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감미로운 숲속생활(3)
* * *
발 네 개를 이용하여 나무 덩굴을 움켜쥐는 다리까지 가졌다. 얼른 보면 익용과 비슷해 보였고 자세히 보면 드래곤의 새끼와 비슷한 것 같았다.
미준은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비록 주파수는 잡지를 못하지만 사진 촬영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
부엉이와 먹구렁이는 결사적이었다. 부엉이는 계속하여 날아다니며 구렁이의 머리를 쪼아 대었고 먹구렁이는 발가락으로 팽나무 가지를 붙잡고 머리를 휘졌으며 부엉이를 공격했다. 부엉이의 싸움은 어린 새끼를 지키려는 모정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할 리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먹구렁이가 부엉이를 물어뜯었으나 털과 날개깃으로 덮인 탓인지 결정적인 상처는 나지 않았다.
결국 미준은 손을 뻗었다.
마음 같아서는 먹구렁이의 실물을 그대로를 잡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하는 수 없이 기를 발산 하였고 먹구렁이는 물방울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서 미준의 손에 우주 보석 하나를 남겨 주었다.
“이제 돌아가요.”
“아저씨. 잠깐만요.”
미준이 공주를 돌아보자 공주는 미준의 팔을 잡았다.
“아저씨. 제가 좀 이상해요.”
“무슨 말씀인지?”
“구렁이 사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제 몸이.”
“몸이 이상해요?”
“글쎄, 제 몸이 모르겠어요.”
그제야 미준은 그녀의 상태가 짐작 되었다.
‘음, 역시. 나의 주문이.’
“몸의 상태가 어떤지 말해 봐요.”
사실 미준은 그것이 알고 싶다. 자신의 조정력을 시행했을 때 그녀에게 오는 반응의 정도였다.
“모르겠어요.”
미준이 그녀의 팔을 당기자 그녀는 미준의 품에 안겨왔다. 그리고 미준의 품에 얼굴을 묻고 꼭 껴안았다.
“이러니까 어때요?”
“아저씨 사냥 포스에 이성을 잃고.”
“내가 멋있어 보였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준을 처다 봤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주변 상황을 보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자, 빨리 돌아가요.”
미준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홍조 띤 얼굴은 너무나 귀여웠고 부끄러움과 함께 오는 야릇한 충동에 자신이 생각해도 황당할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그녀는 스스로 반문하며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미준은 다시 그녀에게 기를 모았다.
그러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아저씨께 걱정을 끼쳐서.”
“아니에요. 내가 더 미안하지.”
미준은 자신에게 느껴오는 충동을 억제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그녀는 약간의 진정을 보이더니 미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준의 입술에 자신이 먼저 키스를 하려고 뒷 발꿈치를 들어 올라섰다.
“그만.”
“.....?”
공주는 이러는 자신이 싫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쩔쩔 매고 있었다.
‘내가 본래 이렇게 끼가 많은 여자였던가?’
‘미쳤어. 아저씨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볼수록 심장이 뛰고 맥박이 빨라진다. 그리고 그에게 안기고 싶다.
‘미쳤어. 남자를 알게 되면 다 이런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스치기만 해도 오감이 되살아나 그와 있었던 열락의 밤을 상상하게 된다.
미준도 자신의 능력치가 무척 향상된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 까. 미준의 앞에 나타난 능력치는 제법 향상되었다.
[귀하의 스팩 23급. 순발력 69. 감별력 69. 투시력 68. 전투력 69. 조정력 70.]
‘백사 탓. 아니면 산삼. 그도 아니면?’
어쨌든 미준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자신의 조정력을 다시 시험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녀의 태도가 접촉을 시도하고 수시로 입을 내밀며 키스를 원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 좀 나아진 건가?’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공주는 미준이 자신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이 되어 엄청난 충동을 억제하며 꾹 참고 기다리고 있다.
그가 먼저 자신에게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의 욕구를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자. 참자. 나도 자존심이란 게 있는데.’
저녁을 먹고 난 미준은 땅거미가 숲을 내려앉고 있을 무렵 마당에 나와 벤치에 앉았다.
시원한 계곡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아, 시원해.’
미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본다.
새로운 사업도 구상해 보았다.
‘날로 팽창하고 있는 중산에 걸 맞는 새로운 일이 무엇일까?’
‘이곳을 계발할까?’
‘만약 이곳을 계발하게 된다면 이곳의 위치가 어디쯤일까?’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이나 둘러보았지만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환경으로 봐서는 제주도 환경과 비슷한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현무암 지대는 더구나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도에 속한 땅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회전시계로 순간 이동을 했으나 인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 여기가 외계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미준은 다음 날 본격적인 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자신의 계발 계획이 실현 가능할 것 같다.
개발하는 방법도 문제였다.
인력이며 장비. 경제적 효율성도 검토해야 한다.
여기 까지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 제대로 한번 탐색을 해 보고 개발 계획을 세워야겠다.’
그러기 전에 먼저 이곳을 알릴 수 있는 안내 책자라도 필요할 것 같다.
공주는 식사를 한 미준을 따라 얼른 마당으로 나오고 싶었으나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 미준을 만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몸이 근질거려 그냥 미준에게 안겨 혹사를 당하고 싶은 묘한 충동에 사로 잡혔다.
‘내가 도대체 오늘 왜 자꾸 이러지?’
‘산삼과 백사를 먹은 탓일까?’
공주는 공주대로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진단하고 있었지만 확실한 감이 오질 않았다.
식사를 한 후 자신을 따라 밖으로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한참동안 기다려 봤으나 공주는 영 나오지를 않았다.
