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보석 가공 공장(4)
* * *
소희는 미준이 걸쳐둔 낚싯대를 건져 올렸다. 릴을 감는 포스가 그리 큰 것은 아니란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미준은 남아 있는 잔을 비우고 소희의 잔과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이것 뭐야? 꼼장어 잖아.”
소희는 장어가 걸려 올라오자 약간 실망한 것 같더니 미준을 보고 구워먹자고 하였다.
“아이, 그걸 어떻게. 난 못해.”
미준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소희는 태연하게 머리를 잘라내고 가볍게 껍질을 벗겨 토막을 내어 불판에 올려놓았다.
꼼장어의 색깔이 노란 색을 많이 띄고 있었다.
“이거 얼마나 몸에 좋은 건지 알아요?”
역시 소희다웠다.
소희가 발랄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꼬물꼬물 자기 몸을 꼬면서 소희의 손에 감겨드는 꼼장어를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손질하는 장면을 본 미준은 입이 딱 벌어졌다.
“야, 너. 진짜 대단하다.”
미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것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소희가 껍질을 벗기는 장면을 보고만 있어도 오싹하였다.
소희는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젖으며 장어를 구어 미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처음엔 좀 거북스러웠지만 소희가 직접 먹여주는 것을 사양 할 수 없어 마지못해 없이 먹어 보았다.
“아, 맛있어.”
미준은 술을 조금 마시고 난 뒤 다시 장어 한 토막을 집어 먹었다.
“이야. 이거 보기 보담 엄청 맛있네.”
소희는 미준이 만족하는 걸 보고 자신도 술을 조금 마신 후 꼼장어를 집어 먹었다. 감성돔 회와는 다르게 또 다른 맛을 주는 것 같다.
일단 먹어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업나보다.‘
저녁 시간이 되어오자 미준은 회를 이용하여 초밥을 만들었다. 감성돔 초밥과 광어 초밥을 만들고 회를 친 고기머리와 내장을 골라 넣어 매운탕을 끓였다.
초밥과 매운탕은 묘하게도 조화를 이루었다.
“아저씨는 전문 쉐프랑 다름없네요.”
“내가 대학 다닐 때 자취생활을 좀 했거든.”
“기본적인 솜씨는 있나 봐요.”
“맛이 괜찮아?”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녁을 먹고 나자 차를 끓여 내어 주었다.
“아저씨, 혹시 자신의 매력이 뭔지 알아요?”
“내가 그런 게 어디 있어?”
“있는데?”
“그게 뭔데?”
“순진한 거.”
“그거 바보 같단 말 아니야?”
“아닌데?”
“됐고.”
“낚시나 좀 더하다 자자.”
그들은 다시 낚싯대를 던져 넣었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좀 떨어진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달이 떠올랐다. 멀리 대호동 항구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대호항 등대가 또렷하게 반짝인다.
얼마 있지 않아 미준에게 괴물고기의 소식이 왔다.
느껴지는 손맛이 예사 고기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미준은 이번 낚시에 괴물 루어를 쓰지 않고 있다.
그냥 조용하게 힐링을 하며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미준은 초능력 보유자다. 구태여 괴물루어를 쓰지 않아도 괴물이 걸려오기 일수였다. 만약 괴물 루어를 사용한다면 괴물고기를 잡기가 훨씬 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올라 온 것은 때 아닌 고등 쏨뱅이였다. 여수 돌산도 부근 화태도에서 잡은 것과 거의 흡사하였다. 건져 올린 거물 쏨뱅이에서 아스라이트 두 개가 추출되었다.
“이건 뭐예요?”
“아스라이트.”
“보석이에요?”
“응, 예쁘지?”
“네, 예쁘긴 하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미준은 기회를 봐서 소희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저씨,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튼 그런 것 같아요.”
“넌 너의 매력이 뭔지 알아?”
“매력은 무슨.”
“넌 산소 같은 여자야.”
“그 멘트 언제 건줄 알아요?”
