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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14화 (214/225)

〈 214화 〉 중산으로 온 공주(1)

* * *

저녁 식사를 하고 미준은 이곳숲속에서 얻은 보석과 원석. 그리고 산삼과 더덕을 포함한 각종 버섯과 약재를 모두 챙기고 남은 사슴 고기와 멧돼지 고기까지 챙겨 넣었다.

미준의 모습을 보고 있던 공주가 침통한 얼굴로 물었다.

“이제 돌아가시게요?”

“갈 때가 된 것 같아요.”

“......?”

“걱정 말아요.”

“이번엔 좀 빨리 서두르고 계신 것 같아서.”

“사실 가서 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공주는 섭섭해 하며 아쉬운 표정이 뚜렷하게 보였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공주는 미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저씨, 이제 안 오실 거예요?”

“그럴 리가요.”

“이제 혼자 있으려니 겁이나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 살아 왔잖아요.”

“그땐 몰랐었는데 아저씨 알고부터 기다림이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미준은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흐흑.”

갑자기 공주의 흐느낌이 미준의 귓가에 아련히 들려온다.

공주는 캐플러 행성의 1차 폭발시에 이곳으로 떨어져서 지금 끗 혼자 살아왔다. 물론 처음에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데 무척 힘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점차 적응하다보니 오랜 세월동안 고향을 그리워 할 것도 없이 더 좋은 환경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행복했다.

물론 때때로 부모님이 보고 싶고 자신을 받들어 준 측근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들이 더 측은하고 불쌍해 보였다.

오직 자신만 행운을 얻게 되어 이런 좋은 곳에서 살게 되었다는 안도감 마져 들었다.

이곳의 환경이 캐플러 행성에 비해 훨씬 더 좋다보니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다. 그만큼 숲속나라는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여건을 구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후가 안정되고 자연이 살아있어 낙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세월은 점차 이들을 잊어가게 했다. 이제 부모님 얼굴조차 가물가물 할 뿐이었다.

때때로는 외롭고 허전했으나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곳에 떨어진 자신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자신의 위험을 직감하고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을 기다렸다.

그가 바로 미준이다.

미준을 만난 후 그녀는 다시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사랑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함께 있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하다.

그러나 그가 떠나려 한다.

그가 떠난다면 과연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허전 할까?

함께한 나날이 얼마나 그리울까?

공주는 이제 기다림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제 올까?’

‘오기는 오는 걸까?’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이런 것들이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어쩌면 기다림이 그녀의 일상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란 또 다른 행복일 수가 있다.

언젠가는 올 것이란 확신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것.

어두운 암흑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

밤이 오면 아침을 기다리는 그런 암흑이 아닌 영원히 아침이 없이 어둠이 계속 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절망적이며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를 그는 알고 있을까?

그것을 알기에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중산으로 가려고 준비를 해 두었다.

앞으로 이곳을 본격적으로 계발하게 될 것이다.

공주의 집을 천개성으로 옮겨야 겠다. 그리고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데려가려 한다. 무엇보다 그녀를 바깥세상에서 적응시켜야 한다.

그녀 정도라면 충분하게 적응할 것 같다.

공주가 베푼 은혜에 작은 보답이라 미준은 생각했다.

‘공주, 오늘 밤만 참아줘. 내일은 내가 깜짝 놀라게 해줄 테니.’

그는 공주에게 새로운 행복을 주고 싶었다.

이벤트를 하는 것처럼 깜짝 쇼를 하듯이 갑자기 그녀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는 공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꼭 안아 주었다.

이별이라 생각하니 공주는 밤새 끗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안해요. 공주.’

잠이 든 미준을 들여다보며 보며 공주는 온갖 생각으로 잠들지 못했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뛰고 스치기만 해도 짜릿한 사람.

공주는 밤새 그을 바라보며 그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눈에 담아두고 가슴에 새겼다.

‘아저씨. 빨리 오세요. 그리고 항상 행복하세요.’

아저씨는 결코 자신이 원망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있었기에 행복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있었기에 사랑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 난 아저씨께 감사해야해.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는 나에게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해 줬잖아.’

공주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와 보낸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그를 기다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미준이 잠에 깨어났을 땐 그녀의 얼굴은 많이 밝아져 있었다.

잠옷을 입은 채 아침 준비에 바쁜 그녀에게 몰래 다가가 백 허그로 덥석 안았다.

“어머, 아저씨.”

미준은 그녀를 안고 집 옆 폭포에 가서 물을 맞았다.

“시원하죠?”

“아저씨. 왜?”

미준은 그녀의 머리를 감겨주고 등을 밀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씻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기념사진 찍어요.”

“사진?”

미준은 자기가 사다준 옷을 입으라고 했다. 속옷을 모두 새것으로 챙겨 입고 브래지어도 해보라고 했다.

까만 미니스커트와 스타킹도 신고 머리에 핀도 해보라고 했다.

‘혹시 아저씨가 오지 않으려나?’

유별나게 이번에는 촬영을 많이 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자고 한다.

공주는 미준이 시키는 대로 모두 다 하였다.

기념촬영을 하자는 미준의 태도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거부를 한다고 지금 상황이 달라질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하이힐을 신고 미준이 선물한 목걸이 까지 걸어 보았다.

“와, 진짜로 예뻐요.”

이 말은 미준이 공주가 듣기 좋게 하는 멘트가 아니었다.

거울을 본 공주는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미준은 그런 공주를 데리고 마당에서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계곡 건너 숲과 조그마한 공주의 집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 몇 컷을 찍은 후 물이 떨어지는 낭떠러지에서 사진 촬영을 잊지 않았다.

