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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18화 (218/225)

〈 218화 〉 밝혀지는 두 집안(2)

* * *

“선생님. 저도 이제 밤낚시 준비 다했어요.”

공주는 착 달라붙은 하얀색 바지에 짧은 면티 하나를 걸치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가방 하나를 챙겨 들고 있었다.

“가방은?”

“밤에 먹을 간식 좀 챙겼어요.”

“자, 그럼 가까이 와서 안겨.”

“꼭 이래야 하나?”

“그렇다니까. 자 입술.”

그녀는 미준과 마주서서 고개를 들고 입술을 내밀었다.

어느 때와는 달리 그녀의 네민 입술을 통째로 덮었다.

“흡.”

동시에 미준은 회전 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바로 요트 갑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여긴?”

공주가 눈을 뜨자 많은 선박들이 늘어선 가운데 자신들이 탄 배가 그 사이에 정박해 있고 둘은 갑판위에 올라 있었다.

“배낚시 하시게요?”

“나의 전용 요트낚시.”

“아.”

미준은 시동을 켜서 중산항에서 빠져 나왔다.

공주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매우 상쾌한 바람이었다.

대부분의 아가씨들과 별반 다름없는 공주의 포스였다.

뱃전에 기대어 심호흡을 하며 바다의 향을 빨아들이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인어도 부근에 정착하였다.

인어도는 바로 연상준 회장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저 인어도가 어쩌면 어머니와 관련된 섬이 아닐까?’

미준은 나름 별장처럼 보이는 인어도 불빛을 보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모르지.’

‘연회장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섬의 이름을 인어도라 했을지도.’

어머니의 전생이 인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준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낚시한다.”

공주에게 먼저 낚싯대 하나를 골라 채비를 해 주었다.

찌는 야광찌를 달아주었고 새우를 미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난 다음 그녀에게 낚시에 대한 기본 교육에 돌입하였다.

“이걸 찌라고 해. 이게 물속으로 끌려가면 챔질을 해야 해.”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냥 좀 움직이면 고기가 미끼를 건드린다는 뜻이거든.”

“아.”

“물었다고 판단되면 챔질을 하면 돼.”

그리고는 릴을 감는 방법을 일러주고 낚싯대를 던지는 방법도 가리켜 주었다.

“자, 연습.”

그녀는 몇 번씩이나 낚싯대를 던지면서 묻곤 하였다.

“이제 할 수 있겠어?”

“한번 해 봐야죠.”

불과 중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공주는 역시 오랜 자연 생활에서 나름 융통성을 가지고 있었다. 미끼도 잘 끼우고 낚싯대를 잡는 방법도 자연 터득을 하는 것 같았다.

“소질이 있는 것 같네.”

“제가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이 파이브를 연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봐.”

그녀는 신기해하면서 낚시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난 뒤 미준은 자신의 낚싯대도 골라 채비를 한 후 던져 넣었다.

여름이 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밤 날씨는 시원한 편이었다.

솔솔 불어오는 바다 바람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리고 있었다.

미준의 낚싯대가 물에 잠기기도 전에 그녀의 찌가 물속으로 끌려들어간다.

“지금 이에요?”

그녀는 배운 대로 낚싯대를 추켜세우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그녀의 초리대가 바르르 떤다.

“낚인 것 같아요.”

미준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힘쓰는 포음이 큰 고기는 아닌 것 같다.

“천천히 끝까지 감아.”

그녀는 천천히 낚싯대를 감으며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였다.

볼수록 귀엽고 섹시해 보인다.

특히 낚시를 하는 여자를 보면 몇 갑절이나 더 섹시해 보였다.

지금 미준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그녀의 생애 첫 번째 걸린 고기가 낚싯대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

“제법 커요.”

올라온 고기는 쏨뱅이였다. 생각보다는 씨알이 좋은 놈이었다.

“무슨 고기죠?”

“쏨뱅이.”

미준은 낚싯대를 꽂아두고 그녀의 고기를 빼 주었다. 그러면서 고기를 잡고 빼는 방법도 일러 주었다.

