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95화 (195/225)

〈 195화 〉 순간 이동(2)

* * *

원장석에 앉아있는 미준을 본 순간 그의 얼굴에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고 후광이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손을 덥석잡으며 하얗게 미소를 띤 그의 얼굴을 눈이 부셔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이게 아닌데. 내가 얼이 빠졌나?’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면서 몇번을 다시 봐도 미준이 틀림없었다.

“원장님.”

빨갛에 달아오른 얼굴로 자신의 손을 잡는 미준을 보니 가슴이 콩닥거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 자리에 앉으세요.”

미준은 연방 미소를 띄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병원에서 근무해 보니 어떠세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잠시 후 김간이 차를 내어왔다.

“살고 있는 곳은 불편하지 않아요?”

“네, 작은 오피스텔이라 불편하진 않습니다.”

어느 새 예솔은 직장 최고 어른을 대하듯 두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

“말을 편하게 하세요.”

“네. 그건 좀.”

“우리 회사 사택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을텐데.”

“그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 사고 싶은데 시간 괜찮겠어요?”

“그럼 제가 사겠습니다. 취업도 했고.”

“무슨 별 말씀을요, 내 생명의 은인인데?”

“그렇지만.”

“그럼 저녁 7시에 시내 중산 호텔 뒤편 명호한우 전문집에 와요. 혼자 오기 불편하면 김간과 같이 올래요?”

“아니에요. 원장님. 제 혼자 갈게요.”

순간 예솔은 원장과 함께 둘만의 식사 기회를 뺏기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 일곱시 거기서 봅시다.”

원장실에서 나온 예솔은 왜 김간과 같이 오라는 원장의 말을 거절했는지 자신이 너무 황당하였다.

무엇보다 원장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준은 김간에게 인터폰을 눌러 장소를 가리켜 준 뒤 조용한 방을 예약해 두라 일렀다.

예솔은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고 최대한 신경을 써서 미리 약속 장소에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복장을 소홀히 하면 함께하는 원장의 체면에 손상이 될 것 같은 지레짐작으로 몇번이나 화장을 고치고 옷을 바꿔 입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타난 미준의 모습은 가운을 입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일찍 오셨네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에요. 금방 왔습니다.”

“예솔은 자리에 일어서서 원장님이 먼저 앉기를 기다렸다 같이 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방에 미준과 마주 않은 예솔은 도저히 마주 처다 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손을 만지며 아래쪽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서빙하는 아가씨가 들어왔고 미준은 주문을 하였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 골라 주세요. 내게 가장 귀한 손님이니.”

미준의 말을 들으니 또다시 가슴이 콩닥 거렸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뭔가를 물어보려 생각했는데 아무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드디어 서빙 아가씨가 고기를 들고 나왔다.

“이건 봉계 한우 고기예요. 낙엽살이라 하던데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좋아 가장 인기있는 부위에요.”

아가씨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고기를 숯불에 올려주고 조금 기다렸다 가위로 잘라 주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맞 어때요?”

“맛있어요.”

사실 예솔은 맛도 모르 지경이었다.

불판위에 고기가 떨어지자 미준이 직접 불판 위에 고기를 얹어 구웠고 예솔이 미안해서 자기가 하려 했으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어가자 가위로 절단하여 굽고 있던 고기 한 점을 집게로 집어 예솔의 입에 넣어주었다.

“자. 입.”

엉겁결에 고기를 받아먹기는 했으나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원장님, 제가 할게요. 집게 이리 주세요.”

“내가 할 테니 그냥 먹어요.”

미준은 자신도 역시 집게로 고기를 집어 먹으며 예솔에게 빨리 먹으라고 하였다.

예솔은 고기를 먹으면서도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한번 씩 처다 보는 미준의 눈이 의식되어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먹기는 하면서도 아무런 느낌을 느끼지 못하고 가슴만 계속 콩닥 거렸다.

한참동안 고기를 먹다 미준은 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했고 밥을 먹을 때쯤 예솔은 마음의 평정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참, 원장님, 지난번에 속리산에서 김천으로 갈 때 어떻게 된 거예요.”

