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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94화 (194/225)

〈 194화 〉 순간 이동(1)

* * *

‘괴 물고기를 사들여 괴물 루어를 개발했다.’

너무나도 쉬운 비밀 아닌 비밀이 노출될 것 같았다.

아직도 예솔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회전시계를 이용하여 순간이동을 시도 해 볼까?’

그녀의 표정이 궁금해 졌다.

해야 할 일은 그것만도 아니다. 공주가 사는 곳에도 다녀와야 한다. 갑자기 미준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방안의 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솔씨.”

“예솔씨.”

미준은 이제 예솔을 깨워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좀 더 늦으면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을 것 같았다.

“으응.”

“예솔씨 일어나 봐요.”

“으응.”

여기가 자기 집 안방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은 들여다보니 갑자기 충동이 일어났다.

반쯤 벌린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흡.”

짜릿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져 내렸다.

‘한번만 더.’

미준은 가만히 예솔을 내려다 보다 그녀의 입술을 다시 덮쳤다.

“으읍.”

그녀는 갑자기 도리질을 하였다.

“예솔씨.”

그제야 예솔은 눈을 뜨고 빤히 미준을 올려다봤다.

“미준씨?”

“네, 시간이 너무 오래 돼서.”

“몇시에요?”

“밤 10시.”

그녀는 갑자기 후다닥 미준을 밀치고 일어나 앉았다.

“제가 너무 오래 잤나 봐요.”

“그런 건 아니지만 저녁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미준과 예솔은 추리닝 위에 등산복 상의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속리산 주변에는 밤늦게 까지 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여행을 온 학생들이 기념품 매장마다 많이 붐볐고 어떤 호텔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느라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간혹 남녀 학생들이 골목에 서서 담배를 피우느라 몰려 있기도 했다.

미준은 은혜의 아픈 발을 생각하여 그녀의 한쪽 팔을 잡아주었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산채 비빔밥과 버섯전골이 주 메뉴였다.

미준은 예솔을 생각해 버섯전골과 공기밥을 주문하였다.

“한잔 생각 있어요?”

미준은 예솔를 보며 물었다.

“좋죠.”

“잠은 좀 잔 것 같아요?”

“너무 오래 잤어요. 미리 좀 깨우지 않으시고.”

“피곤해 보였어요. 그러니 내가 뽀뽀한 한 것도 모르고 자지.”

“네?”

미준은 어쩌면 예솔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아 고백하는 셈치고 털어 놓았다.

“에이, 아저씨는 농담도.”

그녀는 얼굴을 약간 붉히기는 했으나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우린 예쁜 것 보면 참지를 못하거든요.”

미준은 그런 말을 하는 자신에게 더 놀랐다.

“그럼 제가 예쁘다는 말씀인데. 칭찬한 거 맞죠?”

“흐흐.”

식사가 나오면서 동동주도 함께 나왔다. 속리산 동동주가 꽤나 유명하다고 하였다.

먼저 동동주 한 사발씩으로 목을 축이며 버섯전골을 안주삼아 식사를 하였다. 속리산 동동주는 누구나가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순하면서도 마시기가 좋았다. 식사를 한 뒤에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잔, 두잔 제법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아저씨. 진짜 하시는 게 뭐예요?”

“사냥.”

“사냥요?”

“네.”

“총도 없잖아요.”

“사냥을 하는데 꼭 총이 있어야 하나요.”

“농담 말고 진짜 하시는 일?”

예솔은 내심 미준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사실 난 헌터고 제일 좋아하는 사냥감은 여자.”

“또, 또.”

미준은 명함을 꺼내 예솔에게 보여 주었다.

명함을 받아든 예솔은 멍하니 미준을 쳐다봤다.

“왜요?”

“정말이신가 보네.”

“신문에 나온 그 사람 맞아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예솔은 좀 이외였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예솔은 다시 주인에게 동동주 한 병과 파전 하나를 더 주문하였다.

‘예솔에게 나의 마인드 컨츄럴 능력을 시험해 볼까?’

“미준씨. 술.”

예솔은 주문한 동동주가 나오자 술잔을 내밀었다.

미준은 예솔의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에 술을 가득 부었다.

“자. 오밤행.”

“오밤행이 뭐예요.”

“몰라요. 누가 그랬어요.”

“혹시?”

“들켰나?”

“순 바람둥이.”

“내가요?”

“하기야. 미준씨 정도 되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오면서 예솔은 술이 좀 취하는지 약간 비틀거렸으나 미준이 그의 팔을 잡아주자 중심을 잡고 잘 따라 왔다.

돌아오다 노래주점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노래주점에 들어가서 다시 캔 맥주랑 과일을 시켜 놓고 제멋대로 노래를 불렀다.

가끔 한 번씩 상대방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지만 교대로 노래를 하다 보니 새 노래 찾기가 더 급급했다.

그러자 예솔은 메들리 곡을 틀어 놓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춤을 추기도 하였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에 지쳐 예약한 시간을 다 쓰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예솔은 샤워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간 후 양치소리가 들려오고도 한참 후에 욕실에서 나와 침대로 들었다.

미준도 양치를 하고 발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예솔이 내게 온다.’

‘예솔이 내게 온다.’

마인드 컨츄럴처럼 입속으로 외며 잠시 아리숭한 마음을 먹다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마음을 접고 잠을 청했다.

“미준씨.”

자지 않고 있었는지 한참 만에 예솔이 미준을 불렀다.

“난 미준씨가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 했는데.”

“나, 평범한 사람 맞아요.”

“제 같은 사람도 꿈꿔 볼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미준은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넌 안 된다.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없고, 너도 꿈을 꿀 수 있어.’