“그래도 그래.”
사실 미준은 소희와 있을 땐 마음이 편하고 좋은 것 같았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체면이나 체통을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시원하고 서글서글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산소 같은 여자.’
소희는 미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자 낡고 오래된 멘트란 걸 알면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조금 후 참돔을 걸어 올린 소희는 다시 미준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진짜 매력은 입술이에요.”
“야!”
“정말이에요.”
“남자 입술이 그렇게 예쁜 사람은 잘 없잖아요.”
“너 그러다 또 내 입술에 뽀뽀하려고 그러지?”
“이제 안 해요. 옛날엔 아무것도 모르고 장난 좀 했지만 앞으론 안할 거예요.”
“고맙다. 야.”
“아저씨와 나하고 몇 살 차이 줄 알아요?”
“네 살, 아니 다섯인가?”
“알고는 계시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뽀뽀할 때 싫지는 않았죠?”
“글쎄. 내가 어땠더라?”
“아마, 그랬을 거예요. 제가 싫어하는 것 같았으면 그런 장난 했겠어요?”
미준은 소희의 말을 듣고 보니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도 진심으로 지른 건 아닌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눈 좀 붙이자.”
“아저씬 들어가서 자요. 난 좀 더 할 테니.”
“너 그러다 낚시 메니아 되겠다.”
“이미 된 것 같은데.”
미준은 낚싯대를 접고 선실로 들어가 벌러덩 누웠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새벽에 눈을 떠보나 소희가 옆에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 선실이 추운 것은 아니었으나 이불도 덮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누워있었다.
미준은 모포를 꺼내 덮어준 뒤 밖으로 나왔다.
잔잔한 바다 위에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물위에 피오 오르고 있었다.
그때 미준의 눈에 거대한 물체가 안개속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저게 뭐지?’
그 물체는 점점 미준이 탄 요트로 접근하고 있었다. 순간 미준은 제빨리 시동을 켜서 도망을 칠까 생각하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신속하게 선실로 들어가 쇠막대기 스틱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가 가까워 올수록 물체의 모양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저것은?’
바로 거대한 문어의 몸체를 한 크라캔이었다.
미준은 스틱을 잡고 크라캔을 노려봤다. 여차하면 놈의 몸으로 뛰어 올라 잡고 있는 스틱으로 놈의 정수리에 박아 넣을 결심이었다.
‘좀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그러나 크라캔은 미준의 마음을 읽고 있는지 더 이상 접근은 하지 않았다.
10m 정도까지 접근한 크라캔은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미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본 듯한 크라캔의 몸체는 실로 어마 어마하게 큰 놈 같았다.
생긴 꼴도 상처투성이의 검붉은 머리에 부리부리한 눈, 다리 하나가 사람의 몸통을 능가할 만큼 큼직큼직 하였고 길이는 무려 10여 미터는 훨씬 넘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준이 경계 태세를 늦추진 않고 크라캔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놈도 미준을 관찰하는 것 같았다.
“너 혹시 내게 할 말이 있는 거야?”
그러나 놈은 반응이 없었다. 놈의 눈과 행동은 당장 공격을 할 것 같진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미준은 자신의 조정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미준은 자신의 기를 모아 크라캔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말을 해.’
그러나 놈은 반응이 없다.
‘두발을 들어.’
그러자 크라캔은 검붉은 두 다리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아니, 이놈이 내 말을 들어?’
“아저씨.”
갑자기 선실 문이 열리면서 소희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포의 목소리였다.
“저게 뭐예요?”
소희는 미준의 등 뒤에 서서 고개를 내밀어 크라캔을 보고 있었다.
“조용히 해. 가만히만 있으면 해치치는 않을 것 같애.”
소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어 나온 것 같았다.
“크라캔, 이제 돌아가 줘. 우리 소희가 놀라잖아.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와.”
그러자 거짓말 같이 크라캔이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 않고 있었다.
“잠깐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미준은 크라캔을 불러 세우고 선실로 들어가 가져온 과일을 던져 주었다.
