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중산으로 온 공주(3)
* *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니 놀라지 말고 잘 듣길 바란다.”
“네.”
어머니는 잠시 굳어진 표정을 지으시고 한참동안 눈을 감고 계셨다.
“네 아버지는 너처럼 낚시를 매우 좋아하셨다. 흔히 말하는 낚시꾼이었어. 어느 날 밤 중산 진호동 해안에서 낚시를 하시던 중 때 아닌 유성우가 쏟아져 내리는 골 목격했지.
‘유성우?’
그 날 밤 진호동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게 되었어.”
“쓰나미 말입니까?”
“그래, 흔히 해일이라고도 하지.”
“그래서요?”
“아버지는 천운을 타고 나셨는지 쓰나미에 휩쓸려 많이 밀려갔지만 다행히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단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신비의 힘을 얻어 괴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프로 괴물 낚시꾼이 되셨지.”
“아버지도.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기회만 있으면 낚시를 하셨고 보석과 원석을 얻게 되었다. 간혹 운석도 얻을 수 있었지. 그러다 보니 자연히 돈을 모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것을 발판으로 하여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어 젊은 Ceo의 길을 걸을 걷게 되셨어.”
“저와 비슷한 점도 있네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그 분은 사업 수완도 탁월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가족같이 생각하여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지.”
“네.”
그러는 가운데서도 낚시에 대해서는 게을리 하지 않았어.
“난 네 아버지가 낚시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네 아버지를 짝사랑하였고 네 아버지와 인연을 맺기를 학수고대하였어.”
“....?”
“사업은 날로 팽창해 나갔어,”
“그러던 난 우연하게 네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네 아버지 도움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지.”
어머니는 지난 일들을 회상하시며 한숨을 지었다.
“.....?”
“네 애미는 바로 세이렌의 후손으로 바다에 사는 인어였단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인간들이 말하는 인어에는 두 종류가 있단다.
하나는 몸이 사람과 꼭 같은 해인이란 바다 인간이 있고, 하나는 상반신만 사람이고 하반신 물고기인 어인, 즉 인어가 있지.”
“네.”
“네 어미는 바로 어인에 속했단다.”
“그럴 수가.”
“난 네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네 아버지도 나를 사랑했어.”
“네.”
“인어는 인간의 사랑을 받게 되면 사람이 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었지.”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저도 그런 전설은 들었던 것 같아요.”
“나도 그 말을 믿었어. 나는 인간이 되고 싶었고, 네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내 꿈을 이루었지. 인간이 되었단 말이다.”
“그랬군요.”
“난 얼마나 감격하며 좋아했는지 몰라. 난 네 아버지를 새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했지.”
어머니 뺨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래서 네 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되었지.”
“네.”
“그런데 네 아버지는 인물이 출중하고 성격이 후덕하여 주변 사람들이 늘 칭찬하고 존경했어. 네 아버지의 그런 성격은 젊은 CEO로서 갖춰야할 덕목이었고, 사업을 확장시키며 재력을 쌓는데 힘이 되었지만. 당신의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더글 거렸어.”
“여자들이요?”
“그랬지. 많은 처녀들이 네 아버지를 선망했고 아버지는 처녀들의 이상형이었지. 그러나 네 아버지는 항상 절제하고 조심을 했지만 결국 한 여자를 사랑한 거야.”
“어머니와 결혼을 하고 난 뒤에 말이에요?”
“그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나를 만나기 전부터 사귀던 사람이었고 나보다 먼저 사랑한 사람이였지. 우리가 결혼을 하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아, 네.”
“어느 날 그 여자는 혼전 임신을 하게 되었단다. 그 여자는 아들 하나를 낳아두고 결국 병이 들어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찌 그런 일이.”
“난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도 난 네 아버지를 사랑했지. 그래서 그런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지.”
“네. 정말 사랑했나 봅니다.”
“음. 그래서 난 네 아버지 청혼을 받아 들여 결혼을 했단다.”
“
네.”
