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203화 (203/225)

〈 203화 〉 뉴 중산 리조트(1)

* * *

3월 중순이 되었건만 꽃샘추위가 몰려와 제법 쌀쌀함을 보이는 날.

보석 세공 상가에서 연락이 왔다. 주문한 목걸이와 반지를 찾아가라는 연락이었다.

줄은 모두 모두 18금으로 만들었지만 아스라이트를 박은 목걸이와 반지는 영롱한 빛을 발산하며 아름답게 빛내고 있었다.

불빛을 받을 때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영롱하면서도 고상하고 청아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미준은 어머니 생일을 맞아 회사 비서실장 최한국과 비서 김한설을 초대하였고 병원 원장실 김간(김라희). 그 외에도 정은혜, 이영미, 박예솔, 한소희 등을 초대하여 집에서 저녁을 함께 저녁을 같이 먹게 되어 있었다.

평소 가까이 지낸 비서실 직원과 측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미준은 어머니 생일에 맞춰 준비한 아스라이트 선물 세트를 꺼내 놓았다.

“어머니, 제 선물이에요.”

미준은 어머니 생일 선물을 꺼내 놓았다.

그러자 각자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꺼내 놓았다. 어머니는 선물을 하나씩 개봉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고 각자 분수에 지나치지 않은 곳으로 성의를 표시 한 것 같았다.

이런 생일을 맞이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결혼을 한 신혼 초엔 이와 비슷한 생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 옛 기억 속에서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었다.

미준이 가까운 친척이 없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너무 쓸쓸하지 않도록 특별이 부탁해서 기까이 지낸 사람들을 초청 했고 생일 선물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양한다는 걸 강조하여 작은 성의만 보여 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

미준의 마음을 알았는지 모두 간단하면서도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왔었다. 장갑, 화장품, 향수, 모자 등이 주류였고 손지갑 같은 것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는 미준의 선물 세트를 열어보더니 남편의 생각이 났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준은 직접 어머니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걸어드리고 반지도 손수 끼워 드렸다.

“어머니, 제가 그동안 너무 소홀한 것 같아서 이번 생신에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지금처럼 젊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오.”

“고맙다. 내게 이런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구나.”

미준은 식탁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의 뒤편에서 어깨를 감싸 안아 드렸다.

어머니는 손을 어깨로 올려 미준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하시더니 참석한 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와인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하며 생일날 밤을 뜻 깊게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결혼 직후 처음 남편의 따뜻한 배려로 생애 처음으로 생일이란 것을 경험하였고 다른 사람의의 축하를 받아 보았다.

그때의 감격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미준이 잠시 자리에 비운 사이 다른 사람들도 생일날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추억들을 겸하여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때 갑자기 소희가 엉뚱한 말을 꺼내 놓았다.

“얼마 전 아저씨와 제가 요트 낚시를 갔거든요?”

“.....?”

소희는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으나 모두의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았다.

“혹시 크라캔이라고 알아요?”

“크라캔?”

반문을 하는 사람은 미준의 어머니였다.

“크라캔이 뭐죠?”

이번엔 영미가 물었다.

“네, 생긴 게 문어 같긴 한데 완전 괴물이었어요. 낚시를 하다 만났거든요.”

“그래서?”

“전 겁이 나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제압했어요. 그리고 선물도 받았어요.”

소희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어머니 목걸이와 비슷한 보석하고 이만한 운석도 가져다 줬어요.”

“크가캔이?”

소희는 아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먹을 내어 보이며 운석 이야기까지 들먹였다.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야?”

“그렇죠. 믿기 어렵죠. 사실 제가 생각해도 믿기 힘들어요. 우리 아저씨는 좀 남다른 데가 있어요. 특히 이번 낚시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꼈어요.”

‘미준이 크라캔과 통한다고?’

어머니는 잠깐 옛날을 떠올렸다. 크라캔은 자신의 바다 속 친구였다.

‘크라캔이 미준을 알라보다니.’

미준의 어머니는 가만히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어머닌 믿으세요?”

“믿지.”

“그걸 어떻게 믿어요.”

