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보석 가공 공장(2)
* * *
삼일이 지나자 공주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미준은 덧을 놓아 토끼도 잡고 노루도 잡았다. 멧돼지도 잡았다. 물론 미준은 악령을 잡듯이 잡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이 없었다.
한 방울의 물이 그들이 남기는 유일한 것이었다.
미준의 스펙도 날로 증가하였다. 얼음이 얼어 있는 계곡에서는 여전이 영령들이 자주 출현했다.
보이는 대로 모두 회수하고 얼음을 깨어 물고기도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미준의 눈에 나타나는 홀로그램에 많은 능력치가 향상되어 있었다.
그만큼 사냥이나 물고기를 잡는 것도 진보한 것 같다.
[귀하의 스펙 15급. 순발력 45. 감별력 35. 투시력 45. 전투력 50. 조정력 40.]
“아저씨.”
계곡 위 숲에서 나무를 해서 돌아오는데 공주가 마당에 나와 앉아 있었다.
미준이 사다준 털이달린 갈색 점프를 입고 있었다.“추운데 왜 나왔어요?”
“이 옷이 너무 따뜻해요.”
“아저씨, 너무 고생해요. 이제 제 몸이 많이 좋아졌으니 오늘 저녁부터는 식사준비는 제가 할게요.”
미준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한 후 미준은 그녀의 내의와 브래지어와 팬티를 꺼내 주었다. 홍조를 띠는 그녀의 얼굴이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통조림 종류였다.
생선 통조림과 과일 통조림. 그 중에서도 꽁치 통조림과 복숭아 통조림을 특히 좋아했다.
어제는 덧에 멧돼지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부위별로 잘라 처마 밑에 걸어두고 머리와 족발은 따로 푹 삶았다. 기름기를 걷어낸 후 된장과 마늘을 넣어 다시 삶아내어 야들야들한 고기를 판에 올려놓았다.
“이것 푹 삶은 돼지고기.”
“아.”
“먹어봐요. 이거 맛있어요.”
모처럼 둘은 마주 앉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공주의 건강이 눈에 띄도록 회복된 것 같았다.
“내일은 우리 숲속으로 가 봐요”
“괜찮겠어요?”
“아마 아저씨가 좋아하실 것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몸 관리나 잘해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미안해요. 제 때문에.”
“아뇨. 내가 더 미안하지. 사실 나도 그동안 좀 바빴어요. 정신없이 보냈지.”
“죄송해요.”
“돌아오려 했는데 되지도 않고.”
다음 날 미준은 공주와 함께 낭떠러지 위쪽 숲속으로 나갔다.
공주의 말처럼 겨울이라 하기엔 그리 추운 날은 아닌 것 같았다.
골짜기의 고인 물이 약간은 얼 정도였고 흐르는 물은 얼지 않았다.
“이게 더덕이에요.”
“그리고 이건 마.”
“이건 도라지.”
마른 줄기를 보고 공주는 모든 것을 식별해 냈다.
“이것 아세요?”
미준이 보니 산삼이었다.
“산삼?”
“맞아요.”
“여기 산삼이 많아?”
“많지는 않지만 가끔은 있어요.”
미준은 호미를 이용해 공주가 일러주는 것들을 모두 캐내었다. 솟구치는 힘이 이런 것들은 일도 아니었다.
더덕과 산삼의 크기도 엄청난 것이다. 언젠가 캔 동자삼에 비해서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을 오래된 명약 같았다.
그리고 미준의 야생동물의 영령을 잡아 여러 종류의 보석을 얻었다. 꽃사슴과 고라니 영령. 삵과 독수리 악령을 잡아 들였고 호랑이 영령도 획득하였다.
그날 밤 공주는 잠자리에 누워 미준의 손을 잡아 당겼다.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이제 제 약속도 지킬게요.”
“그 약속은 안 지켜도 됩니다.”
“아니에요. 제가 지키고 싶어요.”
그녀는 미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러나 미준은 차마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그녀를 당겨 팔베개를 해 주고 허리를 당겨 안아주었다.
그렇게 또 하룻밤이 지나갔다.
그녀의 생기가 완전하게 돌아왔을 땐 벌써 열흘이라는 날짜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미준의 배낭 속에 많은 우주보석과 원석들이 쌓여갔고 산삼을 포함한 귀중한 약초도 많이 얻었다.
“이젠 여기 오는 길을 확실하게 알았어요.”
오늘 따라 바람이 불지 않고 햇살이 유별나게 따뜻하여 공주와 함께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면서 미준이 입을 열었다.
“내가 사는 곳으로 함께 가요.”
“아직은 아니에요.”
“그럼 언제?”
“그건 알 수가 없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지금 당장 다녀올게요. 한 시각만 기다려요.”
미준은 진호 해수욕장을 목표로 회전시계의 버튼을 눌러 보았다.
“이렇게 간단한 걸 가지고.”
미준은 진호 마트에 들어가서 필요한 식료품과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사고 쌀 몇 부대를 메고 신속하게 돌아왔다.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그녀가 쓸 것들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왜 그리 안됐는지.”
그녀는 미준을 보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 말 믿을 수 있죠?”
“네.”
“살다보면 누구나 사정이란 것이 있을 수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도 일어날 수가 있고.”
“알아요.”
“앞으로는 절대 허튼 생각 말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내가 사는 곳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요.”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네.”
“그러다 보면 약속 시간을 어길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어요.”
“네.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안 그럴 거예요.”
“내일 다시 고향에 다녀올게요. 이젠 지난번처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어쩌면 조금 전처럼 금방 올지도 모르고.”