저 절벽위로 올라가 봐요.

미준은 숲의 풍경을 모두 찍고 혼자도 찍고 공주와 함께하는 사진도 찍었다.

공주는 확신했다.

신고민이니, 귀인이니 머리가 아프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으리란 확신이 섰다.

공주는 아침 식사를 마당으로 가지고 나왔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도 사진으로 담았다.

“아저씨. 이제 오시지 않으려고 그러지요?”

“그렇게 보여?”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거 다 알아요.”

“.....?”

“그러나 전 괜찮아요. 아저씨를 만나 짧은 시간이었으나 행복 했잖아요. 전 그것으로 감사해요.”

식사를 마친 뒤 상을 물리고는 웃는 얼굴로 그를 보내려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준은 메고 온 가방과 가득히 담긴 여행용 캐리어에 엽총을 넣은 뒤 마당으로 나왔다.

“공주 이리와 봐.”

다리가 풀린 공주가 벤치에 앉아 미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준이 부르자 그의 앞에 썼다.

미준은 공주를 포옹하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아저씨. 행복하세요.”

“공주도 행복해야지.”

미준은 공주를 꼭 껴안고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회전시계의 버튼을 누르고 중산시 본동 숲속나라 공주의 집을 주문하였다.

“쓰르르륵.”

한참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공주. 눈을 떠요.”

눈을 뜬 공주는 깜짝 놀랐다.

“아니, 여기가 어디에요?”

“공주가 살 곳이지.”

공주는 미준에게 다시 안겼다.

“어디에요?”

“어디긴 어디야. 공주의 집이지.”

“.....?”

미준은 창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중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아! 여기가 아저씨 고향이에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공주는 미준의 등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저를 버리는 줄 알았는데.”

“버리다니. 내가 어떻게 공주를 버려.”

“아저씨.”

“버릴 때 버리더라도 그곳에 혼자 둘 순 없잖아요.”

“고마워요.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공주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 봤다.

한참 후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빌라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가전제품의 사용방법과 창문과 현관의 잠금 장치까지 일일이 알려 주었다.

그리고 당장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모두 인식시켰다.

“이곳은 아니더라도 이미 반도에 와본 적이 있죠?”

“네. 몇 번.”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제 혼자서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도 없었고 발붙여 살 자신도 없었어요.”

“알아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겠어요. 이젠 그런 걱정은 말고 내가 도와줄 테니 하루 빨리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미준은 그녀에게 주민등록증과 공주의 이름으로 된 빌라 등기 등본, 그리고 통장 하나와 카드를 내 주었다. 그리고 휴대폰도 건네주었다.

“저는 아저씨께 어떻게 보답해야 하죠?”

“이런 건 공주가 내게 준 선물만으로도 다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당장 밖에 나가 필요한 생필품을 구하러 가요.”

미준은 공주를 태워 인근 마트부터 들렀다. 당장 필요한 식량과 반찬, 고기와 채소를 구입하고 공주에게 직접 지불을 하도록 연습을 시켰다.

카드 이용 방법. 횡당보도 건너기, 마트 이용법. 식당 이용하기 등, 보이는 쪽쪽 설명해 주었다.

“잘 모르겠죠? 한꺼번에 너무 많아.”

“그래도 대충은.”

“천천히 배워요.”

그리고 그들은 다시 빌라로 들어왔다.

“공주는 한글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요?”

“한글은 어느 정도 파악 했지만 영어는 겨우 알파벳을 땠어요.”

“그럼 간단한 영어 정도를 하면 생활에 불편한 점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그녀는 미준의 말에 긍정하였다.

“앞으로 모든 일은 공주 스스로 해야 해요. 특별히 공주의 고향 숲으로 가려면 내게 말하고. 난 회전시계는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준은 물을 끓여 커피를 타서 그녀에게 주고 자신도 모처럼 커피 맛을 즐겼다.

공주는 지금의 현실이 미끼지 않았다.

어제 저녁, 아니 오늘 아침만 해도 아저씨가 떠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자신을 데리고 여기까지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공주는 점심 준비를 하며 TV를 켜서 뉴스를 보고 있는 미준을 보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혼자 숲에서 외롭게 살아갈 것 고민을 생각하다 뜻하지 않게 세상이 달라졌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자신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

‘열심히 배워 하루 빨리 이곳에 정착해야지.’

더 이상 아저씨께 피해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도 하였다.

‘만약 신이 있다면 아저씨가 바로 신일 것이야.’

‘맞아 신고국 촌장이 신이라 했어.’

“식사 준비 다됐어요.”

미준과 공주는 식탁에 마주 앉아 가게에서 사온 기본 반찬과 공주가 만든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올 때 가져온 멧돼지 살점도 구워 먹고 있었다.

“당분간은 내가 여기 있을 거예요. 당장 내일 부터는 할 일이 있으니까.”

“네.”

“그런데 저 방에 침대가 하나 밖에 없던데?”

“벌써 침대부터 봤어요?”

미준의 말을 들은 공주는 얼굴이 빨갛게 홍당무가 되어 어쩔 줄을 몰랐다.

“농담이에요. 침대는 하나지만 좀 크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공주 혼자 살 집인데 두 개가 왜 필요해요.”

“....?”

당분간은 공주의 옷도 구입해야 하고 살다보면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당분간은 내가 신경을 좀 써서 도와줄게요.“

“네. 고마워요. 아저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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