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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211화 (211/225)

〈 211화 〉 감미로운 숲속생활(2)

* * *

그 혼령은 원래 강원도 홍연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화전민의 딸 홍화라고 했다. 우연히 어느 날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이웃 동네에서 숯을 구워 팔고 살아가고 있는 삼소라는 총각을 알게 되어 서로 연모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하였다.

부모님과 이웃의 눈을 피해 몇 번 만나게 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장래를 언약하고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그녀를 짝사랑한 삼태란 이웃 총각이 자신을 연모한다며 몇 번인가 혼인을 하자며 유혹을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오직 숯 굽는 총각 삼소만 기다리며 지조를 지켰다고 했다.

“송화야. 2년만 기다려 줘. 그러면 내 반드시 돈을 모아 네 부모님 허락을 받아 우리 행복하게 살자.”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몰래 삼소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자신을 미행한 삼태에게 걸려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었다.

“홍화야. 내말 들어.”

“안돼. 난 이미 언약한 사람이 있단 말이야.”

“나도 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

“그래도 안돼. 난 이미 삼소와 약속을 한 몸이라고 하잖아.”

설득을 해도 듣지 않자 삼태는 홍화를 겁탈하려 했고 그를 피해 도망을 치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한 많은 생을 마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처녀 귀신이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도련님.”

“처녀의 안타까운 심정은 알지만 그렇다고 남의 사랑을 시샘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면 안 되는 것 아니요.”

“죄송합니다. 제 처지가 너무나 억울하고 한이 맺혀.”

“가엾어라.”

이야기를 다 들은 공주도 안타까워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처녀귀의 이야기를 들은 미준은 그를 용서해 주기로 결심을 하였다.

“난 원래 정령 헌터요. 사냥꾼이란 뜻이죠. 정령이나 악귀를 잡아 세상을 편안하게 하고 그들이 소지한 금은보화를 얻는 게 나의 취미면서 내가 하는 일이요. 그러나 처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는 됩니다.”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내가 그냥 보내드리겠으니 다시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저승으로 승천하여 행복한 영생을 누리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다시 하늘로 승천했고 자욱하던 안개는 말끔하게 개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반지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저씨. 저것 보세요.”

“아마 저 처녀가 사랑하던 사람에게 결혼 언약으로 받은 것이 아닐까?”

“그런 것 같습니다.”

“저걸 내게 고밉다는 뜻으로 두고 갔나보다.”

“아저씨. 이건 별로 가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에겐 그렇지. 그러나 그 처녀에겐 목숨과도 같은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닐까?”

“맞아요. 아저씨.”

미준은 공주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처녀 귀신이 남긴 반지는 끈을 매어 공주의 집 처마 밑에 걸어 두었다.

“저렇게 두면 찾아 갈까요?”

“글쎄요. 어쩌면 찾아가거나 아니면 영영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갔거나.”

“세상엔 참 불쌍한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깊이 알고 보면 말 못할 사연들이 많지 않을까?”

미준과 공주는 나란히 누웠다.

“아저씨, 오늘은 그냥 자요.”

공주의 말을 듣고 미준은 그녀의 가슴에 손만 넣고 잠을 청했다.

“손은 왜 나의 가슴에 넣고 그래요.”

“그래야만 제대로 잠이 올 것 같아 그래요.”

“참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공주의 표정은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내일은 어디로 갈 거예요?”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 봐요. 지난번에 버섯도 많고 산삼도 있던데.”

그들은 그렇게 잠이 들어 이튼 날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에서 깨어보니 공주는 벌써 일어나 암반 절벽 아래 물이 떨어지는 샘터에서 무엇인가 씻고 있었다.

그때 공주의 집 샘터 옆 자귀나무에 까치 두 마리가 앉아 까악, 깍 울고 있었다.

“지금 뭐해요?”

“아침 반찬하고 도시락 준비하려 구요.”

“있는 반찬으로 대충 먹어요.”

“그건 걱정 안하셔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가까이 가보니 걸어두었던 사슴고기와 싸리버섯을 고르고 있었다.

“이거 싸리버섯 아니에요?”

“맞아요. 며칠 전에 땄던 것인데 해마다 나는 곳에 또 나더라고요.”

