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보석 가공 공장(3)
* * *
“근대 대표님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소희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의해서 물었다.
“....?”
“이 아가씨 나보고 맨 날 백수라 그래요.”
“백수. 우리 원장님 보고? 호호호.”
“그래, 아가씨는 뭘 하는데?”
“뉴 해양 아쿠아리움에 근무합니다.”
“근대 우리 대표님 보고 왜 백수라고 하지?”
“그럼 우리 아저씨 백수 아니에요?”
“호호호.”
“우리 아저씨? 아저씨는 또 뭐야?”
“어머니 이 아가씨가 날 믿지 않아요. 원장이라 해도 안 믿고, 의사라 해도 안 믿어요.”
“그것 참 왜 그럴까?”
차를 마신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럼 천천히 놀다가요.”
“네, 고맙습니다.”
소희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아저씨 방은 어디에요?”
“저 위에.”
“아저씨 방에 가서 이야기 좀 해요.”
미준은 소희를 데리고 3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아저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소희는 미준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뭐?”
“원장은 뭐고 대표는 뭐예요?”
“내가 얘기 했잖아. 중산병원 원장이라고, 뉴 중산 컴퍼니 대표라고는 안 했었나?”
“그럼 그게 사실이에요?”
“그럼 사실이지. 내가 뭐가 답답해서 거짓말을 해.”
“....?”
“내가 원장이면 넌 관장이라 했지 않았나?”
“몰라 씨, 사람을 이렇게 바보로 만들고.”
“내가 언제 그랬나? 난 펙트만 말했는데.”
“아이시. 몰라요. 아이 더워.”
소희는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도우미 아주머니가 과일과 간식을 넣어 주었다.
“우리 이제 어떡하죠?”
“또 뭐?”
“이제 뽀뽀도 못하겠고, 아저씨라 부르지도 못할 것 같은데.”
“네 편한 대로 해.”
“그래서 어머님이 대표님, 원장님 이렇게 불렀구나.”
“아이 망신스러워. 속인 것은 아닌데 왜 자꾸 속은 기분이 들지?”
“자슥아. 그건 전부 네 생각이지.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몰라. 중산병원 원장님이 뉴 중산 대표님이라는 건 중산 시민들이라면 다 아는데, 왜 나만 몰랐지?”
“글쎄, 말이다. 사람을 잘 몰랐겠지.”
“그랬나?”
소희는 배란다로 나가 공원을 바라다보며 야경이 좋다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정색을 하였다.
“원장님. 그동안 제가 너무 까불었죠? 아무 것도 모르고.”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제가 좋은 직장 다닌다고 잘난 척 한 것 같은데. 얼마나 웃겼을까?”
“아니라는데. 왜 그래.”
“죄송해요. 대표님.”
“넌 내일 뭐해?”
“토요일인데 쉬어야죠.”
“그러지 말고 내일 낚시 갈까?”
소희는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가시려고요?”
“대호항 앞바다. 그 곳에 요즘 농어가 올라온데.”
“저야 좋지만 같이 다녀도 괜찮겠어요?”
“갑자기 무슨 말이야?”
미준은 소희의 말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내일 아침 8시 경에 빌라 앞에 나와 있어. 내 차 가져갈게.”
미준은 혼자 낚시를 하는 것 보담 소희와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소희의 행동이 전과 변함없이 대해주면 좋겠다.
그냥 밝고 착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탈어 놓는 본래의 소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병원에서나 회사에서나 자신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뭔가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에는 갑질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자신의 생각일지 모를 일이다.
“대표님, 그럼 내일 뵐게요.”
소희도 엄연히 직장인이다. 직장 상사가 어떤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미준이 직속상관이 아니라 하드라도 기본예절이 있기 마련이다.
그날 소희는 집에 돌아가서 앞으로 미준을 어떻게 대할지 고심을 하였다.
한때는 자신의 연인으로 생각도 했었다.
단지 백수라 망설이긴 했지만 미준의 여러 가지가 자신을 유혹했다.