“우거적, 우거적,”
신기하게도 크라캔은 미준이 던져 준 배와 사과를 잘도 받아먹는다.
‘고것 참! 신기한 놈이네.’
다 먹은 크라캔은 한 발을 들어 올려 마치 인사라도 하듯이 흔들어 보이곤 곧 가라앉았다.
“아저씨, 저게 뭐에요?”
“몰라, 영화에 나오는 크라캔 같잖아?”
“크라캔? 아휴 징그럽게도 생겼네. 시집도 못가보고 죽는 줄 알았네.”
소희는 아직도 몸이 오싹한지 부르르 떨었다.
“슈르르르.”
“엄마야.”
놀란 소희를 보며 고개를 돌아보자 다시 크라캔이 물위로 솟아올랐다. 이번엔 거의 요트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떠올랐다.
소히는 비명을 지르며 미준의 등에 매달리 듯 엉겨 붙었다.
“왜?”
그러나 미준은 크라캔의 눈을 보고 헤치지 않을 것이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철버덕. 덜컹.”
그제야 크라캔은 다리를 들어 올려 요트 위에 무엇인가를 던져 주었다.
자세희 살펴보니 주먹 크기의 돌덩이 하나와 볼링공만한 멍게 하나였다.
“고맙다. 크라캔. 잘 먹을게.”
미준의 말을 듣고 크라캔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번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소희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미준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너, 선실에 들어가 칼과 도마를 가지고 와.”
소희는 겨우 미준의 팔을 놓고 비틀비틀 선실로 들어갔다.
“이게 멍게가 맞아요?”
“그런 것 같은데.”
미준은 일단 식칼로 멍게를 절반 잘라 보았다.
주황색 멍게를 절단하자 진한 향이 진동을 하였고 말랑말랑한 멍게 살이 탐스럽도록 가득 차 있었다.
얼른 멍게를 잘라 소희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음, 바다 향기.”
소희는 멍게를 맛보며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때?”
“맛있어요.”
미준도 한 점을 먹어 보았다.
“햐.”
그들은 볼링공만한 멍게 살 절반을 금방 먹어 치웠다.
“아저씨. 행복해요.”
“행복?”
“음식을 먹고 이런 행복감을 느끼다니.”
미준도 자신이 모를 뭔가가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았다.
멍게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란 걸 처음 알았다.
“우리 아침은 천천히 먹자.”
“네.”
“그런데 이 돌은 뭐지? 멍게에 붙어 온 건가?”
미준은 바다에 던져 버리려다 이상하게 크기에 비래 무게가 매우 무거운 것 같아 깨끗하게 씻어 보았다.
“아, 이거 운석이네. 그놈이 우릴 도와주고 있네.”
“운석이요?”
“왜 별똥별에서 떨어진 것.”
“아, 오래전에 우리나라에도 떨어진 일이 있다고 하던데.”
“맞아. 이게 엄청 비싸데.”
소희는 운석을 받아 쥐고 무게도 재어보며 신기해하였다.
“별로 예쁘진 않네.”
소희는 보통 돌에 비해 엄청나게 무게가 나가는 운석을 쥐고 마치 아령을 잡은 것처럼 팔을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미준은 운석을 선실 서랍에 보관한 후 멍게 반쪽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아저씨, 다음 낚시 때도 같이 올수 있어요?”
“응, 다음에 기회 되면 그렇게 하지.”
그들은 천천히 아침을 먹고 일찍 집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몸에 열기를 느끼며 알지 못할 욕구가 솟아나는 것 같았다.
미준은 어제 취득한 우주보석 아스라이트와 지난번에 건진 것을 가지고 보석 상가로 갔다. 아스라이트로 목걸이, 귀걸이, 반지를 합해 한 세트 주문하고 나머지 다섯 개는 목걸이를 만들어 줄 것을 주문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할 계획이었다.
이미 여러 번 생각해 왔으나 실천을 못하다가 마음에 두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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