“아. 그것 요. 그것 때문에 늘 긴장했나 봅니다.”

“....?”

예솔은 진짜 그것이 궁금했다. 이야기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일을 몸소 체험했으니 당연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예솔씨, 그 때도 얘기 했지만 난 우연하게 순간이동의 능력을 얻었어요. 절대 비밀입니다. 나와 둘만 아는 비밀,”

“그럼 그 때 그것이 꿈이 아니었네요.”

“네. 사실입니다. 내게 왜 그런 능력이 생긴 건지는 나도 몰라요,”

미심쩍긴 했으나 원장의 말이 모두 사실인 것 같았다.

“아직 미심쩍지요? 식사 후에 더 보여 드릴까요?”

“....?”

확신에 찬 미준을 보며 예솔은 온갖 생각에 머이가 복잡했다. 보통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어쩌면 자신은 신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론 진짜 정신 차려서 한번 더 체험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 순간에 그와 함께 다시 포옹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난 기억을 되살려보니 분명 이동할 때 포옹을 했고 진한 입맞춤을 하며 이동한 것 같았다.

식사를 한 후 그녀를 데리고 캠핑카에 태워 진호동 해안으로 차를 몰았다.

신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안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직 중산구경 제대로 못했죠?”

미준은 물었다.

“네. 아직.”

“여기 야경이 좋아 이리로 나와 봤어요.”

“풍경이 아름다워요. 등대도 멋있고요. 사실 전 바닷가에 많이 오진 못했어요. 고향이 김천이다 보니.”

“그렇겠죠.”

“전 여기도 처음이에요.”

“그렇겠죠, 중산은 삼경 중 하나예요. 저기 저 섬 보이죠. 저 섬과 이쪽 해안이 중산 1경. 그리고 중산 대공원이 2경. 진호천 산책길이 3경이라 그래요. 그래서 데이트 하는 사람들이 이 세 곳을 매우 선호해요.”

“네.”

“원장님. 순간 이동 한번 더 보여 주시겠다면서요.”

“그러고 싶어요?”

“도저히 미끼지가 않아서.”

“그럼 저 해자도 까지.”

“잠깐만요.”

예솔은 잠시 후 해자도엔 교량이 있어 금방 걸어갈 것 같고 좀 색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자주 경험할 것 같지도 않아서였다. 모처럼의 기회를 헛되이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러나 갑자기 생각하려니 막상 떠오르는 곳이 마땅히 없었다.

“그럼 일단 저 섬으로 가요. 좀 더 생각해 보고 말씀 드릴게요.”

미준은 다시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그럼 일단 나를 마주보고 꼭 안아요. 그리고 지난번처럼 해봐요.”

예솔은 갑자기 가슴이 다시 쿵덕거렸다. 그 말은 다시 입을 맞춰 키스를 하자는 제안 같았다.

“어떻게 제가 원장님과?”

“뭐 어때요. 그렇지 않으면 체험을 못하는데?”

“....?”

“어서요.”

하는 수 없이 예솔은 미준과 마주서서 고개를 들고 미준을 쳐다보니 온 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 같은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키스.”

예솔을 미준을 처다 보며 입술을 내밀었다.

“찌르르.”

“내가 눈을 뜨라고 할 때 까지 절대 뜨면 안 되는 거예요.”

“네.”

대답을 하는 동시에 미준의 팔이 자신의 허리를 잡아 당겨 포옹을 하였고 드디어 그의 입술의 자신의 입술을 덮쳐 왔다.

“으으으.”

짜릿한 전류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미준을 더욱 끌어안았다. 이번에 미준의 혀가 자신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었다.

“스르르.”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미준은 아직 그러고 있었다. 지난번 경험으로 봐서 가까운 해자도엔 금방 도착했을 것 같은 데도 미준은 떨어지지 않고 자신의 입술을 맞춘 채 자신의 혀를 건드리며 그냥 있었다.