끝까지 만약 취업을 못하면 아저씨만 좋으면 자신이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본인 만의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미준은 준비를 갖춰서 소희가 살고 있는 빌라 앞에 도착했다. 미준의 집과는 불과 거리가 2 300m 정도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아저씨.”
소희는 미준을 보자 다시 아저씨라 불렀다.
“타.”
소희는 가방 하나를 들고 청바지를 입고 차에 올랐다.
미준은 차를 중산항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모든 짐을 요트로 옮겨 실었다.
“아저씨, 요트도 있어요?”
“하나 샀어. 얼마 전에. 이건 낚시 전용이야.”
“자격은 있고요?”
“응, 겨우 땄지.”
“그럼 초보네.”
미준은 이제 소희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 온 것 같았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중산 항에서 출발한 요트는 신항을 지나 대호항 앞바다에 정박을 하였다.
생각했던 대로 소희는 낚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소희가 낚시에 재미를 붙이려면 처음이 중요하다는 걸 미준은 알고 있다.
미끼는 새우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회사에서 만든 새로운 괴물루어를 사용하지 않고 새우를 끼워 사용하였다. 오늘 하루는 힐링하고 싶었다.
얼마가지 않아 손바닥 크기의 가자미와 우럭이 미준의 낚시에 걸려들었다. 낚시는 때로 고참이 필요 없다. 누구 미끼를 물것인지 물고기 제 맘이다.
초보 낚시꾼 소희는 어복이 많은지 제법 몇 마리를 낚아 올렸다. 참돔과 우럭, 쏨뱅이를 포함해서 곧잘 올린다.
“너, 낚시에 은근 재능 있네.”
“그런 것 같죠?”
갯바위에서 하는 것보다 요트에서 하는 낚시는 조금은 쉽다.
무엇보다 던지기가 쉽고 멀리 던지지 않아도 고기가 잘 문다. 그만큼 배가 수심을 미리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랄까?
“또다시 소희의 낚싯대가 요동을 친다. 분명 대물임이 틀림없었다.
“팔이 떨리고 몸이 끌려가는 듯이 버티고 있었다.
“아저씨. 어쩌죠?”
미준은 침착하게 소희의 낚시를 리더 해 나갔다. 이미 몇 번을 가르쳐준 경험이 있지 않는가?
“침착하게 천천히 감아 올려.”
“아휴.”
“낚싯대를 당겼다 늦출 때마다 릴을 감으면 돼. 힘이 들면 한쪽 발을 뱃전에 대고 버텨봐.”
역시 여자 애들이 더 침착하다.
미준은 끝까지 소희의 낚싯대를 만지지 않았다.
결국 소희는 자신의 힘으로 제압에 성공했다.
미준이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다 뜰채를 이용하여 건져 올려 주었다.
“아저씨.”
소희는 낚싯대를 쥔 상태로 미준에게 다가와 미준의 뺨에 뽀뽀를 하였다.
그리고는 잠시 당황해 한다. 순간적인 버릇이었다.
“아휴, 진짜 기분 째져요.”
미준은 웃으며 엄지를 추켜세워 주었다.
소희의 표정은 날아갈 듯 좋아 했다.
이제 혼자서도 미끼도 끼우고 얼굴엔 잠시라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제 좀 쉬었다 하자. 점심도 해 먹고.”
소희는 가방을 가져와서 도시락을 펼쳤고 미준은 잡어를 골라 회를 쳤다.
미준은 회 한 점을 초장을 찍어 소희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음. 맛있어. 난생 처음 느끼는 맛이야.”
소희와 마주 앉아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미준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해안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리조트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 건물들 뭐하는지 알아?”
“리조트하고 놀이공원 만든다면서요?”“저기 저 산호도까지 케이블카 놓을 거야. 저기 올라가고 있는 것이 케이블카 지주지.”
“그럼 혹시?”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의 얼굴이 약간 긴장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아저씨가 백수면 좋겠어.”
“무슨 말이야.”
“아마 이번 낚시가 아저씨와는 마지막일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지?”