미준은 갑판 바닥 수족관 뚜껑을 열고 던져 넣었다.

“여기 수족관이 있었네요.”

“응.”

“재밌어요.”

그 다음은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우를 끼우려고 줄 조절을 하고 난 뒤 바다로 던져 넣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소 서툴러 보이긴 해도 요트 낚시에서는 그 정도만 하면 성공인 것 같다.

다시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두고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미준을 돌아보며 생긋이 웃는다.

그녀의 하얀 치아가 가슴 설레도록 예뻐 보였다.

‘저걸 그냥.’

“왜 자꾸 힐끗힐끗 쳐다봐요?”

“어험.”

미준은 헛기침을 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또 물었어요.”

“그것 참, 나보다 더 잘 낚네.”

“호호호, 제가 어복이 있나 봐요.”

“어복?”

“그런 소린 또 어디서 들었어?”

“저녁에 TV봤어요. 낚시 TV.”

“그런 프로도 보나?”

“선생님이 프로 낚시꾼인데 학생인 제가 낚시 못하면 되겠어요. 그래서 낚시 TV 많이 보며 배우고 있어요.”

‘그럼 그렇지. 신기하게 뭘 좀 잘 한다 싶었다.’

이번에 올라 온 것은 제법 큰 우럭이었다.

“이건 우럭.”

공주는 바다 고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갈수록 들떠 보였다.

저 정도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빼앗길 것 같다. 뿌듯하다 못해 빨려들 것이다.

기산의 낚시에도 우럭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제 고향에서 물고기 잡기 보다는 좀 어렵지만 낚시란 것이 은근 재미있어요.”

“여긴 바다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이 살던 숲속을 고향이라 하였다.

“낚시가 원래부터 사람을 끈다니까.”

“맞죠.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낚시에 몰입되어 갔다.

“또 걸었어요.”

공주는 이따금씩 광어와 우럭, 붕장어를 건져 올렸고 미준의 조과도 이와 비슷했다.

“아!”

공주의 탄성이 또 흘러 나왔다.

부르르 떠는 모습이 장난이 아니다.

“천천히 챔질 하듯 당겼다가 감고 당겼다가 감고를 반복을 해봐.”

“이렇게요?”

미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공주는 온 힘을 쏟아 낚싯대를 감는다. 이번에 아마도 뜰채가 필요할 것 같다.

“아∼아.”

미준은 그녀의 탄성에 고개를 돌렸다.

“떨어져 나갔어요. 아, 꽤 컸는데.”

“원래 잃어버린 고기는 다 커 보이는 법이야.”

“아니 진짠데.”

그녀는 손맛이 묵직하게 느껴졌는데 떨어져 도망을 가버리자 무척 안타까워하는 눈치였다.

“아, 아까워.”

이번엔 미준이 참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고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도 큰 것 같아요.”

미준은 아예 뜰채를 쥐고 옆에 서서 기다렸다.

그녀가 건질 고기가 물위로 떠오를 때 까지.

“아저씨. 엄청 커요.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음.”

역시 50은 될 것 같은 중자 이상의 참돔이었다.

“이거 참돔이죠?”

“그러네.”

“방송에서 본 것 보다 더 예쁘네요. 색이 살아있고.”

‘이 여자. 잘하면 날 먹여 살리겠어.’

미준은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저 보고 또 엉큼한 생각 하시죠?”

“무슨 생각?”

“엉큼한 생각.”

“어떤 생각이 엉큼한 생각인데?”

“그러게요.”

공주는 얼굴을 붉혔다.

“자, 이제 식사하고 할까?”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공주는 선실로 들어가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이거?”

“....?”

“볶음밥.”

공주는 볶음밥이라면서 뚜껑이 덮인 플라스틱 사각 용기를 건네주었다.

“이건 내꺼.”

“.....?”

그리고 오이 썬 것과 풋고추, 멸치등과 고추장을 꺼내 놓았다.

미준은 얼른 볶음밥이 든 두 개의 그릇을 가지고 선실에 들어갔다.

