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88화 (188/225)

〈 188화 〉 이계에서 온 소녀(3)

* * *

“여기서 자.”

미준은 약간 화가 난 듯이 그녀를 눕혀둔 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왜요?”

“화났어요?”

“그렇게 앉아서 자겠다는데 화가 안나겠어요?”

“소원이 뭐예요?”

“몰라. 이젠 소원도 없어.”

공주는 미준에게 손을 뻗어 미준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 소원 알아요.”

“.....?”

“제 손만 잡고 자는 거죠?”

‘가스나, 웃기고 있네. 손만 잡고 자는 게 소원인 사람이 어디 있어. 나를 영 고자로 아나?’

“가까이 좀 와 봐.”

미준은 그녀의 잡아 잡아당겼다.

“그럼 이렇게 해서 자.”

미준은 그녀를 당겨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이불을 당겨 한꺼번에 덮었다. 그의동물적인 욕망이 솟아나고 있었다.

“아저씨.”

미준은 공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붙여 보았다.

짜릿한 감촉이 전신을 번져 나간다.

그리고 조금씩 빨아 보았다.

연분홍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열리며 달달한 타액을 느낄 수가 있었다.

"흡."

미준의 혀가 그녀의 입으로 밀고 들어가자 그녀의 혀가 서로 엉겼다.

“으음.”

미준의 혀는 그녀의 입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의 혀가 입천장을 자극하자 공주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 나온다.

“읍, 읍.”

미준은 그녀의 타액을 빨아들였다.

달콤한 그녀의 맛이 숲속 향기처럼 향긋한 것 같다.

“공주.”

“아저씨.”

공주는 미준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여 주었다.

“아.”

더디어 그는 그녀의 가슴을 풀어 헤쳤다.

봉긋한 젖가슴이 미준의 손안에서 일그러진다.

“흐응.”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파요.”

딱딱해진 그녀의 유두를 입술로 잘근잘근 씹어 보다가 삼키듯이 빨아 당겨 한입 가득히 입안에 품었다.

“아저씨.”

짜릿한 전율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떤다.

그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싸 안고 미준의 얼굴에 자신의 상체를 밀어 올렸다.

“공주.”

그의 손은 어느 새 그녀의 치마를 끌어 올리고는 그녀의 무릎을 움켜 잡았다.

“아저씨.”

그의 손길은 점점 허벅지를 따라 올라 가고 있었고 공주는 눈을 감고 가쁜 숨결을 토해 내고 있었다.

입술은 쉬지않고 자신의 유두를 자극하였고 그의 손은 허벅지를 따라 올라와 그녀의 속옷에 손이 닿았다.

그제야 공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저씨, 그만.”

공주가 미준의 손을 잡자 미준은 애원이라도 하듯이 숨 가쁘게 애원했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요.”

“아저씨.”

공주는 미준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몸에서 떼어 내려 하였다.

“나 좀 살려줘.”

“아저씨. 미안해요.”

공주는 상체를 일으키며 미준을 밀어 내려하였다.

“제발. 이대로 좀.”

미준은 자신의 힘으로 공주를 제지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애원이 통한 걸까?

공주의 손에 힘을 풀리며 그의 손을 잡고 누르기만 한다.

미준은 다시 공주의 입술을 자극하며 그녀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공주 역시 그의 손을 잡고만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준도 차츰 이성을 찾아갔다.

공주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 뒤 몸을 일으켰다.

“음.”

미준은 좀 쑥스러웠다.

캄캄한 어둠속이라 다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미안해요.”

미준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 왔다.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니 많은 유성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뒤 방에 불이 켜졌다.

‘아예 방에 들어오지 말란 말인가?’

미준은 마당에 놓인 벤치에 앉아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고 싶었다.

“삐걱”

문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녀가 다가와 그의 뒤에 서서 가볍게 두 손을 어깨에 올렸다.

“아저씨, 미안해요.”

“....?”

“아저씨 소원 들어주면 금방 여기서 떠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녀의 말을 듣고도 안심시킬 수 있는 뚜렷한 대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걱정 말라고, 여기 같이 살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금방 떠난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 우리 처음 만났잖아요?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아저씨 뜻대로 다 할게요.”

미준은 뒤를 돌아보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가여운 사람.’

“내가 너무 성급 했나 봅니다.”

“아니에요. 밤이 깊었으니 들어가세요.”

그리고 그날 밤.

정말 두 사람은 손만 잡고 하루 밤을 보냈다.

다음 날은 아침을 먹은 후 절벽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첩첩산중.

인적이라곤 하나 없는 험한 산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이계는 아니었다.

그녀는 틈틈이 더덕도 캐고 버섯도 땄다.

미준은 그녀의 뒤를 따라 날다람쥐 요정과 쇄박새 요정도 만나 보면서 노랑턱 멧새 정령을 잡았다.

잠시 후엔 곤줄박이와 산까치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 매 한마리가 어부지리로 둘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악령들은 그의 사냥 대상물이다.

그리고 또 딱따구리 집에 흑구릉이가 한 마리가 침범하려 하자 죽기를 무릅쓰고 새끼를 지키려는 딱따구리 어미를 보면서 흑구릉이 악령도 제거해 주었다.

돌아 올 때 미준은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아왔다.

“오늘 저녁은 이 산토끼로 해결해요.”

“어머, 모처럼 고기 맛 좀 보겠어요.”

