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 감미로운 숲속생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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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망루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았다.
미준은 역시 이들 풍경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촬영하였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각종 약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의료원이 궁내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도 대부분의 건물들은 그대로 있었고 사방으로 뻗어있는 도로로 추정되는 길이 시원하게 뚫어져 있었다.
성안 건물 양식은 하나 같이 우리의 옛 성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성 밖 숲속에도 민가로 보이는 즐비한 기와집들이 우리나라의 민속촌을 연상케 하였다.
망루에서 내려다보니 성 주위에 다섯 개의 작은 성들이 본성을 에워싸고 있다.
‘여기가 도성이고 주변은 성은 도성을 지키는 변방에 위치한 방어 목적의 성 같았다.
“저곳이 왕궁 중심 건물 같아요.”
공주는 미준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건물에 가 봅시다.”
그곳은 분명 왕궁이었다.
실내 곳곳에는 고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고 옥좌로 보이는 앞의 홀이 엄청 넓어 보였다. 곳곳에는 평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릇과 자기. 술병과 진신구 까지 모두 손하나 건드리지 않는 상황으로 보전되어 있었다. 모두 오래된 것 같진 않았으나 고풍이 넘치는 희귀한 물건들이었다.
꼭 고려의 옛 왕궁에 들어온 것 같다.
궁궐의 규모는 실로 엄청난 크기였다. 민보전이란 현판을 가진 주된 건물을 중심으로 앞에는 넓은 광장이 펼처져 있고 그 주변에는 관리들의 사무실로 이용된 것 같은 문백관, 무진관이 양립해 있으며 역시 그 옆에 호궁관, 조폐관, 사서관, 역사관, 수라관, 조달관,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사서관과 역사관은 비슷한 것 같아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사서관은 편찬한 책을 보관하는 곳이었고 역사관은 역사를 기록하는 곳으로 짐작이 되었다.
또한 내실은 애민당, 별채는 애궁당이란 현판이 붙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민보전과 좀 떨어진 곳에는 왕비가 거주한 궁으로 보이는 우백궁, 설백궁, 장백궁, 하백궁 등의 별채가 독립적인 기능을 갖추어 별채로 들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것 보세요. 이거 한글이잖아요.”
미준은 곳곳에 한글과 한자로 쓰여진 현판들을 확인하였다.
‘천개성.’
도성의 이름이 천개성인 분명하다.
하늘을 연 성이란 의미이다.
‘역사관’
한문으로 된 현판이 걸려있는 방문을 열었다.
‘신고국 내력.’
미준의 눈에 먼저 띤 것은 역사책이었다.
10여권으로 된 책이 나란 히 꽂혀있다.
얼른 제 1권을 뽑아들었다.
‘아!’
신고국이란 신 고려국이란 뜻을 가진 국호였다.
‘신고국 시조 연기산. 위대한 지도자. 남촌에서 온 귀인. 삼민통일 대업을 완성한 영웅.’
미준은 그저 탄복할 뿐이었다.
‘그래 난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것이다.’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성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신곡국의 도성이며 궁궐이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 건국시조 연기산의 초상화를 휴대폰에 찍었다.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도성만 이렇게 남아있을까?’
기산은 다시 망루에 올라가 불을 지폈다. 검은 연기가 많이 나도록 큰 불이 지폈다.
누군가가 사람이 있으면 여기로 찾아오란 의미가 담겨 있다.
불을 펴 두고 다시 공주를 불렀다.
“어디로?”
“이번엔 서쪽 산 능선이에요.”
그 곳도 마찬가지였다 동쪽 능선에서 보단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여긴 소행성이다.’
미준은 지리학자도 아니고 우주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었지만 양쪽에서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나름 결론을 내렸다. 태양계에 속하면서도 너무나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다.
그런데 기록에는 ‘지내촌’이라 명명되어 있다.
‘지내촌 신고국.’
증명 할 수 없지만 지구의 일부가 어느 시점에서 떨어져 나온 소지구본과 같은 곳이란 판단을 하였다.
