이었다.

기회였다.

타타탓!

나는 홉 고블린을 향해 달려 나갔다.

푸욱-!!!

추진력을 이용했다.

강한 찌르기에 성공한 나의 용광검은 홉 고블린의 복부를 관통했다.

촤악!

기세를 몰아 홉 고블린의 복부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스악!!!

위에서 아래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최초로 지도자 격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최초 업적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3만큼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게이트가 1분 뒤 사라집니다.]

“좋아쓰!!!”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겨우 그 정도에 기뻐하는 것이냐며 비웃습니다.]

도대체 저놈의 성좌 놈은 왜 자꾸 나를 갈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놀려대는 성좌를 무시한 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지도자 격 몬스터와 첫 전투에 첫 승리였다.

[게이트가 사라집니다. 게이트 내에 모든 인원이 현계로 전이됩니다.]

파앗!!!

시스템의 알림이 울리자마자, 곧 들어온 포탈로 이동해 있었다.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자 게이트를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살았다…!!!”

“누군가 게이트를 클리어한 거야!!”

“하…. 엄마 보고 싶어….”

나이대가 다양했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반응을 보이며 자신들이 안전할 거라 생각하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서울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무너지고 정부가 사용하는 군용 무기니 핵무기 같은 건 몬스터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시스템의 영향 덕분이었다.

슬슬 나타날 텐데…?

내 말을 신호로 내가 기다리던 미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 첫 번째 미션

- D ~ A급 이상의 역사 게이트를 클리어하세요.

제한 시간 - ???

클리어 조건 - ‘역사’급 게이트 클리어.

성공 시 – 10만 시드 및 시드 스토어 이용 가능

실패 시 - 사망

첫 번째 미션은 간단했다.

역사 게이트.

변한 세상에서의 게이트는 총 네 가지가 존재했다.

몬스터 게이트, 역사 게이트, 이세계 게이트, 신화 게이트였다.

같은 등급일지라도 몬스터 게이트가 가장 약했다. 신화 게이트와 몬스터 게이트가 같은 급이어도 난이도는 신화 게이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마디로 같은 등급의 네 가지 게이트는 몬스터, 역사, 이세계, 신화 순으로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나는 첫 번째 미션이 뜨기도 전에 몬스터 게이트에서 ‘용광검’을 얻었기에 역사 게이트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본 ‘명’에 따르면 가장 무난한 방법은 D급의 역사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A급임에도 쉽게 클리어가 가능한 게이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보라색의 역사 게이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A급이면서도 1레벨이 몸을 사린다면, 깰 수 있는 역사 게이트가 존재했다.

이쪽 근처인 거 같은데.

십여 분을 돌아다니며 찾은 끝에 나는 역사 게이트의 앞에 도착했다.

이곳을 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클리어만 한다면 적당히 사용 가능한 공격용 스킬을 얻음과 동시에 레벨의 상승도 클 것이었다.

그리고….

본래의 클리어 조건이 아닌, 역사를 비틀어 버리는 방법으로 클리어한다면 보상은 배가 되었다.

이것이 내가 본 ‘명’ 속의 기억.

내 기억 속 ‘명’은 나 자신이 겪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타인에게 듣거나 타인이 클리어한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 알게 된 것도 있었다.

이 역사 게이트와 히든 피스인 ‘용광검’이 그 경우에 해당했다.

나는 곧 보상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게이트에 진입했다.

[역사 게이트에 진입하였습니다.]

[게이트의 등급은 ‘A’등급입니다.]

[이곳은 성좌, ‘후한 말기의 비장’님의 게이트입니다.]

[클리어 조건 – ‘후한 말기의 비장’님의 강함을 느껴 보세요.]

클리어 조건은 단순했다.

이곳이 A등급인 것은 단순히 역사 속 전쟁을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본래 역사 게이트나 신화 게이트는 성좌들이 본인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어떠한 계기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만들어 낸 것. 성좌 ‘후한 말기의 비장’의 역사대로만 진행한다면 클리어는 쉬울 수밖에 없었다.

RPG 게임으로 치자면 버스를 타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진영을 선택해 주세요.]

이 게이트는 역사.

역사 중에도 전쟁 역사였다.

전쟁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영을 고를 수가 있었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후한 말기의 비장’의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서 ‘후한 말기의 비장’의 강함을 몸소 느껴 보면 클리어가 되는 단순한 게이트였다.

이렇게 쉬운 게이트가 A급인 이유는….

그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성좌가 되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성좌가 된 인물들이 이 게이트에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A 진영을.

올바른 클리어 방법이라면 B 진영을 선택해 비장의 강함을 느끼는 것이 가장 쉬운 클리어 방법이었다.

하지만….

내가 A 진영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본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바꾸기 위함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여 주고자 하는 역사를 바꾸게 되면, 한 등급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난이도 상승이 일어나기에 클리어는 힘들 수도 있었지만 이 전장에서 성좌가 된 인물들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내가 진영을 선택하자, 곧 A 진영으로 전이가 되었다.

파앗!!

* * *

“연합군이 밀려오고 있지 않으냐!! 이번엔 누가 나설 것이냐!!”