“난, 너무 행복했어. 네 아버지를 만난 것이 이세 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
“그 아이는 나를 친엄마 못지않게 잘 따랐고 나 또한 그 아이를 무척 사랑했어. 난 네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혼전에 낳은 아이 하나가 아무 장애가 될 수 없었지.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들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그 아이가 고맙고 귀여웠어.”
“...?”
“난 또 그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있었지. 결국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게 되었어.”
“네, 그랬군요.”
“여전이 그 아이는 나를 잘 따라 주었고 나도 그 아이게 사랑을 베풀었어. 네 아버지도 여전히 나를 아껴 주셨지.”
“그런데, 왜 헤어지셨어요?”
어머니는 식은 찻잔을 들고 잠시 숨을 고르셨다.
그때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다시 눈물을 글썽이셨다.
미준은 찻잔을 든 어머니의 손이 떨리는 걸 보았다.
“어머니. 힘드시면 나중에 하세요.”
“아니다. 좀 쉬었다 하자.”
미준은 어머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참 후 어머니는 다시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런데 몇 년 후 내게 문제가 생겼다.”
“문제라뇨?”
“난 내가 완전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가 완전하지 않다니요?”
어머닌 고개를 끄덕였다.
“......?”
“드디어 나에게도 기다리던 아기가 생겼어. 임신을 하게 됐다는 거야. 보통 임신한 사람은 병원에 들러 진찰도 받고 아이의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데 난 그런 게 겁이 났어.”
“왜 겁이 났어요?”
“난 그 땐 아직 인간 세계에 대한 자신도 없었고 병원에 가기가 싫었어. 혹시라도 의사가 인간과 다르다는 진찰을 할까봐서 그게 두려웠던 거야.”
“네, 그럴 수도 있겠어요.”
“누군가가 그랬지. 인어는 난태성 어종이라 했거든.”
“난태성?”
“아이를 낳으면 알을 낳는다는 이야기지. 임신 소식은 너무나 기뻤지만 그것이 두려웠어. 혹시 알을 낳을까봐. 진찰을 하면 밝혀질 거니까.”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지. 네 아버지가 함께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늘 속였지. 난 혼자 병원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했지.”
“마음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돼요. 어머니.”
“그런데 네 어미는 학력이 없잖아. 인어에서 인간으로 탈바꿈 했으니 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지.”
“네. 그랬군요. 저도 한 때 그 점이 늘 궁금했어요. 어머니 같이 지혜로운 분이 어떻게 학력이 전혀 없는지. 그래도 차마 물어보지 못했어요. 어머니가 혹시 마음의 상처라도 입을까 해서.”
“그랬겠지.”
“네 아버지가 비록 결혼 전에 얻은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해도 구혼을 하는 상대자는 무척 많았어. 가문도 뛰어나고 학력도 좋은 명문대학 출신의 규수가 줄을 설 정도였어. 무엇보다 그땐 이미 네 아버지는 재벌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고 누가 봐도 훤칠한 키에 인물이 탁월했어. 너처럼 말이야. 그 많은 주변 여자 중에서 손만 내밀면 시집올 처녀들이 부지기수였지.”
“네, 그래서 집안에서 반대하셨겠네요. 어머니와의 결혼을.”
“네 할머니가 무척 반대했지. 아마 나라도 반대 했을 거야. 그러나 네 아버지는 끝까지 반대를 무릎 쓰고 나와 결혼을 해 줬어.”
“네.”
“그런데 네 할머니가 그런 나를 곱게 볼일이 있겠어? 출신이 고아라고 소개를 했지. 어떻게 인어라고 말을 할 수 있으며 누가 또 그걸 믿어 주겠어?”
“그렇겠네요.”
“거기다가 학력은 무 학력에 출신은 고아라. 재벌 대표 부인으로는 격에 맞지 않지.”
“....?”
“그런데 이번 엔 난 알을 낳은 거야. 임신 육 개월 만에 말이야. 그것도 출산 예정일 3개월이나 일찍 진통이 와서 부득이 수술을 했는데 말이야.”
