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209화 (209/225)

〈 209화 〉 공주의 숲(3)

* * *

“불?”

미준은 불을 끈 후 그녀를 안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미준이 그녀의 잠옷 단추를 벗기려 하자 그녀는 미준의 목에 두 팔을 감으며 달달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저씨, 잠깐만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각사각 옷을 벗는 소리가 미준의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미준도 덩달아 자리에 앉아 천천히 자신의 옷을 모두 벗었다.

*

한편 미준과 공주가 이렇게 하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조용한 야음을 틈타고 중산시 대공원 옆 미준의 대문 앞에 뜻밖에 두 대의 자동차가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한 대는 뉴 해양(주) 회장 연상준과 그의 모친 정순자 할머니가 타고 있었고, 다른 차에는 얼마 전 아내와 이혼한 바람기 많은 연상준의 아들 연슬준이 타고 있었다.

그 두 대의 승용차가 미준의 대문 앞에 세워졌고 그들은 차에서 내려 대문을 두드렸다.

집안에는 사람이 없는지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딩동, 딩동.”

몇 번이나 벨을 울렸으나 대답이 없자 아예 대 놓고 대문을 두드렸다. 늦은 밤이었으나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끗흘끗 그들을 처다 보며 지나 갈 뿐 누구하나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같으면 집 정원 곳곳에 설치된 석등에 대낮같이 등불이 켜져 있어야 할 것인데 오늘은 정원뿐만 아니라 집 건물 어느 한 구석에도 불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거의 한 시간이나 대문 밖에서 초조히 기다렸으나 끝내 소식이 없자 하는 수 없이 차에 올라 미준의 집에서 멀어져 갔다.

다음 날 아침부터 미준의 집 주변에는 평소에 없던 경호원들이 철통 같이 미준의 집을 지키고 있었다. 간혹 이집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만 한 번씩 차를 몰고나와 필요한 생필품을 구하려 다닐 뿐 다른 사람의 출입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주변 시장과 마트. 편의점을 둘러보고 들어가곤 하였다.

*

미준은 다음 날 아침 공주와 함께 가벼운 등산복을 갈아입고 작은 등산 가방을 맨 채 절벽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미준은 모처럼 홀로그램이 자신의 눈앞에 모양을 나타내었다.

[귀하의 스펙 20. 순발력 60. 감별력 59. 투시력 58. 전투력 62. 조정력 60.]

‘음, 많이도 올랐네.’

“공주, 오늘은 저쪽 숲속으로 들어가 봐요.”

미준이 가리킨 곳은 온통 나무의 아랫도리가 백색 옷을 입은 것 같은 자작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었다. 간혹 도토리나무와 주목 나무들이 섞여있긴 했으나 숲의 아래쪽은 훤한 상태로 사람이 다니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숲이 울창하여 정작 나무 아래는 잡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오히려 넓은 평원처럼 환하게 트여 있었다.

“그쪽엔 특별한 것이 별로 없을 거예요.”

공주는 미준을 보며 숲의 상황을 설명하며 따라 오고 있었다.

“산행하기는 이런 곳이 좋아요. 땅바닥에 잡목이 없어 다니기가 쉽고.”

미준은 자작나무가 울창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우리 가재나 좀 잡아갑시다.”

미준은 계곡을 내러가며 공주를 보며 말했다.

계곡은 골짜기는 길었으나 물의 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재가 있을 만한 돌들을 들춰가며 살펴보았다.

“한 마리 발견.”

공주가 먼저 가재 한 마리를 손으로 잡았다.

“평소에도 가재를 잡아요?”

“가끔요. 가재는 먹을 것이 별로 없어 자주 잡진 않아요.”

미준도 곧 가재 잡이에 몰두하였다. 가재는 먹는 것보다 잡는 재미가 더 좋은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야.”

공주가 가재에게 물렸는지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미준은 공주를 돌아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그때 계곡 옆 절벽에 작은 동굴을 발견하였다. 돌아보는 순간 무엇인가 동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잠깐만요.”

미준은 절벽을 기어 올랐다.

동굴 앞에 가서 들여다보았으나 사라진 동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바로 지금이야.”

미준은 홀로그램에서 뜨는 투시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자신의 기를 끌어 올렸다.

‘그렇지. 바로 이거구나.’

그것은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투시력이었다.

“뭣이 보여요?”

절벽 아래 계곡에서 공주가 소리쳤다.

