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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15화 (215/225)

〈 215화 〉 중산으로 온 공주(2)

* * *

“난 여기서도 일이 많지만 종종 사냥을 가거나 낚시를 해요. 기회가 되면 공주와 함께 할 거구요.”

“고마워요. 아저씨.”

“더 물어볼 것이 없어요?”

“제 나이가 23세로 되어 있던데 아저씨가 정한 거예요?”

“공주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 정도 돼요.”

“아저씬 29세라면서요?”

공주는 미준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

이야기를 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으나 공주는 이미 이것을 알고 있었다.

“왜 나보다 적어 억울해요?”

“아뇨, 전혀. 헤헤헤.”

미준은 따라 웃었다.

“그럼 아저씨. 이젠 제게 말씀 낮추세요.”

“아니에요. 보기엔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공주가 나보다 나이가 더 윌 수가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보이는 대로 23세로 할 거예요. 주민증에도 그렇게 되어있고.”

“너무 나이가 어려 섭섭한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자는 나이가 적을수록 좋다면서요.”

“큭큭, 그런가?”

“헤헿.”

“언제 또 그런 건 알아가지고.”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미준이 준비했고 식사를 한 후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백화점과 편의점. 마트 등을 다니면서 공주가 필요한 옷과 신발, 생필품들을 많이 구입했다.

미준은 하루 빨리 공주가 새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많이 하였다.

미준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때도 공주는 중산 시내 곳곳으로 돌아다니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트도 가고 백화점도 들리고 전통시장, 유명 식당, 영화관까지 섭렵하고 중산 대공원에도 다녀왔다고도 했다.

미준과의 행보는 주로 밤을 이용했다. 아무래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들이란 참 영리하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 당장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파악했고 특히 공주의 적응 시간은 꽤 빠른 것 같다.

“오늘은 은행에 다녀왔어요. 현금도 찾고 저축하는 것도 배우고.”

“대단해요. 공주.”

“네, 왕자님.”

“왕자님?”

“저보고 공주라는데 저도 이제부터 왕자님으로 부를까?”

“사실 전에도 이곳으로 나온 일이 가끔 있었어요.”

“알아요.”

“그러나 그땐 겁이 나서 제대로 부딪치지 못했는데 이젠 마음 놓고 밀어부처요. 그러니 안되는 게 별로 없었어요.”

“남자들이 유혹하는 것은 조심해야 해요.”

“호호호. 사실 이건 다 왕자님 덕분이에요. 제 뒤에 아저씨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두려움이란게 다 없어지더라고요.”

“안되면 아저씨께 전화하면 되고.”

“그래요?”

“사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도 모두 친절해요.”

“다행입니다.”

“근데 아저씬 왜 말씀 낮추지 않으세요?”

“그건 좀.”

“밖에 나가니 모두 제보고 아가씨라 그러고 어떤 아주머니는 말도 놓고 놓던데.”

“....?”

“그런데 정작 아저씨는 제게 말을 높이고. 이건 아니잖아요. 괜히 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처럼.”

“알았어요. 그럼 이제부터 말을 낮출게. 난 그기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는데.”

“이제 숲속처럼 좀 편해 졌어요?”

“편하죠. 숲에서는 모든 것을 제 스스로 다 얻어야 하는데. 잡고, 캐고, 따고, 모두 다 네가 직접 했지만 여기선 모두 돈으로 사잖아요. 문제는 돈 같아요. 돈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벌써 그걸 알았어요?”

“사실 그러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모든 힘을 쏟는 것 같아요. 시장이나 백화점이나 영화관까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빨리 적응하고 빨리 파악한 것 같네.”

“그런데 전 어떡하죠. 아저씨가 벌어 놓은 돈을 쓰기만 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돌아 다녀 봤어요.”

“벌써 일자리를?”

“그래야 제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아요.”

“안돼. 당분간은 그런 생각하지 마.”

“그럼?”

“간혹 나와 함께 사냥도 가고, 낚시도 하고, 숲속에 가서 산삼이나 버섯들을 채취해 오면 그 또한 여기에선 엄청남 돈이 되니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그건 그렇지만 일자리가 있어야.”

미준은 놀랐다.

이렇게 빨리 경제 개념을 터득하고, 이리 빨리 새 생활에 적응할 것이란 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미준은 속으로 감탄하였다. 일찍부터 한글을 터득할 때 머리가 비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 인 것은 꿈에도 몰랐다.

미준은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당장 시내에 나가 초, 중, 고등학교 책을 구입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줘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다두고 미준은 그녀에게 또박 또박 설명하였다.

학력이 왜 중요하며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려면 학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인식시켜 나갔다.

당분간 돈을 벌기 위해 힘쓸 것이 아니고 장차를 위해 공부를 하란 이야기로 귀결 시켰다. 그렇게 됐을 때 제대로 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도 인식시켰다.

“알겠어요. 선생님. 무슨 말씀인지.”

“그럼 당장 내일부터 검정고시 공부부터 하는 거야.”

“네. 선생님”

“갑자기 또 선생님은 뭐야?”

“이제부터 왕자님을 선생님으로 부를게요. 제가 모르면 물어야 하거든요.”

“학원도 있어. 배우고 싶은 것은 학원에 가면 뭐든지 다 배울 수 있어.”

“그래도 선생님이라 할 거예요. 지금까지 제게 가르쳐 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다음 날부터 공주는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돌입했다.

확실히 공주는 머리가 뛰어나고 회전도 빨랐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능가한다.

집중력도 엄청나고 인내도 대단했다.