“이런 기회 준신 것만 해도 고마워요. 사실 제가 아저씨 좋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아닌 것 같아요.”
“넌 나와 친구잖아. 처음부터 그랬고.”
“아저씬 그랬겠지만 전 아니었거든요. 모든 걸 알았는데 어찌 제가 꿈이라도 꾸겠어요.”
역시 소희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는 아가씨였다.
마음속에 있던 말을 있는 그대로 모두 털어 놓았다.
“낚시는 재밌어?”
“네, 이제 막 재미 붙였는데 이런 날이 또 오겠어요?”
미준은 식사를 마친 뒤 소희에게 커피를 타서 건네주었다.
“소희야, 우리 계속 친구하면 안 될까?”
“어떻게 제가 아저씨와 친구를 해요.”
“그건 네가 모르는 소리다.”
“뭘요?”
“원래부터 친구였던 사람은 끝까지 친구야. 대통령이 되던 대법원장이 되던 친구는 친구지.”
“.....?”
“대통령이 되면 친구가 없어지나?”
“그건 아니지만.”
“우리 약속하자. 우린 영원히 친구로 남자고.”
“진짜 진심이세요?”
“난 농담 같은 건 잘 못하잖아.”
“....?”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낚시에 도전하였다.
오후 낚시는 오전에 비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몇 수를 더 건져 올렸다. 소희의 낚시 욕심은 매우 끈질겼다. 잠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매달리는 모습이 그녀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해도 뿌리를 뽑는 그런 성격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좋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뉴 해양 사원으로 입사 했을 것이다.
기업을 하는 미준의 입장에선 탐나는 직원이 틀림없었다.
[꿈의 직장.]
미준도 늘 생각한 것이 자신의 기업을 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는 그런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미준은 광어 한 마리를 잡아 올리면서 소희에게 회를 칠 수 있나 물어 보았다.
“점심 때 먹었는데 더 들고 싶어요?”
“우리 한잔 하면 어떨까 해서.”
“아저씨 오늘 가시는 것 아니지요?”
“눈치 챘어?”
“원래 아저씨 낚시여행 가시면 며칠씩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전에 같이 빌라에 살 때 저녁마다 제가 벨을 눌러 봤거든요.”
“아니, 왜?”
“혹시 돌아 오셨나 해서.”
“응.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있을 땐 문을 두드렸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내가 온 걸 귀신 같이 안다고 생각했지.”
“어떻게 할까? 오늘 돌아갈까?”
“이왕 왔는데 있다 내일 가요.”
소희는 광어 한 마리와 감성돔 한 마리를 건져 회를 쳤다.
신기 할 만큼 회를 치는 솜씨가 미준의 솜씨보다 월등하였다.
“너, 회치는 것 어디서 배웠어?”
“그냥 봤죠. 아버지가 종종 농수산물 시장가서 고기를 싸 와요. 그 기 가면 값이 좀 싸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하는 는 걸 보고 몇 번 해 봤어요.”
“그렇구나. 어쨌든 나보다는 잘하네.”
소희는 미준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술은 어떤 걸로 할까요?”
“너 하고 싶은 걸로 해.”
“회를 먹을 땐 소주가 좋아요.”
“너 그런 것도 알아?”
“아저씨는 저를 바보로 보고 있었나 봐.”
“아냐. 그건 아니고. 요즘 아가씨들 이런 거 못하잖아. 무서워하거나 징그러워하고.”
“그거 다 내숭이에요.”
“아마 저를 데려가는 사람은 행운아일 거예요.”
그리고 소희는 깔깔 웃었다.
미준과 소희는 낚싯대를 걸쳐두고 소주 몇잔을 마셨다. 오들오들한 감성돔 회와 야들야들한 자연산 광어회는 술맛을 제대로 나게 만들었다.
“오늘 저녁은 내가 특식 만들게.”
그때 미준의 낚싯대에 소식이 왔다. 초릿대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물었어요.”
소희가 미준의 초릿대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재빨리 뛰어 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