“육류 음식 좋아해요?”

“좋아는 하지만 잡을 수가 없으니.”

“그럼 앞으로 내가 담당할게요.”

이제 미준은 자신도 뭔가 보탬이 될 일을 찾은 것 같았다.

공주의 얼굴에 미소에 미소가 깃든다.

그녀는 고목나무 덩걸에서 황금색 버섯 하나를 채취하여 미준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무슨 버섯인지 아세요?”

“글쎄요.”

“이게 바로 영약으로 알려진 상황버섯이에요.”

“아, 상황.”

상황버섯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다.

실물을 보니 사진에서 본 것 하고는 많이 달라 보였다.

토끼를 장만하여 깨끗하게 씻은 다음 그녀에게 넘겨주고 휴대폰을 꺼내 열어 보았다.

여기로 온 후 한번도 벨이 울린 적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것도 뜨지도 않고 몇번을 시도해도 잡히지를 않았다.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명도 몰라요?”

“네, 몰라요.”

미준은 갑자기 더럭 겁이 났다.

‘돌아갈 수는 있을까?’

사람은 참 간사한 데가 있다.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도 돌아가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공주가 나를 데려 왔으니 갈 때도 데려다 주겠지?’

미준은 스스로 자위하며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난 후 상황차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차 맛도 새로웠다.

미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녀를 보면 너무나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고개를 돌려 그녀의 뺨에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엾은 여자였다.

자세히 볼수록 측은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였다.

이런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려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그녀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스라렸다.

그날 밤 미준은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런 곳에 혼자 있지 말고 도시로 나가 남들과 함께 사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몇 번을 망설이다 한 말이었다.

그녀는 인간 세상이 두렵다고 했다.

“도시로 나가면 내가 도와줄게요.”

몇 번이나 달래고 설득을 한 결과 그녀는 약간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볼게요.”

며칠 후 미준은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꺼냈다.

차마 가겠다는 말을 못해 미루고 미루다 입을 열었다.

“가야겠지요.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릴 텐데.”

다음에 올 땐 같이 가요.

그녀는 알듯 모를 듯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으로 말꼬리를 감췄다.

“최대한 빨리 갔다 올게요.”

“꼭 오실 거죠?”

그녀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미준의 마음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도 하는 일이 있으니 일이 끝나는 대로 꼭 돌아올게요.”

“네. 기다릴게요. 그리고 이거 가져가세요.”

그녀는 미준의 손에 시계처럼 생긴 나침판을 쥐어 주었다.

“이게 뭐죠?”

“아저씨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회전시계예요.”

“이런 것이 있어요? 그럼 이건 순간이동기와 같은 거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회전시계 사용 방법을 자세히 일러 주었다.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을 들먹이며 이 버튼을 누르세요.”

“그럼 내가 여기 돌아오려면.”

“큐걸을 찾으세요.”

“그럼 기다려 줘요. 반드시 다시 돌아 올 테니.”

미준은 노루 가죽으로 만든 가방에 그동안 얻은 보석들을 집어넣고 그녀가 챙겨준 약초와 상황, 계곡에서 잡아 말린 물고기를 모두 넣은 뒤 가방을 매고 속삭였다.

“중산 우리집.”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한 그녀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결국 버튼을 눌렀다.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거실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얼른 충전기를 꽂아두고 그동안 받은 전화와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무엇보다 방안 온도가 33도였다.

“왜 이렇게 덥지.”

날짜를 확인해 보니 7월 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휴대폰의 기록은 말 할 수도 없었다.

수많은 전화기록과 문자들이 가득하였고 카톡에서도 자신을 찾느라 야단이었다.

먼저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엄마.”

“너 어디 갔었어?”

“걱정 많이 했죠?”

“무사하면 다행이지. 네가 엄마 마음 알겠어?”

“죄송해요. 통화가 안 되는 곳이라서.”

“네 목소리 들으니 다행이네.”

어머니는 한 마디 원망은 안했지만 몇 마디 말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불효인지 뼈에 사무치도록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은혜에게 전화를 내었다.

전화를 받은 은혜는 울음부터 터뜨렸다.

당장 회사에서 조퇴를 하여 달려오겠다고 했다.

미준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공주의 집에 머문 시간이 불과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돌아와 보니 한 달이 훨씬 지난 뒤였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냉장고를 열어 날자가 지난 것들을 모두 버리고 환기도 하고 청소도 하였다.

그리고 난 다음샤워를 하고난 후 에어컨을 켰다.

미준을 본 은혜는 잡아 먹을 듯이 하였다.

그녀가 화를 내자 그의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여전히 세상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자신이 없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고 회사에서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여행이 취미인 사람이고 괴물을 잡는 헌터이다 보니 이번엔 좀 오래 걸리는가 보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관리과장은 [뉴 해양 낚시공장] 인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낚시 백화점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가고 있었다.

그가 돌아오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희는 미준을 보자마자 가벼운 뽀뽀만 하고 생긋 웃으며 도망을 친다.

“아저씨, 멀리 갔다 오셨나 봐요?”

엉거주춤 바라보다 입술만 뺏겼다.

영미의 전화도 왔었던 것 같고 문자도 몇 통 날아와 있었다.

토요일이었다.

은혜는 미준의 집에 와서 저녁을 해주고는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이 애매한 행동 때문에 미준이 화가나 전화도 받지 않고 단단히 삐쳐서 사라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 * *

0