본래 공부란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공부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공주의 학습 동기는 매우 확실하고 뛰어난 머리에 인내력을 갖췄으니 모든 일들이 잘 될 것 같다.

가끔 한 번씩 학습 요령에 대한 질문을 하였지만 대부분은 독학을 하고 있다.

며칠이 지나자 수학과 영어 학원에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때까지 미준은 공주의 집에서 푹 쉬면서 정신적 안정과 몸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결국 돌아갈 생각을 하였다.

“이제 내일은 진짜 가야겠어.”

“종종 오실 거죠?”

“그래야지.”

“이제 혼자 있어도 혼자 있다는 생각이 안 들지?”

“네. 밖에 나가면 볼 것도 많고 놀 곳도 많아요.”

“그렇겠지.”

“그러나 그보다는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요.”

다음날 미준은 그녀를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도 보이지를 않았고 가서 도우미도 집에 없었다.

설렁한 집안 분위기가 몇 일간 집이 비어있었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무엇보다 이상한 건 자신의 집 주위에 경호원으로 보아는 사람들이 집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신분을 알아보려 만나려고 했지만 비실비실 피하면서 대면을 해 주지 않았다.

‘이상하네.’

미준은 먼저 어머니께 전화를 하였다.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슬슬 걱정이 되어 이번엔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는 미준은 대문에 꽂혀있는 신문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가 공주의 집에도 신문을 넣어주라 전화를 하였다.

지역 신문이라 하더라도 공주의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도 약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드디어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돌아 왔나보네.”

“네, 어머니. 그런데 어디세요?”

“음, 잠깐 나왔어.”

“도우미 아주머니는요?”

“같이 있어.”

미준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안 분위기로 봐서는 결코 잠깐 나간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 갈 거야.”

얼마 후 미준의 어머니는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 오셨다. 어머니의 표정은 미준이가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담담해 보였다.

‘무슨 일이지?’

아주머니는 돌아오면서 시장에 들렀는지 도착 하자마자 저녁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다.

“어머니. 무슨 일 있었죠?”

어머닌 미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저녁 먹고 이야기 좀 하자.”

그때였다.

미준의 휴대폰이 모처럼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니 처음 보는 전화였다. 알 수 없는 전화 번호가 자주 뜨는 것이라 받지 않으려다 집안 분위기도 있고 해서 혹시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예. 뉴 중산 대표 천미준입니다.”

“안녕하세요? 뉴 해양 중산백화점 지점장 연슬준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바로 얼마 전에 뉴 해양 회장의 모친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잠깐 만났던 그 할머니의 손자란 것을 직감하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대표님을 좀 만났으면 하구요.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를요. 무슨 일로?”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화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뉴 해양 연슬준에 대한 소문은 그리 좋지 않다. 뉴 해양 설립자 연상준의 외아들로 간혹 세간에 집중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성격이 괴팍하여 부인과 이혼 하였고 회사에서는 갑질이 많아 기업 내에서도 평이 별로 좋지 않은 인물이었다.

특히 여자관계가 복잡하여 부인과 헤어졌다는 설이 있으며 갑질을 하다 부하 직원들에게 찍혀 그의 행태가 폭로되기도 한 사람이었다.

외아들의 이런 행태가 연 회장으로서는 가장 고민이 되는 것 중에 하나였고 아들의 제목이 그룹을 이끌어갈 자질이 못되어 늘 고민하고 있었다.

30대 중반의 아들을 기업 중심에 내세워 차기 총수로서의 자질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고민 중에 하나였다.

아들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무엇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리 밑에서 자라면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소문에 불과하여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준으로서는 그가 장차 자신과 경쟁해야할 인물이란 것을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언제?”

“당장 오늘 저녁도 좋습니다.”

역시 젊은 사람답게 시원시원하였다.

그러나 미준의 입장은 좀 달랐다.

“당장은 어렵구요. 내일 어떻습니까?”

“하는 수 없지요. 저녁 8시 경에 중산 호텔 커피숍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누구지?”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가 미준을 돌아보며 묻는다.

“예 뉴 해양 백화점 지점장이라 하는데요.”

“그 사람 이름이?”

“연슬준이라 합니다만.”

“만나지마.”

“무슨 말씀이세요?”

“그 사람이 왜 자네를 만나려고 해.”

“그야 모르죠. 긴히 할 말이 있다는데 어떻게 만나지 않아요?”

“......?”

어머니는 얼굴은 당황하는 것이 확실했고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겠지. 만나자고 하면은 피할 수는 없을 테지.”

“혹시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그럼 만나더라도 내 얘기부터 먼저 들어보고 만나던 말든 하고.”

“어머닌 이사람 아세요.”

“조금 알지.”

그때 아주머니가 식사를 하러 오시라며 전해 주었다.

그들은 주방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별 말이 없었다.

뭔가 알 수 없는 팽팽한 분위기가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미준은 입맛이 별로 없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놓으면서 차를 부탁을 한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주머니 제 차를 거실에 좀 갖다 주세요.”

“네, 대표님.”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머니도 밥맛이 없으신지 역시 일찍 숟가락을 놓고 거실로 나오면서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시며 미준을 보고 오라는 손짓을 하신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는 방에 들어가셔서 방안에 놓인 소파에 자리를 하고 계셨다.

이어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커피를 가지고 들어오셨고 어머니는 도우미 아주머니 보고 자리를 비켜달란 말씀을 하며 미준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자네, 지금부터 하는 내말 잘 들어주게.”

“네, 무슨 말씀인지 해 보세요.”

미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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