그날 저녁 미준은 자신이 획득한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여 배낭에 넣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는 다시 미준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
“응.”
“아저씨, 저를 믿어요?”
“어.”
미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저도 이제 아저씨 믿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아이 갖고 싶어요.”
“뭐?”
“아저씨 아이 갖고 싶다고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요?”
“알아요.”
그녀는 미준의 품에 안겨 미준의 가슴에 손을 밀어 넣었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미준은 그녀의 가슴을 헤치고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숲속 공주의 집에서는 두 사람의 가쁜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계곡을 따라 퍼져나가고 있었다.
“사랑해요. 아저씨.”
“나도 사랑해.”
다음 날 아침 미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벌써 겨울은 지나가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봄이 오고 있었다.
그동안 대호동 일대에 뉴 중산 리조트와 뉴 중산 월드 공사가 많이 진척되고 있었다.
대호동 앞바다에 위치한 산호도와 연계시킨 공사였다. 리조트에서 산호도 까진 케이블카도 추진되고 있었다.
모처럼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사업 계획과 추진 상황을 설명해 드렸다.
“자네, 이제 마땅한 처녀를 만나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
“결혼요.”
“이제 나이 수물 아홉이나 됐는데 결혼 해야지. 어디 사귀는 사람 있어?”
“글쎄요.”
“전에 내가 소개한 은혜하고는 어떻게 되어가?”
“아직은 모르겠어요. 어떤 아가씨와 결혼을 해야 할지.”
“그럼 내가 다른 사람 알아볼까? 너만 좋다면 아가씨야 얼마든지 있지.”
“아뇨.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머니는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그윽하게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머닌 무슨 비결 있어요?”
“무슨 말인데.”
“어머니 얼굴은 제가 중학교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건 좀 과장이다. 나보고 젊다는 애긴 들었지만.”
“사실인데.”
어머니는 미준을 보며 웃었다.
사실 미준의 말은 진심이었다.
58세나 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무리 많이 봐도 40세 이상은 안 되어 보인다. 40이 무엇인가? 자세히 살펴봐도 30대 후반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자식이라 그래 보이는 건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자식의 생각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확실한 것은 어머님의 모습이 동안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갔었는데 다른 사람이 누님으로 보았다.
진행하고 있는 리조트가 속도를 내며 진척되고 있을 때 미준은 요트를 구입하여 본격적인 바다 낚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번 꽂힌 낚시는 기회가 오게 되면 사람을 유혹한다.
숲속 공주에게 간 이후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오랫동안 통화가 단절되었다. 미준 역시 돌아온 후에도 은혜와 예솔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미준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바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 연락이 없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통화를 한지도 오래된 것 같았다.
사실 바쁜 일정을 보낸 것도 사실이었고 통화를 기피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뜻하지 않게 소희의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왜 통 전화를 안 받아요?”
“언제 전화 했어?”
“몇 번이나 했는데. 통화한 기록보고 먼저 해 줄줄 알았는데.”
“미안, 내게 너무 많은 통화가 쌓여 있어서.”
“무슨 통화 기록이 그렇게 많아요?”
“글쎄 말이야.”
“오늘 저녁 집에 있어요?”
“응.”
“그럼 저녁 먹고 아저씨 집으로 갈게요.”
미준은 갑자기 소희가 집으로 온다하니 좀 당황스럽다.
지금 집은 전과 다르다.
어머니도 계시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함께 계신다.
“무슨 일로?”
“참, 아저씨 처녀가 총각 집에 가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요?”
“야!”
“그건 농담이고 아저씨 이사 간 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잖아요.”
“알았어.”
소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말릴 사항은 아닌 것 같았다.
저녁 일곱 시쯤 됐을까?
벨소리를 듣고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 주었다.
대문을 들어선 소희는 기가 죽었다. 넓은 정원에 조화롭게 꾸며진 고가의 분재가 아름답게 배열되어 있고 정원 한쪽에는 동산과 연못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연못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
새봄을 맞이하는 정원 수목에는 새싹들이 뾰족뾰족 돋아나고 있었다.
‘와. 예쁘다.’
‘아저씨 부모가 부자인가 보네. 그러니 맨 날 여행이나 다니지.’
현관에 들어서면서 미준을 본 소희는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들고 온 휴지와 세제를 놓고 미준에게 덤벼들려 하였다. 미준을 볼 때마다 하는 기습 뽀뽀를 할 계획이었나 보다.
“소희야.”
미준이 제지하지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자제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때 어머님이 벨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오셨다.
“누가 오셨나?”
“예, 손님이.”
미준은 어머니께 손님이라 소개하였다.
“안녕하세요?”
“예, 어서 와요.”
그들은 소파에 자리를 하였다.
“이 처녀는 누군데?”
어머니는 미준을 보며 물었다.
“예, 지난번 살던 집 옆집아가씨에요.”
“음. 그래?”
“예, 한 소희라 합니다.”
“난 이사람 어머니네.”
“예?”
어머니란 이야기를 듣고 소희는 깜짝 놀랐다.
‘계모인가?’
그런 것 같았다. 아저씨 아버지가 재혼을 하신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마침 아주머니가 차를 들고 거실로 나오셨다.
“차 드세요.”
“고맙습니다.”
“아가씨는 몇 살?”
“어머니가 소희에게 물었다.‘
“수물 셋이에요.”
“음, 예쁘게도 생겼네.”
“우리 대표님과 가까워요?”
“네?”
“나이를 보니 친구는 아닐 테고.”
미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아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가 아닐까 살펴보고 있었다.
“어머니 아니에요. 괜히 오버하지 마세요. 옆집 친구 맞아요.”
“그래? 내가 좀 오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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