“공주. 공주?”
“예.”
대답 소리만 들릴 뿐 마당으로 나올 기색이 없자 미준은 방문을 열었다.
“공주는 방에 누워 있었다.
“왜, 그래요. 금방 저녁 먹고 누워 있으면 안 될 텐데.”
“몸이 좀 아파요.”
결국 공주는 거짓말을 했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야릇한 증상을 차마 미준에게 털어 놓을 수 없었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준은 깜짝 놀라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가 아파요?”
미준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어 보았다.
“열이 좀 있긴 한데?”
미준의 손이 이마와 뺨에 닿자 공주는 그만 미쳐버릴 것 같았다.
“흐응.”
“많이 아픈가 보네.”
“오늘 너무 무리했나보다. 몸살이 났을 수가 있어요.”
미준은 미쳐 자신이 걸어 놓은 기를 깜박 잊고 있었다.
“이리 좀 와 봐요. 내 다리 좀 만져줄게.”
“아니에요.”
공주는 의식적으로 미준의 손을 피했다.
“자, 이리 와보라니깐.”
미준은 먼저 공주의 팔을 당겨 어깨에서 손가락까지 골고루 만져 주었다.
“시원하죠?”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 봐요. 원래 몸살기가 있을 땐 남이 만져주면 더 시원한 거예요.”
미준은 진심을 담아 그녀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골고루 만져주고 난 뒤 다른 한쪽 팔도 만져 주었다.
“아. 시원해요.”
“이번엔 다리.”
미준은 그녀의 발가락에서 발바닥. 발목을 만져준 뒤 천천히 종아리를 따라 무릎으로 올라갔다.
“끙.”
공주는 정말 몸살이라도 났는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 다리도 끝까지 만져 주었다.
“아저씨.”
결국 공주는 미준의 손을 잡았다.
“좀 시원하지 않아?”
그러자 공주는 미준을 손을 잡고 자신의 배에 올려놓았다.
“왜, 배도 아파요?”
미준은 그녀의 배를 슬슬 문질러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미준의 손을 잡은 채 자신의 배를 꾹 눌렀다.
순간 미준은 자신이 걸어놓은 조정력의 기를 떠올리며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끄응.’
‘그만 중지.’
그제야 그녀에게 걸어 놓은 기를 해지시켰다.
“흐응.”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온 몸에 힘을 축 내려 놓았다.
“아직도 이상해?”
“많이 좋아 졌어요.”
“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아니에요. 아저씨가 왜?”
“아니, 내가 너무 무리하게 산행을 시켜서.”
다음 날 아침엔 만반의 준비를 하여 산행길에 올랐다. 목표는 하나. 장소는 두 곳이었다.
한 곳은 공주의 집 계곡 건너편 숲을 지나 까마득히 멀리 있는 병풍처럼 둘러싼 산의 정상에 올라 산 넘어 풍경을 탐색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제 갔던 숲 뒤쪽에 둘러싼 산 넘어 지형이 어떻게 전개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광대한 숲을 둘러싼 산등성이 넘어 산 뒤의 풍경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려면 양쪽 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는 불가능 하였다.
“오늘 이 지역 탐색을 하려는데 같이 갈 거예요?”
“어디로 갈예요.”
“저 앞산 정상과 저 뒷산 정상.”
“네, 하루에는 안 되겠네요.”
“공주는 언제 저곳에 가본 일이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리 가까이 와요.”
미준은 언제 예솔에게 했던 장난기가 떠올라 그녀를 앞에 세웠다.
“나를 처다 보고 입술을 내밀어요.”
“입술은 왜요?”
“같이 가려면 이렇게 해야 해요.”
그제야 공주가 미준과 마주 포옹을 하며 고개를 들고 입술을 내밀었다. 미준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회전시계의 버튼을 꾹 눌렀다.
“자 다 왔어요.”
“어머, 벌써.”
“우와!”
그 넓은 숲을 가로질러 정상에 올랐는데 다시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산등성이가 또다시 펼쳐져 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자, 다시 잡아요.”
다시 숲을 지나 산 위에 올랐다.
“아, 바다.”
“이번엔 맑고 깨끗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평선의 모양이 반도에서 보듯이 둥근 원을 그렸다. 그러나 분명 지구는 아니었다. 수평선의 둥근 곡선이 지구의 바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원을 그리고 있다.
작은 정도가 아니었다. 많이 작아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예뻐요.”
공주의 시각은 미적 감각에만 치우쳐 있었다.
“자, 다시 나를 안아 봐요.”
“잠깐만요.”
“.....?”
“저기 저곳 성이 아니에요?”
공주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숲 속 가운데에 큰 성이 보이고 곳곳에서 솟아있는 작은 성들이 보였다.
“그런 것 같은데.”
“여기 웬 성이 있죠?”
“그러게요. 성이 있다면 사람이 산다는 말인데.”
“....?”
“자.”
공주는 미준이 시키는 대로 다시 미준과 마주 섰다. 그리고는 입술을 다시 내밀었다.
“눈을 감아요.”
미준은 공주와 포옹하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나누면서 다시 회전시계의 버튼을 눌렀다.
“여긴 어디에요?”
“바로 조금 전에 보았던 숲속의 성 중에서 가장 큰 성이었다.
금방 봐도 너무나 오래된 성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폐가가 된 곳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이 성을 관리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도로의 관리나 건물의 관리가 비교적 깨끗하고 허물어진 담장은 보수를 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런 곳에 이런 큰 성이 있다니.’
“일단 저 망루로 올라가 봐요.”
미준은 공주와 함께 망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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