“보통 버섯이 다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해마나 한번 땄던 곳에 또 가보곤 해요.”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던데 누가 오시려나?”

“여기까지 올 손님이 어디 있다고.”

미준은 공주의 옆에 앉아 싸리버섯을 같이 장만하며 잡티를 골라 주었다.

“그래도 같이 하니 훨씬 빨리 되네.”

“저곳에도 버섯을 많이 말려 두었던데?”

“네, 숲에 갔다가 보일 때 마다 따오곤 해요. 송이버섯도 말려두었고 능이도 있고. 량이 많을 땐 말려 두는 게 좋거든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주는 이제 살림꾼이 다 됐네.”

“그거 칭찬 맞지요?”

“근데 송이도 요즘 따요?”

“아뇨. 송이는 8월 말부터 따요.”

그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배낭에 손도끼와 호미. 작은 괭이를 챙겨 넣고 엽총을 준비해서 산으로 올랐다. 인적이 없는 소나무 숲이라 고목나무 등걸엔 이끼가 돋아 있고 간혹 칡덩굴과 담쟁이 덩굴이 소나무 줄기를 타고 휘감고 있었다.

미준은 가볍게 손도끼를 이용하여 소나무를 감고 있는 담쟁이덩굴과 칡덩굴을 슬쩍 슬쩍 뿌리 부분을 잘라주며 지나가곤 했다.

“에구머니나.”

갑자기 공주가 뜀박질을 하며 깜짝 놀랐다.

“.....?”

“뱀이에요. 독뱀.”

“저거 독사네. 까치독사”

“조심하세요.”

그때 미준의 눈에 중지만한 백사 한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는 걸 목격하였다.

“저게 왜 독사 옆에 있지?”

“백사 맞지요?”

미준이 보기에도 내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백사가 분명하였다.

“저게 바로 명약이라 하던데?”

“공주는 어떻게 알아요?”

“모르겠어요. 기억엔 없지만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아요.”

“나도 그런 얘길 듣기는 했는데.”

미준은 손을 뻗어 독사를 제거해 버렸다. 물방울만 남기고 독사는 사라졌고 그 옆에 백사가 또아리를 틀고 처다 보고 있었다.

미준은 가볍게 백사를 잡아 손에 올려놓았다. 동작이 느리고 독이 없는지 아주 순한 놈 같아 보였다. 독사의 내장을 들오다 봤다.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그리고 백사 한 가운데에 분홍빛 콩알 크기의 보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오늘 점심 때 구워 먹어요.”

“에구, 뱀을 어떻게.”

“명약 중에 명약이라 하잖아요. 보통 이런 게 있으면 천년 묵은 산삼도 있다고 하던데?”

미준은 백사가 있던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저기 있어요.”

“엉?”

정말 있었다. 달린 열매는 아직 녹색을 띠고 있었으나 분명 오래된 산삼은 분명하였다.

“우리 오늘 횡재했네. 까치가 울더니 반가운 손님이 오긴 왔네.”

미준은 조심스럽게 산삼을 캐었다.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수백년 묵은 산삼은 분명해 보였다.

“주변을 더 살펴봐요. 분명 새끼 삼이 또 있을 거예요.”

결국 그들은 모삼 한 뿌리와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산삼을 세 뿌리 더 캐었다.

“공주가 사는 곳은 보물 창고 같아요.”

“아저씨가 복이 많은가 봐요. 전 산삼은 캐 봤으나 이리 오래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어째든 공주는 내게 보물 같은 존재야.”

그런데 그때 갈참나무 덩굴아래 독사의 영령이 또아리를 틀고 보고 있었다. 미준은 즉시 놈을 제가하여 보석 하나를 추가로 획득했다.

조금 더 지나가자 공주는 버섯도 따고 복령도 캤다. 그리고 숲을 벗어나 잡목 사이로 들어서면서 잔대, 더덕 할 것 없이 각종 약용 식물이 무척 많았다. 공주는 아예 큰 놈들만 골라 캐고 작은 것들은 그냥 두었다.

“아저씨. 이번엔 몇 밤 자고 가실 거예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푹 쉬고 싶긴 한데.”