“아버지, 소자가 다녀오겠습니다. 하찮은 벌레들은 제 방천극 아래 목이 잘려 나갈 것입니다.”

“크하하하하. 역시 내 아들이구나. 좋다. 다녀오거라!!”

군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와 아들의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실제 부자지간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비장의 뒤를 따라 전쟁에 나섰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아버지라 불리는 군의 대장을 치려는 연합군이 몰려왔다.

이름 그대로 비장은 전장 이곳저곳 흩트려 놓으며 승기를 잡고 있었다.

대단한데…?

비장이 나서자, 연합군은 순식간에 몰리기 시작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었다.

나는 적당히 도와 가며 전투했다.

일개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크하하하하하. 누가 나를 죽일 것인가? 썩 나오지 못할까!!”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비장의 강함은 연합군이 찍소리도 못 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산적 같은 생김새에 덩치가 범과 같은 자가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범과 같은 자의 목소리는 비장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이놈!!! 이 장비 님이 상대해 주마!!!”

“흥, 웬 산적 같은 놈이 나타났군.”

이곳은 후한 말기의 비장, 여포 봉선의 역사 게이트였다.

자신의 강함을 이용해 카르마를 쌓고, 성좌가 된 인물.

이자는 강했다.

마중적토 인중여포(馬中赤兎 人中呂布)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이 전장의 이름은 동탁 토벌전. 호뢰관 전투였다.

동탁의 폭정을 참지 못한 조조를 비롯해 여러 제후가 모여 동탁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였다.

호뢰관 전투는 사수관 전투에 이은 두 번째 동탁 토벌전이었다.

“그래, 그 더러운 얼굴을 날려 주마. 덤비거라!!”

“아비가 셋인 놈이 말이 많구나!!!”

“뭐… 뭐라고!?”

장비의 말에 여포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여포는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 외에 양아버지가 둘이었다.

첫 번째는 정원, 두 번째는 동탁이었다.

여포는 전투에 자금관을 항상 쓰고 다녔기 때문에 호뢰관 메뚜기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자신의 양아버지를 둘이나 죽였기에 패륜에 더 어울리는 아비 셋 여포가 더 유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니 영화보다 재미있군….”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같은 생각이라 말합니다.]

“모처럼 통했네요.”

장비의 도발에 화가 난 여포는 자신의 붉은 말인 적토마를 이끌어 앞으로 나섰다.

여포는 방천극을 휘두르며 장비를 공격했다.

꽤 여러 합을 겨루었지만 결국 밀리게 된 것은 장비였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 게이트는 여포 자신이 유비 삼 형제와 삼 대 일로 싸워 버틴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게이트였다. 싸움만 좋아하는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이지 바보스러운 게이트였다.

장비가 밀리기 시작하자, 곧 장비의 의형제인 관우가 등장해 여포와 2대 1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도 여포가 회심의 공격을 장비에게 날리자, 쌍고검을 든 유비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벌레들이 하나씩 등장하는구나!!! 모두 죽여 주마!!”

화가 잔뜩 난 여포는 유비 삼 형제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슬슬 움직여야겠다.

유비 삼 형제와 한참 전투를 벌이던 중 자신의 강함을 보여 준 여포는 퇴각하게 되는 것이 본래의 역사였다.

이것이 여포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듯이.

즉, 클리어 조건도 여포의 퇴각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를 바꾸려면 지금부터 두 가지 선택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했다.

첫 번째는 유비 삼 형제를 도와 여포를 죽이는 것.

두 번째는 여포가 유비 삼 형제를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

한참을 고민 한 나는 역사를 비틀기 위해 두 가지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했다.

어떤 방법을 고르던 여포가 퇴각하게 두는 것만 피하면 역사 비틀기는 가능한 것이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합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유비 삼 형제를 도와 여포를 죽이는 것.

굳이 아비 셋인 패륜아를 도와주고 싶지는 않았다.

슬슬 여포가 전투에 밀리자, 여포가 퇴각할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퇴각로를 선점해 서 있었다.

상황은 곧, 극에 치달았다.

“으하하하하, 내 실력을 보았느냐. 네놈들은 다음에 상대해 주마.”

솔직히 말해서 질까 봐 튀는 게 말은 그럴싸했다.

두두두두두.

자신의 붉은 말인 적토마를 탄 여포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비켜라. 이놈들!!!”

유비 삼 형제는 여포를 쫓았지만, 마중적토라는 말이 있듯 적토마의 속도는 엄청났다.

지금…!

나는 곧바로 용광검을 빼 들어 여포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야이 애비 셋 메뚜기 새끼야!!”

“……!?”

나를 제외한 전장 속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진영인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유비 삼 형제를 포함해 이곳을 지켜보는 성좌들마저 놀라고 있었다.

[성좌, <후한 말기의 비장>이 어이없어 헛웃음을 짓습니다.]

[성좌, <귀가 큰 황제>가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성좌, <얼굴이 붉은 미염공>이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리며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성좌, <두주불사 호염공>이 속 시원한 발언에 호쾌하게 웃습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박장대소합니다.]

“뭐, 왜? 불만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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