다시 미영이 끼어들었다.

“그럼 제가 거짓말 한단 말이에요?”

소희는 발끈 했다.

“그건 아닌데. 도대체 믿어지지를 않아서요.”

비서실장 최한국이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그때 미준이 거실로 되돌아 왔다.

“아저씨, 여기 아무도 크라캔을 믿지 않아요.”

미준은 순간 당황하면서 은혜와 예솔의 눈치를 잠깐 보았다.

정면 돌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까지 온 것 같았다.

“아, 얼마 전에 우리 리조트 전망을 보기 위해 잠깐 소희를 데리고 바다로 나갔어요. 이왕 나갔으니 낚시를 좀 했는데 대왕문어 한 마리 잡았어요.”

미준의 말을 들은 소희가 뭔가 자신이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내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나?’

“선물도 받았다면서요?”

“선물, 무슨 선물?”

“크라캔이 줬다면서요.”

“아, 그거. 내가 장난 쳤지. 소희에게 문어가 준 것이라고.”

“......?”

소희는 미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저렇게 당황해 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거 아저씨 장난이었어요?”

“너 속았구나.”

“그럼 그렇지.”

모두들 웃고 넘어 갔지만 어머니와 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희는 미준의 눈치를 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너무 생각 없는 아인가?’

‘아저씨와 낚시한 걸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입이 너무 가벼워 탈이야.’

생일을 파하고 모두 돌아가자 어머니는 미준을 불렀다.

“크라캔이 너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어?”

“어머니, 눈치 챘어요?”

“아마 다 눈치 챘을 걸. 소희와 낚시 간 것도. 다른 애들이 뭐라 안할까?”

“글쎄요. 여자들 마음이 다 거기가 거기 같아. 질투심도 많고.”

“음. 매사 행동에 조심해. 큰 인물이 되려면 여자 문제는 깨끗해야 하는 거야.”

“네. 그런데 어머니는 크라캔을 어떻게 아세요?”

“한때 내 친구였지.”

“아버지도요?”

미준의 어머니는 갑자기 아들이 아버지를 들먹이자 무슨 말을 하려하다 입을 다물었다.

미준이 자기 방으로 올라와 컴퓨터 앞에서 앉아 PC를 통해 뉴스를 검색하고 있는데 소희의 전화가 왔다.

“아저씨 제가 잘못한 거죠?”

“아냐. 내가 주의를 줬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너무 눈치가 없어서.”

“그건 어쩔 수 없고 내가 아가씨들께 인기가 좀 있거든. 질투하지 않을까?”

“그럴지도 몰라요. 이제 아저씨 좀 피곤해 지시겠다.”

잠시 후엔 더디어 은혜의 전화가 왔다.

‘올 것이 왔구나.’

소희의 말을 듣고 표정이 달라진 은혜를 본 미준은 분명 은혜의 전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받지 않으려다 전화를 받았다.

“예, 뉴 중산 천미준입니다.”

미준은 시침을 떼고 일부러 자신의 신분부터 밝혔다.

“오빠. 낚시 갔다며?”

“응, 그게.”

“시간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은혜야. 그게.”

“지금 카페로 좀 나와 줄 수 있겠죠?”

“지금?”

“난 벌써 출발 했어요.”

미준은 하는 수 없이 옷을 챙겨 입고 공원 카페로 나갔다. 그리고 미리 맞춰둔 목걸이 하나를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공원으로 가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택시를 탔는지 은혜는 이미 카페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벌써 왔어?”

“네,”

“너, 모처럼 보니까 더 예뻐졌더라.”

은혜의 표정은 좀 새침한 얼굴로 화가나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다고 요트를 타고 아무나 태우고 낚시를 가요?”

“아무나 아니야. 전에 내가 살던 앞집 아이야.”

“알아요. 전에 봤잖아요?”

“어, 맞아. 우리 이사했다고 집에 찾아왔더라고. 다음 날 뭐 할 거냐고 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낚시 간다고 했지. 어머니도 계셨어.”

“그래도 그렇지. 1박 했죠?”