‘만약 배를 타고 바다 탐험을 할 수 있으면 지금과 또 다른 섬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태양계라면?
이건 좀 말이 안 된다.
태양계에 위치한 소행성이라면 이미 인간들이 다 찾아낸 곳일 텐데.
미준은 일단 산 정상에 대한민국의 국기부터 꽂아두고 싶었다. 동서남북 사방 능선 정상에 태극기를 달고 싶었다.
‘다음에 올 때 대형 태극기를 준비해야겠다.’
미준은 곳곳에서 찍은 사진과 자료를 첨부하여 소행성에 대한 새로운 논문 발표를 구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해안과 바다 풍경을 휴대폰에 담았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300장 정도는 거뜬히 될 것 같다.
도성의 모양과 작은 성들의 위치도 모두 담았고 그 중에 작은 성도 탐색하였다. 그리고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성 망루로 이동을 했다.
‘아니 이럴 수가.’
망루 아래쪽에는 수백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엎드려 있었다.
미준은 망루 아래로 내러갔다.
“혹시 여기 계신 분 중에 대표되시는 분 있어요?”
그러자 한복 차림의 선비다운 복색을 한 노인 한분이 앞으로 나섰다.
“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목훈이란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천미준이라 합니다.”
“혹시 남촌에서 오셨습니까?”
“예, 대한민국에서 왔습니다. 간혹 남한이라 하지요.”
“역시 그랬군요. 남한을 남촌이라 불렀을 겁니다.”
“저희 신곡국 국민들은 남촌의 현인이 나타나서 이곳을 구원해 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연세는 60대 중반으로 보였다.
“이곳 인구는 어느 정도 되는지요?”
“현재 살고 있는 인구는 총 27.500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도성은 왜 이리 텅비게 되었는지요?”
노인은 기산과 공주를 데리고 성 밖에 위치한 노인의 집으로 안내를 받게 되었다.
노인은 안채로 기별하여 차를 내어오게 하였고 아울러 지난 이야기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노인의 집은 단번에 봐도 그 규모가 웅장하여 한때는 명문대가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남촌의 현인 연기산이란 분이 나타나서 되국과 잡국의 핍박을 받고 있는 고려 백성을 구원하고 신고국을 새웠습니다.
노인은 신고국의 삼민통일 과정과 초대 황제로 즉위하여 통치를 하다 세자 장명에게 황위를 양위한 후 남촌으로 돌아간 연기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2대왕 장명 황제도 앞의 기산 황제 못지않게 선정을 베풀었으나 일찍 단명하여 서거 하셨고 그의 아들 풍산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으나 갑자기 나라에 괴질이 창궐하여 대부분이 병이 들어 왕실과 귀족, 백성들을 구별하지 않고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고 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요행이 운이 좋아 가볍게 병을 견디어 내었거나 전염병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만이 살 남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살아남은 소수 사람들만 황궁 천개성 주변과 변방 성 주위에서 도성과 왕궁을 지키며 주로 농사와 축산 그리고 어업과 수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혹시 우리가 기다리는 귀인이시라면 다시 이곳을 맡아 이끌어 주십시오.”
“....?”
“아직 병마는 완전히 끝난 건지도 모르니 백성들이 늘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고 하였다.
“사실 저도 나이가 들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터라 백성들이 걱정이 되어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제가 보기엔 아직 정정하신데.”
“이곳은 평균 수명은 겨우 55세에 불과합니다. 제 나이 68세니 죽으려면 벌써 죽었을 목숨이지요.”
그 노인의 마지막 소원이 빨리 현인이 나타나서 백성들을 맡기는 것이 소원으러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당시 3대째 시중을 지낸 목상의 아들로 이곳을 지키는 촌장처럼 살고 있다 하였다.
“잠깐 저와 함께 가볼 곳이 있으니 함께 동행하여 주시겠습니까?”
노인은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미준에게 요청하였다.