미준의 혀는 자신의 혀를 휘감다 입천장을 건드리자 그만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저절로 호흡이 가빠지며 다리의 무릎이 짜릿한 감각과 함께 접치고 만 것이었다. 땅바닥에 주저 않아 상준을 쳐다보니 미준은 아쉽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왜, 어디 아파요?”

예솔은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조금 전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멀리 항구의 등대가 보이고 불빛으로 찬란한 진호동 해안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 손잡으세요.”

정신을 차린 예솔은 그제야 미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체험 좋았어요?”

미준이 물었다.

“네.”

대답을 하고 나니 창피하기가 말 할 수 없었다.

순간이 동 체험이 좋았는지 미준의 키스 체험이 좋았는지 자신의 대답이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좋았으면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미준은 시침을 뚝 떼고 다시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항구를 바라보고 있는 예솔의 마음은 설레기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여기가 해자도예요. 원래는 교량이 없었는데 시에서 공원을 조성하며 다리를 놓았어요.”

“네, 정말 아름다워요.”

잠시 후 미준은 예솔을 데리고 해자교를 지나 다시 해안 도로로 나왔다.

차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미준의 예솔의 손을 잡았다.

해안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도로 가에 위치한 횟집으로 들어갔다.

“우리 한잔해요.”

미준은 속리산에서 같이 마시던 동동주가 생각나 술을 함께 시켰다.

“사장님, 여기 오징어 회와 복분자 한 병만.”

“네.”

그들은 간단하게 복분자 한병을 나누어 마신 뒤 오징어 회를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예솔은 미준의 팔을 잡았다. 속리산에서 걷던 모습이 이곳에서 다시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미준의 캠핑카가 있는 신항 주차장 가까이 왔을 때쯤 이었다.

예솔은 지금까지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갑자기 미준의 팔을 당겼다.

“우리 그 기 한번 가 봐요.”

“네?”

뒤늦게 생뚱맞은 말을 하는 예솔이가 좀 어이없게 생각되었으나 약속한 것도 있어 그녀를 바라봤다.

“팔공산 갓 바위.”

“대구서 학교에 다녔다면서 갓 바위 가보지 못했어요?”

“네, 대학 때도 한번도.”

“공부만 했나 봅니다.”

“그건 아닌데도.”

“이 시간에 괜찮을까?”

“밤에도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자 그럼. 이왕 약속한 거니.”

이번엔 아예 미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예솔이 먼저 미준을 끌어안았다.

미준은 그녀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끌어 올리듯이 당기면서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겨우 발끝이 땅에 떨어져 미준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자신의 가슴이 미준의 눈 앞에 머물게 되었다.

“흡.”

예솔은 뜻하지 않은 자세로 자신의 하복부가 비준의 배에 닿는 순간 다시 온몸에 강한 전류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매번 왜 이래?’

이번엔 자신이 미준을 내려다보는 처지가 되었다. 미준은 눈을 감고 예솔을 처다 보며 입술을 내밀었다.

은혜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미준의 입술에 자신이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미준을 느끼고 있었다.

“스르르르.”

눈을 떴을 땐 갓 바위 앞이었다.

예솔은 미준에게 떨어져 갓 바위에 앞에 서서 기도를 하였다.

전하는 말로는 팔공산 갓 바위는 누구에게가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일설이 있다. 따라서 갓 바위에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갓 바위의 효험을 보았다는 말들이 많이 전해 온다.

갓 바위까지 간 미준은 오늘 밤 그녀를 집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자신의 조정력도 알고 싶었다.

‘오늘 밤 예솔은 나의 여자다.’

미준은 두 번의 기를 모아 홀로그램을 생각하며 속으로 되뇌었다.

예솔은 주변에 있는 부처마다 기도를 하였고 자신의 백에서 지폐를 꺼내 시주를 하는 것 같았다.

‘저러려고 여기 오자 했나?’

한참 후 예솔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미준에게 안겼다. 자세를 보니 순간 이동으로 돌아가자는 신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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