볶음밥은 아무래도 식은 채 먹기는 좀 그런 것 같았다.

“따뜻하게 데웠어.”

“요트 안에서 요리도 할 수 있어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먹어요.”

그들은 간식을 먹은 후 커피를 타서 한잔씩 마시고 의자에 앉아 별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제가 오늘 몇 마리나 낚았는지 아세요?”

“글쎄.”

“무려 여덟 마리나 낚았어요.”

“나는?”

“선생님은 네 마리.”

“아닌데.”

“몇 마리 낚았어요?”

“다섯 마리.”

“아닌데. 내가 분명히 세고 있었는데.”

“믿어지지 않으면 세어봐.”

정말 공주는 수족관 뚜껑을 열어 일일이 랜턴을 비춰가며 세고 있었다.

“네 마리 맞는데.”

“잘 세어봐.”

다시 공주는 수족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밖에도 있잖아.”

“어디?”

“여기.”

미준은 공주를 가리켰다.

“나?”

“응. 공주는 내가 낚은 거 아니야.”

“네? 호호호. 참 선생님도.”

“내가 거짓말 했나?”

“치, 내가 언제 낚였나? 내가 선생님을 낚았지.”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갑판 위에 의자 두개를 나란히 붙여놓고 서로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래,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단 만나게는 해 드리자. 선택은 두 분이 할 일이고.’

갑자기 미준은 다른 생각에 젖어 있었다.

연회장도 아직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고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때 어머니께 만나보셨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니, 자네 생각도 있을 것이고.’

분명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진정 두 분은 지금까지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게 분명한 거 같다. 서로 사랑한다면 더 이상이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돌아가서 연슬준 지점장을 만나야겠다.’

그의 생각도 미준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까?’

평생을 떨어져 살아왔으니 지금이라도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게 맞는 것 같다.

미준은 휴대폰을 다시 켜 두었다.

“선생님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아무 말 없이 별만 처다 보고 있는 미준은 보며 공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같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

“.....?”

“선생님 누구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있지.”

순간 미준은 은혜와 예솔이, 소현이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누구예요?”

“제자.”

“제자를 사랑해요?”

“응.”

“선생님.”

“왜?”

“그 제자 지금 어디 있어요.”

“여기.”

“놀랐잖아요.”

‘그래 누구나 다 놀라겠지. 자기만 사랑한다고 생각할 테니.’

“사랑이란 말이야.”

“.....?”

“떠도는 도깨비 같애.”

“.....?”

“가까이 있을 땐 간절하고 멀리 있을 땐 더 간절한.”

“선생님.”

공주는 다시 미준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들어가자.”

미준은 낚싯대를 걷어 대충 갑판위에 올려두고 공주를 데리고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선실 바닥에 모포를 깔고 이불과 베개를 꺼내 놓았다.

“우리 좀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낚시해.”

공주도 별 말 없이 미준을 따라 바닥에 누웠다.

“옷은 갈아입지 않고?”

“없어요.”

미준은 옷을 벗어 버리고 추리닝을 꺼내 입었다. 자신의 잠옷을 공주에게 주려다가 그냥 두었다.

“자, 이리와요.”

미준은 공주를 가까이 당겨 그녀의 면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차가워요.”

하는 수 없이 미준은 손을 빼내 그녀를 껴안고 잠을 청했다. 가끔 공주는 꼼지락 거리며 미준의 손을 잡고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작은 파도의 일렁임이 요트를 가볍게 흔들고 있어 마치 어머니 등에 업혀 자장가를 듣는 아기들 같았다.

밤새 끗 요트는 일렁이고 있었다.

“엄마. 엄마.”

공주의 소리를 듣고 미준은 눈을 떴다.

창밖으로 비치는 불빛을 받으며 공주는 잠꼬대를 하는 거 같았다.

“공주야.”

미준은 그녀를 흔들자 그녀는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미준을 쳐다봤다.

“꿈꿨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유, 이마에 땀 좀 봐. 나쁜 꿈을 꿨나보네.”

그녀는 말없이 미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미준은 그녀를 안아주며 등을 도닥거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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