이렇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과 다름없는 은인이었기에.

“예솔씨, 우리 병원에 좀 와 줘요.”

“병원요?”

“중산 종합병원.”

“병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요?”

“병원 사무직원으로 올 수도 있고. 병원 내 약국에 근무할 수도 있고.”

미준은 예솔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 또한 그녀를 자신의 가까이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약국?”

“네.”

“....?”

“그러나 장차 미래로 보면 약국보다는 병원 사무직이 좋을 것 같은데. 약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고.”

“정말이에요?”

“내가 누구에게 거짓말 하겠어요. 기숙사도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제게 배려해 주시는데.”

예솔은 초 저녁 잠을 잔 탓인지 병원에 대한 일과 회사에 대한 일들을 하나하나 물으면서 오랫동안 미준에게 잠을 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 처음 미준씨를 만났을 때 하늘이 제게 보내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많아 부풀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와는 너무 다른 세계사람 같아요.”

이 말을 들은 미준은 이번에도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 식사 후 돌아가요. 그리고 한 가지 놀랄 만한 것을 보여 줄게요. 기대해도 좋아요. 이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것. 진짜 놀라운 일.”

“기대할게요. 대표님.”

“그렇게 부르지 마요.”

“.....?”

그리고 미준은 잠이 들었다. 그 후 한찬동안 예솔은 미준을 바라보다 늦게야 잠이 들었다.

이들이 일어났을 땐 정오가 다된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법주사를 방문을 약속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절에도 가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점심 식사를 하였다. 나올 땐 이미 모든 짐을 챙기고 키를 반납한 후 식당으로 들어왔다. 어제 저녁을 먹은 바로 그 식당이었다.

메뉴는 산채 비빔밥.

식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예솔을 팔을 잡고 끌듯이 들어갔다. 둘러보니 보는 사람이 없었다.

미준은 예솔을 돌려세워 꼭 껴안아 포옹을 하였다.

회전시계로 순간이동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예솔은 미준의 행동이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는 것으로 오해를 했는지 두 눈을 꼭 감고 턱을 내밀어 미준의 키스를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왕 갈 바엔 키스를 하면서 가자.’

미준고 눈을 감고 그녀의 내민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주문을 외웠다.

찌르르한 느낌이 등줄기를 스쳐갔다.

‘김천시청 앞.’

마음으로 외우며 회전시계의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륵.’

예솔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미준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예솔이 눈을 떴을 땐 김천 시청 앞이었다.

미준의 품에 안겨 꿈을 끄는 듯 했으나 정신을 차려보니 대로 주변 인도에 두 사람이 포옹을 하며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 흘깃 자신들을 돌아보고 있다.

‘백주 대낮에 별 지랄 다 한다’ 는 표정이었다.

“어머.”

화들짝 놀라 미준을 밀어내고 입을 딱 벌렸다.

시청 팻말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죽을 때 까지 비밀입니다.”

그리고 미준은 사라졌다.

‘내가 지금까지 꿈을 꾼 건가?’

예솔은 배낭에 넣어둔 휴대폰 케이스를 열어 보았다.

분명 휴대폰 케이스에는 미준의 명함이 분명하게 꽂혀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에게 인사도 안하고 무조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명함을 꺼내 전화를 하였다.

“예, 뉴 중산 컴퍼니 대표 연미준입니다.”

얼른 전화를 껐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이 들은 미준씨의 목소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였지만 휴대폰의 목소리라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조금 있으니 자신의 휴대폰에 벨이 울렸다. 얼른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예솔씨?”

미준이었다.

“네,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놀랄 일을 보여준다 했잖아요. 이건 예솔씨에게만 보여준 거예요. 비밀입니다.”

“지금 어디에요?”

“중산 우리집.”

“벌써 그기까지?”

“고마워요. 예솔씨.”

예솔은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있다 놀라는 식구들에게 뒤늦게 인사를 하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믿지 못할 일이 있다는 건 과연 사람들이 짐작이라도 할까?”

얼마 후 예솔은 뉴 중산 종합병원 사무직으로 입사했다. 입사를 한 후 병원 가까이 방을 얻어 혼자 자취를 하며 다니고 있었다.

미준을 만나 기다리던 직장을 가지게 되었고 임금 또한 후한 편이라 마음은 흡족했다. 그러나 늘 원장에 대한 수수깨끼를 풀지 못해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미준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느끼며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키워가고 있었다.

“이건 비밀입니다. 예솔씨에게 만 보여준 겁니다.”

미준의 이 한마디가 늘 가슴에 남아있었고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그에 대한 소문이 매우 좋았다.

원장에 대한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친절하고 신뢰도가 높다.’

‘이해심도 많고 통이 크다.’

무엇보다 의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고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지냈다.

병원에서 간혹 만나 지긴 했으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원장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 한번 조용히 만날 수가 없을까?’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원장실 김간에게 전화가 왔다.

“사무처 박예솔씨. 식사 후에 원장실로 좀 오시래요.”

사무처 팀장에게 이 소식은 전해들은 예솔은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가슴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자.’

몇 번이나 마음을 가다듬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도 다듬고, 얇게 바른 립스틱도 다시 고쳤다.

그래도 뛰는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점심은 어떻게 먹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원장실 까지 가는데 걸음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똑똑.”

“네.”

미준의 목소리가 안에서 흘러 나왔다.

살그머니 문을 열어 보았다.

“어서 오세요. 예솔씨.”

예솔의 심장은 쿵덕쿵덕하였다.

등산복 차림으로 꾀죄하던 미준을 본 후제대로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해 꾀죄한 얼굴은 아니긴 했으나 지금하고는 너무나 달랐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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