“아니, 조금하다 왔어. 그래서 자기도 낚시하고 싶다고 해서 잠시 데려 간 거야.”

“그건 됐고. 오늘 웬 아가씨들이 그리 많아. 다 오빠 친구야?”

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은혜의 옆에 가서 앉았다.

“걱정하지 마.”

미준은 호주머니에서 아스라이트로 메달을 만든 목걸이를 꺼냈다.

“오늘 이거 네 주려고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못줬어. 어머니거와 같은 종류의 아스라이트야.”

“오빠, 이거주고 얼렁뚱땅 넘기려는 거 아니야?”

“이거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야.”

“.....?”

“내가 걸어줄게.”

“아스라이트? 이거 값은 엄청 비살 텐데.”

은혜는 마지못해 미준이 걸어주는 목걸이를 가만히 만져보고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오빠, 바람피우면 안 돼.”

“난 네가 전화도 안하기에 무척 바쁜가 생각했지. 네가 간다면야 언제든지 우선이지.”

“몰라.”

“야. 우리 오늘 그거 하자.”

“오빠.”

은혜는 눈치를 챘는지 눈을 흘겼다.

“농담 아니고 진짜 하고 싶어.”

“됐어. 나 내일 일찍 출근해야해.”

“나 그것 말고 진짜 선물 있는데.”

미준은 은혜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공원 옆 모텔로 들어갔다.

은혜는 체념을 했는지 방에 들어오니 샤워부터 했고 미준도 얼른 씻고 따라 나왔다.

“난, 너 땜에 미치겠어.”

“왜?”

“몰라. 너 생각만하면 자꾸 얘가 일어서잖아.”

“참 나.”

미준은 다짜고짜 은혜을 안아 침대에 눕혀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았던 자신의 욕망을 은혜에게 쏟아 부을 작정이었다.

미준에게 몸을 맡긴 채 가만히 누워있던 은혜는 미준의 턱과 볼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투정을 하였다.

“오빠, 나 불안해. 주변에 너무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애. 오늘도 그렇고.”

“걱정마.”

“오빠 나 버리지 않을 거지? 난 초등학교 때부터 오빠 사랑했어.”

“알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야.”

“.....?”

“우리 회사 리조트와 놀이공원이 3월 말에 맞춰서 개장을 해.”

“그렇게나 빨리?”

“내게 너무 측근이 없잖아. 사실 오늘 온 사람들도 모두 나의 측근이라면 측근이라 할 수 있지.”

“측근?”

“물론 직원들을 안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곳곳에 내 사람들을 심어놔야 하거든.”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은 부인이나 자식들이 많은가 보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기존 업체에서 발탁해야 하거든.”

“그래서요?”

“네가 좀 큰 걸 맡아줘.”

“뭐?”

“중산 백화점 지점장 자리 네가 좀 맡아줘.”

“내가 지점장을?”

“일이야. 지금보다 적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네 정도면 하고 남지. 실은 이 부탁 하려고 오래전부터 전화 기다렸어.”

“지금 지점장은?”

“리조트나 중산월드 맡기려고.”

“응.”

“사실 넌 아무것도 안 시키고 내 비서로 둘까하고 생각도 했지만 너무 가까이 있는 것보단 좀 떨어져 있는 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보수도 꽤 많고.”

“알았어요.”

미준은 다시 은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얼마가지 않아 다시 은혜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자꾸 나오는 자신의 흐느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어흥.”

“아흐.”

“으응, 흐응.”

“아흑.”

그리고 눈이 뒤집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두 손은 미준의 허리를 꽉 움켜쥐고 몸이 활처럼 휘며 튕겨 올랐다.

“우리 이제 날 받아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거 어때?”

“왜?”

“좋잖아. 오늘처럼. 넌 싫어?”

“몰라. 난.”

“좋으면서∼ 그렇게 하자.”

“안돼요.”

“왜 안돼?”

“오빠, 이젠 공인이야. 처신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안 그러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거야.”

사실 은혜의 말처럼 모든 것에 조심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은혜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이제 한 가지 인사는 정리 되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