미준은 미심쩍긴 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미준과 공주를 데리고 천개성 남문으로 안내 하였다.
태조 기산왕이 떠난 뒤 남문 앞에 솟아난 선바위라 하며 큰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바위에서 세로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고제국을 사랑하는 만백성이여! 황제께 충성하는 자, 자손만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그리고 글 좌측 아래쪽에는 황제 연기산이라 박혀 있었다.
“음.”
미준은 글이 새겨진 선바위도 촬영하였다.
“한 곳만 더 동행 해 주십시오.”
노인은 미준을 데리고 이번엔 마차를 이용하여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 산 아래 동굴 앞에 다다랐다. 동굴 입구는 철문으로 만들어져 봉쇄되어 있었고 철문 앞에는 큰 제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이곳은 이곳의 신성지역이 분명해 보였고 이 제단에서 이곳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제를 올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였다.
“어서 저 문을 열어라.”
노인의 말이 떨어지자 함께 온 장정들이 동굴의 철문을 열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동굴안으로 들어서자 한 장정이 횃불을 켜서 밝혀 주었다.
“여기 이 검을 뽑아보세요.”
“노인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바위에 박혀있는 칼자루를 쥐고 당겨 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검은 지금 끗 태조 황제께서 뽑은 뒤 누구도 뽑을 수 없었어요.”
미준은 그 말을 듣고 바위에 올라 칼을 잡았다.
“수쑥.”
신기하게도 보검은 쉽게 미준의 손에 잡혀 올라왔다.
“귀인.”
“갑자기 노인과 장정들은 미준의 앞에 엎드렸다.
“왜 이러십니까?”
“드디어 오셨군요.”
“전 그런 성인도 아니고 귀인도 아닙니다.”
“저희 신고국 백성들은 귀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럴 리가 요.”
미준은 그들의 말에 당황하여 극구 부인하였다.
그러자 노인은 동굴 한쪽 벽면에 걸려있던 검은 장막을 열어 젖혔다.
그 곳에는 찬란한 불빛이 쏟아져 나왔고 야구공 크기의 야광주가 빛나고 있었다.
“귀인, 저 야광주를 한번 꺼내 보세요.”
미준은 신기해 보이는 야광주를 쥐고 번쩍 들었다.
“마마. 마마는 저희들의 주군이십니다.”
“네?”
“마마가 아니면 누구도 야광주를 만질 수 없습니다. 제발 저희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마마라뇨?”
“잠깐만요, 갑자기 공주가 야광주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아윽.”
갑자기 공주가 한쪽 팔을 쥐고 비명을 질렀다.
“공주.”
공주의 비명을 들은 미준은 깜짝 놀랐다.
“괜찮아요?”
“이제 좀.”
“분명 마마는 태조 연기산 황제의 후손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저는 천미준이라 하는데?’
순간 미준은 자신의 본래 성이 천씨가 아닌 연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신은 어머니 성을 따라 천씨가 되지 않았던가?
다시 노인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준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노인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은 미준은 다소 당황을 하면서도 이들의 생활이 보다 나아지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확신은 없지만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마.”
“자, 이제 돌아가요.”
미준은 그들의 전송을 받으며 궐내에서 챙겨온 몇몇 자기와 골동품을 가지고 공주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그의 집필에 증거 자료를 삼기 위해 챙겨온 것들이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순간이동 회전시계를 이용하여 이곳을 살펴볼 생각을 했어요?”
“당장 이동이 필요했으니.”
“전 그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공주는 마음이 곱고 착해서 그렇고 난 욕심이 많고 욕망이 크다보니 그런가 봐요.”
공주는 다시 미준의 품에 안겼다.
“그런데 아저씨. 둘이 이동할 때 꼭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해야만 하는 거예요?”
“그것도 공주가 아직 몰랐나 보네. 히히히.”
공주는 장난을 하는 미준을 보며 그도 분명히 그들이 말한 신고국의 왕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실이 그를 증명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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