“네.”
“그런데 말이야. 염려했던 대로 난 알을 낳았어.”
어머니의 말씀을 들은 미준은 눈을 크게 떴다.
“알이라뇨. 세상에 그런 일이.”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로 여기던 할머니가 그냥 게시겠어?”
“야단법석이 났겠어요.”
“모두 알을 버리라고 했지.”
“....?”
“생각을 해봐. 사람이 낳은 것이 타조 알 같다면 놀라지 않겠어?”
“아버진요?”
“아버지도 당황하셨겠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알을 깨어 볼 수도 없고. 그러다 깨보면 계란 같이 쏟아지면 어떻게 할 거야.”
“난 너무 창피하여 죽을 결심을 하고 몇 번이나 창문에서 뛰어 내리려고 했지.”
“그런데 어느 날 나 몰래 알을 버리라는 말씀들이 오고 갔었지. 병원을 봉쇄하고 언론을 차단하여 재벌 총수의 아내가 알을 낳았다는 소문이라도 나봐. 세상에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 아니겠어?”
“그러니 모두 쉬쉬하면서 알을 갖다 버리라는 이야기가 나왔겠지.”
“미준은 자신의 가슴이 무척 답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난 그 알을 안고 아무도 모르게 잠적 했지. 나는 이름을 고치고 그 알을 인큐베이터에 넣어 길러 보기로 했어. 혹시 하고 말이지. 4개월 뒤에 그 알에서 옥동자가 태어났어.”
“어떻게 그런 일이.”
미준은 입을 딱 벌렸다.
“그럼 그 알에서 태어난 아기가 바로 저란 말씀이세요?”
미준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어머니 도저히 전 어머님 말씀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렇겠지. 나도 믿기 어려웠으니까.”
“난 네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그 아기에게 정성을 다했지만 결국 애비 없는 자식을 낳은 미혼모가 된 거야. 그때까지 난 네 아버지와 혼인신고가 안 된 상태였거든.”
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엄마.”
“미안하다. 미준아.”
“그래서 제 성이 어머니와 같은 천씨가 됐군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마음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것도 모르고 전.”
“그런데 미준아. 난 그 아이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아. 그 아이가 바로 뉴 해양 중산 백화점 지점장 연슬준이란 사람이다.”
“역시 그렇군요.”
“세간에 그 아이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나 보도가 나올 때 마다 난 그 아이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았어. 내가 잘 돌봐줬으면 그렇게 자라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사람은 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잖아요.”
“그런 것도 있지만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새 엄마에게 사랑을 주는데 새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겠지. 올바로 자라기엔 힘이 들었을 거야.”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에요.”
“맞아. 돈이면 다 뭐야. 사랑을 모르고 자랐을 수도 있고.”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네가 그 사람을 만나든지 아니든지 네가 결정해라.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미준은 소파에 앉아있는 어머니 뒤에 가서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어머니. 제가 더 잘할게요.”
“만약 네가 네 아버지를 찾겠다면 그도 말릴 수는 없겠지. 자기 어버지를 찾겠다는데 내가 어찌 말리겠어.”
“아버지는 만나보셨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왜 만나 보시지 그랬어요.”
“최근에 와서 어떻게 알았는지 몇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내가 받지 않았지. 그러자 어느 날 가족들을 데리고 집까지 찾아왔지만 난 끝까지 만나지는 않았다.”
“만나 보시지 그랬어요.”
“네의 의견도 있을 것 아니야.”
“그래도 어머닌 아버지를 사랑하고 계시잖아요.”
“사랑.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 말이구나. 그 후 난 너 외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어머니 눈가엔 눈물이 어른 거렸다.
“처음엔 그랬다. 버리라고 한 내 아들을 누가보다 잘 키워서 당당하게 그들 앞에 나서겠다고.”
“그런데 제가 자라면서 속을 많이 태웠죠?”
“그러나 그것도 다 부질 없더라. 어느 순간 난 모든 걸 포기하고 너와 함께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
미준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찹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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