“어디 샘이 있으면 쉬었다 가요. 간식도 먹고.”

미준은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이쪽 편에는 계곡이 보이지 않았다.

“물이 있어야 할 텐데.”

그때 미준의 앞에 다래나무 덩굴이 눈에 띄었다. 가볍게 손도끼로 줄기를 자른 뒤 도시락 뚜껑을 다래덩굴 밑에 고정시켜 두었다.

“좀 있으면 물은 해결 될 거예요. 여기서 식사 하고 쉬었다 가요.”

미준은 마른 가지를 주워 와서 불을 피웠고 조금 전에 잡은 백사를 보석만 뽑아내고 모닥불 위에 올려놓았다.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진동하는 것 같았다.

“냄새 죽이죠?”

“네, 냄새가 좋아요. 고소한 것이 꼭 장어 굽는 냄새와 비슷해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산삼 한 뿌리를 꺼내 대충 칼로 껍질을 긁어 낸 뒤 두 토막으로 잘았다.

“식사하면서 고추장에 찍어 먹어 봐요. 이런 곳에 살려면 건강이 최고예요.”

미준과 공주는 도시락을 먹으며 산삼 한 뿌리와 백사 한 마리를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공주가 싸온 싸리버섯 무침과 다래나무에서 나온 수액으로 물을 대신했다.

“아저씬 모르는 게 없어요.”

“이래 봐도 내가 의사예요.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식사를 한 후 잠시 쉬었다 자리를 이동하려는데 미준의 머리가 아주 맑아졌다. 힘도 넘쳐나고 기도 살아나는 것 같았다.

‘역시 백사와 삼삼은 좋긴 좋나보다.

“그렇다면 장난이나 쳐 볼까?”

‘공주가 오늘 내게 매달려 안아달라고 사정을 한다.’

‘킥킥킥.’

조정력을 다시 시험해 보면서 공주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저절로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왜 웃는 거예요?”

“아뇨. 그냥.”

잠시 후에 팽이나무 고목이 눈에 띄었다. 엄청나게 오래된 고목이 분명했고 가지 곳곳에 썩은 구멍이 난 곳이 보였다.

그 중 한 구멍에 부엉이 새끼가 밖을 내다보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이 사냥을 나간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가 분명해 보였다.

보통 부엉이는 야행성 조류로 알려져 있다.

야행성 조류는 밤이 되어야만 먹이활동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새끼의 기르는 시기다.

새끼들의 모습이 먹이를 잡으러 나간 어미를 기다리는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하잘 것 없는 미물 부엉이조차 새끼를 기를 때는 주간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배가 고픈 새끼를 생각하는 어미의 마음일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팽나무 아래쪽에서 크고 긴 먹구렁이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천천히 팽나무를 오르고 있었다.

분명 부엉이 새끼들의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하다.

“쉿.”

아무 것도 모르고 가까이 가려는 공주의 팔을 잡아당기며 공주를 제지시켰다.

“왜요?”

공주는 미준의 행동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기.”

“어머나.”

공주는 놀램과 공포가 혼합된 얼굴로 미준의 뒤로 물러섰다.

“조금만 기다려 봐요.”

그때 미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큰 먹구렁이의 몸통이었다. 머리와 꼬리 부분에 비해 몸통 가운데가 엄청 불룩하였다.

‘저 놈도 새끼를 밴 놈인가?’

그러나 그 것이 아니었다.

놈의 양 옆에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날개를 접에 몸에 찰싹 붙이니 임신한 구렁이처럼 몸통 가운데가 불룩해 보였다.

이건 분명 날개를 가진 변종 먹구렁이가 틀림없었다.

먹구렁이의 전설도 기억에 난다.

‘음.’

그때는 이미 구렁이의 머리는 부엉이 굴에 거의 근접해 있었었다.

“푸드드덕.”

드디어 부엉이 어미가 나타난 것 같다.

나뭇가지에 앉는 것 같더니 발톱을 세워 먹구렁이를 공격했다. 부리로 먹구렁이의 머리를 쪼아 대자 먹구렁이도 지지 않으려고 머리를 쳐들고 같이 공격을 하였다.

다시 보니 먹구렁이의 몸통이 날개뿐이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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