공주의 말을 듣고 순간 미준은 공주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

그의 눈에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공주의 나신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이건 투시경과 같은 효과가 있구나.

미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투시력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구나.’

다시 머리를 흔들며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는 어미 오소리와 세 마리의 새끼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미준은 작은 동굴에 손을 뻗어 넣었다. 미준의 손엔 아직 눈을 채 뜨지 못한 오소리 새끼 한 마리가 잡혀 올라왔다.

미준은 손을 번쩍 들고 공주에게 보여 주었다.

“아, 귀여워요.”

미준이 보기엔 빨가벗은 공주가 더 귀여웠다.

“아저씨. 우리 가져가서 길러요.”

공주의 말은 들은 미준은 그것도 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져갈까요?”

“네, 가져가요.”

일단 미준은 배낭을 열어 오소리 새끼를 잡아넣었다. 한 마리면 충분하다.

다시 기를 모아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한 마리의 새끼를 뺏긴 오소리가 털을 세우고 두 마리를 보듬어 안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소리가 있는 바로 옆 갈라진 동굴에 소복히 쌓여있는 작은 원석들을 발견하였다.

‘저건 뭐지?’

미준은 손을 넣어 작은 돌들을 만져 보았다. 따뜻한 느낌이 손바닥에 전해온다.

‘일단 꺼내보자.’

잡히는 대로 한 움큼 집어내었다.

‘이게 무슨 돌이지’

모든 돌들이 회색을 띠고 있었고 하나같이 따뜻하였다. 지금까지 이런 돌은 본 적이 없었다.

자체 발광도 아닌 자체 발열 돌이었다.

‘이건 분명 지구의 돌은 아닌 것 같애.’

‘분명 값이 좀 나가는 돌이야.’

미준은 다시 손을 넣어 나머지 돌들도 모두 꺼냈다. 계란 크기의 원석이 총 아홉 개였다.

‘무게는 가볍고 자체 발열하며 회색빛을 지닌 돌들.’

‘오소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모은 돌인 것이 아닐까?’

미준은 자신의 몸에 끌어올린 기를 풀어내고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을 하며 발열 돌 한 개를 공주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물.”

미준이 준 돌을 받아든 공주는 매우 신기하게 들여다보았다.

“따뜻해.”

“이런 것들은 추운 겨울에 유용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겨울에 고기 잡을 때 가지고 있으면 무척 좋겠어요.”

미준은 그 돌을 모두 배낭에 집어넣었다.

다시 가재 잡이는 계속 되었다.

“저건 더덕이네.”

공주는 엄청나게 큰 더덕 덩굴을 보며 미준에게 손짓을 하였다.

“저건 엄청 크겠는데?”

“그렇죠. 좀 큰 것 같애요.”

미준은 재빨리 호미를 꺼내 더덕을 캤다. 사람의 손목만큼 한 큰 대물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이런 대물도 쉽게 발견되는구나.”

지난번에는 대물 산삼을 캔 일이 있었다.

“음.”

“아저씨, 여기서 점심 먹고 가요.”

계곡에 파인 웅덩이가 나오자 공주는 바위에 걸터앉으며 점심을 먹자고 하였다.

6월의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그래요. 식사도 하고 좀 쉬었다 가요.”

“벌써 이만큼 많이 잡았어요.”

공주는 들고 있던 주전자를 미준에게 열어 보였다.

“많이 잡았네.”

주전자 속에는 절반이나 찬 가재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그제야 미준은 배낭에 넣어두었던 오소리 새끼를 꺼내 놓았다. 오소리 새끼는 얼마 있지 않으면 눈을 뜰 것 같다. 얼른 가재 한 마리를 돌로 찧어 오소리에게 먹여 주었다.

“아. 잘 먹네.”

“오소리 새끼가 가재를 좋아하나 봐요.”

공주는 준비해온 밥과 고추장을 발라 노릇노릇 구운 사슴 고기를 꺼내 놓았다.

“자 먹어요.”

이렇게 나와서 먹는 밥은 언제 먹어도 최고의 맛이다. 물은 구태여 준비할 필요도 없다 여기선 계곡물이 바로 생수고 천연수임이 틀림이 없다.

“공주. 더 먹어요.”

“아저씨 드세요.”

미준이 하도 맛있게 먹으니 공주가 아마 식사가 보족할까 미리 젓가락을 놓는 것 같다.

“전 많이 먹었어요.”

공주는 등산 가방을 내려놓고 바지를 걷어 올려 웅덩이로 들어갔다.

남아있는 밥은 미준의 몫이다.

“아저씨 저건 뭐예요?”

웅덩이 왼쪽 편 낭떠러지에 무슨 탐스럽게 과일이 달려있었다.

“저거 복숭아 아닌가?”

미준은 식사를 하다말고 절벽으로 기어올랐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크기는 그리 크진 않았으나 주먹 크기의 자연 복숭아였다. 잘 익은 몇 개를 따서 웅덩이로 던져 넣었다.

공주는 얼른 복숭아를 잡아 깨끗하게 씻은 후 한입 베어 물었다.

“아저씨 이거 맛있어요.”

그 말을 들은 미준은 복숭아 몇 개를 더 골라서 다시 웅덩이로 던져 넣었다.

공주는 하나하나 모드 건져내어 깨끗하게 씻은 다음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노란색과 붉은색깔이 조화를 이루며 탐스럽도록 고와 보였다.

잠시 후엔 공주가 송어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미준은 이번엔 송어의 살을 밝아 오소리에게 먹여 보았다. 역시나 잘 받아먹는다.

“아저씨, 저거 우리가 키울 수 있겠어요.”

“그놈 참 식성이 좋네.”

식사를 한 미준은 역시 신발을 벗어두고 웅덩이에 발을 담궜다.

땀으로 얼룩져 세수도 하고 잡은 가재도 구경하고 물고기를 잡아 오소리 새끼에게 먹여주곤 하였다.

조금 전 보았던 공주의 나신이 머리에 떠올라 다시한번 볼까하고 기를 모으려다 그만 두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비신사적이고 지나친 기의 소모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제가 한번 왜놈의 정령과 밤새 끗 싸우다 모든 기를 소진하여 예솔의 도움으로 살아나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준의 스펙은 그때와는 아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승해 있었다.

그런데 꼭 그때 사고를 유발한다.

공주가 물에서 비틀거리다 첨병 웅덩이에 주저 않고 말았다.

‘가스나. 꼭 저래.’

“옷 벗어 말려요.”

“네?”

“오늘 가재는 그만 잡고 옷이나 말리며 여서서 놀다 내러 가요.”

사실 가재를 더 잡을 생각은 예초부터 없었다.

그냥 산행이나 하면서 그녀와 하루 쉬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동행하는 것만 해도 즐거운 하루였고 좋은 추억을 엮어가는 것이었다.

공주는 속옷만 입은 채 옷을 벗어 바위 위에 널어놓았다.

오늘 날씨라면 금방 옷이 마를 것 같았다.

“이왕 옷 벗었으니 수영이나 하세요.”

여름철 부산 해운대나 산호 해수욕장에 가면 지금의 공주와 별반 다름없는 아가씨들이 즐비하게 많다.

그러나 여긴 아무도 없는 산속. 그녀와 미준이 둘 뿐이다. 미준은 은근히 다시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수영이나 해 볼까?”

“....?”

미준은 옷을 훌렁 벗어 버리고 팬티만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수영을 해 보았다. 워낙 작은 웅덩이라 수영 솜씨를 자랑하기엔 공간이 좀 좁은 웅덩이였다.

“아저씨. 수영 잘하세요?”

“조금. 공주는?”

“저도 조금.”

미준의 행동을 지켜보던 공주는 서서히 용기가 나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제 밤에 산수 갑산을 갔다 왔다고는 하나 미준의 몸이 그냥 있겠는가?

천사와 다름없는 아름다운 공주가 속옷만 달랑 입은 채 자신의 앞에서 인어마냥 놀고 있는데 어찌 그냥 있으랴?

미준의 양물이 하늘을 보고 포효를 했다.

미준은 짓궂게 뒤로 돌아서서 가슴을 가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몸을 접촉시켰다.

“에구머니나?”

미준의 상태를 엉덩이에서 느낀 공주는 불이 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으로 나가면 뭐가 달라지나?’

그녀의 늘씬한 몸매만 더욱 노출될 뿐이었다.

“들어와요.”

공주는 팔짱을 끼고 미준을 바라보며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위쪽만 가리면 뭘 해. 아래가 다 보이는데.”

“엄마야.”

그녀는 다시 물에 뛰어 들었다.

그리곤 미준에게 물을 튕겼다.

그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한층 더 귀엽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휴, 저걸.”

미준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끓어오르는 남성의 욕망이 미준을 그냥 내버려 두질 않았다.

‘우리 사이에 뭐 이제 와서. 볼 건 다 봤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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